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특히 미국 헐리우드 영화는 몇 개의 전형적인 틀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틀은 인디아나 존스와 흡사하다.
1. 초능력의 인간이 등장한다. 수퍼맨이나 수퍼우먼이다. 람보나 원더우먼이다. 일상의 인간은 작고 사소하다. 그에 비해 초능력의 주인공은 신에 가깝다. 화면은 처음부터 끝가지 현란한 초능력의 파노라마를 위해 바쳐진다. 그 장대함과 현묘함이 넘실대는 화면에 넋을 잃고 있다가 그것이 비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환상이다. 홍길동이 궁핍한 시대의 환상이었듯이 라라는 문명시대의 환상이다. 첫 번째 화면은 라라의 아름다움과 신출귀몰로 시작한다. 만화같다.
2. 영화를 지배하는 대립적인 틀 : 현대와 고대, 서양과 동양, 문명과 미개, 의인과 악당. 이 중 현대, 서양, 문명이 한 묶음이고 그 반대 쪽에 고대, 동양, 미개가 놓여 있다. 의인과 악당은 한쪽에만, 혹은 양쪽에 다 등장한다. 그런데 문명이 가져다 주는 모든 문제를 문명이 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결의 열쇠는 시대적으로는 고대가 공간적으로는 동양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서양은 특히 미국은 극도로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바로 그 문명의 폭력 앞에서 파멸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도 그 파멸의 징후를 알아채고 동양의 고대 속에서 그 구원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역시 명민하다.
3. 수미쌍관이다. 첫화면과 마지막 화면, 라라와 로봇. 첨단 로봇은 최근 여러 미국 영화에서 단골처럼 등장한다. 로봇이 인간을 구원할지 파괴할지 그것은 로봇만이 알 수 있다. 인간은 무엇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제어할 수는 없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에게 지배당하는 기이한 꼴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고대에는 인간과 자연만이었다. 조화와 순응이 진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강자의 지배만이 진리다. 하여 우리는 원시로 돌아가야 한다.
몇 가지 감상의 포인트가 더 있지만 다음에 적어 보기로 한다. 영화의 실제 감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발견되는 드러나는 몇 가지 기호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