소문의 전파 염치없는 세태(世態) - [삼인성호 (三人成虎) !]
발(足)품과 입(口)소문 이외에는 정보(情報)전달의 수단이 없던 닫힌(閉鎖) 사회의 세태(世態)는 어떤 사실(事實)이 구전(口傳)이라는 발 없는 말에 얹혀 상상(想像)이라는 가편(加鞭)에 의해 부풀리고 꾸며졌다.
반면에 지금은 온갖 매스컴이 거의 동시에 사실을 확인하고 공명(共鳴)하는 열린(開放) 사회요 그 사실(事實)도 정확한 데이터와 증거(證據)로 제시된 체 전달된다.
이 닫히고 열린 두 사회의 사실(事實)을 제시(提示)하고 전달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를 수용(受容)하고 인식(認識)하는 데는 현격(懸隔)한 차이가 있다.
닫힌 사회에서는 사실이 아닌 소문(所聞)이 진실(眞實)로 받아들여지기까지 개인들이 각자 소문을 걸러내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양심-진리의 틀과 체(sieve)를 가지고 있어 입소문과는 달리 속내로 받아들이는 상태는 엷었다.
반대로 열린 사회에서는 소문이 아닌 사실(事實)이 여과(濾過)없이 개인들의 심중에 각인(刻印)되어 버리고 확신(確信)으로 이루어진다.
체신부(遞信部) 시절 우체국에 근무하던 소설가 「오유권(吳有權)」이 있다.
전라도 사투리로 그의 고향인 영산강 유역의 시골 살림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
「소문(所聞) -1957 」이 있는데 못된 아낙네의 「입초사」에서 시작된 낭설(浪說)이 한사코 쓸어 덮을수록 발이 달려 생사람을 잡게 한다.
땅거미지 지는 어스름한 초저녁에 이장(里長)내 머슴이 과부네 큰 딸에게 고지서(告知書)를 넘겨주는 장면에서 받으라거니 비켜서며 내외하는 두 젊은이 사이의 일을 우연히 훔쳐 본 아낙네 - 입 가벼운 - 가 연애편지로 오해(誤解)하는 속에서 피어나는 「닫힌 사회」의 해프닝이다.
작금(昨今)에 매스컴을 장식(裝飾)하는 수많은 확증(確證)과 폭로(暴露)와 그리고 후(後)에는 안개처럼 흐지부지 되는 「열린사회」의 활극(活劇)은 오해(誤解)나 오인(誤認)이 아닌 의도적(意圖的)인 소문 만들기인 것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와 증삼살인(曾參殺人)
결코 백주에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일이 있을 수 있을 수 없지만 세 사람이 짜고서 소문을 만들면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는다는 뜻이다.
마을에 증삼(曾參)이와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사람을 죽였다.
그러자 마을 사람 중의 하나가 베틀을 짜고 있던 증삼의 어머니에게 달려와 말하였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답니다."
증삼의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저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없이 계속 베를 짰다.
조금 후에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 말하였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증삼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태연히 베만 짜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어떤 사람이 뛰어 들어와 증삼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댁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소"
그러자 증삼의 어머니는 사람들의 말을 믿게 되었고
두려운 나머지 베짜던 북을 내던지고 울타리를 넘어 달아나 버렸다.
증삼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결코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지만
세 사람이나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니 결국에는 그 믿음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나의 조그마한 농담이 악귀의 탈을 쓰고 험담으로 변하여 악취를 풍길 수 있기에 무슨 모임에서나 가식적인 칭찬도, 작위적인 농담도 역시 삼가야 할 것이다.
- 백팔번뇌(百八煩惱) 중에서-
구약(舊約)「다니엘 서(書) 13장」에는 무고(誣告)하는 장면이 있다.
「요야킴」은 부자로 넓은 정원(庭園)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모(美貌)의「수산나」부인은 자주 이 정원을 산책하였다. 백성 가운데에서 원로(元老)로 뽑힌 두 사람은 요야킴의 집에서 재판(裁判) 사무를 보는 중에 수산나를 보고는 그 미모에 혹(惑)하여 음욕(淫慾)을 품게 되었다.
기회를 엿보던 두 사람은 어느 더운 여름날 수산나가 정원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몰래 잠입(潛入)하여 숲 속에 숨어 거동(擧動)을 살폈다. 수산나가 목욕(沐浴)을 하기 위하여 하녀(下女)들에게 올리브 기름과 물분을 가져오고 정원 문들을 닫으라고 말하고 일렀다.
하녀가 옆문으로 나가자 두 원로들은 내달아 수산나에게 공박(攻駁)하기를
「자, 정원 문들은 잠겼고 우리를 보는 이는 아무도 없소. 우리는 당신을 간절히 원하오. 그러니 우리 뜻을 받아들여 우리와 함께 잡시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젊은이가 당신과 함께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당신이 하녀들을 내보냈다고 증언하겠소.」
수산나는 탄식(歎息)하며 말하였다.
「나는 꼼짝 못할 곤경에 빠졌소. 그렇게 하면 그것은 나에게 죽음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여도 당신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이오. 주님 앞에 죄를 짓느니, 차라리 그렇게 하지 않고 당신들의 손아귀에 걸려드는 편이 더 낫소.」
두 원로는 원혐(怨嫌)을 풀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였다.
「우리가 단둘이서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이 여자가 여종 둘을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가더니, 정원 문들을 닫아걸고서는 여종들을 내보냈소. 그때에 숨어 있던 젊은이 하나가 이 여자에게 가더니 함께 누웠소. 정원 구석에 있던 우리는 그 죄악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서 그들에게 달려갔소. 그리고 둘이서 정을 통하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그자가 우리보다 힘이 세어 붙잡을 수는 없었소. 그래서 그자는 문을 열고 달아나 버렸소. 그 대신 이 여자를 붙들고 그 젊은이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이 여자는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 하지 않았소. 이것이 우리의 증언이오.」
그들이 백성의 원로이며 재판관이었기 때문에, 회중(會中)은 그들을 믿고 수산나에게 사형(死刑)을 선고하였다.
모함(謀陷)을 받은 수산나는 하느님에게 빌었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이자들이 저에 관하여 거짓된 증언을 하였음도 알고 계십니다. 이자들이 저를 해치려고 악의(惡意)로 꾸며 낸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그 장소에 성령(聖靈)을 받은 「다니엘」이 나타나 두 원로(元老)를 심문하였다.
다니엘은 두 원로를 따로 떼어놓고 한 원로에게 수산나가 젊은 남자와 어느 나무 아래서
정사(情事)를 벌였냐고 물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유향나무 아래」라고 대답하였다.
그를 물러가게 하고 다니엘은 나머지 원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니 그는 「떡갈나무 아래」
라고 호언(豪言)하였다.
결과로 남을 무고(誣告)하려던 두 원로(元老)들은 사형을 받았고 수산나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갔다.
개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集團)의 이익을 위하여 남을 모함(謀陷)하고 무고(誣告)하고 트릭을 꾸미는 죄악(罪惡)은 속죄(贖罪)의 길이 닫힌 무서운 짓이다. 그것은 「보속(補贖)」이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앉아서
-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落水)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던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門)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데이타 베이스 자료 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