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리와 고속 비행으로 사냥감 정신 홀리게 만들어요
새호리기
충남 보령의 한 교통 정보 방범 카메라에 포착된 새호리기.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보센터
얼마 전 충남 보령의 한 교통 정보 방범 카메라 앞에 한 종류의 새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어요. 모니터 앞에서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죠. 그런데 날카로운 눈매와 부리, 발톱이 영락없는 맹금류였어요. 이 새는 바로 새호리기랍니다. 황조롱이·매 등과 함께 매과에 속해요. 다 자란 몸길이는 35㎝로 맹금류 치곤 아담한 체격이죠.
새호리기는 얼핏 보면 매나 황조롱이와 구분하기 어려운데, 머리에서 가슴·배로 이어지는 부분은 흰 바탕에 짙은 갈색의 세로 줄무늬가 있고요. 아랫배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부분의 두툼한 깃은 붉은색이랍니다. 왜 ‘새호리기’라고 불리게 됐는지 정확한 유래는 밝혀진 게 없어요. 다만 사냥을 할 때 시끄러운 소리와 고속 비행으로 먹잇감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정신없게 만든다고 해 ‘새를 홀린다’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을 거라고 추측되고 있어요. 실제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추측이 맞겠구나 싶기도 하답니다.
새호리기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 잠시 우리나라에 들르는 ‘나그네새’로 전국에서 볼 수 있어요. 정말 나그네처럼 우리나라를 잠시 들르는 무리와 직접 번식까지 하는 무리가 있대요. 그런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론 번식까지 하는 무리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새호리기의 사냥감은 참새와 제비 같은 작은 새나 곤충이에요. 공중 사냥은 많은 맹금류들이 가진 기술인데요. 높은 곳에서 내리꽂듯 수직으로 급강하하면서 사냥하는 매와 달리 새호리기는 주로 먹잇감을 뒤쫓아 수평에 가까운 형태로 빠르게 날아간 뒤 발톱으로 움켜잡는답니다. 수직으로 내리꽂을 때만큼의 가속도가 붙진 않지만, 이런 방식의 공중 사냥 역시 뛰어난 비행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죠.
새호리기는 번식을 할 때 직접 둥지를 틀기도 하지만 버려진 까치 둥지를 이용하기도 해요. 암수가 구애를 하거나 둥지 주변을 경계할 때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내죠. 다 자란 새호리기는 천적이 거의 없지만 새끼일 땐 족제비·뱀 등의 습격을 받기도 해요.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면 부모들이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어린 새호리기들이 겨울을 나러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새호리기가 원래 즐겨 사는 곳은 숲과 탁 트인 논밭이 어우러진 곳인데요.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많이 목격되고 있어요. 도시 곳곳에 녹지 공간을 많이 조성하고, 하천도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먹잇감이 많이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돼요. 하지만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위험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요. 다른 새들처럼 새호리기도 도시의 하늘을 날다가 빌딩 유리창에 충돌해 죽기도 한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