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취재수첩입니다.
이틀 전 기획재정부가 기업이 비인기종목팀을 창단하거나 운영할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손비로 인정해 주고 선수 스카우트나 계약금의 일부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입니다.
사실 기업의 아마추어 운동팀은 오랜 경기침체 여파로 늘기는 커녕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여왔습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얼마나 운동팀 창단에 발벗고 나설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기업들이 종목 선택을 검토하고 있거나 창단과 운용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울산의 한 중소기업 운동팀은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울산광역시에 있는 세종공업주식회사입니다.
800여 명의 근로자들이 국산자동차의 머풀러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 중소기업입니다.
사무실과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땀흘려 일하는 모습은 흔히볼 수 있는 산업현장 그대로 입니다.
그런데 오후 5시, 하루 일과가 끝나고 퇴근시간이 되면 날마다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근로자들이 집으로 가지않고 근처 동천체육관으로 몰려 갑니다.
그리고 임원도 신입사원도 똑같이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수련에 돌입합니다.
후려치고 내려치고 또 후려치고….
금세 이마에는 굵은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마음은 하나가 됩니다.
세종공업에서 검도를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15년 전인 1995년입니다.
창업주인 박세종 회장(7단)이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간부사원 15명과 함께 검도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참여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불과 15년 만에 유단자가 200명을 넘었습니다.
직원 4명 가운데 한 명이 검도 유단자입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는 검도장비를 무료로 지원합니다.
근무시간에는 부하직원이지만 수련시간에는 사범으로 변신해 상사와 동료들을 지도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동료는 물론 상하 사이에 대화도 많아졌고 직장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점점 고단자들이 많아지면서 동호회 수준을 넘어 검도팀으로 발전했습니다.
울산지역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전국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이 회사 서클룸에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따낸 트로피와 상장들이 수두룩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마추어 최고 무대인 전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침내 전국 최고의 직장 검도팀으로 우뚝섰습니다.
이제 세종공업검도팀은 우리나라 검도계에 무수히 많은 유단자를 배출한 든든한 인재양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다보니 세종공업은 본래 이름보다 검도주식회사(?)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비인기종목의 육성은 정부차원의 단순한 세제 혜택이나 지원 만으로 유도할 수 없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중심의 팀 창단과 함께 저변을 넓히고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이런 동호회 수준의 팀 창단도 병행돼야 합니다.
검도주식회사(?) 세종공업은 비인기종목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유도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훌륭한 모델입니다.
3월 12일 취재수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