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시기 우리 회사의 존속 발전에 노심초사하시는 사장님
께 최대한의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현재 설계사양혁신TFT에서 7개월째 일하고 있는 입사 3년6
개월된 김대호 대리라고 합니다.
보고와 정보의 홍수 속에 사시는 분께는 당연히 말하고자 하는
바 '유감및 개선 안'요지를 간략히 정리해서 올려야 하지만 논지 이
전에 정서를 전달하고자 좀 장황하게 늘어놓겠사오니 용서 바랍니
다.
혹시 라도 이렇게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찾아와 떠드는 사람이 약
간이라도 있다면 이 편지는 곧바로 휴지통에 버려 주십시오. 이는
우리 회사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얘기할 만한, 별로 새로울 것
도, 다급할 것도 없는 개인적 소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가 진정 바라는 것은 이 편지가 식상할 정도로, 사장님께 직원들의
솔직한 정서와 바램이 풍부하게 그리고 지겹도록 FEED BACK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제가 느끼기에는 유감스러운 정책과 방침이 풍
부한 FEED BACK위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이었다면 저는 저의 몰이해
에 대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하지만 팀이나 총괄 내에서 저의
길지 않는 경험으로 볼 때 원인이야 어찌됐든 우리 회사는 말이 너
무나 억눌려 있기에 정책과 방침이 FEED BACK이라는 산소를 섭취
하지 못하여 참으로 그 몰골이 앙상할 때가 많다는 느낌을 자주 받
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님은 아픈 데를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에 비견될 수 있고, 열성적으로 강의해
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하지 않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와 같은
신세라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천하에 명의라는 화타나 편작도
사람을 치유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와 이런저런 숱한 얘
기를 나누면서 진단을 하고 치유를 했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무슨
재주로 정책에 대해 제대로 FEED BACK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녕 이
루고자 하는 바; 합리성과 효율성이 넘치는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철들고 나서 직장인으로서는 제1의 금기인 '말 많이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역시 쉽지않더군요. 사실 몇개월에걸쳐 이런 류의 글
을 한 10번쯤 써다 말다 하며 망설였습니다. 옳든 그르든 사물에
대한 커다란 인식 차를 명백히 하는 것도 부담이고, 회사의 정책
을 감내 하고 폭넓게 이해하는 수많은 선배 직원들의 침묵에 대한
저의 얕은 이해와 사장님 주변에서 정책과 방침을 정립하는 과정에
서 어쩌면 치열한 토론을 하고 계실 주요 임원들에 대한 저의 몰이
해도 두려웠습니다.또한 대수롭지 않거나 불가피한 모순과 갈등에
대한 저의 특유한 과민 반응이 의식되어 몇날몇일 잠 못 이루는 갈
등이 있었습니다. 때로 회사와 우리 나라에 대한 환멸감까지 엄습
하고 덮어두었던 가슴 속의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우자동차와의 인연을 좋게하기위해 그 동안 무엇을 했
는지, 제가 진실로 최선을 다했는지 반문하게 되다 보니 돌아앉아
불만만 터뜨리지 말고 이렇게 편지라도 내질러야 적어도 저에 대해
떳떳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청난 CONSENSUS불일치
IMF위기 상황을 맞은 우리 나라의 경제,정치,사회적 진로에 대해
서,이른바 구조조정 체질개선에 대해서는 넘치도록 말이 많으면서
도 그 위기 극복의 견인차이면서 수십만 명의 생존이 걸려 있는 우
리 회사 같은 곳의 합리화 효율화 등과 관련하여서는 엄청난
CONSENSUS불일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말이 없다는 느
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제가 보기에 TFT소속이든 정규 조직 소속이든 '회사
가 어려운 가운데 직원들을 참 많이 생각한다'거나 '고달프고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회사가 합리화 효율화되어 경쟁력을 강화해 가는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날짜에
약속한 월급을 주기 위해,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피말리는 전
쟁을 치르고,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장
님의 경영 일체가 이렇듯 몰이해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이것이 망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능력 있는 놈은 회사를 떠나거
나 떠날 준비를 하면서 마음의 문, 자발성의 문을 닫아걸고, 오갈
데 없는 놈은 어떻든 붙어 있으려고 기존 폐습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이 계속된다면 나중에 아무리 탁월한 경영자가 온다 하더라도
기본 MAN POWER가 저열한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장님은 21C 우리 회사 우리 수십만명 운명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지사적 사명감으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하시는 것이 어렴
풋이 느껴지지만 대다수 직원들의 심경은 모진 사장 만나 피곤하다
는 것, 강한 채찍 든 목동에 의해 몰이 당하는 무슨 소떼 같은 느
낌으로 주눅들어 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정말 혼을
쏟아 일하고 싶어하고 합리성과 효율성이 넘치는 회사를 바라는 젊
은 놈들의 가슴이 시원해지기는커녕, 왠지 모를 치졸함과 우악스러
움에 가습이 콱 막히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에
서 합리성을 구하고 혼을 쏟아 일하고 싶어하는 열망 자체가 나무
에서 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조롱 받을 판입니다. 적어
도 우리 회사의 기업문화와 체질은 사장님의 의도와는 배치되어 악
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집니다. 이것이 사장님 못
지않게 회사를 사랑하고 사장님보다 그래도 20-30년은 이 회사를
더 다닐 사람들의 불만이고 불안의 실체입니다.
CONSENSUS불일치가 좁혀질 계기는
이러한 불만과 불안은 단지 극도로 어려운 상황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힘에 밀린 군대의 후퇴 국면
에서 병력도 잃고 물자도 잃고 사기도 상당 부분 잃는다는 사실과
그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중앙 집중/통제적 사업 방식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휘하 병졸들이 도저히 보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
는 전체 전쟁 판세와 크나큰 위기를 장수는 보실 것이고 그에 따라
병졸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고 피곤하기만 한 작전의 급변경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 이렇듯 잃고 깨지고 피곤한 국면이니
까 대다수 직원들은 하고픈 말이 있어도 아끼고 삼키며 묵묵히 자
기에게 맡겨진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상당 부분 이해
하고 또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
분도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중장 기적인 체질개선 정책과 관련된
부분, 기존 직원들의 PERFORMANCE를 높이려는 몇몇 정책과 방침
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잃더라도 적게 잃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
은 것에 대한 이견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수많은 직원들과 회사 경영 층이 이러저러한 이견을 가지
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이 좁혀질 계기도 전망도 없다는 것
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엄청난 CONSENSUS불일치를 위에
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고,아래에서는 온갖 구구한 억
측과 오해를 하면서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회사에 대한 합
리적이고 인간적인 기대를 접고 외면과 침묵의 골로 빠져든다는 것
입니다.
실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은 바로 '말'에 관한 것
입니다. 사장님이 펴신 정책 중에서 아니 우리 회사가 수십년동안
암묵적으로 펼쳐 온 정책 중에서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바로 말 정책이며 중장 기적으로 가장 큰 위기의 근원이 바
로 말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칠게 말씀드리면 '회사가 오늘 내
일 하는 판에 왠 말이 많아!'하는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정책 몇 가지, 기타는 생략
제가 느끼는 사소한 불만 몇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는 필요하다면 표 1-2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말단 직원들이 사장님의 경영 스타일을 피부로 느낀 특
이한 계기는 이런 것입니다.
신 전력 - 구정 휴가 급변경 - 식수 소동 - 2월부터 시작된 차판
매 - 사장님 남미 유럽 출장 - 계속적인 조직/인력 재편 - 단협협
상 - 여름휴가 날짜의 급변 경과 사무 직원들의 휴가 조정 - 근태
관리 - 저녁 식사시간 변경 - 대대적인 인력 전환 배치 등등. 아마
도 사장님이 생각하는 주요 핵심 DRIVING POINT와는 다른 지엽적
인 정책에서 사장님의 경영 스타일을 느낄지 모르지만 아마 대다수
직원들은 이런데서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 정책에는 나름대로
깊은 사장님의 고뇌와 철학이 배여 있을 것이고, 사장님 의도와는
다른 집행 과정상의 HAPPENING도 있을 것이고,직원들이 잘 알지 못
하는 어떤 불가피한 상황적 강제도 있을 것이고 사장님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래 담당자들이 독자 추진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사장님과 그 가까운 곳에 있는 분이야 그러한 정책의 불가피성에
대해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저희 말단 직원
들에게는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NONSENSUS로 남아
있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취하
는 고육지책이 그리 폭넓게 이해되리라 사장님도 기대하시지 않겠
지만 그래도 사장님과 저를 포함한 결코 적지 않은 사원들의 정서
상 엄청난 간극은 결코 필요악 수준이 아니며 시간이 해결해 줄 문
제라고도 생각되지않습니다.
저녁식사,휴가 별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저희 직원들이 느끼기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비합리는 경제적
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주는 차구매(판매)같은 것이 아닙니다. 대다
수 직원들은 이런 것은 충분히 납득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어느
정도는 당당하게 이해시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 식수
소동 구정 휴가나 여름휴가급변경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이나, 최
근의 공장만 실시하는 저녁 식사시간 변경 등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이로써 회사가 얻는 것은 별거 아니지만 잃는
것은 무형이지만 참으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CONSENSUS를 잃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납득할 만한 상황 설명 없
이 일정과 형태가 너무나 임박해서 결정되고 변하는 양상은 IMF시
대 월급쟁이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을 뿐입니다. 가족
에게조차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수십만 명의 SCHEDULE과 생
활 리듬이 격한 춤을 추는 이 경험을 통하여 이 회사가 사람을 어
떻게 생각하는지 되묻지 않은 직원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
사전 혹은 사후에라도 불가피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더라면 이 회
사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미약하나마 형성된 일체감이 그
렇게 심한 타격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 들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사건이 하도 많아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만 이
는 결코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로 앙금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녁 식사 시간문제도 그렇습니다. 사실 공식 일과 시간과 저녁
시간이 너무 근접하여 별로 원하지 않는데도 저녁 먹고 퇴근하는
일이 많아 직원들 사이에서도 밥값 안하고 가는 점이 마음에 걸린
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녁 시간을 너무 뒤로
미루어 오랫동안 유지된 식사 습관이 흔들리다 보니 비참한 느낌마
저 듭니다. 6:30분부터 8시까지 참거나 밖에 나가서 사 먹으면서 수
많은 직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하겠습니까? 대의를 위해 배를 곯
으면 대의에 더욱 투철해지지만 이해할 수 없는 강제로 배를 곯으
면 악만 바치는 법입니다. 이 정책을 입안한 사람보다. 이 회사를
더 오래 다니고 더 이해관계가 큰 사람인데 이런 수단에 의해 이른
바 자기 계발이 강제 당하고 관리 당해야 할 정도로 피동적인 존재
로 인식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가져다줍니다. . 8월27
일 나온 홍보 지에서 얘기 한대로 마냥 남아 있지는 말고 일할 사
람만 그 때까지 남아 일하고 저녁 먹으라고 했지만 실제 직원들에
게는 무조건적 퇴근 시간 연장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처럼 별것도
아닌 것이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외면하게 만드는 것은 정책 결
정 과정에서 토론의 결핍 아니면 말단 직원들과의
COMMUNICATION 부족 타시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 인간형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변화시키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비판 능력이나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의 경우 병든 환경에 순
응한 나머지 자신의 인격적 기형 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변화합니
다. TFT에 와서 보니 우리 회사 문화가 끼친 부정적인 측면을 전
형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참으로 저런 사람이 제 고과 권을 가진 상사라면 하
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사람도 있습니다.(옛날에는 고과가 나빠도
이 회사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 휘하
를 벗어나니까 별 문제가 안되었지만 요즈음 시기에는 그것이 살생
부 작성의 결정적인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를 통해 막연
한 감으로 그리고 있던 우리 회사의 COLOR를 의식하게 됩니다. 제
가 그런 사람을 통해서 그리고 제 짧은 경험을 통해 추상해 낸 흔
히 볼 수 있는 대우적 인간형은 이런 스타일입니다.
단순 명료하게 내려진 일은 시간과 노력을 들려 할 수 있는 일이
라면 정말 밤을 새워서라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일을 기
획하고 창조적으로 수행하는데는 익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회
사의 정책과 방침이 자신의 상식과 부합하리라는 기대가 별로 없습
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불가항력적 큰 힘이 지금하고 있는 일의
페이스를 언제든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피해 의식이
있습니다. 일 열심히 해도 회사가 알아주리라는 기대도 없고 당연
히 인사고과등도 어떻게 하다가 튀게 잘못보인것에 결정적으로 영
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지엽말단적인 것, 일 외적인 것, 비 실질적
인 것,특히 계량화되어 관리되는 수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
습니다. 시킨 일이나 무난하게 해 나가려고 하고, 따라서 윗사람의
기획력이라는 손바닥을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윗사람이 무엇을
물을까 어떻게 대답할까에 대한 고민 량에 비해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 량은 불균형
적으로 작습니다. 윗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고,큰 틀에서 회사의 발전을 생각하고 사람과 일을 바라보기
보다는 그저 편안하고 무난한 직장 생활, 적어도 자기때 자기가 맡
은 일은 무난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그런 덕목이 최대의 덕목으로
자리잡은 듯합니다 여기에는 물론 대우적인것, 대기업적인것, 우리
나라적인것, 인지상정인것등이 혼합되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 회
사 직원들이 터득한 생존의 비법은 이런 것일 것 같습니다.
귤이 강을 건너면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처방이라
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은
한방의 상식입니다.
따라서 정책과 방침의 취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주지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의 중요성 못지않게 그것이 우리 회사의 토양과 결합되어
어떻게 변질되는 것인가를 추적하는 문제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도 기억하시는 식수 소동도 그 일례이며 사무직
저녁 식사시간 연장 건에 대한 반응도 그 최근의 예일 것입니다.
심지어 요사이 근태를 비롯한 기본과 원칙에 대한 강조, 일 더하기,
자기 계발에 대한 강조도 그 빛나는 취지와 철학에도 불구하고, 그
것이 비본질적인 것에 대한 강조로 변질되어 정작 중요한 기본과
원칙; '회사는 일을 하는 조직이고 부가가치 있는 일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내는데 보다 크게 기여하는 것'을 점점 희석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관리자의 부하 직원들에 대한 관리
포인트가 입체화 다면화되기보다는 비본질적인 것으로(근태,영어,늦
게 퇴근하기)옮겨가도록 합니다. 합리화 효율화에 대한 엄청난 강조
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와 비효율이 판치며, 사람 소중한 것을 모르
며, 사람의 자발성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가진 회사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제 소견으로는 지금 우리 회사는 정작 중요한 기본과 원칙을 더
높이 더 굳건하게 세워야 하는 단계로 생각합니다.
TFT에 대한 소견
제가 현재 소속이 되어 7개월 동안 일해 오면서 그 운용 과정에
서 숱한 말을 삼켜 왔습니다. 연초의 TFT소동은 상당히 큰 소동이
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워낙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면
서 수많은 사건들을 통과하다 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평가와 반성, 많은 사람들의 유감과 아쉬움, 개선안등이 고스란
히 망각의 지층에 덮여질 것 같아 이렇게 무리하게 끼워 넣습니다.
더군다나 들리는 얘기로 앞으로 또 1000명 가까운 사무 관리직이
초기 TFT와 같은 POOL에 새로이 합류한다고 하기에 꼭 말씀드리
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설계사양혁신 업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
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 차원에서 자부하는 바도 있고 98년 이 시점
의 저에게는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류의 활동을
통해, 조직간 협력을 중계하고, 업체와 설계,개발, 생산 기술 등에
흩어져 있는 경험,정보,지혜를 총화하고 또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무척 다행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하여
간 저희 TFT는 그 구상과 취지는 참으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TFT전체에 대해 그 기본 구상과 취지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
다. 각 개인과 부문이 갖고 있는 지적 자산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특히 취약한 우리 회사에서 그 임시 처방으
로서 TFT구상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선택이라는데 대해 이의가 없
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용은 그 좋은 구상과 취지를 가지고 이만큼 일을
엉망으로 풀어나갈수 있는지 그 놀라운 실력이 경탄스러울 다름입
니다.
기본 CONCEPT은?
패러다임SHIFT를 이야기할 정도로 총체적,근본적 변화를 절감한
다고 하면서도 기존 패러다임에 가장 잘 잘 적응해서 그 패러다임
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거의 100%의존해서 패러다
임을 바꾸겠다는 발상이 은연중에 깔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 상황에서는 아무리 혁명적인 변화라 하더라도 결국 기존 패러
디임을 만들었던 사람들중 안목이 있는 소수 힘있는 사람에 의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다른 기준
없이 기존 조직에서 그 쓰임새가 가장 적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그 당시 분위기는 1차 정리 해고 대상자=TFT라는 것이 이심전심으
로 정설로 통했습니다) 그것도 기존 계선의 자의적 판단에(인사 고
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의존하여 뽑아 내도록
하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고도의 자발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미 개척 분야에 길잡이 노릇이라도 할 만한 노가다 십장
급 기간 요원 배치도 없이 내 던진 것은 NONSENSE가 아닐 수 없
습니다. 패러다임SHIFT 아래 충만해 있는 에네르기와 불만 지혜와
경험과 정보를 해방하여 안목이 있는 선각자와 결합하여 기존 계선
을 아래위로 추동하여 기존 계선 조직의 건설적인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WIN-WIN GAME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패러다임의 무엇이 부정되어야 하는지?
현 패러다임에서 무엇이 부정되어야 하는지 절감하지 못하고 기
껏해야 과잉 인력 해소 정도만 공유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진정한
의미의 DOWNSIZING보다는 무턱대고 잘라 군살인지 팔다리인지, 체
중이 주는지 반신불수가 되는 지도 모르고 막 자르고 줄려야 산다
는 강박관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핵심
SYSTEM의 합리화 효율화가 요체라는데 대한 인식이 미흡한 것 같
습니다. 인적 물적 지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최대
한 높이는 것 그것이 구조적으로 선 순환하는 시스템의 구축 등은
지금 사장님을 중심으로한 몇몇 고위경영층의 화두는 되겠지만 그
아래는 단지 '난세에 살아남아야 한다' 화두로 각인 될 뿐입니다.
집행 과정상에서의 난맥상
신전력 처리 과정에서 각 조직별 난항, 그 불투명한 취지, 과업과
인선된 사람의 UNMATCH'G은 접어 두고(충분한 COMMUNICATION
없이 최고 위층의 직관과 통찰에 의해 전격적으로 수행된 것 같으
니...) 그 실제적 집행이 이루어지는 팀단위에서나마 전혀 창조적이
고 재치 있는 대응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그 대상자 선정
의 음모적 전격적 성격으로 인해 신 전력 대상자들은 2차대전당시
GAS실로 끌려가기전 다윗의 별 표식을 단 유태인처럼 여겨지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사전 사후에 신전력 의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초기 신전력건이 위에서 내
려왔을 때 위가 가진 음습 모호한 취지에 팀장이 상식에 입각한 반
발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직 인으로서 그 취지의 모호성을 자의
적,전향적으로 해석하여 TFT에 대해 긍정적 해석을 할 수 도 있었
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대로 위에서 내린 ORDER를 여과 없이 내
려먹였습니다.
위기와 기회, 전향적 해석
어떤 일이라도 기본적으로 위기와 기회적 측면은 동시에 있기 마
련입니다. 비록 회사 차원에서 인원 조정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고
나름대로 그 쓰임새가 약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내놔야 한다 하
더라도 이왕 미개척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인 이상 그 기회적 측면
을 강조하여 새로이 인정받는 기회로서 규정할 수 있는 소지가 충
분히 있었으나 그런 식으로 전향적으로 해석했다는 팀장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태평양전쟁말기 조선학병을 총알받이로 끌고 가면서
도 일본이 심어 준 허황된 꿈과 격려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들이 훨
씬 세련된 통치 술을 구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TFT에 대해 그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그 월등한
PERFORMANCE로 존재 의미를 증명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작금의 대우자동차 차원에서는 필요하지만 팀차원에서는 놓치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TFT의 존재 의미는 충분히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나아가 TFT의 PERFORMANCE에 대해서는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않는데 대해 의아해 하든지 아니면'우리 팀에서 할 일은 많
은데 인력이 없어서 못했는데 얼씨구나 잘됐다'며 적극 활용하는
자세를 취할 법도 한데 엉뚱하게도 '그 봐 별수 없잖아'하며 기존
조직, 기존 방식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실험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TFT가 남긴 것은
이번 신전력 파동은 무능한 사람을 많이 축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고 저도 인정하지만 적지 않는 수의 실로 소중한 인적 자산들을 축
출해 내는 결과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적어도 제 직속 상관들은
아니었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충분히 느낄 만큼 형편없는 부서장들
은 있었고, 상상해 보건대 그 사람 아래 실로 창조,도전,희생 정신
을 겸비한 훌륭한 부하 직원이 있다면 황폐한 부서 분위기를 깨뜨
리기 위해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여 총대를 메다가 당연히 미운 털
이 박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 사람의 인사 고과는 바
닥을 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아마도 1월 TFT나 금번 구성될 TFT에
포함되기 십상일 것입니다. 부서장 주관으로 뽑든 인사 고과를 중
심으로 뽑든 형편없는 부서장 아래서는 회사의 의도와는 정 반대되
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우자동차의 별로 건
전하지 않는 토양으로 미루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통탄스런 일
이 어디 제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겠습니까? 1월 TFT에 소속되어
이러저러한 경로로 온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나름대로 비판적으로
들어보니 이 적반하장은 적어도 다빈도는 아니지만 전체 직원들의
도전과 창조적 에네르기와 말을 100% 얼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빈
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장담그다 보니 생긴 구더기 수준
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의 잣대,기준의 가
중치에 대해서는 고민은 많은 것 같으나 이미 나온 DATA 자체, 인
사 고과 결과 자체에 대한 의심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연말에 아래 직원들이 한 부서장 평가(부하 직원들의 자율적 입력
이었다는 전제하에)가 아주 나쁘게 나온 부서의 인사 고과 결과에
한해서는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대폭 평가절하 되고 나머지 다른 기
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TFT파동이 남긴 것은 팀장에게 찍히면 저 꼴 난다는 공포감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합리성에 대한 공포감이 남아 있습니다.
대우자동차 오래 다니려면 팀장이 데리고 있기에 편한 사람이 되어
야 한다는 것 그것이 신전력이 주는 교훈입니다.
기존TFT에 대한 바램
TFT는 횡적 공조에 취약한 대우자동차 조직 문화에서는 그래도
조직의 벽을 뛰어넘어 움직이고, 숱한 관리력의 사각 지대에서 나
름대로 과업에 집중해 본 경험을 통해 매우 필요한 종합적 경험 정
보 지식을 획득한 사람들로서 현단계 대우자동차의 실정으로 볼 때
무척 소중한 자산인바 가능하면 많은 수가 원대 복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새로이 합류하는 TFT는 올 1월 구성된 신
전력과는 다르게 보다 세련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3000만 원어치 월급을 주면서 그 월급 값을 못하는 사람
들이 매우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제 개인적으
로는 그 사람들 모두를 1억원어치 이상의 부가가치가 있는 노동을
시킬 자신은 없지만 상당수를 그렇게 시킬 자신이 있다고 생각합니
다. 그것은 제가 무슨 혜안을 가져서가 아니라 누구든지 나름대로
실무에 치열하게 뿌리박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저희 실무자들의 감과 실무자들이 느끼는
효율성과 정책 결정권자가 생각하는 것과의 괴리가 심해져 간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굳이 중앙 집중적으로 전격적으로 할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쉬쉬하면서 일을 하는지 알 수
가 없습니다. 어차피 당장 자를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공청회가
연상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정보와 지혜를 수렴하여 배치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가진 인
적 물적 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문제를 왜 높은 데 있는
물이 낮은 대로 찾아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사회주의의 비
효율을 연상시키는 중앙 집중적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알다가도 모
를 일입니다. 아무리 잘 배치된 파이프와 강력한 순환 펌프를 가진
건물이라 하더라도 자연 바람이 통하는 건물보다 공기 순환이 좋지
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컴퓨터와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
에 의한 인적물적자원 배분 계획도 어설픈 시장이 하는 기능에 미
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6000명 사무직이 갑론을박할 수 있는 자리! 모니터링기구!
연구소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DAILY로 자신이 수
행한 업무를 분류해서 그 시간과 내용을 입력시키는 일을 하는 것
을 보았습니다. 물론 장시간에 걸쳐 진실 되게 입력한다면 기존의
직관과 통찰력이 미처 보지 못하는 문제를 틀림없이 도출할 수 있
을 것이고 주요한 정책 결정에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들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발전
과 자신이 속한 팀의 PERFORMANCE 증대를 위해 갑론을박하는 자
리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자신의 경험과 정보와 지혜
를 쏟아 내어 통일하고 풍부화 시킬 수 있다면 거기에서 거론되는
내용만 잘 분석해 보아도 필요한 총론적 정책을 잘 결정할 수 있으
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과장협의회나 WORKSHOP, 간담회에 더
하여 차라리 지속성과 안정성이 있는 노사경영위원회 비슷한 조직
을 각 팀, 담당 단위까지 내린다면, 그리고 나름대로 각 단위의 지
혜와 요구를 총화하고 그것을 정책화 시켜 내는 의욕 있는 사람들
이 부상하여 기존 계선 조직의 훌륭한 자문기구내지 모니터링 기구
가 된다면, 그리고 위에서 무슨 내용이 올라와서 어떻게 처리되는
지만 대충 살핀다면 아둔한 경영자라 하더라도 수많은 조직을 쉽
게 꿰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자신의 다양한
업무와 소요 시간을 입력하고 그것을 통계 처리하고, 천재적 직관
과 통찰력을 가진 최고경영층이 고민 고민해도 전체를 총체적으로
꿰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단협에 언급되어 있는 노사 경영위원회를 보면 비감합니다. 회
사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데 그 역할이 훨씬 결정적인 6000명의 사
무관리직이 거기에 배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집단보다
회사를 오래 다닐 사람이고 회사의 흥망에 대한 이해관계가 더 큰
이 6000명이 회사의 운명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자리에 배제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노사정위원
회를 바라보는 심정과 같습니다.
마무리에
지금 당장의 위기야 운영 자금의 위기겠지만 중장 기적으로 회사
의 위기는 CONSENSUS 위기이며 이는 COMMUNICATION 위기,
FEED BACK위기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개혁이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수십만 명의 삶의 터전이 소수의 천재적
직관과 통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면 중장 기적으로 매우 미
덥지 못한 터전 일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회사 발전에 꼭 필요
한 사람이라 믿어의심치않지만 이대로 가다간 회사에 의해 내쳐지
든지,대척점에 서든지 하는 불행한 사태가 충분히 올 수 있다는 느
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창조,도전,희생정신이 투철한 사람일 수
록 이 회사와 인연은 뒤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 기막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멀리서 사장님의 행보를 볼 때 가장 인상적이고 고무적인 것
은 그 바쁜 와중에 남미와 유럽을 돌면서 시장의 요구를 몸소듣고
자하는 태도였습니다. 시장의 요구를 첫 번째로 둔다면 사장님의
정책과 방침의 수요자인 저희 직원들의 의욕과 여망을 틀림없이 체
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장님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