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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道歷程(구도역정)
 
 
 
카페 게시글
지대방 스크랩 촌놈 첨으로 주례선 날!
풍각쟁이 추천 0 조회 110 06.05.29 12:01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촌놈이 첨으로 다리 달달 덜어감서 주례선 친구들인디, 잘 살어라고 복 좀 갈라 주이다 이~!)
 

주례사

(잘난 것도 아닌디 몇 날 대그빡 짜 감서 맹근 거라서 올리 보네요!)


참 세상을 제대로 다 살아 보지도 못한 저에게 ?릴附坪? 주례사를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오늘의 주인공 신랑 구자철 군과 신부 조미환 양 때문에 이 자리에 서기는 했습니다만 여기 모이신 인생의 선배 어르신들을 보니 새파란 놈이 잔망스럽다는 지천이나 안 들을랑가 싶어서 애가 터집니다.


또 주례사라는 것이 두 사람이 만나서 새 출발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라 하고 가르쳐 주는 일인데 나도 무던히도 남들 말 안 듣고 멋대로 살아 온 처지에 이리 살아라 저리 살아라 한다는 것도 낯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왕지사 이 자리에 서게 되었으니 인생의 선배로서 몇 마디하고 넘어야 하겠습니다.


첫째, 신랑과 신부는 서로 덕 볼 생각만 하지 말기 바랍니다.

오늘 이 앞에는 그동안 서로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따져보고 나름대로 계산이 맞아 떨어져서 이제 함께 살아도 좋겠다는 결론을 얻은 신랑과 신부가 서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계산이 나왔는지는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혹시라도 이 사람이라면 내가 사는데 좀 편하겠다, 덕을 보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였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라도 생각을 바꾸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만 두라는 말이 아니고 앞으로는 내가 이 사람을 어찌하면 불편하지 않도록 잘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꾸라는 말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바깥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는 일을 열심히 하고 남편 되는 분은 이 사람이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 줄까 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기 바랍니다.

덕을 보겠다는 생각하고 덕을 베풀겠다는 생각하고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것이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하는 첫 마음부터 서로를 배려하고 베푸는 맘으로 출발하기 바랍니다.

그런다고 전부 퍼 주기만 하고 손해만 보고 살아라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일곱 정도를 주고 셋 정도만 받기를 기대하는 맘으로 산다면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아니고, 이 계산만 지키고 살면 살아가면서 큰 다툼이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자식은 키우는 것이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을 하서 결혼을 하게 되면 돈을 벌어서 살림을 늘여 나가는 일도 중하지만 자식을 낳아 새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일이 가장 큰 일이 되는데, 요즘은 부모님의 선택을 받아 세상에 태어나는 일 자체부터 경쟁을 겪고 나와야 하는 세상이니 어찌 보면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을 엄청난 투자를 하여야 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못 배우고 못 먹고 살던 예전 아버지 어머니들도 두 배 세 배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자식 농사뿐이었습니다.

둘이 만나서 보통 대여섯 명씩은 낳아서 잘 키웠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더 많이 배우고 똑똑한 요즘 부모들은 하나나 둘을 낳아 가지고도 더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는데 이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만들려고 하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은 낳아 놓으면 큰일이 생겨서 죽지 않는 이상 다 크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억지로 늘일려고 하고 호랑이를 개로 만들려고 하거나 호박에서 오이를 열게 하려니까 힘이 드는 것입니다.

자식을 억지로 자기가 가 보지도 못한 길을 가라고 몰아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신나게 앞장서서 가면 오지마라고 해도 따라 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가족끼리 좀 더 오순도순 사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이들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닌 신랑과 신부에게 너무 긴 이야기를 해 봤자 복잡하기만 할 테지만 부모님들처럼 몇 배를 남기는 인생을 살 것인지, 아니면 겨우 본전이나 하던지 아니면 손해를 보면서라도 본인들 인생이나 재미나게 살 것인지, 신혼 초에 결정해야할 일이기에 이야기 하는 것이니까 살아가면서 남편 직장을 따라 열 번 스무 번 이사한 집 아이들 하고, 아이들 학교 따라 이사하며 사는 집하고 어떤 집 아이들이 부모를 알고 부모 대접을 하고 사는지 직접 주변을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부모님을 챙기고 삽시다.

지금 신랑신부의 부모자리에 있는 분들은 나름대로 어른들을 모시고 살았다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분들인데도 지금은 자신들이 했던 것 반도 받지 못하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 그만큼도 못 하고 사는 젊은 사람들이 늙었을 때는 어찌 될까요!

아마 앞으로는 자식들에게 뭘 기대하고 의지하며 산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예나 지금이나 내가 부모를 챙기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큰소리 칠 명분이 없어져 버립니다.

요즘은 함께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매일 붙어살면서 다투는 일도 없으니 조금만 자주 찾아뵈면서 정을 이어가는 일이 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 가는 시간을 부모님께 놀러가는 것으로 장소만 조금 바꾸면 온 가정이 행복할 수 있거든요.


끝으로 덧붙이는 말은,

많은 아내들이 밥상을 차리면서 불평들을 많이 하는데 남편이 밖에 나가서 힘들게 벌어서 먹을 것을 부엌까지 넣어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부엌에서 상 위에 올리는 일만 귀찮고 힘들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입니다.

더 풍성한 식탁을 만들고 싶다면 기분 좋게 먹고 힘내서 더 많이 벌어 오도록 해야 하는데 잔소리만 하고 있으면 힘이 날까요?

또 많은 남편들은 고생해서 벌어다 주니 편하게 앉아서 제대로 안 모시어 준다고 불평들 하는데, 겉으로는 노는 것 같아도 주부들이 집안에서 하루에 백리를 간다고 합니다.

암만 많이 벌어도 안에서 제대로 관리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알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한 配慮라는 단어는 남편이나 아내, 즉 배우자를 뜻하는 배자와 걱정하고 염려한다는 뜻의 려자가 만나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아내는 남편만을, 남편은 아내만을 염려하고 생각하여라 하는 뜻으로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소중한 말이고, 지금까지 제가 주례랍시고 길게 나불거렸던 모는 말들을 다 잊어버리더라도 이 배려라는 한 단어만은 평생 잊지 말고 가슴에 품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그것 하나라도 남겨지는 것이 있어야 제가 이 높은 자리에 올라 서서 다리 떨어가면서 주례 선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5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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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6.05.29 12:26

    첫댓글 저 농부님은 전남 광양땅에 사시면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농부입니다. 어느 선지식보다 더 귀한 법문을 스스로 오지게 사는 촌놈이라는 농부님의 입을 통해서 듣습니다.

  • 09.12.09 08:1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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