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장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단어는 아마도 `비싸다'가 아닐까요. 두번째는 아니라도 다섯번째 안에 드는 단어 중에 골프장 `캐디'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지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운드가 끝난 뒤 "캐디의 친절함과 혼자서 4인 플레이를 책임지는 서비스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에서 흔히 `언니'라고 쉽게 불리는 캐디(정확한 표현은 경기 보조원입니다)는 한국에서는 `원더 우먼'이나 다름없습니다. 코스 공략 방법 알려주기, 남은 거리 불러주기, 스코어 계산해주기, 원하는 클럽 공수해주기, 볼 떨어진 위치 파악해서 볼 찾아주기, 경기중 룰 판단이 필요할 때 심판 서주기, 카트 운전, 물 따라주기, 경기전 스트레칭 시범보여주기, 내기때 돈계산 해주기, 샷이 너무 안돼 열받은 손님 비위 맞춰주기, 퍼팅 때 라인 봐주기 등등. 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합니다. 그리고 간혹 껄떡(?)거리는 손님의 말을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게 잘라 줘야 합니다.
조만간 대한민국 골프장 300개 시대가 열립니다. 대한민국에 수 만명의 캐디가 있습니다. 보통 18홀을 돌며 이들이 받는 돈은 8만원에서 10만원입니다.(최근 이른바 명문골프장들은 캐디피를 10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나이는 20대 초반부터 40세 정도 까지 입니다. 보통 45세 정도면 정년이라고 합니다.
하도 별별 인간들이 다 있다보니 캐디들은 능수능란하게 말을 받아치는 데는 선수들 입니다. 요즘은 캐디들의 면면도 확 바뀌었다고 합니다. 몇년 전부터 고질화된 대졸 취업난이 고스란히 반영이 됐습니다. 웬만한 골프장의 캐디는 대졸이 절반 이상, 전문대졸 이상이 80% 이상입니다. 석사 출신 캐디도 다수 입니다. 캐디들의 골프 실력은 직접 골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 천차만별이지만 눈으로 보고 실력을 파악하는 것은 프로 뺨칩니다.
보통 캐디들은 1주일에 8번 내외의 18홀 라운드를 돈다고 합니다. 1번에 8만원에서 10만원을 받는데 이 돈은 전부 캐디들이 갖습니다. 골프장으로부터 따로 월급을 받지않죠. 하지만 골프장 페어웨이 디봇 보수나 다른 잡일에 많이 동원된다고 하네요. 연봉으로 치면 2500만원에서 3000만원, 많으면 그 이상도 법니다.
주말에도 쉴 틈이 없고 1주일에 하루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개인시간이 적습니다. 결혼을 해서 출퇴근을 하는 캐디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혼입니다. 또 미혼여성 상당수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남자를 사귀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하더군요.
한국의 캐디문화는 일본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일본 캐디들은 한국에 비하면 불친절하고 좀 딱딱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입니다. 중국 태국 필리핀 등 한국골퍼들이 해외원정을 많이 다니는 곳에도 캐디들이 있습니다. 한국과 아주 흡사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골프 지식이나 실력은 한국 캐디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중국 베이징의 한 골프장은 1인 2캐디인 곳도 있습니다. 한팀(4명)에 캐디가 8명. 페어웨이가 아주 북적 북적 합니다.
지난 여름 중국 삼능애플시티 골프장(옌타이에 있습니다)에서 대회가 열렸는데 한꺼번에 캐디 수백명이 시상식장에 쏟아져 나와 보는이들이 놀랐습니다. 이들은 18홀 기준으로 한화로 5000원에서 1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최근 한국 골퍼들이 마구 수고비를 덤으로 주는 바람에 이들의 눈높이도 적잖이 올라갔습니다. 다 자업자득이죠.
캐디가 되려면 골프장에 직접 연락해서 소정의 과정을 통과해 입사가 결정되면 몇 달간 교육을 받은 뒤 몇 단계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됩니다. 요즘은 캐디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캐디취업 전문 교육학원까지 생겼습니다. 예전에 비해 지원자가 상당히 늘었죠.
많이 걷고 좋은 공기를 마시는 캐디들. 정말 건강 미인일 것 같지만 의외로 직업병도 많다고 합니다. 허리, 무릎 등에 관절염이 생기고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트러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프로선수들의 캐디는 세미프로 이상의 선수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인 윌리엄스는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벌기도 합니다. 보통 투어 프로들의 우승상금의 10%를 받고 경기별이나 월 단위로 따로 계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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