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가 자는 게 취미인 내게 너무 너무 신나는 책 하나가 생겼다.
와~~~~웃~!
글씨도 크고, 말도 쉽고, 거기다 너무 잘 어울리는 작고 소박한, 크레파스로 그린듯한 그림 한두어점...
절대로 읽을 틈 없는 학교 생활이지만, 꼭 읽어야지 하면서 넣어갔지만, 역시나 못 읽었다. 그래도 그 책이 가방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 뿌듯했다.
정혜신은 말 잘하고, 똑똑하고, 또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이지적인 아주 유명한 정신과 의사다.
그의 남편이 이명수란다. 머리가 하얀 그는 나는 <사람그물>이라는 칼럼같은 곳에서 몇번 읽은 적이 있는 그저 남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부부란다.
그들이 사는 곳은 양평의 산마을...
출근을 같이하는 데 아침마다 약 70여분 동안 동행 하면서 부부가 탄 자동차안에는 온 세상이 다 담긴단다. (참고로 나는 부부끼리 차를 같이 타고 오면 주로 잔다.) 사회적 현안이나 소소한 가정사, 특정인 이야기, 자연풍경 등 이야기 주제는 종횡무진이란다.
그런 서로에 대한 어깨 동무로 인해 부부는 심리적 내공을 더해가고 서로를 보듬어 주고, 서로의 치유자가 되어 줌에 동시에 심리적 공중 급유기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
그들은 그 둘만의 관계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 된단다. 그래서 홀가분해 진단다. 내가 이해한 부분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귀결은 같을 것이다.
시끄럽고 수많은 논쟁, 또는 정의와 불의가 점철된 사회에서 그들은 서로 수석코치가 되어 주면서 타인의 치유활동을 해 나간다고 한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 물론 현실은 그닥 녹록하지만은 않겠지만,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부부는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이지적인, 아주 논리적인 글들을 쓰는 사람들의 닭살이라 더 눈이 간다. 그녀는 남편을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섹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으~, 우~(남의 정당한 사랑에 질투 할 것까지 뭐 있겠냐마는 나는 질투를 으짜라고...) 생각의 섹시함은 상상을 초월한단다. (이런 닭살의 초절정이어라)
자기 계발서나 어떻게 해야하는데, 너는 지금 뭐하고 있니 하는 그런 종류의 책들은 이미 나뿐만 아니라 좀 신물이 날대로 나서 좀 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단점 투성이인 나를, 그 맘에 안드는 나를 아주 많이, 계속,조건 없이, 이유없이, 될때까지 기다리면서 많이 많이 사랑하란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계속 연습 해야 한단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자기 인정과 사랑에도 내공이 쌓여야 하고 그걸 게을리 하면 한방에 훅 ~ 갈지도 모른단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진 능력은 스스로 가진 자정 능력이나 균형감각이란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부대껴서 못 견딘단다.
가장 소중한 나에게, 꽃 한다발 선물 하라고 한다.
나는 꽃 한다발 사러 갈 것이다.(졸업식 마치고, 꽃이 헐해질 무렵)
첫댓글 '내게 꽃 한다발 선물하라' 하는 것은, 여자가 꽃을 좋아하리라는 일반적 관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꽃보다는 책을, 짧더라도 잠깐의 여유로운 만남과 여행을 제게 선물합니다. 제겐 그것이 주는 여운과 만족, 행복과 기쁨이 훨씬 크더군요. 가끔 나 여자 맞아? 싶은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는 건 그래서 일겁니다. ㅋ
소파에 나란히 앉은 부부, 반백의 남편을 보고 뭐가 그리 좋은지 정혜신이 함박같이 웃는다. 틀림없이 큰소리 나게 웃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게하는 장면이다. 다 읽고 나면 정혜신책 나 빌려줘! 요즘 가슴이 쏴아 하는게 갈피를 못잡겠다. 아무 생각 안하고 책만 읽고 싶은데 실은 책 읽다가도 금새 지친다.
오늘 도서관 가서 빌리려했는데 홀가분은 안 보이고 ㅠ 삼색 공감이 있길래 집어 왔습니다. 사유사제 참석 못한 죄로 일단 정혜윤 님을 책으로라도 만나 보려고요..
박미옥 샘이 정혜윤 님의 메일 답장을 보여주시네요.
이번 사유사제가 특별한 이유...단순히 한 번의 강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친밀감으로 이어진다는...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역량이 크신 덕분입니다. 저는 뭔 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