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정 선수는 지난 4월 국가대표 선수선발 최종전에서 미들급에서 한 체급 올려 헤비급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특기가 '왼발'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성실함과 밝은 미소가 아닐까 싶다. 땀흘리는 후배들에게 "운동을 한번 시작했으면 1인자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해야 하며, 성실한 자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라고 확신을 전하며, 자신도 다그치고 있다.
이제 벌써 국가대표 맏언니가 되어버린 윤 선수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야 태권도를 접했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누가 그녀를 발굴했을까? 그는 다름아닌 친오빠 윤종덕(현 용인대, 4) 선수이다. '막연히 태권도가 하고 싶었다'는 어린 윤현정 선수를 자신이 소속한 경북체고(코치 문종국) 태권도부에 발을 내딛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현정 선수는 "태권도 '태'자도 모르는데 무작정 체고(경북체고)로 갔고요, 처음엔 펜싱부에 한달간 있다가 둘째 오빠가 코치님한테 (제가) '깡다구' 있다고 힘써줘서 태권도부로 들어갔어∼예"라고 남다른 사연을 밝힌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선배이기도한 오빠, 윤종덕 선수가 그녀의 인생을 열어 준 최초의 은인인 셈이다.
그녀에게는 버팀목이 되어 주는 든든한 벗이 있다. 청도에서 30여년간 '굿피플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 안귀분(50)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찍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윤 선수에게는 모든 비밀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다정한 어머니가 항상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용실의 단골손님이라면 국가대표 윤현정 선수의 프로필에 대해서는 죄다 읊고 있다고들 하니 후원회가 조직되어 있는 셈이다.
최근 미용실에는 20여 일을 앞두고 있는 아시안 게임 예상 성적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그중 몇몇 아줌마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전문가들은 아시안 게임에서 여자부 다크호스팀으로 대만과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이는 윤 현정 선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중국 첸종 선수에게는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 8강에서 분패한 적이 있어 설욕전을 하겠노라고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이다. 또한 선배격인 인천시청 신경현 선수는 윤 선수에 우세를 점치면서도 대만 선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귀뜸을 했다고 한다. 만약 대만 선수와 맞붙게 된다면 경기 내용이 무척 인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은 왼발을 이용한 공격 기술을 잘 활용하는 반면 대만 선수는 오른 발 위주이기 때문이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상대의 허점을 이용한 공격 패턴 익히기와 함께 보다 다양한 공격 기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윤 선수를 아끼는 경기 전문가들은 "점수를 리드하고 있으면 비교적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고, 리드를 당하게 되면 너무 흥분해 막 들어가는 성급함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윤 선수는 지난 동계 훈련에서부터 자신감을 얻고 있는 체력에다 노련한 경기 운영에 관한 연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한편 윤 선수는 "아시안 게임을 비롯한 굵직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부족한 자신에게 기본기를 가르쳐 주신 경북체고 문종국 코치에게 메달을 꼭 목에다 걸어 드리고 싶다"라고 말해 사제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화이트데이(3월 14일)'가 자신의 생일이라는 윤 선수는 "오는 2004년 그리이스 올림픽에서도 뛰고서, 좋은 짝을 만나 결혼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