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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저학년 산문
최우수상
바람
경주초등 2학년
김연진
봄 소풍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친구들과 맛있게 점심도 먹고 게임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쉬는 시간이 되어 내 자리로 왔는데, 어디로 갔는지 내 돗자리가 없었다. 봄바람이 내 돗자리를 돌돌 말아서 멀리 날려 보낸 것이다. 봄바람은 정말 심술쟁이다.
나는 돗자리를 잡으려고 힘껏 달려 보았지만, 봄바람은 달리기 선수인지,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난 속상해서 그만 울어 버렸다. 친구들이 그런 나를 쳐다보며 킥킥대며 웃었다. 나는 더 화가 났다. 짝지가 언제 갔다 왔는지 돗자리를 들고 서 있었다. 친구 이마에 땀이 송송 맺혀있었다. “연진아, 내가 찾아왔으니까 이제 울지 마.” 나는 너무 창피했다. 꼭 내가 유치원생 같았다. 봄바람은 어느새 친구 이마의 땀을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바람도 좋은 친구다.
우수상
바람
용황초등 3학년
전한빈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충청도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갔다. 할머니 댁에 가니 몇 년 전 추석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나라에 태풍 ‘매미’가 불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나는 그때 할머니 댁에 있어서 몰랐는데 부산 외할머니 댁과 경주 우리 집은 많은 피해를 입었었다. 집에 와 보니 나무도 뿌리 채 뽑히고 화분 받침대도 날아가 버렸다. 다음에 부산에 가보았더니 부두에 있는 콘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기계가 넘어져 있었다. 이 기계를 다시 바로 세우지 못할 만큼 그 기계가 무서운데 바람이 넘어뜨렸다니 바람의 힘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유람선 호텔 배까지 옆으로 누워 버렸다는 거였다. 손으로 잡을 수고 없는 바람이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다니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바람이 이렇게 늘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 바람이 조금씩 불어 주면 시원하고 에어콘을 많이 틀면 생기는 냉방병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풍차를 돌리기도 하고 풍력 발전소를 돌리기도 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연날리기 등 재미있는 놀이도 못한다. 좋은 친구도 되고 나쁜 친구도 되는 바람이 좋은 친구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바람이 주는 피해에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우수상
바람
용황초등 2학년
최나라
우리 동네 바람은 할일이 많다. “바람아 오늘도 일하러 가니?” 나도 따라가 봐야지!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어! 지나가다 나뭇잎 하나를 떨어 뜨렸네, 아참 이럴 때가 아니라 얼른 따라 가야지 바람이 감나무 위에 앉았네! “바람아 너 일하러 가지 않고 감나무에 앉았니? 아 알았다. 감 먹고 싶었나봐 응 다 먹었니? 이번엔 또 어디로 갈까? 논이잖아? 아 바람을 불게해서 벼를 노랗게 익게 하는 구나 그럼 사람은 추수를 하고 어, 또 어디로가 여긴 나무잖아? 아, 열매를 떨어지게 하려고 왔지? 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구나? 난 오늘 널 보면서 깨달았어! 일이나 공부하기 싫을 때 널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게 바람아! 앞으로도 열심히 일 해줘 바람아 고마워.
우수상
바람
용황초등 2학년
전 지혜
바람은 계절마다 다르지요. 나는 바람이 좋을 때도 있고, 얄미울 때도 있어요. 봄바람은 포근하고 여름바람은 시원하고 가을바람은 색깔 바람이여서 좋고 겨울바람은 쌩쌩 차가운 얼음바람이 불어서 내 얼굴을 꽁꽁 얼게 만들어서 얄미워요. 바람은 내 마음을 잘 모르 나 봐요. 지금은 가을이여서 색동 바람이 불고 있어요. 나는 나무그늘 밑에서 색동 바람을 맞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어? 손가락 모양의 단풍이 하나 떨어져서 책 속에 예쁘게 꽂아 두고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색동바람과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며 놀았어요. 나는 색동 바람이 너무 좋아서 내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면서 계속 내 이야기 친구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색동바람은 날아갔어요. 내년 가을에 다시 만나가로 약속을 하고...
초등부 저학년 운문
최우수
바람
화랑초등 3학년
최유라
바람은
악보를 싣고 가는
커다란 수레
자연이
아름다운 소리를
도시로 싣고와
한 소절 두 소절
연주한다.
오늘도
바람은
산 속에서
숨을 죽인다.
산새들의
노래 소리도 담아가고
물새들의
대화소리도
담아가기 위해서
우수상
바람
유림초등 1학년
하늘에서 떠돌 아 다니는 바람
갈 곳이 없나 부다.
내 마음속에 있는 바람
그것은 하품이다.
바람이 피곤 한가 부다.
바람이 한숨자고 일어나면
내 마음이 개운해 지네
돌고 도는 바람
갈 곳을 잃었나.
바람은 집이 없나 부다.
우수상
바람
유림초등 2학년
정설희
바람은 할머니 친구
가을 햇살 손잡고
할머니 텃밭에 앉았네
주렁주렁 호박
땡글땡글 감
어서어서 익어라고
할머니 손처럼 어 루만 지네
바람은 내 친구
학교 가는 길
발걸음 가볍게
내 뺨을 살며시 만 지네
할머니 손처럼
우수상
바람
황성초등 1학년
김규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도토리가 하나 둘씩 떨어집니다.
하나 둘씩 떨어지는 도토리를
보고 다람쥐가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도토리는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초등부 고학년 산문
최우수상
동생
경주초등 5학년
최윤아
나는 내 친구들에게 내 동생을 소개하며 “내 동생 귀엽지?”하며 자랑합니다. 그러면 다들 “귀 없다고?” 라며 장난을 겁니다. 다른 애들 같으면 웃음을 터뜨리겠지만 난 웃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귀가 접혀 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들은 정상적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내 동생은 큰 깨달음을 가져 다 주었습니다. 처음엔 아주 바보같이 나도 “치이, 왜 저런 동생이 태어나서 날 창피하게 만드는 거야” 하는 생각으로 동생을 봐주지도 않고 TV만 보고 동생이 울면 비디오만 틀어주어 ‘TV중독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난 나의 악마 같은 생각과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동생이 3살이 다되어 가는데도 엄마 아빠 이 두 단어를 말하지도 못했던 것! 엄마 아빠에게도 물론 동생의 악마였던 나에게도 동생이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하자, 후회와 눈물이 앞을 가로 막았다. 동생아... 날 누나라고 불러 줄 수 있겠니? 이 못난 나는 너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후회와 슬픔만 벅차오르는 구나! 지나가 버린 세월... 이미 늦어버린 시간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이 눈물 밖에 없어 미안해
... 이제... 노력할게. 그러나 지금 할말은 이것밖에 없어...
원우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누나가-
우수상
동생
경주초등 4학년
김채은
얼 마 전의 일이였습니다. 평소에는 장난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심하게 싸우셨습니다. 사소한 일이 큰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동생과 나는 처음으로 본 광경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부모님이 싸우시니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동생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동생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오빠 같다고, 동생은 아직 어린데 그런 일을 겪다니 동생이 가엾은 것 같았습니다. 나는 부모님이 헤어 질 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동생의 조그마한 얼굴에 있는 눈을 보니 정말 어린데 이런 일을 겪다니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생과 내가 말린 후에야 겨우 싸움이 끝났습니다. 그 일을 잊을까 했지만 부모님이 싸운 뒤로 내가 고아원에서 지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도 아닌 철부지 동생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나를 괴롭히고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 했지만 그게 아닌 걸 느꼈습니다. 외로울 때 의지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동생, 동생은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나 또한 동생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재훈아 사랑해!
우수상
동생
불국사초등 6학년
이영은
“여기 있던 내 샤프 어디 갔어?”
책상 위에 놓아 둔 어제 사 온 샤프가 없어졌다. 필통이나 연필꽂이 속이나 책상 따위의 속까지 다 봐도 안 보인다.
“엄마, 내 샤프 못 봤어요?”
“몰라, 성은이한테 있겠지 뭐.”
그러면 그렇지, 내 샤프는 동생의 필통 안에 있었다. 곰 그림이 좋다고 가져간 게 분명하다.
“언니야, 나 그거 조금 만 쓸게.”라고 말하며 내 샤프를 뺏어간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아깝지만 줘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한테 언니야가 저거 안 줬다면서 엄마한테 이르러 가기 때문이다.
성은이는 나와 7살이나 차이 나는 어린 동생이다. 7개월 만에 세상 빛을 봐서 처음 태어났을 때는 1.7kg밖에 안 나갔다. 인큐베이터에서 40여 일간 지내고 난 뒤 처음 집에 데리고 왔을 때는 작고, 어려서 잘 보살펴 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주 조그맣고 작았던 그 아기가 벌써 키가 훌쩍 크고, 살이 토실토실하게 쪘다. 내 친구들은 볼이 통통한 성은이가 귀엽다고 하는데, 나는 하나도 귀엽게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나에게 하는 행동 때문이다. 가령, 앞에서처럼 내 샤프나 연필 같은 마음에 드는 학용품이 있으면 갖고 가서 마구 쓴다. 내가 안 주면 엄마한테 일러바쳐서라도 뺏어간다. 내가 컴퓨터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으면 갑자기 막무가내로 할 거라고 투정을 부린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엄마와 아빠 두 분 모두 일을 하시기 때문에 성은이는 어린이집을 간다. 어느 날은 그런 동생을 골려주기 위해서 어린이집 차를 타고 집에 오는 시간에 마중을 나가지 않았더니, “언니야, 나 쉬 쌌어.”라면서 문을 두드린다. 손에는 계단에서 넘어졌는지 흙이 묻고, 멍이 들어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 날은 어쩔 수 없이 샤워도 시켜줘야 되었다. 저녁 때 쯤 슬슬 배가 고프며 냉장고 문을 5분 간격으로 열어보다가 케찹 밥을 해 달라고 한다. 케찹 밥 만들어서 먹여주고 나면 내가 여지껏 잘 안 해 주었던 일을 엄마께 전화해서 일러바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할 일을 잠시 미뤄두고 해달라는 것을 해 준다.
같이 컴퓨터 게임도 하고, 색종이로 접어달라고 하면 종이접기를 못 하지만 끙끙대면서 접어주기도 한다, 이제는 케찹 밥 말고도 볶음밥도 만들어 주고, 가끔 과자를 사와서 나누어 먹기도 한다,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유치하지만 백설 공주 이야기도 읽어주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준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그게 정말 알아듣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잘 해 주면 나를 잘 따르고 재미있게 노는데 나도 그게 귀찮고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지르면 그건 다 사라지게 된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늦게 오면 보고 싶고 엄마가 할머니 댁에 데려다 놓고 오면 집에 없으니까 허전하다, 나한테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악마이지만 악마라고 놀려서 울상을 짓는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우수상
동생
용황초등 4학년
임찬영
전래 동화를 읽어보면 항상 나쁜 형 때문에 당하면서 살아가는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저번에 읽은 책에서도 동생은 형의 욕심에 눌려 불쌍하고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읽으니 나는 나도 우리 집에서 동생이라 그런지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 동생은 형의 욕망을 들어내고 자유로움을 얻게 되었다. 내 생각엔 동생의 착한 마음씨 덕에 하늘이 도운 것 같았다. EH한 어린 동생의 몸으로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고 총명히 느껴졌다. 나에게는 참 기특한 사촌동생이 하나 있다. 그 동생은 친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를 맞아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동생의 얼굴엔 작은 그늘조차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슬퍼서 엉엉 울 것 같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동생이 꿋꿋하게 생활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난 참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동생 얼굴에 비친 해맑은 미소는 어디에서 샘 솟는 걸까? 동생에게는 일그러진 마음이 찾아오지 않아서 마음속에 꽃봉우리가 자라났나 보다. 참다운 미소의 작은 동생이 나의 사촌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나의 마음을 푸르게 하는 동생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생과 나 사이에 난 작은 마음의 길을 걸어 동생에게 갈 것이다. 항상 태양과 같은 미소를 동생이 잃지 않도록 나는 커다란 미소 실은 돛단배가 되어주고 싶다.
초등 고학년 운문
최우수상
동생
용황초등 4학년
권민석
내 동생은 돋보기
모든 것을 바로 찾지요.
잃어버렸던 것도 찾아주지요.
내 동생은 강아지코
내가 방금 먹었던
음식을 척척 알아 맞추지요.
나이도 작고
덩치도 작은 내동생
하지만 나보다 잘하는게 많다.
우수상
동생
유림초등 4학년
신성진
내 동생 응급실 가던 날
나 혼자 집에 남아
TV보며 있는다.
병원에 있던 엄마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하신다.
내가 병원 따라 갔을 때
동생의 수술 이야기가
나오고 나는 아빠 뒤에서
눈물만 흘린다.
엄마께서
“괜찮다.”
하시며 나를 달래시고
나는 눈물만
펑펑 쏟아 붓는다.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내 동생이 건강하세
퇴원을 진심으로 빌었다.
우수상
동생
용황초등 5학년
정혜진
개구쟁이
우리 동생은
심술쟁이
툭 하면 때리고
반말 쓰는 심술쟁이
내 동생
동생마음속에는
나쁜 마귀가
살기도 하고
착한 마귀가
살기도 하는
동생의 마음속
하지만 언제나
심술쟁이는 아닌
우리 동생
한번쯤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니까
우수상
동생
유림초등 5학년
정은송
내 동생은 나의 앨범
슬픈 기억 기쁜 기억
내 머릿속에 차곡 차곡
쌓여있는 동생과의 추억
내 동생은 나의 계산기
슬플 때는 -를 누르고
기쁠 때는 +를 누르고
맛있는 것이 있을 때 ÷를 누르지.
내 동생은 나의 복사기
손과 발 모두 나랑 똑같지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하물며 떼쓰는 모습도
나랑 동생은 쌍둥이 같아요.
중등부 산문
최우수
꽃잎
안강 여자 중 1학년
조현정
“아가 살결처럼 보드라운 꽃잎을 만져 본적이 있으세요? 그 작은 아름다움을 느껴 본적이 있으세요?”
봄에 볼 수 있는 벚꽃의 화려함 보다는 가을 국화의 수려함이 돋보이는 계절 가을.
가을이 오면 떨어진 꽃잎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거 에요.
꽃잎 아래서 열심히 겨울 준비를 하는 새까만 개미 친구들, 매서운 바람 맞지 않도록 숨죽여 있는 아기 풀들, EH 어디로 날아가지 않게 몸에 힘을 꽉 주고 있는 새끼손톱만한 돌멩이들도,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꽃잎 아가씨들 춤추고, 그 발 밑 조그마한 행복이 퍼지는 지금, 그래서 이토록 겨울을 설레게 만드는 예쁜 꽃잎 아가씨. 겨울은 매년 돌아오는 꽃잎 아가씨를 볼 때 마다 첫눈에 반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탐스러운 하얀 눈송이를 선사 하지만 꽃잎 아가씨와는 다른 예쁜 사랑을 나눌 수가 없대요. 그래서 겨울은 울지요. 눈이 녹을 때 반짝거리는 그 무엇을 보았다면 그것은 분명 겨울의 눈물 일거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얘기를 담고 있는 꽃잎 아가씨가 한 발짝 또 다가왔네요.
겨울의 끝을 맞이했을 땐 이미 꽃잎 아가씨는 사라지고 없겠지요. 그 수려함을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사람들도 겨울도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지요. 가을에 쌀쌀함을 느낀다는 건 바로 이 때문 일거에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사람들도 조금은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올해는 겨울이 조금만 심술을 부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꽃잎아가씨와 겨울의 사랑을 빌어 줄 거 에요. 들리세요? 꽃잎 아가씨의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우수상
꽃잎
경주 여자 중 2학년
박정현
‘튀어야 산다’ 나는 이 문장이 현대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마의 독창적인 개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제품에도 그 제품의 개성이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고시하는 것을 볼 때 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개성 그 오묘한 특성을 나는 ‘꽃잎’에 비유하고 싶다. 꽃이 자신의 꽃잎모양이나 색깔로 자신을 표현하듯이 사람도 자신이 남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길가에 오순도순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본 적이 있다. 한 송이만 덜렁 피어 있었더라면 꽃을 피운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처럼 외로워 보였겠지만 여러 송이가 정답게 피어있으니 오히려 한 송이 한 송이의 개성이 돋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 자신만의 개성을 너무 내세우다가는 우리의 조화를 깨뜨릴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은 존중해주되 자신만의 개성을 내세우기만하면 그 개성 즉 꽃잎은 ‘떨어져야 할 아름다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꽃잎이 되고 만다.
봄에 수많은 벚꽃들이 떨어지는 풍경을 본 일이 있는가 한창 자신의 꽃잎을 뽐내다 때가 되면 떨어지는 벚꽃을 보니 그 때를 맞추어 개성을 표현하는 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수상
꽃잎
경주 중 2학년
허재영
한참 꽃잎이 떨어질 무렵.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께 사랑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군 장교 출신이라서 그런지 항상 무뚝뚝하고 감정을 쉽게 표현하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가족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감정표현에 쉽게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의 성격에 어머니는 화가나 외가로 돌아 가신적도 있지만 나와 누나를 위해 화를 늘 참으셨다.
어릴 적 아버지의 생신으로 우리 가족은 생일상을 차려들이기에 노력하였다. 아버지가 오셨고 우리는 아버지를 놀래 드리게 하기 위해 숨었다. 거리가 확보되자 우리는 달려들어 폭죽과 노래를 불렀다. 초를 불때가 되자 아버지께서는 “뭐 하러 이런 걸 하 노?” 라고 말씀하셨고 우리 가족은 모두 뜨끔해 하였다. 그렇게 촛불을 부셨고 준비한 선물을 드렸다. 난 공책 누나는 책을 선물 하였는데, 아버지께서는 “이런 건 안 쓰는데 ”라고 하셨고 어머니가 바지를 드렸는데 사이즈 안 맡 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화가 나서 상을 치워 버리셨고 나와 누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을 반복하고 15년을 아버지와 함께하니 난 가끔 마음이 상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버지가 감정표현을 잘 하시지 못하기에 그럴 거라고 생각해 넘겨 버린다.
몇 일전 시험이 끝나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평균이 잘 나와 내일 만 잘 치면 순위 안에 들것이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기에 어느 때 보다 기대를 많이 하신 아버지다. 하지만 오늘 성적은 개판이다. 점심 때 아버지는 성적을 물으셨다. 난 “기술 가정, 도덕을 못 쳤지만 다른 아이들도 못 쳐 괜찮을 거 에요.”라는 말을 하였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화를 내셨고 “그러면 좋은 고등하교 못 가!”라고 말씀하셨다. 난 화가 나고 울분이 터져 방에 이불을 덮고 누웠다. 도무지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 기뻐야 할 때 더 큰 상처를 받았다. 다음날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약속에 아침부터 분주했다. 돈을 챙기다 책상 위를 보았다. 난 울었다. 또 울었다. 그 책상 위엔 삼 만원과 A4용지에 정성스레 적힌 글이 있었다. 글 제목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들아’였다. 그리고 다치지 말고 계획대로 잘 놀아 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무뚝뚝한 아버지가 사랑이라니... 난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꽃잎은 아름다움도 있지만 속을 보호 하기위해 존재한다. 그로 인해 속이 다치지 않고 잘 클 수 있게 된다. 나의 아버지는 그런 꽃잎이다. 겉으로는 아무리 못생긴 호박꽃이지만 속을 단단히 키워 주시는 호박잎이다. 비록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속이 그렇지 않는다는 것 그런 꽃잎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난 행복하다.
우수상
꽃잎
경주 여자 중 2학년
손희경
사람들은 건강하기 위해서,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또는 행복하기 위해서 부적을 산다. 하지만 내게는 작지만 예쁜 꽃잎부적이 있다. 겨울에 햇빛이 드는 마당 한구석에 피는 복수초를 따서 말린 뒤에 딴 꽃잎을 물기가 없어질 때 까지 엄마는 두꺼운 책에 넣어 열흘밤을 말리신다. 그러면 문방구에 가셔서 코팅지를 사신다. 코팅한 꽃잎을 예쁘게 오려 우리 가족들에게 나눠주신다. 올 한 해 행복 하라는 마음을 담아서...
복수 초는 추운 겨울에 피어 새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노오란 황금빛을 띄고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는 꽃.... 옛날에는 볼을 주는 복수 초를 새해에 선물하기도 하였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복수초의 꿋꿋함과 그 꽃을 일년 동안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과 정성을 작은 꽃잎 부적이지만 우리가족에게는 어떠한 부적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꽃잎 부적이다.
이제 머지 않아서 꽃잎의 색깔이 바래고 마른 풀냄새가 없어지면 이번 겨울에도 노란 복수초를 기다릴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가족이 다 함께 꽃잎을 더 많이 따서 부적을 만들어 주위사람들에게 나누어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중등부 운문
최우수상
꽃잎
경주 여자 중 2학년
이지현
이른 봄날
난 들었어
꽃잎들의 속삭임을
고 작은
뿌리 두레박으로
물을 긷고
고 작은
잎 손으로
햇살을 잡아
영차 영차
꽃잎 열어
빨강 파랑 노랑
나비도 부르자
별님도 부르자
고운 향기
파아란 하늘로
은은히 퍼뜨리자
난 들었어
팔딱 팔딱
꽃잎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꽃잎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를
우수상
꽃잎
경주 여자 중 1학년
황수진
수 많은 나무들 사이
울타리 쳐진 곳에
홀로이 피어있는
그리움 많은 꽃잎
그 울타리 너머
울려퍼지는
꽃잎의 노랫소리를
들어 보셨는지요.
은전 부딪히는
소리보다 곱게
그대 귓전에
아른거리던
은은한 꽃잎의
노랫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내 마음은 호수여
그대가 올 때까지
넓은 아량으로
나를 용서하며 부르던
아름다운 꽃잎의
노랫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햇빛 한 줌 못 받아
시들어가며
나의 태양을
기다리며 부른
애달픈 꽃잎의
노랫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으스러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마음 하나
부여잡고 불렀던
슬픈 꽃잎의
노랫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 묻혀
아직도 노래 부르는
그리움 가득한 꽃잎의
노랫소리를
그대는 들어보셨는지요.
우수상
꽃잎
계림 중 1학년
김지민
파르라니 파아란
연못에서
수련의 잎과
갈대 잎엔
천연의 한
유유히 노니는
청둥오리는
신라인의 고고함이
천년이 지난자리엔
신라의 숨결이
다시금 파릇불긋
잔잔한 수면 물결엔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이어진다.
오늘도 박물관엔
세월을 뛰어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이
아이들의 맑은
웃음꽃으로 흐른다.
우수상
꽃잎
서라벌 여자 중 2학년
이지은
뻥튀기가 터지듯
꽃이 터진다.
내 마음이 열린다.
겨울의 추위를 딛고
봄이면 꽃이 피고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망설임 없이 떨어진다.
차가운 땅에 몸을 맡긴다.
구름 덮힌 내 마음에
하얀 뭉개구름 흩어진다.
나도 저처럼 가볍게
날마다 하얗게 열리고 싶다.
고등부 산문
최우수상
왕릉
포항 제철 고 1학년
서한솔
수 백년간의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많이 겪어서 인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허리가 휘어버린 나무들이 무성한곳 계림 숲 그 옆 도로에는 사람들을 태운 말이 달그닥 달그닥 거리며 달리고 있고 바로 맞은편에는 항상 같은 곳에 첨성대가 다소곳이 서 있다. 사방들 둘러보아도 어디 한 곳 예쁘지 않은 데가 없어서 나는 계림 숲에 올 때마다 한 자리에 서서 주위를 빙 둘러보는 습관이 잇다. 언제나 나의 시선이 잠시 동안 멈추는 곳, 그 곳은 어렸을 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왕릉’이다. 그 즐거웠던 추억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이었을 때, 우리 부모님은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경주에 있는 문화재를 구경 시켜 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어디를 갔었는지 반 이상 잊어버렸지만, 그 덕에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을많이 갖게 되었다. 그렇게 가족끼리 함께 다닌 문화재 탐방 여행 중에서도 나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바로 ‘왕릉’이다. 경주에 왕릉이 있는 곳이 너무 여러 곳 이다보니 지금은 그 곳이 어디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대 처음으로 그 왕릉을 보았을 때는 무척ㅇ나 높아 보였었다. 그래서 저기서 미끄럼을 타보며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니께 “엄마, 나 저기서 한번만 미끄럼 타보면 안돼요?”하고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당연히 안 된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러렴. 네가 저기 가서 미끄럼 타면 왕릉 밑에 뭍여 계신 분들도 너희들이 왔다고 좋아하실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나는 동생과 신나게 왕릉에서 놀았고, 그 때부터 진짜 어머니 말씀대로 우리가 자주 놀러오면 조상들이 즐거워하실 거라는 믿음이 아직까지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런데 정말 커 갈수록 그 말이 맞다 는 생각이 들었다. 1000년 동안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 살았던 많은 신라인들이 우리들에게 남기고 간 수많은 유물과 유적들에는 분명히 그 분들의 얼과 혼이 담겨 있을 것이다. 쉽게 믿을 순 없지만 어쩌면 그 분들이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지켜주고 계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경주의 문화재를 볼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소중한 유산들을 잘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한다. 경주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오늘 오랜만에 왕릉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져 온다. 완만한 경사의 부드러움과 솜털처럼 보송보송하게 덮여 있는 새파란 잔디까지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저 왕릉이 경주를 굳건히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런데 자꾸만 저 멀리 보이는 왕릉 위로 올라가 그 옛날처럼 미끄럼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우수상
왕릉
경주 여자 고 1학년
공자인
모처럼 시험이 끝나고 신문을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북핵 문제로 여러 얘기가 많은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계속되는 북 핵 얘기에 점차 신문을 읽는 게 지루해질 찰나 경주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안압지를 비롯한 주요 유적지에 설치해 놓은 조명이 아름다움을 더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에겐 별 감흥 없는 내용일 뿐 이였다. 공무원이나 조명설치에 힘쓴 사람들에게나 뿌듯한 내용일 뿐 특히 학생들에겐 큰 기쁨을 주지 못할 내용임이 분명했다. 며칠 전에도 학교에서 경주얘기가 나와서 친구들과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평준화 되지 않은 경주에서 명문고에 가려고 발버둥치게 만드는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 이였고, 두 번째는 제대로 된 문화시설도 없는 것에 대한 짜증 이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원인이 바로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유적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터를 잡고 누워있는 유적 때문에 집을 지으려고 해도 지을 땅이 없거나, 건물을 세우려고 하면 유물이 튀어나와 공사를 중단시키니 서울같이 문화적으로 잘 되어있는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유적, 특히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왕릉은 발에 박힌 가시같이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내게 경주는 아름답고 자랑스런 도시로 변했다. 며칠 전 친구들과 놀러를 가다가 오릉을 비롯한 첨성대 주위를 걷게 되었다. 난 그 때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다. 능 주위를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다정스레 어울리며 즐거워했던 모습 늘 교실에서 담요를 돌돌 말고 춥다며 문을 닫고 지내는 우리들에게 자연은 없었다. 교실 문을 닫는 그 순간 우리에겐 자연이 아닌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대학, 내신, 논술... 하지만 처음으로 걱정과 두려움을 잊은 그날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이였다. 그리고 비로소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얼마나 부러운 사람인가를 깨달은 날 이였다. 나는, 우리는 타 지역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자연 속 자연유산을 선물 받고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자식이 너무 가까이 있어 제 부모가 얼마나 소중한지 쉬이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빨리 깨닫고 그것에 더욱 자부심을 가지며 보존하는 순간 역사 속의 신라는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우수상
왕능
경주 여자 정보고 1학년
정연주
“어, 저기 좀 봐.”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느 날과 똑같이 왕능 옆을 지나가려는데 고분 거 꼭대기에서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달팽이마냥 고분 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잔디를 깍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저 아저씨 봐. 위험하지 않을까?”
아저씨는 무섭지도 않은지 빙그르르 잘도 돌며 잔디를 깎고 있었지만 왕의 고분인지라 손 만큼은 조심스레 기계를 끌고 있었다. 매일 학교를 마치면 이 왕능을 지나가지만 잔디 깎는 모습은 처음 봐 마냥 신기해보여 친구와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잔디 깎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빙그르르 도는 곡예를 보여주던 아저씨의 무대가 끝났는지 깔끔하게 정리된 고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라 가봐야지.”
“어, 올라가면 안돼!”
잘 깎였는지 확인해 준다며 농담을 하던 친구는 아저씨가 가고 난 그 고분 위에 폴짝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에 한번 올라갔다가 꾸중을 들은 적이 있는 나는 또 혼날까봐 친구를 말리려 했지만 높은 황오리 고분을 단숨에 올라가 버린 뒤였다.
‘왕님 미안해요. 조금만 놀다 갈께 요.’
밟고 서 있는 게 미안해진 나는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곤 고분 꼭대기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하였다. 어느사이 주위는 어둑어둑 해졌다.
“우와, 오늘따라 별이 참 많네.”
친구가 하늘을 가리키며 이야기 하였다.
“어머, 정말이네!”
평소 하늘을 잘 보지 않고 별을 봐도 한두 개밖에 본 적이 없던 나는 하늘을 보며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불빛처럼 많은 수 의 별은 아니었지만 제각각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밤하늘을 총총히 밝히고 있었다.
‘공부 하느라 힘들었지? 좀 쉬었다 가렴.’
고분 속 깊숙한 곳에서 친근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기분 좋게 몸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며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친구를 맞이하는 듯한 왕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하늘을 수놓은 맑은 별들은 같이 놀자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집에 가려는 것도 잠시 잊고 가만히 고분위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의 모습은 왕이 살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쯤 말없이 하늘을 보고 있었을까. 기계음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네 지금 갈께요.”
어머니의 전화였다. 잠시 동안의 시간 여행을 마치곤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아쉬운 듯 천천히 걷기엔 주위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아, 너무 어둡다. 얼른가자.”
뛰어온다고 잘 몰랐지만 이 고분은 많이 비탈져 있었다. 조금 전 보기에도 위험했던 아저씨의 곡예를 우리가 다시 한번 해야 되는 것이었다. 친구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왕능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려가, 떨어지지 않도록 내가 등불이 되어 도와줄게.’
고분 속 속삭임이었다. 위로하는 목소리 걱정하며 천천히 내려오라는 그 등불의 속삭임은 오래된 시간을 거슬러 올라 환하게 비추어 주는 것 같았다. 또 한번의 곡예를 무사히 마치고 고분을 내려왔다. 내가 그 위에서 본건 그래, 분명히 등불 이었다. 오래된 시간을 보여주는 등불 천천히 내려가라며 환하게 앞을 비추어 주는 등불 그리고 환한 별의 왕의 선물. 짧은 시간이었지만 밤이 된 지금 신라의 역사가 깨어나 가만가만 들려주듯 내 가슴속 깊이 남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왕능의 오래된 시간은 그저 하나의 고분이 아니었다.
우수상
왕릉
선덕 여자 고 1학년
석자영
어느 덧 봄엔 벚꽃이 흩날리듯 고운 단풍이 내려앉는 가을이 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날카로운 바람이 지나가고 뒤쫓아 시각적으론 따스해 보이나 촉각적으론 시린 감각적 모순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일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자신의 키만 한 비닐포대나 박스 따위의 물건을 웃으며 끌고 나오겠지. 왕릉 앞에 가장 먼저 다다른 아이는 아주 예쁘게 덮인 눈에 주춤하였다가 이내 차례로 쌓인 눈의 균열을 첫 발을 내디딤으로써 깨버리고 뒤따라온 아이들과 꼭대기로 올라가 썰매 타듯 내려올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아마 왕릉을 작은 언덕쯤으로 여길 것이고 조금 큰 아이들은 왕릉이란 걸 알고 있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당장의 즐거움에 열중할 것이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마치 잔뜩 헝클어진 머리처럼 너저분해진 왕릉은 이상하게도 처음 모습보다 포근해 보인다. 나에겐 그런 것이다. 뭐랄까 동네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준 뒤 옅은 미소를 띈 채 쉬는 아저씨 같달까? 만약 옛날 같으면 왕의 무덤 위에서 타고 노는 것은 물론 근처를 지날 때 고개를 들고 지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원래 무덤이 란 게 시간이 지나고, 날이 지나고, 해가 흘러 세기가 바뀌어 가면 가라앉다가 평평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수 백년이 지났음에도 커다란 왕의 무덤 즉, 왕릉을 보니 지을 당시의 크기를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주인, 군주의 무덤이란 건 사실 얼마나 존엄하고 귀중한 무덤인가, 그러나 요즘 높고 높은 왕이란 조상님의 무덤을 도굴하여 소중한 유산을 자신에 이익에다 팔아버리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어 슬프고도 화가 난다. 그런 후손들을 둔 임금의 속은 오죽하겠는가, 물론 아이들이 왕릉 위에서 놀고 사람들이 기대어 쉬는 것도 옳다 할 수없지만 도굴과 같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한다거나 도굴하는 일이 없어 졌으면 좋겠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겐 왕릉은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왕릉에도 궁중의 역사와 관례, 모습도 알 수 있어 꽤 흥미 있는 유산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세기가 흐르고 많은 세대를 거듭하다 왕릉의 자리도 평평히 사라질 것이다. 왕릉이 만들어지고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의 왕릉도 소중히 여기며 많은 사람들이 왕릉에 관심을 가지고 친밀감을 가졌으면 한다.
고등부 운문
최우수상
왕릉
경주고 1학년
이근희
신라 역사서 한 권 들고
왕릉으로 간다.
가을 구름 아래로 간다.
숲길에 들어서 면
발은 끌리 듯 간다.
나뭇잎 밟고
바람의 말 스치며
왕릉위에 눕는다.
내 눈이 읽기 전에
나무가 먼저 읽게 한다.
나뭇가지 사이
다람쥐가 읽게 한다.
지나가던 구름이
먼저 읽고 나서
내가 읽는다.
비행하던 단풍이 읽고
내가 읽는다.
그들의 눈길이 밟고 간
그들의 발자국이 남아
천년 역사가 된 책을
신라 천년 왕릉의
숨결이 읽고나서
내가 읽는다.
우수상
왕릉
포항 중앙 고 2학년
이준희
산 너머 불어오는 바람 따라
서라벌의 금잔디는 눈부시고
소리 없이 흘러가는 구름 속에서
푸른 소나무 하나가
세월 위에 앉아있다.
드넓은 신라 계림 숲
포근한 낙엽 그늘 속에 누워
두 눈을 지긋이 감아보면
화랑의 거친 말발굽 소리
그 찬란한 기상이
손에 잡힐 듯 하다.
하늘로 솟은 내물왕릉
동해바다 속 무열왕릉
그 위대한 왕릉 속에서
천년 고도의 신라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다.
우수상
왕릉
경주고 1학년
강훈구
그대,
왕릉에 올라서 본 적 있는가.
꼭대기에 섰을 때의 외로움을
그 천년의 애환을
가슴 깊숙이 마셔본 적 있는가,
어미의 포근했던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오른
그래,
어차피 한낱 무덤일 수밖에 없는
저 외로운 왕릉에도
한 때는 꿈이 뭍혀 있었음을,
아림드리 나무는
봉황대를 파먹고
황남대총의 꿈은 금관으로
살아 숨쉬는데,
새벽녘이 다르고
저녁 어스름이 다른
왕릉의 정수리는
사실 평평하다는 사실을
왕릉을 짓누른
그 천년의 무게를
그대는 아직까지 모르는가.
곱게 휘어진 저 능선은
언제나 저 푸른 남산에 맞다을 것인지.
우수상
왕릉
경주고 2학년
문석민
살아서 고독 했던 사람
그 무덤도 외롭다.
만 백성 슬픔 걷어 내고자
외로운 의자에 앉아
하늘 아득 눈물짓다가
숱한 날 따뜻한 가슴 데우려
동백꽃에 불을 피우다가
땅거미 내린 후 이슬 모아
영원의 빈터에
큰 동그라미 되고 말았다.
바람의 기억 속에 묻히려고
너의 이름 석자
여기에 홀로 새겨놓고
슬프게도 무채색 나뭇가지에
바람을 남겨놓았다.
아름다운 넋이 한 아름 햇살 머금고
봄바람 속에 꽃잎 한 움큼 감추고
바람 숲이 또 기다림을 날 으며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