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대신 붓으로 글을 쓴다면‥‥ 손재주 좋은 한국인은 모두 명필가, 명화가가 될 것이다. 지(紙)· 필(筆)· 묵(墨)· 연(硯)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화 제작의 연장이다.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도 한다. 원래 문방(文房)이란 문사(文詞)를 보살되는 직책이었다. 후에 서재를 일컬었다. 사보(四寶)란 서재에 마련된 필수 도구인 지 ·필 ·묵 ·연이다. 문방사보야 말로 한국화 정신을 표현하는 필수적 도구이자 재료이며 그것으로 독자성을 나타낼 수 있다.
진(晋)대에 황태자 책봉 때 문방사보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종이는 중국 동한(東漢)의 채륜이 발명하였다. 재료는 죽(竹:대), 저(楮:닥나무), 안피(雁皮:산닥나무), 도고(稻藁:볏짚), 마(麻:삼), 훤(萱:원추리), 삼아(三椏:인삼) 등이 쓰인다. 원료를 깨끗한 청수(淸水)에 잘 씻고 담궈서 추운 겨울에 만든 것을 상품으로 친다.
중국 선주(宣州)와 복주(福州)에서 볏짚과 대로 만든 선지(宣紙)와 대나무에 닥나무를 섞어 만든 당지(唐紙)가 있다. 중국에서 만든 종이는 일반적으로 당지라 부른다.
당지 1호, 2호, 3호가 있다. 고급스럽고 발묵이 잘되는 것은 옥판선지(玉板宣紙)와 본(本)화선지이다.
우리 나라에 종이가 들어온 것은 2~3세기경 불경과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본다. 신라시대 범한(梵漢) 다니리경은 백무지 (白撫紙)가, 고려 때는 아청지(鵝靑紙)가 쓰였다. 전통한지는 질 좋은 저피(楮皮:닥나무 껍질)로 만들었다. 질기고 통풍이 잘되었다. 한지 한장 만드는데 백번의 손이 간다 하여 백지(百紙)라 한다. 화선지는 습기와 햇볕을 싫어하며 숨을 쉰다. 신문지 등에 말아서 비닐 등에 싸두면 바람 들지 않고 좋다.
붓은 진(晋) 이전에 나왔다고 보나 진의 몽념(蒙恬)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붓은 보통 대나무에 필모(筆毛)를 부착시켜 만든다. 모(毛)는 사슴 ·말 ·살괭이 ·이리 ·염소 털 등이 쓰인다. 붓은 털 손질과 심지(fa)를 세우는 것이 생명이다. 붓은 호의 길이에 따라 장봉 중봉 ·단봉필 등으로 나눈다. 강호필(剛毫筆)은 말, 돼지, 쪽제비, 살괭이 털을 쓰고 겸호필(兼毫筆)은 여러 가지 털을 섞어 만든 붓이다.
한국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대까지 붓을 널리 사용하다가 한일합방(1910년)이후 쇠퇴하였다. 우리 나라 붓은 쪽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 좋고 염소 털로 만든 양호필(羊毫筆)이 주종을 이룬다. 광주 백운동의 진다리 붓이 유명하다.
붓은 잘 씻어 물기를 빼고 음지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 보관한다. 좋은 붓이란 첨(尖) ·제(齊) ·원(圓) ·건(健)의 사덕(四德)을 갖춘 붓이다. 즉 털끝은 가지런하고, 성형이 둥글고, 붓대가 튼튼하게 잘 붙어 있고, 탄력 있는 붓을 말한다
먹은 BC.2세기 한대(漢代)의 송연묵(松烟墨)이 최초다. 명대(明代)에 전성하고 청대(淸代)에 대중화되었다. 먹은 그을음 ·아교 ·향료를 섞어 만든다. 쓰이는 기름은 소나무 기름이 최고이며, 유채기름, 참기름, 참죽나무기름, 완두콩기름 등도 쓰인다. 건조가 된 먹은 대합조개 껍질로 광을 낸다. 먹은 자연산인 석묵(石墨), 먹색이 좋은 송연묵(松烟墨), 채종유(菜種油)로 만든 유연묵(油煙墨), 먹속에 홍(紅)을 넣어 만든 홍화묵(紅花墨), 수은과 유황과 납을 섞어 만든 주묵(朱墨)도 있다.
한국은 신라시대에 뛰어난 송연묵이 생산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아주 많이 생산되었다. 송연묵은 황해도 해주산이 유명하였다. 요사이 먹은 대개 양연묵(洋烟墨)이다.
먹은 입자가 가늘고 고와야 한다. 두들겨서 쇠 소리가 나면 좋은 먹이다. 또 갈아 보아서 윤기가 있으면 좋다. 먹은 비닐로 싸서 상자 속에 넣어 둔다.
벼루는 한대(漢代)에 제작되어 송대(宋代) 유행하였다. 명대(明代)에는 돌 자체 모양에 치중하였고 청대(淸代)에는 화려해지고 다양해졌다. 벼루는 돌 ·뼈 ·도자기 ·금속 ·나무 ·대 ·옥 등으로 만든다. 단계석으로 만든 단계연(端溪硯)을 최고로 친다. 그 모양에 따라 풍자(風字)형 ·원형 ·장방형 ·환(環)형, 지연(池硯) ·산수연(山水硯) 등이 있다. 중국 산동성의 노연(魯硯), 광동성 단주(端州)의 단계연, 길림성과 송화강 변의 녹석연(綠石硯) 등이 있다.
한국은 1916년 낙랑고분에서 원판 석연(石硯)이 발견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돌벼루와 도자기벼루 등이 생산되었다. 그중 청자연(靑磁硯)이 최고로 멋있다. 벼루는 조선대에 생필품이었다. 현재는 남포(藍浦)벼루가 유명하다.
좋은 벼루는 석질이 견고하고 봉망(桻芒)의 입자가 미세하여 먹의 입자가 고르고 가늘게 잘 갈리는 벼루다. 또 먹물이 쉽게 마르지 않아야 한다. 벼루는 잘 씻어 두어야 먹의 찌꺼기가 생기지 않는다. 강한 먹일수록 봉망이 좋은 벼루에 갈아야 한다.
문방사우 외에 연적(硯滴: 물 따르는 그릇)과 문진(文鎭: 종이 누르게), 깔개 등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