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0년생 쥐띠, 이승기다. 이름이 좋아서 그런지(?) 인명 사전에 보면 유명한 동명위인이 꽤 많다. 어디 가서 내 이름 소개를 하면 가수 이승기를 떠올리며 까르르 웃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왕 피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오늘부터는 앞에 내놓고 유명한 이승기의 덕을 조금 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산이나 강변, 냇가, 해변에 가서 생태 조사를 하다 보면 여느 생물이건 반갑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유독 멸종위기종을 만나면 더욱 반갑고 가슴이 설렌다.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이승기라면 더욱 더 내 이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서는 곰곰 따져 본다. 다들 귀한 생명인데 왜 멸종위기종이 더 반갑고 유독 그것에 강한 연민이 작용할까? 물론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나는데 멸종위기종이 그 지역에 살면 좋은 명분이 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그 다음으로는 남들이 못 본 귀한 것을 나만이 보고 즐긴다는 희소 가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 깊숙히 내 내면을 들여다 보면 저 생물을 이 기회 아니면 다시 못볼지 모른다는 강한 연민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 생물은 지구상에 10,000마리 밖에 안 남아 있다거나 660마리 밖에 안남았다거나 하는 기록들을 상기하면서 까다로운 삶의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생존경쟁에서 열등하기 때문에 귀해져 버린 그 생물들이 어쩌면 내 자신과 같은 것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94년, 핵폐기장이 되어 일반 국민에게는 '멸종'된 섬이 될 뻔했던 굴업도를 지난 2년간 드나들며 멸종위기종 동물을 7가지 발견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들을 소개하면,
1. 매 - 장산곶매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다른 새나 쥐, 뱀을 잡아 먹는 매 등 맹금류는 거의 모두가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부속서 1에서 정함),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323호.
2. 검은머리물떼새 - 이 세상에 10,0000여 마리 정도만 생존하는 종이다. 빨간 부리 때문에 바닷가에서 워낙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생존에 취약한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 326호.
3. 황새 - 이 세상에 660여 마리 밖에 살지 않는 초희귀종이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매년 늦가을에 굴업도를 찾는다고.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부속서 1에서 정함),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 199호.
4. 말똥가리 - 매와 같은 맹금류. 매는 텃새이지만 말똥가리는 겨울 철새이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
5. 흑두루미 - 이 세상에 10,000여 마리 정도만 생존하는 귀한 새. 겨울을 나고 북상하다가 굴업도 해변에서 하루를 쉬고 갔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부속서 1에서 정함),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 228호
6. 알락꼬리마도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며 호주에서 겨울을 나는 새. 도요새 중 부리가 가장 길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
7. 구렁이 - 윤흥길의 명작 중편소설 <장마>의 대표적 소재가 되었던 뱀. 집 지킴이로 보호를 받았었다. 자신이 낳은 알을 돌보는 0.3%의 뱀 중 하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
급격히 늘어 나는 자연재해 앞에 속절없이 죽어간 미얀마, 중국, 일본 사람들. 그리고 굶주림에 죽어 가는 북한 동포들. 살아 있다고는 하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에너지, 원자재, 곡물가 상승 앞에 속절없이 당황해 하는 우리 인류. 이런 모습들을 보면 인간 자체가 멸종위기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다시 굴업도가 '멸종'위기에 놓였다. 이 모든 생물들의 삶터를 밀어 버리고 골프장을 하겠단다. 그런데 이들 말고도 굴업도 등 우리나라 섬들에는 '멸종위기'의 존재가 있다. 섬집 아기.
이제 작은 섬들에는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다. 아기 울음 소리가 나지 않는다. 굴업도 해변에서 촛불을 켜고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과 굴업도와 섬집 아기와 '섬집 아기' 노래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섬집 아기가 없어지면 '섬집 아기' 노래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굴업도에서 촛불을 켜고 이승기가 불러 본 <섬집 아기>
구렁이 꼬리 : 달빛이 어슴푸레한 해변에서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면서 촛불문화제를 중앙집권적, 도심집권적으로 서울 도심이나 지방 도심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생활 현장 곳곳에서 하면서 온라인으로 연계하면 국민 모두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문제는 현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정부가 들어서도록 허용한 우리 모두의 삶의 터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
출처: soodarirang 원문보기 글쓴이: 수달이랑
첫댓글 가수 이승기도 이렇게 간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굴업도를 지키는 노래를 불러주었음 좋겠어요 ^^
그 귀여운 녀석을 굴업도로 불러 들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