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 남짓한 호도 해수욕장 백사장은 설탕처럼 곱고 부드럽지만 단단히 다져져서 발이 빠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규사가 부서져 이루어진 은빛 모래 속에는 조개 껍질도 많이 부서져 뒹군다. 백사장 양끝에 갯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데다 저 앞으로 작은 무인도 추도가 보초인 양 떠서 운치를 더한다. 호도 남쪽 해안에는 도둑놈바위, 병풍바위, 애업은(권총)바위 등 기묘한 기암괴석이 많다. 그러나 길이 희미하므로 주민 안내를 받는 게 좋고 썰물 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다.
섬 서쪽의 이름 없는 자갈밭 해변은 조용히 사색하기에 좋다. 마을에서 넓은 길로 10여 분 걸으면 공동묘지를 지나자마자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그리고 좁은 급경사 내리막길이 잠시 이어지다가 길이 끊긴다. 짤막한 벼랑에 걸린 밧줄을 잡고 내려오면 아늑한 해변이 반긴다. 자갈밭과 온갖 형상의 갯바위들이 어우러진 묘한 분위기의 바닷가로 한여름에도 인적은 거의 없다. 호젓하게 해넘이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해변이다. 이름 모를 작은 바위섬 위로 석양이 떨어지는 모습이 진한 감흥을 선사한다.
호도에는 해녀들이 많다. 전복과 해삼을 따러 제주도에서 온 해녀들이 호도 총각들과 결혼해 아예 토박이로 자리잡았다. 해녀처럼 자맥질을 하지 않더라도 호도에서는 해산물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썰물 때면 바닷가 곳곳에 고둥이나 소라, 게 등이 지천이고 운이 좋으면 낙지도 만난다. 갯바위에서 또는 낚싯배를 타고 바다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해수욕도 즐기고 해넘이도 감상하고 해산물도 잡고 낚시도 하고, 호도는 참 알뜰한 피서지다.
# 드라이브 메모
서해안고속도로-대천 나들목-36번 국도를 거쳐 대천항 여객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호도에는 카페리가 다니지 않아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섬 안에는 교통 수단이 없어 걸어다녀야 하지만 간혹 민박집 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 대중교통
장항선 열차나 고속버스로 대천(보령시)으로 온 뒤에 대천항 여객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해운 교통
보령시 대천항 여객 터미널에서 호도와 녹도를 거쳐 외연도로 가는 쾌속선(웨스트프론티어호) 운항. 호도까지 45∼50분 소요. 운항 횟수와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문의할 것. ☎041-934-8772∼4(신한해운).
# 숙식 정보
호도에는 광천원룸(☎041-932-3385), 제일원룸(☎041-935-8463), 호도월드컵원룸(☎041-936-0426), 광윤원룸(☎041-932-2620), 호도원룸(☎041-935-1440), 호도민박(☎041-932-3092) 등 콘도형 원룸식 민박집이 많다. 별다른 식당은 없지만 민박집마다 해산물을 위주로 한 깔끔한 식사를 낸다.
@ 송이도(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리)
소나무가 많고 골짜기들이 겹쳐진 섬 모양이 소 귀를 닮았다 해서 송이도(松耳島)라고 불린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와 섬을 뒤덮은 싱그러운 해송, 티끌 하나 없는 맑은 공기와 코발트빛 하늘이 송이도의 첫인상이다. 넓이 4.44㎢ 남짓한 송이도가 가장 활기를 띠었던 것은 칠산 조기가 명성을 날렸던 1960년대로 800여 명이나 살았지만 지금은 100여 명으로 줄었다.
송이도는 세계 최대의 '모세 기적' 현장이다. 날마다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리지만 특히 사리 때 간조에는 송이도와 각이도 사이로 길이 4.5㎞. 너비 6㎞에 이르는 바다가 좍 갈라져 장관이다. 섬 서쪽 연두깨로 가면 드넓은 갯벌을 직접 밟아볼 수 있다. 섬사람들은 간조 때를 기다려 각이도 쪽으로 건너가 맛조개를 잡고 바지락을 캔다.
송이도에는 일고여덟 기의 초분이 남아 있다. 초분(草墳)은 평평한 바닥에 돌을 깔고 관을 놓은 뒤 초가지붕 모양으로 짚단을 덮은 임시 무덤이다. 예로부터 초분은 섬에 많았다. 상주인 자식들이 뱃일 나간 사이에 부모가 죽으면 연락을 할 수 없어 초분으로 임시 묘를 만들었다가, 자식들이 돌아오면 장사를 지낸 것이 그 효시다.
마을 앞에 펼쳐진 송이도 해수욕장은 길이 1㎞ 남짓한 조약돌 해변으로 맨발로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밀물 때는 거의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면 수백 미터 너비로 몽돌이 드러난다. 마을 쪽으로는 아름드리 팽나무들이 늘어서서 한결 아늑한 운치를 자아낸다. 해수욕장 북쪽 해변의 약샘물은 물이 빠지면 바위 옆에서 솟는 샘으로 신경통에 좋다.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땅을 깊이 파야만 샘이 나온다.
마을 뒷산에 우거진 40∼200년생 왕소사나무 110여 그루, 민머리 해변 쪽 고갯마루에서 굽어보는 해넘이,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송이도는 볼 것도 많고 소중한 자연도 고스란히 남은 알찬 휴가지다.
# 드라이브 메모
서해안고속도로-고창 나들목-아산면-무장-공음-법성포, 또는 서해안고속도로-영광 나들목-영광-법성포를 거친다. 법성포에서 가마미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가 계마항으로 좌회전한다.
# 대중교통
영광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한 뒤 가마미 방면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 해운교통
계마항에서 송이도를 거쳐 안마도로 가는 배를 탄다. 파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송이도까지 1시간 15분∼1시간 30분 걸리며 자동차도 실을 수 있다. 그러나 송이도는 찻길이 2.7㎞에 불과하므로 차 타고 휙 돌아보느니 슬슬 걸어다니는 것이 나을 듯싶다. 출항 시간은 물때 때문에 날마다 달라지므로 미리 알아둔다. ☎061-356-5112.
# 숙식 정보
송이도 해수욕장 앞에 콘도식 객실을 갖춘 어업인회관(☎061-352-3338)이 있고 민박집도 여럿 있다.
# 맛있는 집
영광 굴비의 본고장 법성포에 자리한 일번지식당(☎061-356-2268)은 굴비정식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실한 영광 굴비에 자린고비찜, 조기매운탕, 대하찜 외에 10여 가지 해산물 요리, 육회, 삼합, 약밥, 모시송편 등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온다. 1인분에 2만 원짜리는 3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고 1만5천 원짜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