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및 체코 방문기(2014) (1)
2014년 1월 7일(화)부터 17일(금)까지 아들과 함께 화란(네덜란드)과 체코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방문 목적은 첫째로 아들이 태어난 네덜란드를 가보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아들에게 꿈을 가지게 하려는 것이 첫째 목적이다. 둘째로는 깜뻔의 신학대학과 협의할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사절로 깜뻔 신학대학을 공식 방문하고 의논하였다. 셋째로는 프라하를 여행하는 것이다. 얀 후스의 고장을 둘러보고 관광하고자 하였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에서 유학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만나 소식을 듣고 격려하는 목적도 있었다.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진행되었으며 거의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아니 원래 계획의 120%, 150%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 떠나기 전에 기도하였고, 현지에 가서도 매일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성경 읽고 기도했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지난 수요일에 저의 지도교수님을 찾아뵈었더니 그 부인이 말씀하시기를 "아들과 함께 온 것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자기 남편도 오래 전에 아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그 아들이 두고 두고 그때 일들을 말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를링언에 있는 친구네 가정에 갔을 때 식탁에서 같이 성경을 읽고 기도한 것도 아들에겐 중요한 체험이었다. 화란 사람들은 식사는 대충 간소하게 하고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즉, 식사 시간은 육신의 양식 먹는 시간이라기보다 영의 양식인 말씀을 먹는 시간이다. 친구네는 식사하기 전에 먼저 성경 한 부분을 읽고 이야기하는데, 저녁에는 성경을 한 부분 읽고 난 후에 스펄전의 성경 주석을 읽는 것이 특이했다. 단권으로 된 스펄전의 성경 주석이 화란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말로도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돌아가면서 기도하는데 내 아들이 화란어를 모르니까 다들 영어로 기도한다. 지금 화란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게 유행이다. 나에게도 기도하라고 하는데 영어로 하려니 진땀이 난다. 친구네와는 줄곧 영어로 이야기했다. 아들도 함께 듣고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토요일(11일)에는 체코 프라하행 기차를 탔다. 즈볼레에서 타고 알멀로에서 독일 베를린행 기차로 갈아탔다. 우리나라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정도의 속도밖에 나지 않는다. 4시간 반을 달려 베를린역에 도착했다. 독일 북부 지방을 통과해 왔는데 온통 평평하고 볼 게 없다. 베를린역에서 프라하행 기차를 탔는데 체코어가 나오니 설렌다. 밖은 어두워서 볼 수 없는데 4시간 45분쯤 지나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반경이 되었다. 어디로 나가야 될지부터 감감했으나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준비해 온 대로 출구를 찾아 나가서, 스마트폰에 사진 찍어놓은 것을 보고 대조해 가면서 15분 정도 걸어서 한인민박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은 주일이었다. 오늘은 한인교회를 찾아가서 예배드리는 게 제일 중요한데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아들과 함께 기도한 후에 걸어나가서 지하철 역을 찾아가서 표를 샀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대로 꼬빌리시 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약도를 몇 장이나 사진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가져왔는데도 막상 지하철역을 나와 육상에 올라서니 전혀 감각이 다르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는데 마침 어떤 체코 여성이 지나간다. 영어로 스트렐니쯔 전차역이 어디 있는가고 물으니 영어로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가르쳐 준 대로 따라가니 전차길이 양사방으로 나와 있고 어느 역을 말하는지 헷갈린다. 전차역에 가서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스트렐니쯔 역이 맞다. 그런데 거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약도대로 쉽게 나오지 않는다.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도로 돌아가니 또 전차역이 있는데, 거기서 어떤 체코인에게 처음에 내린 꼬빌리시 지하철역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바로 앞에 있단다. 지하철역 앞에서 지하철역을 물은 것이다.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결국 지하철을 나올 때 다른 출구로 나왔으니 모든 게 헷갈린 것이다.
꼬빌리시 지하철역과 스트렐니쯔 전철역 사이의 어느 골목에 있다 했으니 다시 돌아가서 두리번거리는데 아들이 저기에 뭐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작은 글자로 거리 이름이 적혀 있는데 가서 보니 맞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서 뺑 돌아서 가니 큰 건물이 보인다. 아마 이 건물 저쪽 구석에 있겠지 생각하고 보니, 그 건물 안에 체코 사람 몇 명이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쩐지 교회 분위기 같다. 들어가서 까운을 입은 사람에서 한인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바로 저기란다. 저기 목사가 있다고 한다. 한인교회 앞에서 한인교회를 물은 것이다. 그리고 그 까운 입은 인상 좋은 젊은 사람은 후스파 교회 목사였다.
꼬빌리시 한인교회를 무사히 찾아서 감사했다. 그 교회 목사가 친절히 안내해 주어서 자리에 앉았다. 마침 그 날이 그 교회 설립 14주년 기념주일이라 예배 후에 생일 케이크도 먹고 떡국도 먹었다. 그 교회 목사님이 친절하게 체코 교회와 후스파 교회에 대해 설명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1415년에 얀 후스(Jan Hus)가 독일 콘스탄츠에서 화형을 당한 후에 그를 따르는 교회가 <프라하 4개 신조>(Four articles of Prague)를 발표했다고 한다.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은 자유롭게 전파되고 설교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라틴어가 아니라 자기 나라 말로 설교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 전에는 라틴어로 미사하고 설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삶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프라하의 신학 교수요 사제였던 얀 후스가 용감하게 체코어로 설교했던 것이다. 이것은 가톨릭에 대한 도전이요 혁명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후스는 성찬식 때 빵만이 아니라 포도주도 나누어 주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평신도들에게 빵만 주고 포도주는 신부들만 마셨다. 이런 일들로 인하여 후스는 독일 콘스탄츠 회의에 불려가서 결국 이단으로 정죄되고 화형당했다. 그래서 지금도 후스가 화형당한 7월 6일은 체코의 국경일로 지킨다고 한다.
후스가 화형당하자 후스를 따르는 형제들이 <프라하 4개 신조>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개신교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루터보다 100여년 앞서서 체코에서 종교개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한 때는 체코 국민의 90% 이상이 후스파였으나 지금은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세속화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체코의 후스파 교회는 신조를 가지고 있으며 교회가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으니 개신교의 정식 출발이 맞다고 생각된다. 루터의 종교개혁을 2차 종교개혁으로 보는 체코 교회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후스파 교회는 자기를 '형제 복음 교회'라고 부른다. 후스파 교회 성도들은 자기를 '형제'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방문했던 꼬빌리시 한인교회는 후스파 교회당을 빌려 쓰고 있는데 앞벽에 체코어로 뭐라고 적어 놓았는데(JEDEN JEST MISTR VAS, KRISTUS, VY PAK VSICHNI BRATRI JSTE MAT.23.8),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희 주는 한 분 곧 그리스도요 너희는 모두 형제니라."는 말씀이다. 이것은 후스 당시의 가톨릭교회가 얼마나 권위적으로 억압했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 준다. 그래서 오직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이시며 우리는 다 형제임을 고백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체코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니 참 슬픈 일이다. 길거리에 즐비한 환전상들은 합법적인 사기를 많이 치고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필자도 환전상에서 사기 당할 뻔했다. 환전상 창구에 1 유로 = 26.3 크루나 라고 되어 있어서 100 유로를 주었더니 계산 화면에 1,800여 크루나로 찍혀 나온다. 2,630 크루나가 되어야 하는데 1,800여 크루나밖에 안 되다니 황당하다. 그래서 다짜고짜로 "I want money back."이라고 몇 번 말했더니, 돈을 돌려주지는 않고 "환율이 얼마이면 되겠느냐?"고 도로 묻는다. 그래서 대충 26 크루나라고 대답했더니 2,600 크루나를 준다. 잔잔하게 체코어로 가득 적어 놓은 영수증을 주는데 복잡한 규칙을 적어 놓은 것 같다. 그러니 합법적인 사기다. 체코 사람이 얼굴은 미끈하게 잘 생겼는데 속에는 하나님이 없는 것 같다. 체코도 이제는 완전히 선교지역이 되어 버렸다. (다음에 계속)
2014. 1. 20.
변 종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