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단지 개발업자인 서모(53)씨는 올해 초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번천리 일대 밭 3만9775㎡를 매물로 내놨지만 6개월째 못 팔고 있다. 지난해 세제 강화, 실거래가 공개 등이 시행되면서 토지시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탓이다.
서씨는 "보유세도 무섭고, 대출 이자 감당이 어려워 땅을 내놨다“며 ”매도 희망가를 3.3㎡당 25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낮췄지만 매기가 없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토지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렸다. 팔고 싶은 사람은 넘치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동안 불 붙었던 '땅 투자 열풍'이 최근 들어 완전히 식은 것이다. 특히 덩치가 큰 농지와 임야가 잘 안 팔려 안달이다.
펜션용 부지 등 매물 늘어
서울에 사는 이영훈(46)씨는 2005년 펜션 단지 개발을 위해 매입한 충북 충주시의 충주호 주변 밭 1만985㎡를 매물로 내놨지만 8개월째 못 팔고 있다. 매도 희망가를 주변 시세(3.3㎡당 35만~40만원)보다 낮춰 3.3㎡당 25만원을 부르고 있지만 돌아보는 이가 없다.
그는 “펜션을 3채 지었지만 장사가 어려워 단지를 통째로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택ㆍ오산ㆍ수원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땅도 시세보다 10% 이상 싼 급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덩치 큰 땅의 매물이 늘면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매물 등록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원주택․펜션 전문업체인 OK시골 사이트의 경우 지난해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1만㎡ 이상 대규모 농지 등의 급매물 등록 건수가 20여건으로 늘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농지는 토지거래허가 등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중개를 꺼려 매물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덩치 큰 매물 왜 많이 나오나
=최근 토지시장에 덩치가 땅 급매물이 늘고 있는 것은 각종 규제의 영향이 크다. 비사업용 토지나 농지•임야의 외지 소유자(부재지주)의 경우 2006년부터 비투기지역에서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돼 세 부담이 커졌다.
종전까지 비투기지역에서는 시가보다 훨씬 싼 공시지가로 양도세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로 바뀌면서 취득•등록세 부담도 크게 늘면서 신규 수요가 위축돼다.
또 지난해부터 부재지주의 양도세율이 종전 9∼36%에서 60%로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10∼30%)도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한 몫 한다 .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외지인의 진입을 막은 것도 환금성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평창군 평화공인 조을수 사장은 "동계 올림픽 특수 등의 개발재료를 겨냥한 작전성 매물이 시장가격보다 20~30% 이상 싼 가격에 나오고 있다"면서 "주로 단기 투자자나 가수요자들이 사놓았던 땅들로 규제 때문에 사려는 이가 없어 잘 안팔린다"고 말했다.
시장 침체로 사업성 떨어지고 규제 많아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도 이유다. 토지컨설팅업체인 토지사랑 이한범 부사장은 "최근 분양시장 침체로 덩치 큰 땅을 사 전원주택, 펜션를 짓고 싶어도 미분양을 우려해 개발업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땅의 급매물은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원 곡반정동 우리집공인 이용우 사장은 "실거래가 신고,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으로 신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토지시장의 조정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