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대장간>
-민본주의 전통에서 자라난 풍속화-
조선 후기에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린 풍속화들이 유행하게 된 데는 관념중심에서 벗어난 현 실중심의 사회적, 학문적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기존 체제에 대한 일종의 항거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즐겨 담았던 조 선 후기의 대표적인 풍속화가 김홍도, 신윤복 같은 이들은 왕실에서 총애를 받던 사람들 이었으며 나중에는 관직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풍속화들이 지배층에 대립적 의 식을 가지고 서민층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조선 왕조의 근본적인 정치 이념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내세우는 민본주의였으며 현실에 바탕을 둔 인간 중심의 현세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훌륭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 백성들의 풍속이나 생활상, 특히 땀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잘 살펴야만 했다. 또한 외국 사신들에게 한국의 풍속을 소개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외교적 필요성과 국가적 행사와 의식을 기록적인 그림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고자 한 목적 때문에라 도 사실적인 풍속화를 장려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정치 이념과 성향이 현실적 삶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발전시킨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김홍도 <대장간> : 갓 달구어낸 쇳덩이를 망치로 두들기고 낫의 날을 세우기 위해 숫돌에 가는 등의 대장간 풍경이 사실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실제로는 대장간에는 주변에 이것저것 여러 물건들이 널려 있을 것인데 그림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부각시키고 주변부를 생략하여 여백으로 처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