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문학의 차이는 분명하다. 영상은 그림, 문학은 글자로서 묘사된다. 그림은 구상이며 문자는 상징이다. 문학작품을 영화나 TV드라마로 영상화 시킨다는 것은 곧 관념을 구체화, 시각화 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은 독자들에게 그들 자신의 상상의 날개를 펴게해서 개개인이 고유한 인상을 갖도록 하지만 영화 (또는 TV드라마)에서 받은 인상은 보통 그 역을 맡아 하는 배우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영상은 구체적이고 명확한데 비해 문자영상은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하나의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는 마치 신과같은 입장에서 인물과 사건에 관해서 자기의 고유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고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동정이나 반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는 단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서만 관객의 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론 해설자를 써서 작가의 주관적 관점을 대변시킬 수도 있으나 그러한 수법에는 한계가 있다.
소설가는 수많은 개인을 위해 글을 쓰는 반면 시나리오작가나 방송작가는 대중을 위해 글을 쓴다. 소설은 한번에 한 사람에 의해서 읽혀지지만 영화, TV는 대규모 집단을 상대로 한다. 그러므로 항상 대중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학과 영상의 차이점 때문에 문학작품의 영상화에는 소재의 선택, 압축, 극화에 있어서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소설적인 세계를 TV드라마의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단순히 '옮기기'가 아닌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보고 드라마트루기에 입각한 스토리 구축, 성격창조, 그리고 영상을 통한 시각적 표현법 등에 잘 알아야 한다.
*** 연극과 영상
희곡과 시나리오는 둘 다 드라마 형식의 픽션이다. 그러나 희곡이 모체인 연극과 시나리오가 모체인 영화는 공통점보다는 다른점이 더 많은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형식으로 존재한다.
1) 배우의 존재
오늘날 연극은 살아있는 배우의 생생한 연기를 통하여 관객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되면서 배우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영상이라는 강력한 표현수단을 매개로하여 대량전달을 꾀하고있는 영화와 TV드라마의 등장으로 인하여 과거 전통극이 보여주던 많은 장점들이 잠식당한 지금에 있어 무대를 통해 살아 있는 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이 매력만은 아무도 범할 수 없는 연극 최후의 보루로서 남아 있다.
2) 공간성과 시간성
영상예술에 비해 연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한정된 공간이 주는 숙명적인 표현의 제약에 있다. 이런 약점 때문에 연극의 무대장치 수는 엄격히 통제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면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비좁은 무대안에서 많은 배우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규모 또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무대적 한계는 결국 연극의 소재를 한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영상은 공간적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장면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도 있고 장면전환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극의 진행 도중에 다른 장면을 삽입시켰다가 원래의 장면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수만명이 등장하는 대군중씬을 설정할 수도 있다.
시간에 있어서도 과거와 미래를 간단 없이 오가며, 불과 몇초를 몇시간처럼 확장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한세기를 몇분 안으로 단축시킬 수도 있다.
3) 대사의 기능
연극에 있어서 스토리를 표현하는 주된 기능은 대사가 담당하고 있다. 물론 배우의 판토마임과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는 연기가 작가의 의도전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무대와 관객사이에 가로 놓인 거리는 마임과 표정에 의해 표출될 수 있는 의미전달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배우가 뿜어내는 유창한 대사의 힘이 연극을 끌고 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에 있어서는 영상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대사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말이 많응 작품은 비영화적이라 하여 기피하는 경향마저 있다. TV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영상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영화보다는 비교적 대사를 많이 쓰고있는 편이나 연극의 대사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4) 시각의 무기화
연극의 관객은 항상 고정된 좌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점으로 연극을 관람하게 된다. 스포트 라이트를 이용하여 특정부분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힘은 미약하다.
그러나 영상에 있어선 카메라의 시점이 곧 관객의 시점이 되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대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렌즈에 의해서 시청자 역시 대상을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
5) 입체적 공간 창조
연극은 '제4의 벽을 통한 예술'이라고 한다. 연극의 무대는 대게 세 개의 벽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제4의 벽은 없다. 그곳이 바로 관객이 연극을 보는 유일한 구멍이다. 때문에 관객은 항상 제4의 벽을 통해 평면적으로 무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상의 세계에 있어선 4개의 벽 어느 방향에서도 자유자재로 대상을 포착할 수 있으며 바닥이나 천장까지 포함한 6개의 벽을 통해 입체적 공간을 창조할 수가 있다.
6) 몽타즈(Montage) 수법
몽타즈란 단편적인 영상을 이어 붙임으로서 의도하는 의미와 사상을 표현하는 영상문법을 말한다. 영화는 무수한 필름 조각들의 결합으로 이루어 지는데 이것을 몽타즈 또는 필름 편집이라고 부른다. 영상은 그림자체(영상미)를 통한 의미 표현과 함께 영상과 영상을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몽타즈 수법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