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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서문
*라티움의 한 해를 통틀어 세시(歲時)의 차례와 그 원인, 그리고 *라티움은 이탈리아 반도의 중부에 있던 고대국가.
땅덩이 아래편으로 졌다가 떠오르는 별무리를 노래할까 합니다.
*카이사르 게르마니쿠스 전하, 평온한 얼굴로 이 글을 받으시어, *게르마니쿠스(15 BC-19 AD) 는 로마의 제2대 황제 티베
두려움 가득한 나의 배가 항해하는 물길을 인도하여 주십시오. 리우스의 양자였으나 요절하여 황제가 되지 못했다.
이 작은 영예를 물리치지 마시고, 소신이 5
올리는 예를 신님의 애정으로 받아주소서.
여기에는 거룩한 예식들이 옛 연대기에서 발굴되어 있어서,
나날이 어떠한 행사가 있었는지 새로이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 속에는 황상폐하의 가문에 있었던 축제들과
선황제이셨던 조부님과 아버님의 함자를 접하시게 됩니다. 10 *조부는 아우구스투스 황제(63BC-14AD). 아버지는
전하께서는 이분들이 쟁취하시어 책력을 장식한 월계의 관을 티베리우스 클라디우스 네로 황제(42BC-37AD).
동생이신 드루수스 왕자님과 더불어 또 따시게 될 것입니다.
카이사르의 전쟁은 딴 사람들이 노래하게 하고, 소인의 주제는
카이사르의 제단과 책력에 올려두신 기념일에 한정할까 합니다.
전하의 가문을 칭송하는 일을 용서해주시어, 15
소신의 마음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게 하십시오.
저에게 마음의 평정을 주시어, 노래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전하의 눈길 하나이면 저의 노래를 살리고 죽일 것입니다.
저의 글귀는, *클라로스의 신에게 보내서 일독한 것처럼, *이오니아(현 터키의 중서부 지방)의 클라로스 섬에는 아폴로
학문이 깊으신 왕자님의 판결에 따라 요동칠 것입니다. 의 신당이 있어서 아폴로를 클라로스의 신이라고도 부른다.
전하의 세련된 입에 어떤 웅변이 담겨 있는지 저희는 압니다. 21
떨고 있는 피고들을 위해 정중한 무기를 드셨을 때 보았지요.
또 공자께서 시에 관심을 기울이시면 천재의
물결이 콸콸 넘쳐흐른다는 것* 저희는 압니다. *게르마니쿠스는 아라투스(그리스. 315-240BC?)의
전하께서도 시인이시니 옳은 일이라면 전하의 후원에 힘입어 25 시 <현상>를 번역한 적이 있다.
한 해를 무사히 지내도록 이 시인의 고삐를 끌어주시옵소서.
목동 파우스툴루스가 늑대와 함께 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발견한다: 루벤스(1616)
로마제국의 국조께서 책력을 처음 만드셨을 때,
한 해에 다섯 달 두 개를 두기로 정하셨습니다.
로물루스*께옵서는 확실히 별보다는 검을 잘 아셨으니, *고대로마의 창건자(BC 8세기).
인근의 적을 정복하는 것이 대왕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30
그러나, 카이사르 님, 대왕이 집착했던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그분의 실수를 정당화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미의 자궁에서 아이가 빠져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면 일 년으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 남편의 장례 후에 홀어미가 된 여자의 집에 35
애도의 표시를 보존해두는 기간이 열 달입니다.
그래서 *퀴리누스는 자기의 의상에도 이것을 표시하고, *로물루스 사후에 신격화된 이름. 의상에 열 개의 줄무늬가 있었다.
무지몽매한 백성들에게 일 년을 법률로 공포했습니다.
마르스의 달이 맨 첫 번째요, 베누스의 달이 두 번째 달로.* *마르스에서 마르티우스, 즉 1월이 생겼고, 아프로디
베누스 여신은 민족의 어머니요, 마르스 신은 아버지입니다. 40 테 (베누스)에서 아프릴리스, 즉 2월이 생겼다는 말.
셋째 달의 이름은 어른(마요레스)이라는 말에서 딴 온 것이며,
넷째 달은 젊은이(유베네스)에서, 나머지는 숫자에서 땄습니다.
그러나 *누마 왕은 야누스와 조상의 망령들을 잊지 않고, *누마(715-673BC)는 고대로마의 둘째 왕.
예부터 내려온 열 달에다 두 달을 앞에다 덧붙였습니다.* *두 달은 야누아리우스와 페브루아리우스. 전자는 앞과 뒤를 동
시에 바라보는 야누스 신, 후자는 '정화'의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허나 하루하루의 법칙이 다르다는 것을 몰라선 안 되기에, 45
루치페르가 떠오를 때마다* 같은 의무만 부과되지는 않지요. *'루치페르(샛별)가 떠오를 때마다'는 매일이란 뜻.
사법관이 세 개의 단어*를 말해서 안 되는 날은 *세 마디의 말은 (법을) ‘시행한다,’ ‘선언한다,’ ‘공포한다’이다.
불길한 날이요, 법정이 열리는 날은 길일입니다.
그러나 종일 그대로 지켜진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길일인 날도 아침에는 불길한 수가 많이 있으니까요. 50
일단 신에게 짐승의 내장을 제물로 바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허용되고, 귀하신 치안관도 자유롭게 아무 말이든지 해도 됩니다.
합법적으로 투표장에 들어가는 날*도 있습니다. *이날은 집회일. 달력에 집회(Comitiales)의 C자로 표시했다.
그리고 아흐레* 마다 늘 장이 서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일주일이 8일이었고 마지막 날이 장날(Nundinae)
유노 여신의 숭배는 꼭 로마력의 초하룻날을 고집합니다. 55 이었다. 지난 장날부터 세어서 아흐렛 날을 말한다.
반면 이데스*에는 살찐 백양이 유피테르를 위해 죽습니다. *이데스는 3, 5, 7, 10월의 15일과 나머지 달의 13일.
노네스*는 수호신이 없는 날입니다. 이런 날의 다음 날은 *노네스는 3, 5, 7, 10월의 7일, 및 다른 달의 5일.
새까만 날*입니다. 그러니 실수가 없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칼렌다이. 네파스투스보다 더 흉일이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악운은 지나간 사건에서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런 날 유독
마르스가 얼굴을 찌푸려서 로마 군이 대패를 거듭했습니다.* *게르마니아와 싸웠던 AD 15, 16, 17의 전황을 말하는 듯.
앞서 해드린 이런 이야기는 온 달력에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61
그러므로 소신은 이야기 실타래를 억지로 멈추지 않겠습니다.
야누스: 로마네스크 양식의 부조물. 두오모 박물관(이탈리아) 소장
1월 1일 초하루
보십시오, 게르마니쿠스 전하, 야누스가 첫 번째로
행운의 새해를 내 노래에 실어 전하에게 전합니다.
머리가 둘 있어 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신 65
야누스, 조용히 지나갈 일년을 열어줄 자여.
지도자들에게 행운을 보내드려라. 이분들의 노력으로
기름진 대지에도 평화, 큰 바다에도 평화가 있느니라.
원로의원들과 퀴리누스의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라.
그대의 머리를 흔들어서 하얀 신당의 빗장을 걷어라. 70
번영의 하루가 동튼다. 우리에게 고운 생각과 말씨를!
이 경사로운 날엔 경사로운 말만 해도 모자랄 판이다.
송사는 귀에 들리지 않게 하고, 우악스러운 설왕설래도
쫓아내라. 악의에 찬 혓바닥도 나풀거림을 멈추게 하라!
보아라, 하늘에는 향기로운 불꽃들이 반짝반짝 빛을 던지고, 75
화롯불엔 칠리치아*의 사프란 씨앗들이 따닥따닥 타고 있다! *소아시아의 남동 해안지방. 향료의 원료인 사프란이 많았다.
그 불꽃에서 뻗친 빛이 신당의 금붙이에 부딪쳐서
암자의 지붕 위로 가물가물 한 가닥 빛을 던진다.
새하얀 의상의 행렬이 타르페이아의 언덕*으로 향할 때는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카피톨리움의 일부. 여기 유피테
일반 백성들도 그 축제에 어울리는 의상을 갖춰 입는다. 80 르의 신전이 있어서 새 총독이 부임하면 관례로 참배하였다.
이로써 앞장을 선 새 막대와 도끼*와, 자주 빛 새 의상이 *소위 파스체스(속간)는 막대 사이에 도끼를 끼운 것. 막대의
은은히 빛나고, 멀리 상아 의자에 새삼 무게가 느껴진다. 수가 관직의 높이를 나타냈다. 나중 파시스트의 상징이 됐다.
팔레리이* 평원의 풀을 먹고 자란 어린 암소가 *티베르 강변의 한 도시.
멍에에 길들지 않은 목을 도끼 밑에 내맡긴다.
파스체(케)스: 이것은 눕힌 그림이다
유피테르께서 그의 언덕*에 올라 온 세상을 살펴보실 때 85 *카피톨리움 언덕.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로마 제국 말고 아무 것도 없다.
만세, 기쁜 날이로다, 세계의 지배자인 우리 민족이
지켜갈 만한 더 행복한 날이 되어 끝없이 돌아오라.
그러나 두 얼굴의 야누스여, 그라이치아*에는 그대와 비교되는 *그리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만 있다.
신이 없는 터이니 그대를 무슨 신이라 불러주어야 하겠느냐? 90
모든 천상의 존재들 중에 그대만이 뒤와
앞을 동시에 보는 이유를 내게 밝혀다오.
내가 서판을 손에 든 채로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홀연히 내 집이 전보다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뜬금없이 머리를 둘 가진 신성하고도 95
놀라운 야누스가 내 눈앞에 두 얼굴을 불쑥 내밀었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머리끝이 쭈뼛쭈뼛 일어서고
심장이 대번에 싸늘해져서 얼어붙는 줄 알았다.
그는 지팡이를 오른손에, 열쇠를 왼손에 들고
앞쪽에 있는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100
“달력을 공들여 노래하는 시인은 두려워 말고 너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받아라.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두어라.
옛사람은 나를 카오스*라 불렀다(태고 적부터 있기 때문이야). *우주가 생기기 전 혼돈, 무질서 상태.
지금 내가 노래에 담아 이야기하려는 긴 세월에 유념하여라.
맑은 바람과 나머지의 세 가지 원소들, 불과 물과 105
흙이 하나로 엉겨 붙어서 뒤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엠페도클레스(490?-430BC)의 4원론을 인용하고 있다.
언젠가 이 원소들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서, 엉겨있던 덩어리가
갈라지고 흩어지면서 각기 따로따로 새 집을 찾아가게 됐지.
불은 높은 곳으로, 바람은 그보다 낮은 곳으로
흙과 물은 중간치의 낮은 곳으로 가라앉게 됐어. 110
그때 나는 두루뭉술한 덩어리로, 일정한 모양도 없었는데,
차츰 신으로서의 얼굴과 사지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야.
지금까지도 한때 어수선하던 생김새의 표시가
앞과 뒤가 똑같아 보인다는 바로 그 점이라네.
내 외모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거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 115
들어보게. 그러면 알게 되고, 그것을 알면 내 직능도 알게 돼.
그대 눈에 보이는 모든 것, 하늘, 바다, 구름, 그리고 땅,
이 세상 만물은 다 내 손으로 닫고 열고 한 것들이라구.
이 광대한 우주를 지키는 일이 오직 나의 손에만 달려있지.
나 아닌 어느 누구도 우주의 회전축을 다스릴 수가 없거든. 120
잠잠하던 집안에서 평화를 몰아내야지 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평화는 아무 거리낌 없이 멋대로 길거리를 싸돌아다니게 된다구.
내가 튼튼한 빗장으로 전쟁을 가로막고 있지 않으면,
온 세상은 서로 살육하고 피를 흘리게 될 것이 뻔해.
나는 얌전한 호라*와 함께 하늘의 대문을 지키고 앉아있지. 125 *시간의 여신.
유피테르 신께서 오고가시는 일도 내가 조정해 드린다니까.
그래서 내 이름이 야누스란 말이야.* 그대는 여러 가지 *야누스의 이름이 에오(왕래하다)에서 왔다는 오비디우스의 생각.
내 이름을 들으면 웃을 거야. 신께서 내게 주신 이름이
소금 뿌린 음식을 주실 때는 파툴치우스*가 됐다가,
또 금방 클루시우스*로 변하기도 했다 그런 말이지. *'입을 열다(파테오)'와 '다물다(클라우도)'에서 만들어진 이름.
이처럼 순진한 옛사람들은 이름을 바꾸어서 131
내가 맡은 직분을 나타내기를 좋아했었다네.
이만하면 직능은 설명이 됐겠고, 이젠 내 모습의 이유도
알아야겠구먼. 부분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모든 문이란 문은 다들 이쪽저쪽 양쪽으로 앞면이 있어서, 135
한쪽으로는 사람들을 보고, 또 한쪽으로는 라르*를 향하지. *라르는 가정의 수호신. 집안 깊숙한 곳에 두었다.
그래서 누가 들고 나는지를 감시하며
문간을 지키고 앉아 있는 문지기처럼,
나는 하늘 궁전의 수문장으로서 한꺼번에
에오스와 헤스페루스*의 경계를 서고 있네. *에오스는 새벽의 여신. 헤스페루스는 저녁별 급성. 각각 동서를 뜻한다.
세 갈래로 나뉘어진 교차로를 지키기 위해서 세 방향을 141
향해 서있는 헤카테*의 얼굴을 그대는 본 적이 있겠지만, *헤카테는 얼굴이 셋인 마법, 삼거리의 수호신이었다.
나는 목을 돌리느라고 시간을 지체할까봐서
꼼짝 않고 선 채로 양쪽을 자유자제로 본다네.”
신은 이렇게 말을 하고, 거기에다, 내가 더 알고 싶은 것이 145
있으면, 아낌없이 대답해주겠노라는 내색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용기를 얻어서 겁 없이 신에게 감사하고
땅을 내려다보며 슬쩍 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
“그럼 좋습니다. 새해는 봄에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한데, 왜 하필이면 추운 계절에 시작하는 것일까요? 150
그럼 만물에 젊음이 소생되어 활짝 꽃을 피우고,
포도넝쿨에서도 어린 순이 새로 돋아날 것입니다.
또 나무는 모두 새로 돋은 잎으로 옷을 갈아입고
풀잎들이 땅 밑으로부터 무진장 움터오를 터인데.
새들은 지지배배 노래 소리로 따뜻한 하늘을 뒤흔들고, 155
들짐승의 무리는 목장에서 깡충깡충 재롱을 피우겠지요.
그때에는 못 보던 제비도 따사한 햇살 속으로 날아와서
진흙을 물어다가 높다란 서까래 밑에다 둥지를 틀겠지요.
쟁기질로 갈아엎은 농토는 새 살을 드러내고.
이쯤이 되어야 새해라 할만하지 않겠습니까?” 160
이렇게 내가 긴 질문을 하자, 그는 짤막하게
그리고 빠르게 두 행의 시를 지어 응수했다.
“동짓날에 새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태양이 떠오르니.
포에부스*와 일년은 같은 시점에서 출발을 하는 거야.” *태양신, 아폴로.
어린 시절의 포에부스(아폴로, 태양신): 루브르 박물관
다음으로 새해 첫날에도 어째서 송사를 없애지 못하느냐고 165
내가 묻었더니, 야누스는 대답했다. “원인은 바로 이것이야.
나는 새해가 태어나는 날에도 일을 하도록 마련을 해두었어.
자칫하면 그걸 빌미로 만인이 게으름에 물들 우려가 있거든.
그러다가 보면 모든 사람이 자기 직업을 장난으로 여기거나
늘 하는 일인데도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수도 있단 말이야.” 170
나는 또 물었다. “야누스, 나는 다른 신도 좋아하는데 왜
당신에게 맨 먼저 포도주와 향을 바쳐야 하는 것일까요?”
그가 대답했다. “문간을 지키는 나를 통해서 그대는
좋아하는 어떤 신이든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면 어찌하여 정월초하룻날에는 덕담을 175
주고받고, 서로 좋은 소망을 비는 걸까요?”
오른손에 잡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그는 답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늘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거든.
걱정 있는 사람은 첫마디 말에 귀가 솔깃해지게 되어 있어.
그리고 점쟁이도 그가 본 첫 번째 새한테서 점괘를 얻는다. 180
첫날, 절간이나 신들의 귀가 활짝 개방되어 있을 때에는,
효과 없을 기도 따윈 하지 않아. 말에 무게가 있어야지.”
야누스는 말을 맺었다. 조용히 있는 것도 잠시,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럼 대추야자열매나 말린 무화과의 선물은 무슨 의미이며, 185
백설 같은 항아리 속에 번뜩이는 벌꿀은 무슨 의미가 있소?”
“좋은 조짐을 얻으려는 거지. 일마다 그 향에 보답을 하도록,
그리고 일년이 내내 시작했을 때처럼 마냥 달콤하라는 거지.”
“단 것을 선물하는 이유는 알았소, 그럼 돈을 선물하는
이유를 설명하시오. 그대의 축일을 샅샅이 알게 말이오.” 190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벌꿀이 손에 굴러들어온 현금보다
달콤하다고 생각을 했다면, 그대는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사투르누스의 태평성대에서조차도 은근히 쇠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나는 본 적이 없다네.
세월이 흐를수록 돈 사랑이 심해져서, 지금은 절정이야. 195
그렇다면 이 이상 더 심해지는 일은 없을 것만 같은 걸.
재물이란 것이, 사람들이 가난하던 그 옛 시절보다,
로마가 신생국이었던 시대보다, 마르스의 아드님인
로물루스*가 작은 오두막에 살며, 강가에서 베어온 *고대로마의 시조 로물루스가 살던 오두막집은 초기의 주거
갈대를 깔고 잠자리로 삼던 시절보다, 더 소중해졌어. 지역이었던 팔라티움 언덕 한 모퉁이에 보존되어 있었다.
신당은 낮아서 유피테르께서 키대로 서보시지도 못했고, 201
오른손에 드는 번개막대도 흙으로 빚어 만들던 시대였지.
카피톨리움*을 보석이 아닌 풀잎으로 장식하던 때도 있었고, *카피톨리움은 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하나이지만 거기에
원로원 의원들이 몸소 양떼를 몰고 나와 풀을 먹이던 시절, 유피테르의 신전이 있어서 그 신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볏단 위에서 건초더미를 베개로 삼아 늘어지게 205
쉬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던 시절이 있었어.
집정관이 백성들을 심판하려면 쟁기도 버려야 했고,* *오래 동안 로마와 적대관계에 있던 고대 이탈리아의 아이퀴
가벼운 은쟁반을 소유하는 것도 범죄가 되는 시절이었지. 족을 분쇄한 뒤에 미련없이 농부로 되돌아간 친치나투스
그러나 이곳 행운의 여신이 머리를 하늘높이 치켜들고, (BC 5세기)라는 로마 정치가의 고사를 예로 들고 있다.
로마의 투구장식이 높은 하늘의 신들에게 닿은 뒤부터, 210
재물이 늘어나자 부귀에 대한 탐욕도 더 커져서
많이 가진 자일수로 더욱 많은 것을 추구하였다.
사람들은 애써서 벌어들여가지고는 낭비하기에 바빴고,
그러자니 이래저래 악을 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수종으로 배가 뚱뚱해진 사람처럼, 그들은 215
마시면 마실수록 더 큰 갈증을 느끼는 법.
오늘날 중요한 것은 돈밖에 없다. 재산이 명예를 갖다 주니까.
우정도 그렇다. 가난한 자는 어디에 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
그래도 그대는 묻는다. 돈으로써 얻은 점괘가 무슨 소용이냐고.
그렇다면 옛날 동전이 손에 들어오면 왜 우리는 기분이 좋을까! 220
한때는 구리를 썼지만, 지금은 금이라야 좋은 점괘를 얻는다.
그래서 지금은 구식 돈은 밀려나고 새 돈이 대신하게 되었다.
우리도 그렇다. 옛 절간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황금 절간이 마음에 든다. 신에게는 화려함이 어울리나보다.
우리가 과거를 찬미하긴 해도 오늘의 시대에 살고 있다. 225
그렇다면 신구의 풍습은 지켜나갈 가치가 충분히 있어.”
신의 충고는 끝났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들고 있는
신에게 전처럼 차분한 음성으로 다시 이렇게 물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동전 한 쪽에는
배가 새겨져 있고, 또 한 쪽에는 머리가 둘인 그림이 있지요?” 230
“많은 세월이 흘러서 동전이 다 닳아버리지 않았다면
그대는 두 개의 머리로써 나라는 것을 알아보았겠구나.
배가 거기 있는 이유는 이거야. 낫을 든 신*께서 배를 타고 *'낫을 든 신'은 농경의 신 사투르누스(크로노스). 그는 유피테르
온 세상을 돌아다니던 끝에 티브리스 강에 당도하신 게지. 등 아들들에게 쫓겨나 이곳 라티움에 숨어있었다는 전설이다.
요베로 인해 천국을 쫓겨난 뒤, 이 땅에 오신 사투르누스께서 235
얼마나 큰 환영을 받으셨는지 지금도 나의 기억에 생생하다네.
그날부터 그들은 사투르누스 인이라는 이름을 오래 보존했고,
그곳 나라 이름도 라티움*이 됐지, 신이 숨었다는 데서 말이야. *라티움은 '라테오(나 여기 숨어있다)'란 말에서 생겼다는 뜻.
사투르누스: 카라바지오(1571- 1610, 이탈리아)
그러다가 훌륭한 후손이 나와서 새롭게 오신 신을
기념하기 위해서 동전에다 배를 그려 넣었던 거야. 240
나 자신도 유리알처럼 맑은 티베리스의 강물이 모래 위로
잔잔하게 흘러내리는 땅 왼편 한쪽에 눌러앉게 되었다네.
여기, 지금 로마가 있는 거룩한 이곳에는 벌목되지 않은 울창한
숲이 있어서 몇 마리의 짐승이 사는 초원이 펼쳐있었단 말이야.
내가 거처하던 성곽은 요즈음 사람들이 야니쿨룸*이라고 245 *티베르 강 하류를 향해 오른편 둑에 있는 언덕.
흔히 내 이름 비슷하게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 언덕이야.
나도 그땐 왕 노릇을 했지. 땅이 신들을 용납해서,
신들과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살던 시절이었거든.
아직 인간의 죄악이 유스티치아*를 추방하지 않은 때였어. *정의, 정의의 여신. 그리스의 아스트라이아에서 온 듯.
이분은 우리의 땅을 버리고 떠난 맨 마지막 여신이었거든. 250
두려움이 아닌 수오지심이 폭력을 가하지 않고 사람을 다스렸고,
올곧은 사람들에게 법을 설명할 거라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어.
나는 전쟁과 담을 쌓았다. 그래도 평화와 출입구만은 지켰어.”
그는 열쇠를 내보이면서 말했다. “무기는 바로 이것이었다네.”
신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 나는 다시 입을 열고 255
나의 목소리로 신의 음성을 슬그머니 유도했다.
“하고많은 아치형의 문들 가운데 왜 두 개의 포룸*을 연결하는 *장터, 토론장. 지금 흔히 일컫는 공개토론, 포럼의 어원.
신의 신당이 있는 여기 한 곳에만 신성한 존재로 서계시나요?" *아치형의 출입문을 흔히 야니라 불렀는데, 포룸 로마노룸과
가슴까지 덮인 수염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신은 전쟁을 포룸 유스티움 사이에 있는 신당 안에 야누스의 상이 있었다.
일으킨 오에발루스*의 손자 타치우스의 이야기를 술술 꺼냈다. 260 *스파르타의 왕. 헬레나의 조부였고 사비니 족의 조상.
역적 수문장의 딸 타르페이아*가 팔찌에 매수되어 사비니 족을 *로마에 여자가 귀해서 이웃 사비니들을 잔치에 초대해 여인
쥐도 새도 몰래 성의 정상까지 진군하게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들을 뺏었다. 그래서 양국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이때 로마 수
“거기에서,” 신은 말을 이었다. “그대가 지금 내려왔던 문장의 딸 타르페이아는 뇌물에 매수돼 성문을 열어주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면 바로 계곡과 두 포룸에 닿아.
그땐 적들이 이미 성문 앞에 와 있었는데, 탐욕스러운 265
사투르누스의 딸*이 성문의 빗장을 걷어놓은 상태였지. *사투르누스의 딸은 유노. 유노는 트로이아의 후손이 세운
그 강력한 여신에 대항하여 전쟁을 하기가 두려웠던 싫어해서 로마를 미워해서 사비니의 타치우스의 편을 들었다
나는 교묘한 술책으로 나의 기술을 하나 써먹었다네.
내 힘을 이용하여 많은 연못의 입을 열어젖히고
급작스럽게 물을 콸콸 쏟아내게 만들었지 뭐야. 270
그리고는 우선 흐르는 물길에다가 유황을 풀어 넣었지.
부글부글 끓는 액체가 타치우스의 길을 막도록 말이야.
이렇게 했더니 사비니 족은 패퇴하고,
그곳은 옛날과 같이 평온을 되찾더군.
작은 신당과 연결된 곳에 나를 위해 제단이 세워졌지. 275
여기에서는 제사에 쓰는 밀과 과자를 불에 태운다네.”
“그럼 왜 평시에는 숨었다가 전쟁 때 문을 열지요?”
야누스 신은 내가 요구하는 해답을 단숨에 내놓았다.
“사람들이 싸움터에 나갈 때, 대문에 빗장을 지르지 않고 활짝
열려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도 열려있어야 하거든. 280
평시에는 평화가 떠나버리지 못하도록 닫아놓는단 말이야.
그리고 카이사르의 뜻이라면 나는 오래오래 닫혀있을 걸.”
그는 말을 마치고, 앞뒤를 바라보는 눈을 들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두루두루 살폈다.
거기엔 평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미 게르마니쿠스가 승리를 285
쟁취했다. 항복한 레누스*가 강물을 노예로 바쳤기 때문이다. *레누스는 라인강. 게르마티쿠스와 티베리우스의 게르마니아
야누스여, 평화와 평화의 사도들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고, 개선은 AD17, 5. 26일. 그러므로 이 예언은 대략 2년을 앞섰다.
평화의 성취자가 자기의 업적을 영원히 잊지 않게 하시라.
내가 지금 달력에서 배운 것을 보답해 주기나
하듯이, 이날 원로원은 두 개의 신전을 바쳤다. 290
강물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감싸고도는 강중 섬은
요정인 코로니스와 포에부스의 아들을 받아들이고,* *코로니스는 아폴로의 애인. 그녀는 부정한 짓을 하다가 아폴로의
유피테르도 거기에 모셔졌으니, 한 장소에 두 신당이 벌을 받아 죽고, 배속에 든 아들 아이스쿨라피우스는 꺼내서 살렸
거룩한 할아버지와 손자를 나란히 함께 모신 셈이다. 다. 이 내용은 ☞ <변신> 제2권 7, 그리고 제15권 5, 코로니스...
1월 3일
나는 어째서 별들과 그것들이 뜨고 지는 이야기를 못한단 295
말인가? 그것도 엄연히 내가 했던 약속의 한 부분이었는데.
수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이 일을 알아내서, 천상의
저택들을 가늠해보려 했던 이들은 얼마나 즐거운 마음이었으랴!
이들은 인간의 유약함과 생활하는 터전을 초월하여
머리를 높이 들어올렸던 사람들임을 믿어도 괜찮다. 300
포도주도 욕정도 그들의 고귀한 천성을 깨트리지 못했으며,
군복무도 사사로운 사업도 깨트리지 못하긴 역시 마찬가지.
시시한 권력에 대한 욕망, 화려한 영광의 허상,
축재에 대한 탐욕도 그들을 꾀이지는 못하였다.
먼 곳의 별들을 우리 시야까지 끌어당겨 놓았으니, 305
천체가 이 사람들의 지혜 앞에 항복을 한 셈이다.
그래서 인간이 하늘에 갈 수 있으니, 올림푸스에다 오싸를 *거신의 무리가 유피테르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하늘
포개거나, 펠리온의 정상이 높은 별들에 닿을 필요가 없다.* 에 오르기 위해 오싸산을 올림푸스 산 위에 포갠 적이 있다. 이런 스승들을 따라서 우리들도 하늘을 측량하여 펠리온 산도 이 근처에 있다.
떠도는 천궁들에게 알맞은 날짜를 매겨주어야겠다. 310
그러므로 노네스가 되기 사흘 전날 밤* *노네스는 3, 5, 7, 10월의 7일, 및 다른 달의 5일.
하늘에서 이슬이 내려 대지가 촉촉할 때,
여덟 개의 발을 가진 게*의 집게를 찾아봐야 헛일이다. *게자리(거해궁)는 황도십이궁의 네 번째 별자리. 11월 5일에 뜬다.
저편 서쪽바다 밑에 길게 곤두박질치고 있을 터이니까.
1월 5일
노네스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리라*가 떠오를 때 315 *베가(직녀성)를 포함한 여름-가을철 별자리로
먹장구름에서 떨어지는 소나기를 보고 알 수 있다. 로마에서는 이날 새벽 3시에 뜬다.
1월 9일 아고니아
노네스에다가 연이어서 나흘을 덧붙이게 되면
아고날리아의 아침이라 야누스를 달래야 한다. *아고니아의 참뜻은 알 수가 없으나 아고니움, 즉 희생이란 뜻인
이 날의 명칭은 신들에게 바칠 희생양을 때려눕히는 듯. 그렇다면 이날은 야누스에게 희생물을 바치는 날일 것이다.
허리띠 두른 사제의 말씨에서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320
시퍼런 칼날에 따뜻한 피를 묻히기 전에, 그는 지금 실행할까,
아니면 명이 있을 때까지 실행을 기다려야 하느냐를 물어본다. *아고니아가 ‘아가트네’(실행하다)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희생물들은 몰아붙여지지* 않으면 제단에 오는 일이 없기 때문에 *라틴어로 '몰다'는 아게레,‘몰리다’는 ‘아간투르’이다.
그날을 아고날리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고대인들의 아그날리아(양의 축제)는 아고날리아*에서 *암양은 아그나(agna). 축제는 아고날리아(agonalia).
글자 하나를 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326
이도 아니라면 희생물이 물에 비치는 도살용 칼을 무서워한 *라틴어로 '괴로움'은 아고니아이다. 현대어에도 아고니아는
데서, 짐승들의 괴로움이란 뜻으로 그날을 그렇게 불렀을까?* '희생,' 또는'투쟁'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영어는 agony.
옛날 즐겨 행해지던 경기*에서 유래한 *상품을 놓고 겨루는 아고네스라는 축제. 그중 잘 알려진
그리스 식의 이름을 가졌을 수도 있고, 것으로 올림픽, 피티아 경기 등이 있었다.
또 옛날 언어에서는 양을 아고니아라 불렀는데, 331
내 판단으로는 이 마지막 이유가 맞는 것 같다.
비록 이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의식을 집전하는 왕으로선
복슬복슬한 암양의 짝을 희생으로 바쳐 신들을 달래려 했겠지.
그것을 희생물이라 부른 것은 승리의 오른손으로 때려눕혔고, 335
‘희생물’은 정복된 ‘원수’에서 그 이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희생물은 호스티아, 적(원수)은 호스티스이다.
밀과 반짝반짝 빛나는 순수한 소금 알맹이가
예전에 신들의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피에서 뽑은 몰약*을 외국 배에다 싣고 *미라라는 소녀가 아버지의 씨를 받아 나무로 변해서 아들 아도니스를
대양의 파도를 넘어 들여오는 시절이 아니었던 것이다. 낳았다. 이 나무가 몰약의 원료가 되었다(☞ <변신> 제10권 5, 천륜...)
에우프라테스*에서도 향료가 오지 않는 때였고, 인도도 그랬다. 341 *터키에서 발원, 이라크를 거쳐 걸프 만으로 들어가는 강.
그리고 샛노란 사프란*의 심도 알려져 있지 않은 그런 시대라, *사프란의 암술머리는 향료로 쓰였다.
제단에 노간주나무의 향을 피우든지, 월계수룰 태워서
따닥따닥 큰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아도니스의 탄생(동판 조각): 에티엔느 피카르(1673 – 1733)
목장의 꽃을 따서 엮은 꽃다발에다가 제비꽃 345
한 송이라도 꽂을 수 있는 자는 알부자였다.
요즘 잡은 황소의 내장을 도려내는 데 쓰이는 칼도
당시 거룩한 제사를 올리는 데는 별 볼일이 없었다.
게걸스레 먹는 암퇘지 피를 제일 좋아하는 신이 체레스*였다. *혹은 케레스, 농업의 여신.
곡식을 축낸 짐승을 죽임으로써 따끔하게 본떼를 보이는 거니까. 350
체레스 여신은 봄이 되면 강모가 돋은 돼지들이 주둥이로 단물이
잘잘 흐르는 곡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돼지가 벌을 받은 것이다. 이 본보기를 보았으면
염소들도 포도넝쿨 순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옳지.
언젠가 한번은 염소 한 마리가 포도넝쿨에 코를 355
들이밀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염소야, 그 넝쿨을 씹기만 해봐라! 네가 제단 앞에 서면
거기에서 만들어진 무언가가 너의 두 뿔 위에 뿌려질 걸.”
이 말은 사실이었다. 벌을 주라고 원수를 건네받은
박쿠스*는 짐승의 뿔에 포도주를 좔좔 쏟아 부었다. 360 *포도주의 신.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
암퇘지는 죄의 값을 치렀다. 염소도 치렀다.
그런데 소와 양은 무슨 죄를 지었을까?
아리스타이우스*는 키운 벌들이 몽땅 죽는 것을 보며 *아폴로와 요정 치레네의 아들. 꿀을 포함한 농사법을 맡은
울었고, 거두지도 못한 벌통은 그대로 버려져야 했다. 작은 신. 나중에는 보통 이름으로 목가 등에도 등장하였다.
하늘색의 어머니는 아들의 슬픔을 달래주지 365
못하는 대신에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더했다.
“얘야, 눈물을 거두어라! 프로테우스*라면 손실을 만회하고 *예언자, 바다의 신. 바다의 노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죽은 것들을 되살리는 방법을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모습을 둔갑하여 너를 속일지 모르니
단단한 동아줄로 그의 두 손을 꽁꽁 묶어두어야 한다.” 370
젊은이는 예언자가 잠든 때를 타서 살금살금 다가가,
바다의 노인의 두 손을 단단히 결박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요술을 써서 몸과 얼굴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었지만,
동아줄의 힘을 견디지 못해서 곧장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물이 뚝뚝 듣는 얼굴과 바다 빛 수염을 들어올리며 375
말했다. “죽은 벌들을 어떻게 하면 살리느냐고 물었느냐?
암소 한 마리를 잡은 뒤에 그 시체를 땅속에 묻어두어라.
묻힌 암소는 네가 내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만들어 줄게다.
목동은 그대로 했다. 그 짐승의 썩은 시체에 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죽은 목숨 하나가 수많은 목숨을 낳아준 것이다. 380
양이 죽을 처지가 됐다. 신심 깊은 노부인이 전원의 신들에게
바칠 신성한 약초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축을 냈던 것이다.
털북숭이 면양과 농사를 짓는 황소가 제단 위에서 목숨을
바친다면, 죽음을 걱정 않아도 될 동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페르시아는 말 한 필로써 빛의 관을 쓴 히페리온*을 달랜다. 385 *태양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의 아버지.
이 빠른 신에게 느림보 희생물을 바칠 수가 없어서 그런다.
언젠가 쌍둥이 여신 디아나에게 바칠 처녀 대신에 암사슴을 *그리스의 원정군이 트로이아로 떠알 때 폭풍을 잠자우기
바친 적이 있다. 지금도 처녀가 아닌 암사슴을 바치고 있다. 위해 이렇게 한 적이 있다(☞ <변신> 제12권 1).
나는 눈 덮인 하이무스 산자락의 사파이아 사람*들이 *트라키아의 한 종족. 하이무스도 거기 있는 산. 트리비아 여신에게 개의 창자를 바치는 것도 보았다. *트리비아는 삼거리라는 뜻. 그 여신은 헤카테(혹은 디아나).
꼿꼿한 전원의 신 프리아푸스*에게는 어린 당나귀가 바쳐진다. 391 *소아시아 지방의 정원과 포도원의 작은 신. 이유인즉 낯 뜨거운 것이지만, 그 신에게는 아주 그럴듯하다. '꼿꼿하다'는 것은 성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스에는 포도넝쿨의 신 박쿠스의 축제*가 열린다. *그 해로부터 세어서 세번째 해, 즉 격년축제(비엔날레)이다.
세 번째 겨울마다 늘 정해놓은 때에 지내는 축제다.
여기에는 리아이우스*를 존경하는 신들도 오고, 395 *'근심을 낫게 하는 자'란 뜻. 박쿠스의 별명.
그밖에도 쾌활한 많은 다른 무리가 참여했었다.
판과 색에 밭은 사티루스*의 무리 하며, *판은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다리와 꼬리는 염소 모양,
물가와 호젓한 들에 사는 여신의 무리들. 이마에는 뿔이 있다. 사티루스, 파우누스도 대동소이하다.
거기에다 등이 움푹 팬 당나귀에 올라탄 실레누스*도 왔고, *박쿠스 신의 선생. 늘 술에 고주망태가 되어 있다.
거대한 막대로 수줍은 새들에게 겁을 주는 연지색의 사내.* 400 *프리아푸스. 소아시아 지방에서 숭상된 풍요,
달콤한 향락을 맛보기에 알맞은 수풀을 찾아서 다산, 정원의 신. 거대한 남근으로 유명하다.
모두들 풀밭을 침대 삼아 드러눕기도 했다는군.
리베르*는 화환을 들고 온 사람마다 포도주를 내려주고, *박쿠스의 별명. '자유로운 자'의 뜻.
콸콸 흘러내리는 강물을 섞어 희석해서 마시게 하였다.
거기 온 나이아스*들 중에는 생머리를 마구 휘날리는 405 *강, 개울, 연못의 요정.
축도 있고, 더러는 곱게 가지런히 묶은 축도 있었다.
속옷을 무릎 위에 걷어붙이고 술꾼 시중을 드는 이도 있고,
헐렁한 옷깃 사이로 가슴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이도 있다.
어깨를 드러낸 여자에다,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던지고
연약한 맨발로 풀밭에 치마를 끌고 다니는 여자도 있었다. 410
그러다 사티루스에게 사랑의 불길을 지피는 이도 있고,
솔잎으로 머리를 장식한 자*에게 그러는 여인네도 있다. *판이 곧잘 솔잎으로 머리를 장식한다.
판과 다프니스: 헬리오도루스(100 BC, 대리석상 모사품)
늘 갈중에 시달리는 호색가 실레누스*도 님프를 보고 불이 붙었다. *박쿠스 신의 스승(양부). 늘 술에 목마른 영감이다.
이 영감이 늙지 않는 길은 바람을 피우는 일밖에 달리는 없었다.
그러나 채소밭의 수호자며 영광인 연지색의 프리아푸스는 415
이들 중 누구보다도 로티스*에게 맥을 추지 못하는 처지다. *프리아푸스를 피하다가 나무가 됭 요정(☞ <변신> 제9권 5).
그가 그리워하고, 소망하고 한숨짓는 것은 오직 그녀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알은체하고, 손짓을 해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예쁘면 멸시하길 좋아하고, 미인은 코가 높은 건지,
그녀는 사내를 비웃으며, 아니꼽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420
밤이 이슥하고 술기운이 얼근히 오르자 졸음이 왔다.
모두들 잠을 이기지 못해 여기저기 누워 뒹굴고 있었다.
놀이에 지친 로티스는 이들과 제일 먼 곳에 떨어져서
단풍나무 아래 풀밭에 주저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 요정을 사랑하는 사나이가 일어나서 숨을 425
죽이고 발끝으로 걸어서 아무도 몰래 살며시 다가왔다.
백설 같이 흰 요정의 잠자리에 이르자,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사내는 아주 가까운 풀밭까지 와서 발굽을 든 채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님프는 여전히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430
그는 썩 기분이 좋았다. 님프의 발에 덮은 것을 걷었다.
행복한 사나이는 이 틈을 타서 소원을 풀 참이었다.
그때였다. 재수 없게 실레누스의 당나귀가 주둥이를
털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지르면서 힝힝 울어댔다.
놀란 님프가 벌떡 일어나서 프리아푸스를 밀어제치고 435
뛰어 달아나며 온 숲이 떠나가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뻣뻣해 있던 신은 달빛
속에서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의 비웃음을 샀다.
소란을 피우게 했던 당나귀는 목숨으로써 죄의 값을 치렀고,
지금까지도 헬레스폰투스의 신*에게는 귀한 제물이 되고 있다. *헬레스폰투스는 에게 해에서 흑해로 들어가는 입구.
그 신은 프리아푸스를 뜻한다.
프리아푸스(폼페이의 프레스코 벽화)
전원의 위로였던 너희 새들아, 너희는 한때 정숙하였고, 441
숲 속을 드나들면서 누구에게도 해코지한 적이 없었다.
너희는 둥지를 틀고 날개를 펴서 알을 품었고,
주둥이에서 쉬 흘러나오느니 달콤한 노래였다.
그러나 그것이 너희들의 수다 때문에 영 빛이 바래는 거야. 445
신들은 자기들 속내를 너희가 누설할 걸 환히 꿰고 있거든.
그 비난도 영 틀리지 않은 아닌 것이, 신들과 가까이 지낼수록,
목소리든 날갯짓으로든 보내는 신호가 더 정확하게 마련이거든.
오래 동안 모른 척 하다가도, 결국 새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신들은 입 싼 날짐승들의 창자를 보며 희희낙락 기뻐들 하지. 450
그런 이유로 하얀 비둘기가 종종 그 짝과 이별을 하고 *이달리움은 키프로스(터키 남쪽의 섬)의 고대도시. 여기의
이달리움* 인의 화롯불 위에서 굽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달리움 인은 이다 산에서 온 자들, 즉 로마인을 뜻하는 듯.
거위가 카피톨리움을 구했다고는 하지만* 그 간을 이오+의 *갈리아가 로마를 침공할 때(BC 390), 선봉대가 카피톨리움 언덕
제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신세가 됐으니 득 본 것은 없다. 까지 진격했는데, 거위들이 요란하게 울어서 나라를 구했다.
볏을 단 새는 밤의 여신 녹스를 위해 밤에 죽는다. 455 +이오는 유피테르의 연인. 유노의 시샘으로 암소가 되어 온
꼬끼오 소리로써 따스한 아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천하를 쫓겨다녔다(☞ <변신> 제1권, 12 이하).
이즈음은 선명한 돌고래*가 물속에서 떠오르며 *돌고래는 돌고래자리(델피누스). 로마에서는 이날 아침 7사에
제 고향인 바다 위로 얼굴을 드러내는 때이다. 떠서 일몰 후에 진다. 그러므로 밤에 잠시 볼 수 있다 한다.
이오와 유피테르: 람베르트 수스트리스(1510-1560)
1월 10일
다음날 아침이 겨울의 한중간이라,
남은 날과 지난날이 서로 반반이다. 460
1월 11일 카르멘탈리아* *카르메나이(예언의 님프들)의 하나인 카르
멘타(카르멘티스) 찬가(☞ 다음 ㈜)462.
티토누스의 신부*는 다음 날 아침 잠자리를 떠나면서 *티토누스의 신부는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아르카디아 여신*의 고위 사제가 행하는 예식을 본다. *님프 카르멘티스. 그녀는 메르쿠리우스와 정을 통하고 에반데르라는
같은 날 아침, 투르누스*의 누이도 역시 처녀의 물이 아들을 두었다. 이 모자가 이탈리아로 건너온 첫 그리스인이었다.
캄푸스*를 감돌아 흘러가는 그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투르누스는 라티움의 왕, 그의 누이는 유투르나라는 물의 요정.
이 의식의 원인과 성격은 어디에서 찾아보며, 465 *처녀의 물(아쿠아 비르고)는 로마에 있던 일종의 상수도.
한바다에 떠있는 내 배는 누구라서 저어주랴? *캄푸스는 평원. 여기서는 마르스의 공원을 의미한다.
노래라는 말에서 이름*을 따온 그대여, 나 그대를 계속 *여인의 이름은 카르멘타. 카르멘타는 노래라는 뜻이 있다.
공경하도록, 나를 깨쳐주고, 나의 의도를 받들어 주오. 이 대목은 카르멘타(카르멘티스)에게 바치는 기원이다.
단어로써 유추해도 괜찮다면, 달님보다 앞서서 생겨난 469
그 땅은 위대한 아르카스*의 이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아르카스는 칼리스토와 유피테르 사이에 태어난 아이.
거기에서 에반데르가 태어났다. 부모 양편이 이름난 아르카디아란 지명도 이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보고있다.
가문이지만 성스러운 어머니의 피로 더 고귀하였다.
여신의 영혼은 하늘의 불길을 받아들이자, 곧장
신의 영감이 가득한 예언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아들에게 금방 어려움이 닥쳐온다는 것과, 그밖에 475
많은 것을 예언했으나, 세월을 지나보니 모두 참말이었다.
젊은이가 어머니와 함께 추방되어 아르카디아며 파르하시아*의 *아르카디아의 한 고을. 에반데르가
집을 떠났을 때도 어머니의 말은 한 마디도 틀리는 법이 없었다. 고향을 떠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아이가 울면 어머니는 아들을 위로하였다. “사내답게
네 운명을 감당해야 해. 아가, 제발 눈물을 거두어라. 480
운명이 정해져 있었던 거야. 네가 추방된 것도 네 탓이 아니야.
그건 신의 뜻이야. 한 분의 성난 신이 너를 쫓아내신 거라니까.
마땅한 죄 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신의 화풀이를 당하고 있어.
크나큰 불행에 빠져있으면서도 죄가 없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
사람이 지닌 양심에 따라서, 그의 행동은 가슴속에 485
희망을 담기도 하고 두려움을 담기도 한단 말이다.
네가 처음 이런 변을 당한다고 조금도 슬퍼할 것 없다.
대단한 인물은 모두가 이같은 폭풍을 다반사로 겪었어.
카드무스*도 티루스의 해변에서 아오니아의 땅으로 *페니키아의 왕자. 유피테르의 애정행각에 희생된 동생 에우로
쫓겨난 뒤 유랑자로서 같은 고초를 겪지 않았느냐. 490 파를 찾지 못해 쫓겨나서 테바이를 건설했다(☞ <변신> 2-10)..
티데우스*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파가사이의 이아손*도. *왕위를 찬탈한 숙부에게 살인 누명을 쓰고 쫓겨난 칼리돈 왕자.
그밖에도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엔 시간이 모자란다. *이아손도 뺏긴 용상을 찾기 위해 원정을 했다(☞ 변신> 7-1).
용기 있는 자에게는 모든 땅이 제 나라야. 넓은 바다가
물고기에게, 모든 빈 공간이 새들에게 그렇듯이 말이다.
거친 폭풍도 일년 내내 성을 내지는 않는다. 495
너에게도 봄철은 오는 거야(내 말 믿어라).”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서 용기백배한 에반데르는
배를 타고 파도를 갈라 헤스페루스의 땅*에 닿았다. *서쪽, 서쪽에 뜨는 별 금성. 헤스페루스의 땅은
그리고 슬기로운 카르멘티스의 충고에 따라 그리스에서 보아서 서쪽인 이탈리아이다..
배를 저어 티베리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500
어머니는 타렌툼의 얕은 여울로 경계를 이룬 강둑을 살폈다.
쓸쓸한 들판에 작은 오두막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고물에 섰던 그녀는
노를 젓는 하인의 손을 황급히 멈추었다.
그리고는 오른편 둑을 향해 팔을 뻗어 505
소나무 갑판을 탕탕탕 세 번 내리쳤다.
에반데르는 그녀가 뭍으로 덥석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간신히 등을 붙들고 버틸 뿐이었다.
그녀는 부르짖었다. “만세, 약속된 땅의 신들이여,
새로운 신들을 하늘나라에 바칠 신천지여, 만만세! 510
이 자비로운 땅에 안겨있는 강이여, 연못이여,
숲의 님프들이여, 수많은 나이아스*의 무리여! *숲의 님프는 드리아스. 나이아스는 물, 연못의 님프.
지금 보이는 풍경이 나와 내 아들에게 좋은 징조가
되어, 둑 건너편 땅을 딛는 발이 복을 받게 해다오!
내가 속은 것인가? 아니면 저편 언덕이 높은 성벽에 가려지고, 515
온 세상 온 땅이 이 땅, 이 곳의 법률을 수용하게 될 것인가?
온 세상이 언젠가는 저편 산들에게 귀속할 것으로 약속되어 있다.
과연 이곳에 그와 같은 숙명이 도사리고 있음을 누가 믿겠는가?
곧 다르다누스*의 자손이 탄 배가 이 해변에 닿으면, 519 *유피테르의 아들, 트로이아의 시조.
한 여인네*가 새로운 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니라. *이탈리아 중부 라우렌툼의 공주 라비니아의 결혼 문제로
귀여운 손자 팔라스*는 어찌 사람 잡는 갑옷으로 치장하느냐? 인접한 루툴리와 트로이아의 유민 아이네아스 사이에
그래 입어라! 하찮은 장수는 너의 복수를 하지 못할 것이니. 전쟁이 벌어진 사건. *팔라스는 에반데르의 아들.
너는 패망한 트로이아를 정복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것이다.
너는 전사함으로써 네 원수의 집들을 무너뜨린다, 그런 말이니라.
너희 정복의 불꽃들이여, 넵투누스의 페르가뭄*을 태워 없애라! *넵투누스는 트로이아의 페르가뭄(성) 건설을 도왔디.
설마하니 불타고 남은 재가 온 세상을 뒤덮어버리지 못할쏘냐? 526
효자 아이네아스가 곧바로 성물과 거룩한 아비*를 이리로 *아이네아스는 베누스 여신과 안키세스의 아들이다.
모셔올 것이니, 베스타*여, 일리움*의 신들을 영접하십시오! *베스타는 가정과 나라의 수호신. 일리움은 트로이아.
두고 보시오. 바로 그 손이 세계와 그대를 지킬 것이며,
한 신님*께서 몸소 성스러운 의식을 집전해 주실 것이오. 530 *로마제국의 대신관이기도 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온 나라의 안위가 아우구스투스*의 가문에 달려 있으니, *로마 황제의 칭호. 시황제는 옥타비아누스(재위, 27 BC-14 AD).
이 가문이 제국의 고삐를 잡도록 이미 정해져 있도다.
그 뒤에는 이 신님의 태자와 태손*께서―신님께선 당연한 듯 *태자는 티베리우스(재위, 14-37), 태손은 게르마니쿠스(37-41).
거절하셨지만―성심으로 대를 이어 나라를 다스리실 것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황제로 추대되었으나 사양했다.
그리고 이 몸이 언젠가는 영원한 제단에서 신에게 바쳐지듯, 535
율리아 아우구스타*께서도 새로운 여신으로 태어나실 것이다." *옥타비아누스 시황제의 부인.
이야기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이르자
예언을 하고 있던 입에서 말소리가 뚝 끊어졌다.
추방자 에반데르는 배를 내려서 라티움의 잔디밭에 섰다.
유배 장소가 과연 이런 곳이라니, 참으로 가슴이 벅찼다! 540
잠깐의 세월이 흘러간 뒤 새로운 거처들이 우뚝우뚝 일어섰다.
아우소니아에 아르카디아 인의 언덕*보다 높은 것은 하나 없었다. *아르카디아 인의 언덕은 그들의 첫 주거지 팔라티움
언덕을 말한다. 아우소니아는 이탈리아.
보라. 헤르쿨레스*도 이 세상 저편에서 먼 길을 돌아 *헤르쿨레스(헤라클레스)는 열 번째 난제로 에리테아(에스파니니아 남서
에리테아의 소들을 몰고 이곳으로 오고 있지 않으냐. 편 도시)의 제리온을 죽이고 그의 소떼를 몰아 에반데르를 만나러 왔다.
그가 주인의 집에서 접대를 받고 있는 동안
소들은 마음 놓고 넓은 들을 누비고 다녔다. 546
아침이 밝았다. 잠에서 깨어난 티린스의 영웅 헤르쿨레스는
-그의 소떼 중에서 두 마리의 황소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짐승들은 아무래도 찾을 길이 없었다.
카쿠스*라는 악한이 그의 동굴로 끌고 가버렸던 것이다. 550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악한.
카쿠스란 자는 아벤티누스*의 숲에는 공포요, *고대 알바 왕국의 왕 아벤티누스의 이름에서
이웃과 나그네에게는 적지 않은 해악이었다. 유래한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
얼굴은 모질게 생기고, 몸은 짚동만했다. 그만큼
힘도 장사였다. 이 괴물의 아비는 물치베르*였다. *'녹이는 자'의 뜻으로 제신의 대장장이. 불카누스라고도 한다.
그는 깊숙한 은신처가 많은 동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555
한번 몸을 감추면 산짐승들도 좀처럼 찾아내지 못했다.
동굴 입구 위쪽에는 인간의 팔과 두개골이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하얗게 바랜 뼛조각들이 삐죽삐죽 내밀고 있었다.
유피테르의 아들은 잃어버린 몇 마리 가축을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참인데 없어진 소들이 음매 소리를 질렀다. 560
“나를 부르는 모양이로구나.” 그는 소리를 따라서 길을 잡았다.
그는 복수를 다짐하면서 숲을 지나 그 수상한 동굴을 찾아왔다.
그러나 도둑은 입구에다 바윗돌로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있었다.
열 마리의 소로써도 겨우 움직일까 말까 할 정도의 큰 바위였다.
헤르쿨레스는 한때 온 하늘을 떠멘 적이 있던 565
어깨의 힘으로 바윗돌을 거뜬하게 밀어치웠다.
그때 바윗돌이 구르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스러웠던지,
하늘의 대기가 진동하고 그 무게에 땅이 움푹 패었다.
카쿠스는 처음에 우선 맨손으로 맞서 보다가,
결국 돌과 통나무로 맹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570
그것도 먹혀들지 않자, 아버지의 기술을 이용하여,
괴성을 내지르면서 입으로 불꽃을 확확 내뿜었다.
그가 뿜어내는 불꽃은 티포에우스*가 숨을 쉴 때 *유피테르 신에게 도전했던 백 개의 손을 가진 거신. 도전에 아이트나 산에서 솟아오르는 불꽃을 방불케 했다. 실패한 뒤에 시칠리아 섬 밑에 깔려 누워서 벌을 받고 있다.
헤르쿨레스는 과연 빨랐다. 그는 울퉁불퉁한 몽둥이*를 *헤르쿨레스는 이 몽둥이를 그의 상징물처럼 늘 갖고 다녔다.
높이 쳐들어 세 번, 네 번, 악한의 얼굴을 갈겨주었다. 576
카쿠스는 피와 범벅이 된 연기를 뱉어내며 쿵 하고
넘어져서 넓은 가슴팍을 땅바닥에 부딪치고 죽었다.
승리자는 황소 한 마리를 유피테르에게 바치고 나서
에반데르와 그가 거느리는 백성들을 잔치에 초대했다. 580
그리고 어느 황소에서 딴 이름을 가진 도시 한편에
몸소 제단을 쌓고 그 제단 이름을 막시마*라고 했다. *막시마는 '가장 위대하다'는 뜻이 있다.
에반데르의 어머니는 대지가 영웅 헤르쿨레스와의 인연을
끊어야 할 때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584
그러나 많은 신들의 사랑을 받아가며 행복하게 살아온 예언자는
지금 어엿한 여신으로, 야누스의 달 이날을 자기의 날로 삼았다.
헤르쿨레스와 카쿠스(흰 대리석 조각, 이탈리아, 피렌체)
1월 13일
이데스 날 정결한 제사장*은 거룩한 유피테르의 신전에서 *'정결한 제사장'은 플라멘 디알리스, 즉 유피테르의 사제.
거세한 염소의 내장을 불꽃 위에 바쳐서 제사를 지낸다.
이날은 만방의 속주들이 우리 민족에게 귀속된 데다,
선조부께서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수여받은 날이다. 590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의 칭호를 받은
고귀한 왕실 방에 걸린 밀랍 모상에 새겨진 설명을 꼼꼼히 것은 27 BC, 1월 13일. 이로써 사실상 왕정이 시작되었다.
읽어보아도 이러한 칭호가 인간에게 주어진 일은 바이없다.
아프리카 정복자*는 아프리카란 이름을 땄고, 항복한 *포에니 전쟁의 영웅 스키피오는 아프리카누스, 소아시아의 이사우 이사우리아, 혹은 크레타의 힘이 입증되는 것도 있다. 리아를 함락한 세르빌리우스는 이사우리쿠스라는 칭호를 얻었다.
굴복한 누미디아나 메사나*에서 영광을 누린 사람도 있고, 595 *누미디아는 아프리카, 메사나는 시칠리아 의 고대국가.
자기 명성을 누만티아*라는 도시에서 얻어낸 사람도 있다. *에스파니아의 도시. 스키피오가 점령, 칭호는 누만티누스였다.
드루수스*의 죽음과 영예는 모두가 게르마니아의 탓이다. *황제의 양자 드루수스(티베리우스의 형)는 게르마니아
불쌍한지고. 미덕이란 것은 그렇게도 명이 짧은 것인가! 원정 뒤에 죽고(9 BC) 게르마니쿠스라는 칭호를 받았다.
카이사르께서 패배한 자에게서 칭호를 얻기로 하셨다면
지상에 널려있는 종족의 수만큼 많은 이름이 필요하겠다. 600 *티투스 만리우스 (갈리아 총독)는 갈리아 인과 싸워 토르크
그러나 단 하나의 적을 상대하고 명성을 얻은 사람도 있는데, 란 목걸이를 뺏고 토르쿠아투스의 칭호를, 작전에 도움이 된
그들의 이름에 정복한 토르크*나, 까마귀* 칭호가 붙어있다. 까마귀의 칭호로 얻은 마르쿠스 코르부스(까마귀)도 있었다.
대 폼페이우스+ 이름에 그가 이룩한 업적이 나타나 있다. +삼두정치의 폼페이우스에게 마그누스(위대한)가 붙었지만
그러나 이 사람을 패주시킨 이야말로 더 위대한 인물이다. 파르살리아에서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여 살해되었다(48 BC).
파비우스+ 가문은 나라에 끼친 공적으로 ‘가장 위대하다’고 605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 베르코소스는 포에니 전쟁의
불렀으니 이보다 높은 계급의 가문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공로로 독재집정관이 되어 명문이 되고 이후 이 가문에는
그래도 이 인물들이 얻은 영예는 다 인간의 것이지만, 늘 막시무스(가장 위대한)이란 칭호가 붙었다.
높으신 유피테르와 같은 계급은 아우구스투스뿐이시다.
원로들은 성스러운 것들을 다 아우구스투스*라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존엄하다'는 뜻이다.
사제들의 손으로 정식 봉헌된 절간들이 다 그러하다. 610
‘점을 친다’는 말*도 알고 보면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다. *점치는 일은 '아우구리움.' 아우구스투스의 어원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모든 걸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 영도자의 제국을 점치고 수명을 점쳐주어서,
그의 떡갈나무* 관이 황제의 문간을 지켜주었으면! *떡갈나무는 유피테르의 신목. 유피테르가
신들이 돌보시어 부왕께 내렸던 길조가, 위대한 칭호를 가지신 615 아우구스투스를 지켜주길 기원하고 있다.
계승자께서 세상을 다스릴 때에도, 계속 돌보아주시기를 빈다.
1월 15일
지나간 이데스를 세 번째 태양이 다시 돌아볼 때는
파르하시아의 여신*을 위한 의식이 되풀이될 것이다. *파르하시아는 아르카디아의 한 지방. 여신은 카르멘타.
전에는 아우소니아의 어머니들이 수레(카르펜타*)를 탔는데, *바퀴가 둘 달린 수레.
(이것들도 에반데르의 어머니 이름에서 온 걸로 생각된다.) 620
나중에는 그 영예가 박탈되었기 때문에 모든 어머니들은
반갑잖은 남편의 혈통을 낳아주지 않기로 맹세를 했었다.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억지 비법을 사용하여
자궁 속에서 자라는 아기를 들어내어 버리기도 했다.
원로원은 여인네들의 매몰찬 행동을 꾸짖는 한편 625
거두어들였던 권리를 다시 회복해주었다고 한다.
자녀의 출산장려를 목적으로 테게아의 어머니*를 위해 *테게아는 아르카디아의 한 도시. 그러므로 '어머니'는 카르멘타.
두 개의 유사한 축제를 개최하도록 명령하게 되었다.
여신의 신당에는 가죽을 반입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다.
여신의 순결한 화롯불이 죽은 짐승 껍질로 오염될까 해서다. 630
옛날 의식을 좋아하거든 여신께 바치는 기도를 들어보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들을 듣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포리마와 포스트배르타*를 달래는 기도를 올린다. 이들이 *로마신화에서 포리마(포로르사, 혹은 안테보르타)는 미
카르멘타 여신과 자매간인지, 함께 귀양 온 여인들인지 모르겠다. 래의 여신 포스트베르타 와 더불어 카르멘타 자매 중
전자는 먼 옛날에 있었던 일을 노래한다고 알려져 있고, 635 하나이다. 출산 때 아이의 머리가 먼저 나오면 포리마가
후자는 먼 훗날 일어날 일을 노래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돕고, 발이 먼자면 포스트베르타가 와있는 거라 믿었다.
1월 16일
다음 날이 밝아지면 콘코르디아 여신*이 들어설 백색의 신당은 *콘코르디아는 화합이란 뜻으로 그 신당이 몇 개 있었다.
고귀한 모네타*가 늘 사뿐사뿐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과 가깝다. *'충고하는 자'란 뜻. 유노의 별명. 유노 모네타의 신당은 다
라티움 백성을 굽어보는 아름다운 여신의 신당이 섯 번의 집정관을 지낸 카밀루스 마르쿠스 푸리우스(4세기
신의 축성을 받은 손으로 새롭게 재건된 것이다. 640 BC)가 콘코르디아 신당이 있는 포룸에 봉헌, 계단으로 서
옛날 에트루리아 민족을 복속시킨 푸리우스가 신당을 로 연결되게 되어 있었다.
바치겠노라 서약했다가 신의를 버리지 않은 결과이다.
그 원인은 이러하다. 평민들이 스스로 무장을 갖추고
귀족들을 떠나가니 로마로서는 이 세력이 두려웠던 것.* *당시 평민들이 정치적 평등을 쟁취했기
최근 이유가 더 그럴듯하다. 존경하올 영도자의 명으로 645 때문에 만민의 화합이 절실했던 것이다.
게르마니아가 그들의 헝클어진 머리다발을 진상해왔다.
그 뒤로는 정복한 민족에게서 얻은 전리품을 헌납하여
폐하께서 숭배하시는 여신을 위해 신당을 지어 바쳤다.
당신의 모후*께서도 (이분만이 위대한 유피테르와 침상을 함께 *리비아 드루실라(58 BC-29 AD), 금상황제 티베리우스
나누실만하다) 목숨과 제단으로써 이 여신을 받들어 모셨다. 650 의 모후. 여기의 유피테르는 선황제 아우구스투스.
1월 17일
이날이 지나고 나면 포에부스는 염소자리를 떠나, *포에부스는 태양. '술병 든 젊은이'(물병자리)는 가니메데스라는 양치기
술병을 든 젊은이를 통과하는 길을 잡을 것이다.* 소년. 유피테르에게 납치되어 하늘에서 그의 술심부름을 했다(그림은
☞ 제2권 148). 이날 태양이 염소자리에서 물병자리로 옮긴다는 말이다.
1월 23일
지금부터 이래가 지나서 해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나면,
거문고자리*는 더 이상 하늘에서 반짝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 거문고는 리라라는 서양 악기(☞ 1월 5일. 315).
1월 24일
이 별자리*가 떨어지고 나면 사자+의 가슴팍 한가운데에서 655 *거문고자리. +'사자'는 사자자리(큰곰과 처녀자리 사이에 있
은은하던 별빛이 땅거미와 함께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는 황도 12궁의 다섯째 별자리) 한가운데 별은 바빌로니아
나는 달력에 적힌 것을 서너 번이나 뒤져보았지만 사람들이 하늘의 수호자로 여기던 레굴루스라는 별이다.
파종하는 날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내가 쩔쩔매자 무사*가 참견했다. “그날은 사제들이 정하는 걸. *무사(영/뮤즈. 복수는 무사이)는 학문, 예술을 맡은
이리저리 옮겨질 수 있는 날은 달력에서 찾아 뭘 하려고 그래? 660 아홉 자매 여신. 여기 여신은 천문을 맡은 우라니아.
축일이 고정돼 있지는 않지만 시기만큼은 확실해.
들에 비료를 주고 씨를 뿌리는 때가 바로 그때지.”
우라니아와 칼리오페: 시몽 부에(1590-1649)
가득 채운 여물통 앞에 화관을 씌운 수송아지들을 늘어세워라.
이들의 노고는 따사로운 봄날이 되면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니라.
휴식을 얻을 만큼 부려먹었으니. 이제 농부는 쟁기를 기둥에 665
걸어두어도 좋다. 입은 상처를 보며 겨울 땅이 몸서리치겠다.
파종이 끝나으면 집사는 토지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땅을 가느라고 애쓴 일꾼들도 쉬게 해야 한다.
마을에는 축제를 벌이고, 농부들은 마을을 깨끗이 하고,
해마다 하듯이 떡을 만들어 집집마다 아궁이에 바쳐야지. 670
곡식의 어머니들인 체레스와 대지*를 그들이 길러놓은 *체레스(데메테르)는 농업의 여신. '대지'는 텔루스(땅, 땅의 여신).
옥수수와 새끼 밴 암소 창자를 갖다 바쳐 달래드려라.
체레스와 대지는 공통의 직능을 수행한다. 체레스는
곡물에게 생명력을 주고, 대지는 토양을 제공하니까.
“그대들은 단짝으로 함께 고생해서 도토리 대신 675
더 훌륭한 음식으로 옛날 생활을 바꾸어놓았다.
풍성한 수확으로써 부지런한 농부들의 소원을 풀어주어라.
애써서 가꾼 만큼의 값진 보답을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연약한 씨앗들이 영원히 열매를 맺게 해주고,
돋아난 새싹이 차가운 눈발에 녹아버리지 않게 하라. 680
우리가 씨앗을 뿌릴 때, 하늘은 맑고, 바람은 잔잔하길 빈다.
씨앗이 땅 밑에 숨어들거든, 하늘은 그 위에 비를 뿌려다오.
경작해 놓은 땅의 골칫거리 새들을 막아다오.
이놈들은 떼로 몰려 와서 들녘을 망가뜨린다.
개미들도 뿌려진 씨앗을 제발 소중히 해주었으면. 685
그래야만 추수 뒤에는 더 큰 혜택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곰팡이가 더덕더덕 앉아서 곡물을 말려놓지 말고,
고르지 않은 날씨로 낟알의 색깔이 허옇게 바래지 않기를.
오그라들지도 말고, 과숙하지도 말기를.
너무 살이 쪄도 못쓰게 되는 수가 있다. 690
들에는 사람 눈에 해로운 독보리*가 나지 않아야 하며, *보리와 비슷한 독이 있는 식물.
기껏 가꿔놓은 땅에 속 빈 애귀리도 나지 않아야 한다.
논밭에는 밀과 보리, 불에 두 번씩 구워야 하는
슈펠트 밀* 같은 관심거리가 많이 생산되었으면!" *독일이 원산지인 밀. 주로 가축용으로 많이 재배되었다.
이 말은 농부들을 위한 것이니 농부들도 이렇게 소망하라. 695
두 여신이 우리의 소망을 들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전쟁이 인간을 오래도록 옭죄고 있어서, 쟁기보다는
검이 쓸모가 있었다. 소는 군마에 밀려서 뒷전신세.
호미는 할일이 없어지고, 괭이로는 투창을 만들었다.
무거운 쇠갈퀴는 달구고 두드려서 투구를 만들었다. 700
그나마 신님들과 전하의 가문 덕분에 전쟁은 전하의 발에
짓밟혀서 족쇄를 차고 있은 지도 벌써 한참이 되었습니다.
소에게 멍에를 올리자. 쟁기질이 끝난 흙에다 씨앗을 뿌리자.
평화가 체레스를 돌보게 하자. 그러면 체레스는 평화의 양녀.
1월 27일
다가오는 초하룻날을 앞선 여섯째 날에 705
레다*의 아들들은 신당을 헌납해 받았다. *스파르타의 왕비. 유피테르를 통해 헬레나와 카스토르와 폴룩스
신의 가문을 이어받으신 두 형제+가 유투르나의 호반에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이 쌍둥이 형제가 쌍자궁 별자리가 되었다.
신의 아들인 두 쌍둥이 형제를 위해 이 신당을 지었다. +여기 '신'은 카이사르. 형제는 드루수스와 티베리우스. 유투르나는 ☞ 1월
11일, 463의 ㈜. 이 쌍둥이가 디오스쿠리(신의 아들)이다. 티베리우스는
죽은 드루수스의 이름을 더해 쌍둥이 신당을 새로 봉헌했다(6 AD).
1월 30일
노래를 부르다보니 평화의 제단까지 왔다.
이 날은 이 달의 그믐날에서 둘째 날이다. 710
오라 팍스*여, 단아하게 땋은 머리를 악티움의 *팍스(평화, 평화의 여신)의 제단이 로마에 있었다. '악티움의
월계수로 꾸미고 온 세상 얌전히 머물러다오. 월계수'는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
우리에게 원수도 없고 승리의 원인도 없다면, 그대는 합군을 무찌른 악티움 해전의 승리(31 BC)를 암시한다.
우리 영도자들에게 전쟁보다도 크나큰 영광일 것이다.
장졸들은 무력 침략자를 방어하기 위해서 무장을 갖추고, 715
힘찬 나팔소리는 종교 행렬을 위해서만 울려퍼져야 한다.
가까운, 혹은 멀리 있는 세계는 아이네아스의 후손을 두려워하라.
혹시 로마를 두려워 않는 나라가 있었다면, 이제 로마를 사랑하라.
사제들이여, 평화의 불꽃 위에 향을 더 던져 넣어라. 그리고
하얀 희생물이 이마에 포도주를 적시고 죽어 넘어지게 하라. 720
그런 뒤에 경건한 기도에 은혜를 베푸는 신에게 간구하여
평화를 보증하는 가문을 영원히 평화 가운데 머물게 하라.
이제 내 수고의 첫 부분은 막바지에 왔다.
그리고 이달이 끝나듯 이 한 권도 끝이다.
***제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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