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브랜드(회사명) 네이밍 법칙의 모든것
우리가 보통 일상적으로 '회사명'이라고 하는 것을 여기서는 '기업브랜드'라고 하자. 왜냐하면 회사명도 하나의 브랜드역할을 할 수 있고 브랜드의 개념으로 봐야 회사로서도 경영방침이나 철학을 브랜드중심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기업브랜드(회사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살펴보도록 하자
1.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도 중요하지만 왜 어떻게 해야하는지 파악하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현상 중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물어보는 말 중 하나가 '지금 뭐하고 있냐'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의 인사는 'How are you' 이다. 어떻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기업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기업브랜드(회사명)에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업종을 뒤에 붙여 하는 일이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OO식품, OO화장품, OO패션, OO텔레콤 등등.
하지만 누구나 다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개성도 안 나타나고 기업의 철학이나 비전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서버전문업체 '디지털헨지'는 개성적인 기업브랜드이다. '디지털헨지' 는 4000년전에 만든 고대 유적인 커다란 돌을 조각하여 태양과 달이 뜨고 지는 시각과 고도를 측정했던 '스톤헨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어진 이름으로 해와 달의 움직임을 관측했던 '스톤헨지'처럼 디지털 세상의 흐름을 통찰하는 사람과 기술이 되고자 하는 철학을 개성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일단 ~시스, ~텍, ~콤, 등 지겨우리만큼 흔한 접미어를 완전 탈피하여 시간을 초월하는 서사적 세계로 소비자를 안내한다. 기업브랜드를 하나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고 우리가 잊었던 원대하고 웅혼한 신비감마저 느껴지게 한다면 좋은 기업브랜드이다.
2. 산업 접미사,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산업접미사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무엇을 어떻게, 라는 기업브랜드의 기본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
산업접미사도 독창적으로 개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업들이 기업브랜드를 바꾸는데 접미사만을 바꾸어 시대의 감각에 발맞추어 가고있다. 삼성전관이 삼성SDI로, 현대강관이 현대하이스코로, SK정보통신에서 SK텔레콤으로 산업접미사만 변경하였다.
앞부분의 '독립명칭'은 오랫동안 써온 고유 브랜드이기에 쉽게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자로 된 낡아보이는 산업접미사만 바꿈으로써 낡은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산업접미사를 떼어냄으로써 확장을 지향하는 기업브랜드들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로 변경한 것과, '매일경제신문사'는 '매일경제'로 변경한 경우가 그 예이다.
접미사를 쓸 때는 100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10년은 내다보고 지어야 한다. 한때 닷컴이 유행이었을 때는 개나 소나 닷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기업들이 닷컴을 붙여 '다껌'인줄 착각하게 만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불과 1-2년이 지나고 거품이 꺼지고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10년은 안되더라도 힘들면 3년은 내다보고 네이밍해야 할 일이 아니가.
3. B2B인가, B2C인가 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하라.
B2B인가, B2C인가에 따라 기업브랜드(회사명) 네이밍 법은 달라질 수 있다. 즉, 기업간의 거래를 하는 회사인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인지에 따라 네이밍법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B2B 회사는 거래대상 회사들이 정해져있고 정확한 타겟 설정이 가능하므로 전문용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하는 하는 기업브랜드는 발음과 의미, 표기가 쉽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 있는 네이밍이 필요하다.
즉, B2C 기업브랜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업브랜드로 하여 불특정 다수가 쉽게 부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
부르기 쉽게 네이밍한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소니이다.
주력 업종인 음향기기와 관련된 ‘소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sonus를 축약, 변형시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을 개발한 것이다.
또 1935년에 캐논(Canon)은 칸논(Kwannon)을 영어식으로 쉽게 바꾼것이다. 칸논은 관음(보살)의 일본식 발음.
향료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일 경우 향료의 영어단어인 Flavor 가 일반인에게는 좀 어려운 단어이지만 향료가 B2B 제품이고 향료가 필요한 식품회사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단어이기에 사용하기에 좋은 단어이다. 더군다가 업계에서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선발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영문 약자로 네이밍하는 것은 도박이다
영문 약자로 기업브랜드를 네이밍하는 것은 아주 큰 도박이다. 성공하면 유행이 되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문 약자로 기업브랜드를 네이밍하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아무나 써서도 안되고 아무 때나 써서도 안된다. 자기 자신을 알고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해야 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은 영문 약자로 네이밍을 해도 홍보비가 충분해 고유의 글자를 많이 알릴 수 있으므로 특정 철자는 독점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홍보비가 충분치 못한 기업은 홍보가 제대로 안되어 이름 알리기가 참 어려워 아주 힘든 상황이 된다.
KTF 나 KT는 나름대로 성공한 네이밍이지만 비슷한 이름인 KT&G, KTX 등은 KT를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
실제로 KT(한국통신)와 KT&G(한국담배인삼공사) 가 같은 계열의 회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것은 너무나 큰 기업 손실로 나타날 수 있다. KT&G가 이미지광고를 하면 모두 KT에게 좋은 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네이밍 패턴에서도 민족성을 엿볼 수 있다. 뭐가 하나 잘된다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벌집을 만들어 놓아야 직성을 풀리는 우리 민족.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모난돌이 정맞는다' 는 말이 너무 딱 맞는다.
5. 기업 브랜드에 기업의 철학이나 비젼, 사상을 담아라.
통상적으로 좋은 네이밍이란, 쉬운 발음, 듣기 좋고, 기억하기 쉽고 의미가 좋아야 한다. 기업브랜드 네이밍시 그 중에 제일은 의미이다. 기업브랜드에 의미부여를 강하게 하여 네이밍하면 개성이 살아나고 소비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무엇'이 될 수 있다.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인 ‘놀부’가 좋은 예다. ㈜놀부는 흥부놀부전에 나오는 놀부가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역발상을 통해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했고 독특함을 부여했다.
브랜드 제작업체 '율도국' 도 이상적인 브랜드 관련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를 담아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보통 이상향의 의미를 담고 싶으면 '~ 피아'를 많이 붙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홍길동이 세웠다는 이상국가를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영문일색인 네이밍업체 기업브랜드중 유독 한글이고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기 좋은 기업브랜드이다.
하우리는 ‘하늘 아래 우리가 있다’의 줄임말로 기업의 자신감을 표현한 이름이며 영어로는 ‘HOW’를 연상케 한다.
기업 철학을 담는 방법으로 종교적 이미지를 표방한 기업브랜드도 있는데 '이레전자’, '이레피혁’,'에벤에셀', '언더우드' 등이 그렇다. 그러나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강하게 나게 네이밍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기에 은은하게 은유적으로 하는 것이 성공방법이다.
6. 인명을 사용하여 기업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인명을 사용하여 기업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개인의 스타성을 활용하여 스타마케팅을 해보자는 전략과 연결되어 있다.
장점은 전문성과 신뢰를 나타내기에 좋다.
이찬진컴퓨터 교실, 하선정요리, 김정문알로에, 황성주생식(이롬라이프로 변경), 박학천논술, 김영모제과, 안철수연구소, 한샘국어, 성문기본영어, 앙드레킴을 비롯한 많은 수의 패션브랜드들. 특히 외국 브랜드는 인명을 이용하여 만든 브랜드가 아주 많다.
프록터&갬블(P&G), 휴렛과 팩커드가 자신들의 이름 첫 자를 딴 HP. Adias 는 창립자 Adi Dassler의 이름을 딴 것.
스타이름을 그대로 쓴 브랜드도 있으니 켈리백이나 그렉노먼, 젝 니클라우스 등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의 인기가 떨어졌을 때는 브랜드가 같이 운명을 해야하거나 지속할 경우 고루하고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위 브랜드중 몇 개는 해당된다.
인명도 본명을 그대로 쓰기보다 변형하여 네이밍해야 좋은 경우도 있다. 이름을 발음하기가 어렵거나 업종과 이미지가 맞지않을 때 그리고 본명이 촌스러울 때가 그것이다. 위에서 몇 개만 빼고 대부분은 본명인데 기왕에 인명브랜드를 쓰려면 본명이 아니더라도 업종에 맞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하나 새로지어 쓰는 것도 좋다.
시장에 맞게, 소비자에 맞게 변화를 주어도 좋다. 도요다 사키지(豊田佐吉)는 TOYODA가 맞지만 글로벌화를 위해 TOYOTA로 했다.
전자기기 생산업체 카시오는 창업자 가시오 다다오의 Kashio 대신 Casio를 기업명으로 정했다. 표기와 시각적 이미지화하기 편한 글자로써 Casio가 좋기 때문이다.
마쓰다자동차도 창업자의 성씨인 Matsuda 대신 Mazda를 사용하고 있다. 표기를 쉽게 하기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7. 브랜드명을 기업브랜드로 승격시키는 경우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써온 기업브랜드를 포기하고 제품브랜드를 기업브랜드로 승격시킬 것인가, 말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제품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도가 높고 호감도도 좋고 선호도가 좋다면 지금 당장 바꿔라.
‘쿠쿠’가 그렇게 했다. 성광전자가 기업브랜드인데 소비자들이 성광전자는 몰라도‘쿠쿠’라는 브랜드는 다 알게되자 기업브랜드를‘쿠쿠전자’로 변경하고 판매법인 이름도 ‘쿠쿠’(현 쿠쿠홈시스)로 지었다. 전기밥솥 하나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조선맥주'가 '하이트'로, '삼원식품'이 '해찬들'로 바꾸었고 웅진코웨이 개발에서 분사해 설립된 비데, 정수기 필터 생산회사였던 웅진엔텍은 생활가전 사업부문을 인수하여 ‘웅진쿠첸’으로 기업브랜드를 변경하였다.
포털사이트 엠파스를 운영하던 주식회사 지식발전소도 사명을 ‘엠파스’로 변경했고. 생활용품 및 화장품 브랜드인 뉴스킨을 보유한 NSE코리아도 ‘뉴스킨 엔터프라이즈 코리아’로 기업브랜드를 변경했다
이제는 명분이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쉽게 인식시킬 수 있고 많이 알려져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느냐,이다. 무엇을 ? 기쁨과 사랑을 말이다. 즉, '기쁨주고 사랑받자' 는 것이다.
외국에는 기업명과 제품명이 하나인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맥도널드, 코카콜라, 나이키, IBM, 말보로, SONY, 3M, BMW..... 기타 등등, 기타등등. 전문적인 분야를 취급하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고 심플하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다.
글 : 김홍열 (brand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