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교회들은 ‘당신들의 천국’인가. 많은 교회들은 교인들끼리는 긴밀한 관계를 맺지만 외부와는 단절된 곳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회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자리잡아야 하는가. 견실한 중형 교회를 바탕으로 정서장애아를 위한 학교를 운영하는 등 사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58) 목사를 만나 사회 속에서 교회의 바람직한 위상을 들어보았다.
―한국 교회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는 교회와 지역의 관계에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교회 밖의 사람들은 교회에 대해 낯설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아마도 멋있는 말은 성경에 다 들어 있고 교인들이 늘 그것을 배우는데도 실천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인들이 입으로 하는 말과 몸으로 하는 행동이 다를 때, 또 교회가 몸담고 있는 지역 사회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을 때 그런 거리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교회는 ‘신앙공동체’이기 때문에 신앙이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교회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지, ‘너희들끼리 잘 되라’고 가르치시지는 않았습니다. 종교사를 보면 어떤 종교든 자기 만을 위할 때 문제가 빚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도 지금 너무 자기 중심적이지 않은가 스스로 물음을 던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서양 교회들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지역의 정신적 지주로 뿌리내린 데 비해 우리 교회들은 짧은 기간 동안에 기형적일 정도로 팽창주의에 매달림으로써 정작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교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까.
“최근 들어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도덕적 기반을 쌓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 성장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공리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경의 정신이 본래 그렇다는 인식에 입각한 것이어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고 오래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가 교회 밖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예산 사용을 보면 잘 드러날 것입니다. 남서울은혜교회의 예산 중에서 교회 밖으로 사용하는 것은 얼마나 됩니까.
“우리 교회의 성인 출석 신자는 약 3000명이고 1년 예산은 50억 원쯤 됩니다. 그 중 절반 정도가 밀알학교 운영을 비롯해서 교회 밖을 위해 쓰여집니다. 이전에 제가 20년간 목회하던 남서울교회에서는 최고 62%까지 교회 밖을 위해 사용해 보았습니다.”
―남서울은혜교회의 경우 지역 사회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습니까.
“교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관심을 갖고 찾아서 의료봉사, 노인정ㆍ실직자 지원 등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때 온 가족이 함께 지역의 어려운 가정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도록 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교회가 정말 사회를 섬기려 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