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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아침 인천 공항에서...
드디어 출발....1년여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 생각보단 담담하다.
사실 앞으로 다닐 곳들에 대한 기대나 설레임보다는 내가 서있던 곳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연로하신 어머니와 장모님에 대한 염려와 미안함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총 20회 탑승할 수 있는 원월드 티켓의 첫번째와 두번째 구간인 인천-홍콩,홍콩-퍼스
항공편 이용하여 밤 11시경에 퍼스에 도착하였다.
1년간의 여정중 첫 도착지인 퍼스....이곳에서 아주 가벼운 첫번째 신고식을
치렀다. 마눌이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김치를 핸드메이드라고 압수당한것이다.
포장김치를 사오려다 그래도 가장 야심작으로 준비했던 엑기스인데....
속이 쓰라렸지만 남의 나라에 왔으니 할 수 없이 따를수 밖에...
김치는 반드시 포장된 제품으로 준비하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음날 퍼스의 바락 스트릿트에 있는 한인 슈퍼마켓인 하이마트에서
다시 김치를 구입하였다.)
실갱이를 치르느라 밤 2시경이 되어서야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윌리암 스트릿트에
있는 미리 예약한 백퍀커 호스텔에 내렸으나 허걱!! 이런...두번째 신고식이 시작되었다.
공항에 심야에 도착하므로 이번 여행중에 유일하게 미리 예약했던 숙소인데 눈앞에 서있는건
불이 전부 꺼진 폐가같은 건물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건데 혹시 사기당한건 아닌가 하고
잠시 황당함과 당황함 사이를 오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다시 돌아보니 바로 한블럭 옆에
백퍀커스 호스텔이 있었다.아마도 옆블럭에 있는 이건물로 이전하였는데 택시기사가 그걸
모르고 엉뚱한 곳에 내려준것 같았다.
ㅁㅎㄴ의 택시기사...ㅜㅜ 밤이 늦은데다 짐이 많아서 팁도 많이 주었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찾아서 얼매나 다행인지....
김치를 압수당하고, 새벽 두시에 숙소 찾느라 고생하고...첫날 시작부터 녹녹치 않았지만
앞으로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을건데 적응을 위한 좋은 훈련이었던것 같다.
이정도쯤이야 신고식 정도로 생각하고, 그래도 무사히 첫날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늦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