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4(Mission: Impossible-Ghost Protocol, 2011)'가 전국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2월15일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4’는 개봉 6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더니, 17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하고 개봉 한 달을 앞두고 관객 700만 명 돌파할 기세로 큰 흥행기록을 보이고 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제5전선’이라는 TV시리즈로 방영되었다가 1996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제1편이 만들어진 이후, 2편(2000), 3편(2006)으로 폭넓은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이지만, '미션 임파서블 3'을 끝으로 주인공 톰 크루즈가 5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등을 고려해서 더 이상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5년 만에 4편에 출연한 톰 크루즈는 국내 개봉에 맞춰서 감독 등과 함께 홍보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방문은 이번이 5번째인데, 방한 할 때마다 그가 보여준 친절한 미소와 팬 서비스로 많은 한국의 젊은 팬들로부터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션 임파서블 4는 라따뚜이(Ratatouille; 2007), 인크레더블(Incredibles; 2004) 등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2회나 수상한 브래드 버드가 감독하고, 이미 전편에 줄 곳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톰 크루즈(Tom Cruise)를 비롯하여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 사이먼 페그((Simon Pegg), 폴라 패튼((Paula Patton) 등이 출연한 러닝타임 132분, 15세 이상 관람할 수 있는 액션물이다.
영화제목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은 직역한다면 '유령 외교의례' 혹은 '남들의 눈에 안 띄게 하는 의전' 등 다소 상징적인 의미인데, 이것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서 주인공 이단 헌트를 특수요원 신분에서 졸지에 테러분자로 처리한 암울한 상황을 암시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15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된 영화는 긴박감 넘치는 액션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나무랄 데 없는 연출 이외에 화려한 영상미가 더해져서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여기에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받침 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최고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세르비아 살인자 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러시아의 한 감옥에 갇힌 것으로 시작되는데, 동료요원 제인 카터(폴라 패튼), 벤지 던(사이먼 페그) 등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 헌트는 무인포스트 공중전화를 통해서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가려는 악당 코발트를 저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코발트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하여 크렘린 궁으로 잠입한다.
그런데, 헌트는 크렘린 궁의 지하창고로 잠입하였을 때 자신들과 같은 주파수를 쓰는 다른 일당을 발견하는데, 또 지하자료실에서 코발트의 자료를 찾던 중 이미 누군가가 탈취해 간 것을 알고 크렘린 궁을 빠져나오는 순간 크렘린 궁은 폭파된다.
헌트 일행이 사용하는 비밀 통신 주파수를 이용한 일당이 코발트이었으며, 그는 러시아 출신 해킹 전문가의 도움으로 핵미사일 비밀정보를 입수하고, 크렘린 궁까지 폭파시킨 것이다.
하지만, 헌트에게 비밀지령을 내렸던 미국정부는 러시아와의 외교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즉시 IMF조직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하여 헌트는 국제 테러리스트 신세가 된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까지 헌트를 핵무기 비밀을 탈취해간 테러범으로 알고, 추격에 나서면서 헌트는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는다.
헌트는 크렘린 궁을 빠져나오다가 궁전이 폭파될 때 부상을 입고 러시아 당국에 체포되었으나, 테러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또 탈취당한 핵미사일 발사 암호도 되찾아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탈출한다.
그러나, 헌트 곁에는 자신의 탈옥을 도와주었던 제인과 벤지, 그리고 내근요원으로서 국장을 수행했다가 살아남은 IMF 수석분석가인 브란트(제레미 레너) 등 단 세 명뿐이다.
헌트는 작전의 실패가 국장과 함께 러시아를 찾아온 IMF본부의 내근요원이라고 하는 낯선 브란트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코발트 일당으로부터 탈취해간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되팔려고 하는 또 다른 테러조직인 폴라(레아 세이두)가 접선하려고 사실을 알고, 넷이서 작전수행에 나선다.
헌트 일행은 코발트 일당의 거래장소인 두바이로 이동하는데, 코발트 일당과 폴라가 거래하려고 하는 핵미사일 암호를 빼앗기 위하여 멤버 제인은 핵미사일 암호를 가진 폴라로 가장하고, 핵미사일 암호를 가진 폴라에게는 헌트가 코발트인 것으로 가장하여 거래에 나서지만, 결국 암호가 담긴 가방은 코발트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처럼 예측을 불허하는 두뇌싸움은 최첨단 과학기구와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팀 멤버들의 역할 분담이 너무 짜 맞춘 것 같다는 비판을 무색하게 한다.
여기에서 코발트 일당이 벌인 크렘린 궁의 거대한 폭파 신도 웅장하지만, 두바이에서 코발트에게 빼앗긴 핵미사일 암호가방을 찾으려고 칠흑 같은 모래폭풍 속에서 벌어지는 헌트와 코발트의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전, 그리고 인도 뭄바이 도심 주차장서 펼쳐지는 액션 등이 매우 흥미진진하지만, 가장 백미는 헌트가 코발트 일당과 접선하기 전에 빌딩 전산통제실로 잠입하려고 빌딩 외벽을 올라가는 위험한 장면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828m나 되는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외줄에 매달려서 올라가는 헌트의 액션이 너무 위험해서 제작진은 세트에서 촬영 후 CG로 합성할 것을 권했지만, 톰 크루즈는 대역 없이 직접 건물에 매달려 촬영을 했다고 한다.
핵미사일 암호를 빼앗긴 헌트는 인도 뭄바이에서 구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발트 일당이 러시아가 아닌 인도 뭄바이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 다시 인도 뭄바이로 이동한다.
영화는 이렇게 무대를 헝가리 부다페스트, 러시아 모스크바, 두바이, 인도 뭄바이 등으로 이동하면서 도시의 웅장한 모습을 이멕스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헌트 일행 4명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마치 정밀한 기계장치처럼 합동하여 인공위성의 전파 발사를 중단시키는 장면은 블록버스터에서만 가능한 시각적 쾌락과 창의적인 대규모 액션 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헌트는 코발트로부터 핵미사일 암호를 되찾게 되지만 코발트가 죽기 전에 이미 발사명령을 내림으로서 미사일이 우주를 날아간다.
미사일이 우주를 날아가는 짧은 시간에 코발트 일당이 파괴한 핵미사일 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뭄바이의 어느 방송국의 케이블을 헌트 멤버들이 가까스로 복원하여 미사일은 뉴욕 앞바다로 추락하게 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계속 제작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톰 크루즈가 줄곧 주인공 이반 헌트 역을 맡고 있으며, 그를 중심으로 한 IMF팀은 영화 제목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지만 항상 임무를 완수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4에서는 오리지널 TV시리즈가 지녔던 팀플레이의 재미를 살리면서 고전적인 첩보영화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약간의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그것은 이든 헌트가 영화의 주인공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톰 크루즈의 개인적인 활동보다는 팀워크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두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시리즈 1편에서는 내부의 적과 싸웠고, 2편에서는 적의 애인이었던 여인과 사랑에 빠졌으며, 3편에서는 갓 결혼한 뒤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의사인 약혼녀까지 죽음의 한가운데로 내몰아야 했던 주인공의 개인적인 활동이 이번에는 러시아 크렘린 궁 폭발 테러사건에 연루되어 3명의 팀 동료와 함께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미치광이 과학자 코발트에 맞선다는 설정이 그렇다.
또, 한편으로는 IMF의 수석분석가로 새로 캐스팅 된 제레미 레너가 톰 크루즈로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주인공 역할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한편 흑인이면서 여전사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폴라 패튼의 활약이 돋보이는 점도 그렇다.
그녀는 핵미사일 가방을 훔쳐서 도망치다가 폴라에게 살해당한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서 핵미사일 가방을 탈취해간 폴라를 격투 끝에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에서 떨어져 죽게 하며, 또 변함없이 위트를 발산하는 멤버 사이먼 페그와 톰 크루즈 못지않은 매력을 보여주는 제레미 레너가 불안한 멤버의 결합 속에서 미션을 수행해 가는 모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4편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다.
둘째, 대체로 스토리는 전작에 비해 많이 단순해졌지만, 스토리가 다소 황당무계하고 말이 안 되는 가젯들이 여럿 등장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007시리즈가 리얼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자 '미션 임파서블 4'는 그 이전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보다 007시리즈에 더욱 가깝게 보일 정도인데, 가령 ‘미션 임파서블 4’에서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본드의 최신무기를 책임지던 과학자 ‘Q’의 경쟁심을 자극할만한 특수 장비들이 속속 등장한다.
크렘린 궁 지하자료실 입구에서 이미지를 조작하는 ‘마법 천막’이며, 두바이의 칼리파 빌딩에서 코발트 일당과 핵미사일 암호를 거래하면서 눈을 두 번 깜빡이면 문서가 출력되는 ‘컬러 렌즈’, 그리고 어디든지 철썩 붙는 ‘마술 장갑’ 등은 분명히 새로운 창의력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스토리도 1960~70년대 007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처럼 러시아를 적으로 직접 내세우지 않고 제3자에 의해서 서로 오해하게 된다는 설정이며, 스펙터(SPECTRE) 등을 비롯한 범죄조직들이 악역을 도맡곤 했었던 점을 생각하면 크렘린 궁을 폭파하는 등 러시아가 무대이면서도 악당 코발트를 내세운 것을 생각할 때 '미션 임파서블 4‘가 00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셋째,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장한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는 전형적인 수법 이외에 클래식 007시리즈를 패러디 한 곳이 여러 번 눈에 띄었다.
가령, 재킷을 뒤집어 입는 신(골드핑거),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붙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두 번 산다), 낙하할 때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비(언리미티드),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나를 사랑한 스파이), 미사일 발사장치(유어 아이스 온리) 등 007시리즈에 친숙한 사람들에겐 낯익어 보이는 신들이 자주 눈에 띈 것은 이미 007시리즈와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던 댄 브래들리(Dan Bradley)가 액션을 맡은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상품광고로 도배하는 수법도 007시리즈를 그대로 따라서 핸드폰, 컴퓨터에서부터 시작해서 선글라스, 가방,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마치 2시간짜리 광고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도 007시리즈의 영향임이 분명한데, 여기에 헌트가 인도 뭄바이에서 코발트 일당에게 붙잡혀서 고문을 당하던 지하창고에 쌓인 상자에 한글로 ‘유리’라고 쓰인 커다란 상자가 오랫동안 앵글에 잡히도록 한 것도 한국 영화 팬들의 호기심을 가져오기 위한 센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007시리즈에서는 베드신에서조차 제임스 본드가 찬 손목시계와 샴페인 광고가 노출되고 있는데, 그런 007시리즈에 비하면 '미션 임파서블 4'에서의 노출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미션 임파서블' 영화라기보다 오히려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일 정도로 007시리즈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결국 '미션 임파서블 4'은 액션 영화이면서도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잔인하지 않고, 또 스토리도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웠으며, 노출 신이나 베드신은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인데,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향과 비주얼이 필수이다. 다만, 아이맥스 관에서 관람한다면 간접적이나마 액션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액션이 풍부한 액션영화이지만, 결론적으로 '미션 임파서블 4'는 지금까지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007시리즈의 기법이 많이 믹스된 새로운 유형의 액션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자×32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