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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름의 유래
경북대 명예교수 박상진
우리나라에는 약 1천여 종의 나무가 있고 남한만 하여도 약 6~7백여 종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나무 이름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우선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생소함에 당황하게 된다. 나무를 공부하면서 이름을 알아보는 것은 재미의 차원이 아니라 당시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고 나무와 친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 선조들이 처음 나무의 이름을 붙일 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나무 전체의 모양, 나무의 쓰임새, 껍질·잎· 꽃·열매 등의 특징, 자라는 곳 등 갖가지 특징을 살려서 이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붙일 당시는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이어서 말의 뜻이 변한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견해가 대부분이지만 나무이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1) 층층나무
1. 나무의 모양
그림 2) 삼지닥나무
나뭇가지가 돌려나기하고 거의 직각으로 퍼져 층층을 이룬다하여 층층나무, 나뭇가지가 정확하게 3개씩 갈라지는 삼지(三枝)닥나무가 있다. 가지가 꼬불꼬불하여 용트림을 하는 용(龍)버들, 가지가 길게 늘어지는 버들이란 뜻의 수양(垂楊)버들, 미국에서 들어온 아름다운 버들이란 의미로 미류(美柳)나무가 변한 미루나무, 기생 능소의 이름을 딴 능수버들, 빗자루를 만들고 약용으로 쓰이는 초본의 비싸리 보다 작고 땅에 붙어 자란다는 땅비싸리다. 멍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땅에 바짝 붙어 자라는 멍석딸기, 벌집 덮개처럼 생긴 멍덕딸기, 줄줄이 이어 자라는 줄딸기, 껍질도 속도 하얗고 길게 늘어져서 국수를 연상한다하여 국수나무다. 합다리나무는 하얀 껍질과 가지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 학의 다리나무, 즉 학다리나무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버들은 가지가 부드럽다는 뜻의 부들나무가 버들, 버드나무가 된 것으로 보이며, 싸리가 아니나 광대처럼 싸리 흉내를 낸 광대싸리, 중국의 위성에 많이 심었고 모양이 버드나무처럼 늘어지는 위성류(渭城柳)가 있다. 느티나무는 아언각비에 늣회나무라고 하였다. 이는 회화나무보다 모양이 더 둥그스름하다는 뜻으로 짐작한다. 모양이 웅장하고 크다는 뜻으로 왕(王)이란 접두어가 붙은 이름이 많은데 왕버들, 왕자귀나무, 왕머루, 왕팽나무, 왕대 등의 예가 있고, 나무가 누워있다는 뜻으로는 눈잣나무, 눈향나무, 눈측백나무 등이 있다. 쇠물푸레나무의 ‘쇠’는 물푸레나무보다 작다는 뜻이다.
그림 3) 오리나무
그림 4) 조릿대
2. 나무의 쓰임새
나무 자체의 쓰임새로 이름이 붙여진 것은 대팻집나무, 참빗의 살을 만든 참빗살나무, 작살을 만드는데 쓰인 작살나무, 윷을 만들기에 적합한 윤노리나무, 키나 고리괘짝을 만든 키버들과 고리버들, 조리를 만드는데 사용한 조릿대 등이 있다. 노린재나무는 전통 염색에 매염제로 널리 쓰인 황회(黃灰)를 만들던 나무인데, 잿물이 약간 누런빛을 띠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나무껍질의 용도로 붙여진 이름을 보면 껍질을 벗겨 삿자리 등으로 이용한 피(皮)나무, 껍질을 불려 찧으면 ‘느름느름’해 진다는 고어에서 온 느릅나무, 껍질을 짓이겨 감탕(옛 접착제)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감탕나무 등이 있다. 사위가 짐을 질 때 힘을 덜 수 있도록 연약한 줄기를 가진 사위질빵이란 이름이 있으며, 할미밀망은 반대로 질긴 줄기를 가진다. 이정표로 쓰인 나무에는 5리 및 10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와 시무나무가 있다.
또 칠에 쓰인 나무로서는 옻칠에 쓰인 옻나무, 황금빛을 낼 수 있는 황칠(黃漆)에 쓰인 황칠나무를 들 수 있다. 기타 떡을 찔 때 달라붙지 않게 밑에 까는 떡깔이나무가 떡갈나무,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무환자(無患子)나무, 가지가 낭창낭창하여 말채찍으로 쓰였다는 말채나무의 예를 들 수 있다. 자귀나무는 우스개로 마주보는 작은 잎이 밤이 되면 서로 닫히는 모양이 잠자는데 귀신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나, 자귀의 자루로 많이 쓰여 생긴 이름으로 짐작한다. 이나무는 나무결 대로 곧게 잘 쪼개지므로 의자를 만드는 나무, 즉 의목(椅木)에서 의나무, 이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뽕나무와 쓰임새는 비슷하나 훨씬 더 단단하다는 의미로 ‘굳이 뽕나무’가 구지뽕나무가 되었다. 한편 구지(構紙)는 종이를 만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구지뽕나무와 구지나무는 모두 종이의 원료이다. 따라서 구지 혹은 꾸지라는 말은 구지(構紙)에서 온 말로도 생각할 수 있다. 옛날 나무꾼들이 숲 속에서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았다하여 '신을 간다'란 뜻으로 신갈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말오줌때는 말의 오줌냄새가 난다는 뜻이며 계요등(鷄尿藤)은 악취가 나는 덩굴이므로 닭오줌등나무란 뜻이다. 복장나무는 점치는 일을 뜻하는 복정(卜定)과 점쟁이를 뜻하는 복자(卜者)와 관련이 있는 나무로 추정된다. 복자기나무는 복장나무와 매우 비슷한데, 복장이나무가 복자기나무로 된 것 같다. 또 나무의 색이 붉은 가시나무란 뜻의 붉가시나무도 있다. 참나무는 나무 중에 쓰임새가 많아 진짜나무(眞木)란 뜻이다.
그림 5) 화살나무
3. 수피의 형태
그림 6) 버즘나무
수피의 색깔로 붙여진 이름에는 거의 흰 빛의 얼룩얼룩한 수피를 갖는 백송(白松), 검은빛 수피를 가진 흑피목(黑皮木)에서 검은 피나무로 되고 다시 변하여 된 가문비나무, 회갈색의 흰 수피를 갖는다는 뜻에서 분피(粉皮)나무가 변한 분비나무, 껍질이 검은 소나무라는 뜻의 흑송(黑松)이 검솔을 거쳐 곰솔, 붉은 수피로 대표되는 주목(朱木), 안 껍질이 짙은 황색을 나타내는 황벽(黃蘗)나무, 은빛 백양나무라는 뜻의 은백양(銀白楊) 등이 있다. 노각나무는 사슴뿔처럼 보드랍고 황금빛을 가진 아름다운 수피라는 뜻에서 녹각(鹿角)나무라고 하다가 발음이 쉬운 노각나무로 되었다. 오죽(烏竹)은 줄기기 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또 벽오동(碧梧桐)은 수피가 푸른색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한자로는 청동목(靑桐木)이다. 플라타너스는 피부병의 일종인 버짐이 핀 것처럼 수피가 생겼다하여 버즘나무, 수피의 모양새가 독특하여 붙여진 이름에는 줄기에 화살 날개모양의 코르크질 날개가 달리는 화살나무, 두꺼운 수피 때문에 세로로 깊은 골이 파진다고 하여 골참나무로 부르다가 변한 굴참나무가 있다.
그림 7) 박쥐나무
4. 잎의 특징
그림 8) 비자나무
잎 모양의 특징에 따라 붙여진 이름은 박쥐가 날개를 폈을 때의 모양이 잎맥과 같이 생겼다고 박쥐나무, 잎이 갈라지는 모양이 손가락 8개 달린 손바닥 같은 팔손이, 7개로 잎이 갈라지는 칠엽수(七葉樹), 잎이 5개로 각 각 갈라지고 껍질을 약제로 쓴다는 뜻으로 오가피(五加皮)가 변한 오갈피나무, 고추 잎을 닮은 잎과 고추의 꽃과 비슷한 꽃이 피는 고추나무, 작은 깻잎 모양을 한 좀깨잎나무, 잎 끝이 우묵하게 들어갔다 하여 우묵사스레피나무, 바늘잎이 좌우로 줄처럼 달린 모양이 한자의 아닐 비(非)자를 닮았다하여 비자(榧子)나무가 있다. 침엽수는 대개 상록수이나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잎갈나무, 한자로는 소나무 비슷한 나무란 뜻의 낙엽송(落葉松), 잎은 물론 작은 가지의 일부가 깃처럼 떨어지는 낙우송(落羽松)을 들 수 있다.
그밖에 단풍이 특히 붉게 든다하여 붉나무, 잎 뒷면이 은빛인 단풍나무라는 의미로 은단풍(銀丹楓), 참나무 종류 중에는 잎이 가장 작다는 졸참나무, 갈잎참나무에서 변한 갈참나무가 있다. 잎의 크기가 다른 나무보다 훨씬 크다 하여 태산목(泰山木), 사철 푸르다는 사철나무, 잎자루가 길어 약간의 바람에도 잎이 벌벌 떤다는 사시나무, 덩굴의 뻗음이 튼튼하여 미역 고갱이처럼 생겼다하여 미역줄나무, 잎모양이 비파 악기를 닮았다고 비파나무 등이 있다. 또 싹이 나오는 모양이 말의 이빨처럼 튼튼하게 생겼다하여 마아목(馬牙木)이 변한 마가목, 마찬가지로 순이 나오는 모양이 붓처럼 생긴 붓순나무, 겨울눈의 모양이 호랑이 눈을 닮았다 하여 호랑버들, 겨울눈 모양이 삐죽해서 빗죽이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잎자루의 길이가 길어 멀리 잎이 붙었다고 하여 먼나무, 조록나무는 이 나무의 잎에 흔히 잘 생기는 벌레집을 제주도에서는 ‘조롱낭’이고 하는데, 조롱나무에서 조록나무가 된 것으로 본다. 측백은 잎이 옆으로 나오는 상록수의 뜻이다. 편백(扁柏)은 비늘모양의 납작한 잎을 가진다는 것이다. 신나무는 한자명 색목(色木)을 처음 ‘싣나모’라고 하다가 변하여 신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녹나무는 어린싹이 나올 때 특별히 초록색이 강하여 초록나무가 녹나무가 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목서(木犀)는 뿔나무의 뜻으로 잎에 날카로운 거치가 마치 뿔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같은 뜻으로 개 뼈다귀나무란 뜻의 구골(狗骨)나무 혹은 구골목서가 있다. 작고 날렵하다는 뜻의 ‘조롱’이 접두어로 붙어 조록싸리가 된 것으로 본다.
5. 꽃 모양
꽃이 피었을 때의 생김새에 따라 붙인 이름이 많다. 이팝나무는 꽃이 만개 할 때는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조선시대 쌀밥을 먹기 위하여 이 씨의 밥을 먹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밥나무가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 혹은
꽃피는 시기가 입하 때이어서 입하나무가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림 9) 조팝나무
그림 10) 이팝나무
비슷한 유래의 이름으로는 잔잔한 흰 꽃이 조밥을 연상시키는 조밥나무에서 조팝나무가 된 예가 있다. 또 새하얀 꽃핀 모양을 밤에 보면 빛을 발하는 것 같다는 야광(夜光)나무가 있다. 한편 꽃 모양이 밥을 튀긴 것 같다하여 밥튀기가 변한 박태기나무가 있다. 팥배나무는 열매는 팥 같고 꽃은 배나무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기타 튤립 꽃과 비슷한 꽃이 나무에 달린다하여 튤립나무,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 달린다는 뜻의 수구화(繡毬花)가 변한 수국, 수수꽃을 닮은 꽃이 핀다하여 수수꽃다리, 참꽃나무 비슷한 꽃이 달리나 상록으로 겨울을 나므로 참꽃나무겨우살이, 연꽃모양의 꽃이 피는 나무란 뜻의 목련(木蓮), 함박꽃 모양의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 종(鐘)모양의 꽃이 핀다고 하여 종덩굴, 겨울에도 꽃이 피는 겨울나무란 뜻의 동백(冬柏), 나무모양은 버드나무 비슷하나 복사나무를 닮은 꽃이 핀다하여 유도화(柳桃花, 협죽도)가 있다. 팥꽃나무와 분꽃나무도 비슷한 유래의 이름이며 꽃 모양이 병과 같다하여 병꽃나무란 이름도 있다. 배롱나무는 처음 백일홍나무로 부르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꽃의 색깔로 붙인 이름에는 옥매(玉梅), 홍매(紅梅), 황매화(黃梅花)가 있으며 하얀 꽃이 스님의 머리 같다 하여 불두화(佛頭花)라고 한다. 만첩홍도처럼 만첩이란 접두어가 붙으면 겹꽃의 의미이다. 오랫동안 계속하여 무진장하게 꽃이 핀다는 무궁화(無窮花)가 있으며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이란 뜻인데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긴 타원형 주머니처럼 비대해 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꼭대기만 조금 열려있어서 꽃을 잘 볼 수 없으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진달래는 연한 보랏빛 달래 꽃보다 더 진한 꽃이 핀다는 뜻이라는 풀이도 한다.
그림 11) 콩배나무
그림 12) 장구밥나무 6. 열매 특징
열매의 바깥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 많으며 먹는 열매로서는 살구모양인데 은빛이라는 뜻의 은행(銀杏)나무, 참외모양의 열매가 나무에 달린다 하여 목과(木瓜)나무가 변한 모과나무, 신선의 과일이라는 천선과(天仙果)나무, 먹기만 하면 요강이 뒤집어질 정도로 정력이 세어진다는 복분자(覆盆子)딸기가 있다. 앵두나무는 우리 한자이름은 앵도(櫻桃)이나 중국이름 앵도(鶯桃), 즉 꾀꼬리처럼 아름다운 열매가 달린다는 뜻에서 앵두나무가 되었다. 자도(紫桃)는 자줏빛 복숭아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자도나무가 변하여 자두나무가 되었다.
독특한 열매모양을 갖는 나무로서는 까마귀가 베기에 적당한 작은 베개 모양을 한 까마귀베개, 열매가 전통악기인 장구모양을 한다하여 장구밥나무, 4개로 갈라진 열매의 끝이 선풍기 날개처럼 휜 나래회나무, 열매가 모여 족제비 꼬리모양을 한 족제비싸리, 산 속의 큰 나무에 딸기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산딸나무, 열매의 모양이 마치 부채를 편 것처럼 아름답게 생겼다는 뜻으로 미선(美扇)나무, 흔히 새빨간 열매 두개씩 마주보기로 달리는 모양이 개 불알을 닮았다하여 괴불나무, 열매가 둥글고 반질반질하여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인 중대가리나무를 들 수 있다. 때중나무는 열매의 모양이 중이 떼로 몰려있는 모양과 비슷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열매가 쥐똥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쥐똥나무라고 한다.
열매의 용도에 따라 붙여진 이름에는 모든 병에 다 효력이 있는 만병통치약이란 뜻의 만병초(萬病草), 단단하고 새까만 열매가 달려 염주를 만들 수 있는 염주(念珠)나무, 열매에서 머릿기름을 짜내는 동백나무에 비하여 열매가 작다는 뜻으로 쪽동백나무, 나무가 작다는 쪽버들, 마찬가지로 기름을 짜는 열매가 달리고 오동나무 비슷하다는 유동(油桐)이 있다. 또 열매가 작은 아기배 모양이라서 아기배나무가 변한 아그배나무, 크기가 콩알만 한 배가 달린다는 콩배나무, 열매가 말발굽 모양을 한다는 말발도리가 있다. 구실잣밤나무는 열매가 작은 밤처럼 생겼으나 모양이 갸름하고 둥글므로 ‘구실자(球實子)’밤나무가 구실잣밤나무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종가시나무는 종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가시나무의 뜻이다. 젓나무는 상처를 내면 투명한 백색의 젖이 나온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잣나무는 잣이 달린다는 뜻이다.
가침박달은 열매의 모양은 씨방 여럿을 마치 바느질 할 때 감치기를 한 것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단단한 나무의 특성과 이어서 ‘감친 박달‘이 가침박달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구상나무는 잎이 뾰족하여 가시와 같은 느낌이 들고 열매의 포(苞)도 뾰족하므로 갈고리모양(鉤狀)나무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들꿩나무는 가을에 달리 빨간 열매를 들에 사는 꿩들이 먹이를 한다고 생각하여 붙인 이름이다. 비슷한 나무인 가막살나무 역시 까마귀가 살아가는 필요한 먹이란 의미로 ‘까막살이나무‘가 가막살나무로 된 것 같다. 품질이 낮거나 저절로 난 야생물일 때는 돌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돌배나무, 돌가시나무등이 있다. 버찌의 준말이 ’벚‘인데, 버찌가 달리는 나무란 뜻으로 벚나무다. 멀구슬나무는 이 나무의 열매가 구슬모양이고 염주로도 사용되므로 ’목구슬‘이 멀구슬로 변한 것으로 생각한다. 밤나무는 밥이 달리는 뜻으로 밥나무가 밤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하고, 으름은 열매가 얼음처럼 차갑고 하얀 빛깔이므로 얼음이 변하여 으름이 된 것으로 짐작한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소화를 촉진하고 대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알려져 있다. 방귀 소리의 의성어 뽕이 붙어 뽕나무라고도 한다. 낙상홍(落霜紅)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붉은 열매가 매달려 있다는 나무의 특성을 나타낸 이름이다. 구기자나무는 한약으로 쓰는 구기(枸杞)라는 열매(子)가 달리는 나무란 뜻이다.
7. 가시의 특징
가시의 특징으로 붙여진 이름에는 실거리나무가 대표적이다. 즉 가시가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휘어있어 실이 잘 걸리는 나무란 의미이며 일명 총각귀신나무라고도 한다.
그림 13) 실거리나무
그림 14) 조각자나무
기타 가시모양이 엄하게 생겼다는 음(엄嚴)나무, 가시가 굵고 튼튼하여 호랑이 발톱 같다하여 호자(虎刺)나무, 탁엽이 변하여 매발톱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3개씩 달린 매발톱나무, 잎의 가장자리가 단단한 침으로 변하여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등긁이로 쓴다는 호랑가시나무, 가시에 잘 찔린다하여 찔레나무, 가시가 용의 발톱 같다하여 용가시나무, 줄기에 큰 가시가 발달하는 조각자(皁角刺)나무가 있으며, 가시가 접두어로 붙은 나무 이름에는 가시오갈피나무, 가시딸기 등이 있다. 가시의 색이 푸르다는 뜻의 청가시덩굴이다.
가시가 없는 대도 가시나무란 이름의 나무가 있다. 임금님 행차의 앞에서 깃대를 매는 긴 막대기를 가서봉(哥舒棒)이라 하며 중국에서는 무술에 쓰는 봉을 말하기도 한다. 가시나무는 이런 봉을 비롯한 창을 만드는 나무로 흔히 사용하였으므로 가서목-가서나무-가시나무로 변한 것이다. 속칭 이년목(二年木)이라고도 한다. 한자로 가시목(加時木)이라고 할 때도 있다.
8. 냄새 및 맛
그림 15) 돈나무 열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잎에서 역한 누린내가 나는 누리장나무, 지독히 쓴맛인 소태맛이 나는 소태나무, 나무에서 향기가 나는 향(香)나무, 익는 열매에서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섞여 있다는 의미의 오미자(五味子)나무, 열매가 달다는 뜻의 다래, 꽃향기를 약제로 쓰는 정향(丁香)나무, 상스러운 향기가 난다는 서향(瑞香), 향기가 백리에 이른다는 백리향(百里香) 등이 있다.
또 돈나무는 열매가 겨우 내내 끈적끈적하고 달큼한 액체를 분비하므로 각종 곤충과 파리 떼가 날아와서 지저분하기 때문에 똥나무가 변하여 돈나무가 되었다 한다. 기타 잔가지를 꺾어 물속에 넣으면 푸른 물이 울어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에 물푸레나무가 있다.
9. 생태 및 기타
그림 16) 겨우살이
그림 17) 해송
살아가는 생태적인 특성에 따라 낙엽이 저버린 기주(寄主)나무에서 겨울을 상록으로 나므로 겨울살이가 변한 겨우살이, 혹은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뜻의 겨우살이, 반상록으로 겨울도 참고 잘 견딘다는 뜻의 인동(忍冬)덩굴, 주로 개울가나 바다의 갯가에 잘 자란다는 갯버들과 갯대추가 있다. 담장의 덩굴이란 의미의 담쟁이덩굴, 바위가 많은 지역에 자라는 바위말발도리, 바닷가에 자라는 소나무란 뜻의 해송(海松) 등이 있다. 해당화(海棠花)는 바닷가에 자라는 아가위나무란 뜻이다. 순비기나무는 남부지방의 해변에서 거의 모래에 파묻히다 싶이 자라는 나무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해녀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뜻의 ‘숨비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 습기가 많거나 나무의 생재함수율이 높아서 붙은 이름에는 물박달나무, 물황철나무, 물오리나무, 물참나무, 물갬나무 등 앞에 물자가 있는 이름이다. 노박덩굴은 노방(路傍, 길가)덩굴에서 유래되었다. 노박덩굴은 햇빛을 좋아하여 흔히 길가 쪽으로 잘 자라나오기 때문이다. 마삭줄은 삼배 줄을 뜻하는 마삭(麻索)에서 온 것이다.
유사한 나무와 구별하기 위하여 참자가 붙은 참가시나무, 참개암나무, 참느릅나무, 참조팝나무, 참싸리 등이 있다. 또 깊은 산에 자란다는 산딸기나무, 산벚나무, 산뽕나무, 산앵도, 산조팝나무, 산팽나무, 묏대추, 두메오리나무 등의 예가 있다.
열매를 팽총의 탄환으로 사용할 때 날아가는 소리가 팽~한다하여 팽나무, 잎이 두꺼워 불 속에 던져 넣으면 "꽝꽝"하는 소리가 나는 꽝꽝나무, 수피를 태울 때 "자작자작"하는 소리가 나는 자작나무, 분지를 때 "딱"하고 분질러지는 닥나무(?), 마찬가지로 분지르면 "동강동강"하고 분질러지는 데서 동강나무가 변하여 된 댕강나무가 있다. 겨울에 반상록으로 지나나 대체로 살아서 겨울을 난다는 생동목(生冬木)에서 생동나무를 거쳐 변화된 상동나무가 있다.
10. 한자 이름
오랑캐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처럼 생긴 열매라는 호도(胡桃)가 변하여 호두나무, 뼈를 책임진다는 의미가 있고 한약제로 쓰이는 골담초(骨擔草), 노가자목(老柯子木)에서 변한 노간주나무, 대조목(大棗木)에서 대조나무를 거쳐 대추나무, 구룡목(九龍木)에서 변한 귀룽나무, 서목(西木)에서 변한 서나무(서어나무), 마찬가지로 소서목(小西木)에서 변한 소사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면 뼈에 좋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에서 변한 고로쇠나무, 목단(木丹)이 변한 모란, 아름다움에 취하여 머뭇거린다는 척촉(躑躅)이 변한 철쭉등이 있다. 흔히 말하는 소나무는 송목(松木)이 송나무로 변하고 다시 소나무로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소나무의 다른 이름인 '솔'은 위(上), 높고(高), 으뜸(元)이라는 뜻이며 '우두머리'라는 뜻의 '수리' 또는 '술'이 변음하여 '솔'이 되었다는 풀이도 있다. 석류(石榴)는 오늘날의 이란을 말하는 안석국(安石國)에서 가져왔다하여 처음 안석류로 부르다가 나중에 석류가 되었다. 주엽나무는 한림별곡에 나오는 조협목(皁莢木)이 변한 것으로 추정하며, 쥐엄떡과 같은 달콤한 열매 속을 빗대어 쥐엄나무가 주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밖에 채식하는 스님들이 나물로 잘 먹는 진짜 중의 나무란 뜻으로 참중(眞僧)나무, 모양은 비슷하지만 참중나무와 다른 가짜 중이란 뜻의 가중(假僧)나무가 있다. 모감주나무는 묘각(妙覺)이란 불교용어에 구슬을 붙여 처음에는 묘각주나무로 부르다가 모감주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한다. 또 거제수나무의 한자이름은 황화수(黃樺樹)이나 물난리를 막아주는 나무란 뜻의 거제수(去災水)로 해석하기도 하며 괴화(槐花)는 회화나무의 중국이름인데 '괴'의 중국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 혹은 회나무가 되었다 한다. 또 쉬나무는 중국의 오수유에서 나라 이름 '오'가 빠지고 수유나무로 부르다가 쉬나무가 되었다. 후박(厚朴)이란 한약제를 생산하는 후박나무가 있다. 노간주나무는 한자이름 노가자목(老柯子木)에서 왔다.
제주도에 자라는 죽절초(竹節草)는 대나무의 마디 같다는 뜻이다. 대나무는 원산지인 동남아에서의 이름이 ‘덱(tek)’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대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상수리나무는 수라를 드린다는 뜻의 상수라(上水刺)가 변하여 된 말로 추정된다. 이름에 초(草)나 풀이 들어가지만 실제는 나무인 것으로 인동초, 골담초, 만병초, 죽절초, 된장풀, 린네풀, 조희풀이 있다.
10. 동물 이름
개, 곰, 소, 호랑이, 여우, 고양이, 박쥐, 병아리, 까마귀, 까치 등이 있으며 특히 '개'라는 접두어는 본래의 나무와 비슷하나 무엇인가 좀 떨어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나리꽃과 비슷하나 나리가 아니란 의미의 개나리를 비롯하여, 개느삼, 개다래, 개머루, 개벚나무, 개벚지나무, 개비자나무, 개박달나무, 개산초, 개살구, 개서어나무, 개오동, 개옻나무, 개잎갈나무, 개회나무가 있다. 기타 곰딸기, 곰의말채, 호랑가시나무, 호랑버들, 호자나무, 쇠물푸레나무, 여우버들, 괭이싸리, 괭이신나무, 박쥐나무, 병아리꽃나무, 까마귀머루, 까마귀밥나무, 까마귀베개, 까마귀쪽나무, 까치박달, 까치밥나무 등인데 개, 까마귀 등이 접두어로 붙은 경우가 가장 많다.
11. 지명
산 이름이 붙은 경우는 백두산자작나무, 백운산물푸레, 지리산오갈피나무, 한라산철쭉이고 특정 지방의 이름이 붙은 것은 강계버들, 광능물풀레, 서울귀룽나무, 설령오리나무, 제주광나무, 풍산가문비, 북한의 회양지방에 많이 자라는 회양목 등이다. 섬으로서는 제주도 비양도 특산의 비양나무가 있다. 불교와 관련이 있는 보리수(菩提樹)가 아닌,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만나는 보리수(甫里樹)나무는 보리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나무의 의미로 추정된다. 비슷한 나무로서 상록수인 보리밥나무는 보리에서 나오는 열매를 밥처럼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리밥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라 이름인 경우는 구주물푸레, 구주소나무, 구주피나무, 당느릅나무, 당매자나무, 당버들, 미국산사나무, 서양까치밥나무, 서양측백, 일본목련, 일본잎갈나무, 일본젓나무, 중국굴피나무, 중국남천, 중국단풍나무, 이태리포플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2. 비슷한 이름
나무이름은 비슷하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나무에는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밤나무>, <오동나무, 벽오동, 개오동, 꽃개오동, 유동나무>, <산딸나무, 산딸기나무>, <까치박달, 개박달나무, 물박달나무, 가침박달, 박달나무>, <돌배나무, 콩배나무, 아그배나무, 팥배나무>등이 있다.
13. 다른 나라의 일반명
네군도단풍(negundo), 리기다소나무(rigida), 스트로브잣나무(strobus), 테다소나무(teada), 아까시나무(acacia), 튤립나무(tulip), 피라칸사(pyracantha)등의 예가 있다.
14. 이설(異說) 나무 타령
옛 사람들이 부르던 여러 가지 타령 중에 나무 타령이 있다.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가사를 정리하였으므로 지방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고, 실제로 없는 나무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아래 내용은 전해지는 나무타령 중에서 없는 나무는 빼고, 실제로 있는 나무만 골라 내어 다시 정리하였다. 아울러서 나무타령에 나오지 않은 많은 나무들도 추가하였다. 이름의 유래와 함께 처음 나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나무와 친숙해지는 첩경이 될 것이다.
(1). 오자마자 가래나무/불 밝혀라 등나무/대낮에도 밤나무/칼로 베어 피나무/너랑 나랑 살구나무/십리 절반 오리나무/열의 갑절 스무나무/방귀 뀌어 뽕나무/깔고 앉아 구기자나무/거짓 없어 참나무/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바람 솔솔 소나무/빌고 보자 비자나무/입 맞추어 쪽나무
(2). 영감 천지 감나무/한 자 두 자 잣나무/잘못 했다 사과나무/삼삼하다 삼나무/육박전에 육박나무/다섯 동강 오동나무/가뭄에 가문비나무/재 노랗다 노린재나무/누린내에 누리장나무/향기난다 향나무/쥐 없어도 쥐똥나무/복장 터져 복장나무/사시사철 사철나무/늠름하다 느릅나무/가렵다 옻나무
(3). 벌벌 떨어 사시나무/자작자작 자작나무/따끔따끔 가시나무/탱탱 불어 탱자나무/조각조각 조각자나무/팽글팽글 팽나무/딸랑 딸랑 방울나무/작살나는 작살나무/댕강 잘라 댕강나무/번쩍 번쩍 광나무/삐죽삐죽 빗죽이나무/빵빵 쏘아 딱총나무/활 쏘아 화살나무
(4). 밤에 보자 야광나무/잠자두자 자두나무/꽃 숨었다 무화과나무/함박 웃어 함박꽃나무/밥풀떼기 박태기나무/개 불알에 괴불나무/엄청 쓰다 소태나무/앉아도 서어나무/셈 잘한다 계수나무/한푼 두푼 돈나무/목돈마련 은행나무/고대광실 고광나무/굴건상주 굴거리나무
(5). 인심 좋아 후박나무/나 좀 봐요 주목!/마당 쓸어 싸리나무/풀었어도 매자나무/반말 찍찍 야자나무/친구 따라 벚나무/신비하다 비술나무/졸병은 졸참나무/장수는 장수팽나무/채찍질에 말채나무/산소 옆에 비목나무/아가에게 쉬나무/인정 많다 다정큼나무
(6). 쪼록쪼록 조록나무/아이고 배야 아그배나무/앵돌아져 앵두나무/말아먹자 국수나무/매운 맛 고추나무/보리방귀 보리밥나무/쌀밥에 이팝나무/수라상에 상수리나무/단맛보아 다래나무/국록 먹어 녹나무/군침 돈다 신나무/환자 없다 무환자나무/나보고는 나도밤나무/너보고는 너도밤나무
(7). 신발깔개 신갈나무/굳이 우겨 구지뽕나무/죽을 때 닥나무/여름에 으름덩굴/가을에 갈참나무/겨울에 겨우살이/찌르르 찔레나무/비 내린다 낙우송/잎 떨어져 낙엽송/푸르러도 단풍나무/홍두깨에 박달나무/속 비어 대나무/늘어졌다 능수버들
(8). 가짜 중 가중나무/진짜 중 참중나무/반질반질 중대가리나무/중 모였다 때중나무/부처머리 불두화/산사(山寺)에는 산사나무/관세음보살 염주나무/석가모니 보리수나무/뜰에는 뜰보리수/두메에는 두메오리나무/멀리 있다 먼나무/여기 있다 이나무/헛것 봤다 헛개나무/남쪽하늘에 남천/까마귀사촌 오죽
(9). 꾸깃꾸깃 꾸지나무/들며나며 들메나무/분발랐다 분비나무/솟아라 소사나무/진짜 달래 진달래/참아라 인동덩굴/같지 않다 다릅나무/잘 그렸다 회화나무/명사십리 해당화/쉬어가자 쉬땅나무/소귀신 소귀나무/자는 귀신 자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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