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국 반도체 수출 분석]
한국 반도체 수출 호조 시사점 – MCP와 SSD 수혜주는?
하나금융투자 반도체 애널리스트 김경민, 변운지
◈ 2021년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127.8억 달러(약 15.2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1% 늘어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 원인은 ①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른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 ② 신규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따른 모바일용 수요 확대, ③파운드리 업황 호조에 따른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이다.
◈ 2021년 반도체 수출에서 DRAM이 여전히 높은 비중(20.1%)을 차지하고 있지만 DRAM 가격이 수출에 끼치는 영향은 2018년 대비 낮아졌다. 서버 DRAM 계약가격은 2018년 최고점(317달러)의 절반 수준이지만 반도체 수출은 탄탄하다. DRAM 외에 반도체 수출을 탄탄하게 견인하는 품목들 때문이다. 물론, DRAM 수출도 양호했다. 2021년 12월에 25.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7% 증가했다.
◈ 품목별 수출 중에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수출 호조가 돋보인다.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05억 달러, 254억 달러, 265억 달러, 257억 달러를 기록하며 200억 달러 수준이다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303억 달러, 398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비중은 DRAM보다 높아졌다. 2020년과 2021년의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수출 비중은 각각 30.5%, 31.1%이다. 무역 분쟁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수요, 5G 및 AI 수요, 레거시 공정 단가 인상이 호조세를 견인했다. 2021년 12월의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38.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증가했다.
◈ 한편, 메모리 반도체 수출 품목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복합 제품(MCP, 멀티 칩 패키지)이다. 12월에 31.35억 달러(약 3.7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 증가했다. MCP 수출은 연중에 중국 스마트폰 월별 출하량이 부진할 때도 지속해서 증가했다. 스마트폰 기기당 탑재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탑재량 증가는 수출 중량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2021년 12월의 MCP 수출금액(31.35억 달러)은 2018년 12월 14.47억 달러 대비 2배를 웃도는데, 2021년 12월의 MCP 수출 중량은 108톤으로 2018년 12월(25톤) 대비 4배 수준이다. 반도체가 수동 소자(passive component)가 아니라 능동소자(active component)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출 중량으로 탑재량 증가를 추측하는 것이 100%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수출 중량이 4배나 늘어난 점은 유의미하다고 판단된다.
◈ MCP 수출 호조의 수혜주는 어떤 기업일까? MCP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수혜주이다. 중·소형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보면, 양사로부터 MCP 후공정(패키징) 주문을 받는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후공정 서비스 파트너사) 기업이 수혜주라고 판단된다. 후공정 서비스 파트너사는 원래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의 인하우스 후공정 서비스 부서와 가동률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MCP 수출 중량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외부 파트너사의 역할이 중요해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분기 매출이 (연결이 아니라) 별도 기준으로 800억 원을 웃도는 MCP 후공정(패키징) 서비스 공급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high single digit 수준으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 아울러, 반도체 수출 지표를 챙겨볼 때 컴퓨터로 분류되는 SSD(Solid State Drives)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SSD 수출은 2021년 6월부터 계속해서 10억 달러를 웃돌아 12월에는 12.2억 달러(약 1.4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9% 증가했다. 비대면 및 디지털화 수요에 힘입어 기업용 SSD 수출이 탄탄했다.
◈ 이처럼 SSD 수출이 탄탄한 이유 중 하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SSD용 NAND Flash 컨트롤러를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NAND Flash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컨트롤러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 한편, Micron이나 Kioxia는 [1]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 확산, [2] NAND 컨트롤러 제조 설비 확보 난항 등으로 NAND Flash 컨트롤러 조달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만큼 원활하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에 서플라이 체인의 병목 현상이 완화되어 이들 기업의 SSD용 NAND Flash 조달이 원활해지면 SSD 설비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SSD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한 SSD 관련 반도체 장비 공급사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는 2022년 하반기로 예상되며 병목 현상이 완화되면 2022년 2분기가 긍정적 의미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SD의 차세대 규격인 PCIe 5.0(5세대) 신제품 개발 소식이 삼성전자(PCIe 5.0 규격의 엔터프라이즈 서버용 고성능 SSD PM1743)로부터 전해졌다는 점을 고려 시, PCIe 4세대에서 5세대로의 변화도 2022년에 SSD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