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을 떠난 참새들
이른 아침입니다.
눈부신 햇살이 왕궁 뜰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때입니다.
조용하던 왕궁 뜰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짹짹짹, 여러분 기쁜 소식이어요! 달록이네 젊은 부부가 아가 참새를 보았대요.“
“달록이네 젊은 부부가 아가를 보았다고?“
“짹짹짹!“
“쩩짹짹! 축하해“
“짹짹짹! 축하 축하!“
왕궁 이곳저곳에 사는 참새들이 꼬리를 까불대며 달록이 부부가 사는 근정전 처마 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근정전 뜰과 처마 밑은 갑자기 모여든 참새들로 시끄러워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들!“
근정전 기와 사이에서 젊은 달록이 신랑이 나오며 말했습니다.
“그래. 아기는 언제 보았나?“
“예, 오늘 새벽에 껍질을 깨고 나왔어요. 모두 셋이어요.“
“아이구, 셋씩이나!“
왕궁 참새네 마을 어른들은 자기 손주를 본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기뻐하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참새네들이 사는 왕궁은 아주 낡고 오래된 건물입니다. 왕궁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임금님은 살지 않고 비어 있으며 한낮이나 되어야 왕궁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텅 빈 왕궁 기와 틈에 참새들이 둥지를 마련했습니다.
“임금님들이 살지 않으니 이젠 우리들이 임금님이야!“
“암, 암, 진짜 임금님처럼 품위 있게 살아야지!“
“품위 있게 살려면 공부도 해야지.“
“짹짹짹 ㄱ, ㄴ, ㄷ. ......“
“짹짹짹 ㄹ, ㅁ, ㅂ, ......“
왕궁마을 참새들은 참새네 말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해 전부터 왕궁 마을에 근심스런 일이 생겼습니다.
왕궁 옆으로 넓은 자동차 길이 생긴 것입니다.
“뿡뿡!“
“빵빵!“
소리내며 달리는 자동차들은 왕궁 돌담 안에서 사는 참새네 가족 따위는 염두에도 없습니다.
“어이구, 이거야 원, 시끄러워서 살수가 있나?“
마을 어른들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듭니다.
아가 새들도 왱왱거리며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깜짝깜짝 놀래니 잠이 깹니다.
“아이들 때문에 정말 걱정이어요.“
아가 새를 키우는 젊은 엄마 새들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러자 정든 왕궁을 떠나는 새들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수 십 년 살아 온 왕궁을 그렇게 쉽게 떠나다니.....“
왕궁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나이 많은 새들은 너무 쉽게 떠나는 젊은 새들을 나무랬습니다.
“암, 그래도 우리는 먼 먼 할아버지 때부터 왕궁을 지켜온 새들인데.“
“그래요. 우리마져 떠나 버리면 이 텅 빈 왕궁은 얼마나 쓸쓸하겠어.“
그렇지만 젊은 참새들은 어른 참새들과는 생각이 딴판이었습니다.
“껍데기만 왕궁이면 뭘 해! 시끄러워서 귀가 터질 지경인데......“
젊은 새들이 하나 둘 떠나 버리자 왕궁은 점점 더 쓸쓸해졌습니다.
그런데 젊은 참새들 중 알록이 부부만 이 왕궁 마을을 떠나지 않고 새끼 참새를 깐 것입니다.
“오랜만에 짹짹거리는 아가 새의 귀여운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겠어!“
“암, 암, 오랜만에 경사 중의 경사 났지.“
그 날부터 마을 어른들은 별 볼 일이 없어도 아가 참새네 집 근처를 오락가락하며 귀를 쫑긋거렸습니다.
혹시 아가 참새의 귀여운 소리를 들어 볼까 해서였습니다.
어떤 어른 참새들은 귀여운 아가 참새의 모습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여보게! 고 귀여운 것들이 아직도 털옷을 입지 못했나?“
“예, 이제 겨우 솜털이 났을 뿐인 걸요.“
젊은 참새 알록이가 아가 참새가 처음 알에서 나왔을 때를 생각하며 빙그레 웃습니다.
아가 새가 처음 알 껍질을 깨고 나왔을 때는 발가벗은 아가처럼 솜털하나 없는 빨간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작은 눈을 꼭 감고 엄마 아빠가 모아 놓은 포근한 둥지 속으로 파고 들 뿐이었습니다.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알록이 부부는 아기 새에게 열심히 먹이를 잡아다 주었습니다.
부지런한 엄마, 아빠 새 덕택에 아가 새들은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몸이 조금씩 자라날 때마다 아가 새들은 조금씩 온몸에 솜털이 날개 끝에는 새 깃털이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달록이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 어머, 아가 새들이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가 봐요!“
“그래, 어디?“
먹이를 구하러 나가려던 아빠 새 알록이가 달려왔습니다.
이 때 아가 새가 기왓장 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짹짹짹, 우리 아가 새들이 바깥 나들이를 하고 싶은가 봐요.“
“짹짹짹, 날개 깃도 많이 자랐으니까요.“
“뭐? 아가 새들이 나들이를 한다고?“
기쁨에 들뜬 알록이 부부의 말에 나이 먹은 참새들이 포로르 포로르 몰려들었습니다.
바깥 구경을 하던 아가 참새들이 마침내 기와 지붕으로 올라섰습니다.
“콜록!“
맨 처음 바깥으로 나온 점박이가 기침을 했습니다.
“콜록 콜록! 아, 목이......“
두 번째 새도 기침을 했습니다.
“짹짹! 목이 아파요!“
세 번째 새가 말했습니다.
“이걸 어째!“
아가 새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알록이와 달록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때 옆에서 보고 있던 늙은 참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쯧쯧, 이게 다 공기 때문이야!“
“공기 때문이라고요?“
“저길 보게!“
늙은 참새가 왕궁 돌담 너머로 보이는 먼 산 쪽을 가리켰습니다.
“보게, 어제는 잘 보이던 왕궁 뒷산이 안개에 덮인 산처럼 잘 보이지 않지? 그게 다 스모그란 먼지 구름 때문이지.“
“스모그요?“
“그래. 그게 다 인간들이 공기 중으로 쏟아낸 갖가지 매연 때문에 생긴 현상이지.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 자동차 꽁무니에서 내 뿜는 매연, 갖가지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 그 속엔 사람이나 새들의 건강을 해치게 하는 많은 물질이 들어있지. 이런 공해 물질을 어른 새도 그렇지만 아가 새들에게는 더 해롭거든.“
늙은 새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 새가 아가 새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요즈음 들어 저도 가끔 목도 아프고 어지럽기도 했거든요.“
“그래, 나도.....“
알록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우리 아가 새들을 위해서라도.....“
“그래, 이사를 가야지.“
며칠 후 알록이와 달록이의 집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정든 왕궁 마을이지만 아가 새들을 위해서 떠나는 거예요. 그렇지만 공기가 다시 맑아지면 다시 올께요.“
이사 가기 전 알록이가 나이 든 새에게 남겨
준 마지막 한 마디입니다.
첫댓글 참 좋은 글 이에요. 앞으로는 더욱 공기오염, 환경오염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게요.
우리가 사는 곳에도 새들을 떠나지 않게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 노력해야할거 같아요. 저두요.
공기오염, 환경오염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게요.
딱우리들이 사는모습같아요 앞으로는 환경오염을줄이고 우리곁에있는 몇몇새들도 잘보살페야할것같아요
참 좋은 글이예요. 공기오염,환경오염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 글이예요.
저도 공기오염 환겨오염을 하면 연약한새들이놀라 도망가니가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