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일본 열도는 뉴욕 양키스 소속 프로야구 선수 마쓰이 히데키(35)로 들썩거렸다. 월드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쳐 최우수선수(MVP)가 된 그를 두고 일본 언론이나 국민 모두 흥분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들과 마쓰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거의 공통으로 등장하는 화제가 있다는 점이다. ‘야구천재’ 이치로(36)와의 비교다. 이치로는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 언사나 비아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마쓰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귀찮아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개인 성적’을 중시하는 이치로와 달리 마쓰이는 ‘팀 승리가 최우선’이란 철학을 갖는다. 그래서인지 ‘실적’은 이치로가 한 수 위다. 팀 동료와 불화가 잦은 이치로와 달리 마쓰이는 “가장 신뢰하는 동료”(주장 데릭 지터)란 평가를 받는다.
프로선수로서 ‘이치로 스타일’과 ‘마쓰이 스타일’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는 마쓰이가 미국과 일본에서 두루 사랑받는 선수로 성장한 배경은 가정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마쓰이는 초등학교 시절 선배들로부터 “너무 잘 친다”는 원성을 듣고 ‘핸디캡’을 주기 위해 왼쪽 타석에 들어선 것이 좌타자가 된 계기가 됐다. 1993년 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甲子園)에서는 상대 팀으로부터 5타석 연속 고의사구를 ‘당했다’. 당시 상대팀 감독의 ‘항변’이 재미있다. “고교 선수 가운데 딱 한 사람 프로 선수가 끼어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 실력이 이처럼 출중하니 마쓰이로선 우쭐할 만도 했다. 하지만 ‘선수’보다 ‘인간’이 우선임을 가르친 건 부친이었다. 마쓰이가 중학생 때 식사자리에서 무심코 친구 험담을 했다. 아버지 마사오(昌雄)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 욕을 하는 것만큼 역겨운 일은 없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바로 여기서 다짐해라.” 마쓰이는 “그때 이후 다른 이의 험담을 단 한 번도 안 했다”고 회고한다.
프로로 진출한 마쓰이가 약관 스무 살에 최연소 4번 타자가 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을 때 일이다. 이시카와현의 고향 집에 돌아온 그는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과 팬들을 쭉 한 번 둘러보는 제스처를 취했다. 집 안에 들어온 마쓰이는 부친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세상 사람들은 야구라고 하는 너의 극히 일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지, 너라는 인간 전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너의 조금 전 태도는 명백히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마쓰이는 고개를 조아리며 이렇게 반성했다. “아버지 말씀이 백 번 옳습니다. 그런 말씀을 꺼내시기 힘드셨을 텐데…, 너무나 죄송스럽고 또 감사합니다.”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남몰래 빠짐없이 의연금을 내는 마쓰이의 마음 씀씀이도 “있을수록 낮추고 베풀어야 한다”는 부친의 가르침의 영향이 컸다.
결론적으로 난 마쓰이가 좋다. 순수하고 곧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마사오를 존경한다. 학교다 학원이다 자녀 공부 뒷바라지에 정신 없고 허리가 휘는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그걸 핑계로 아버지의 진정한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하게 된다.
첫댓글 글 내용도 사진도 절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