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같은 단편, 소설 같은 영화
대학로의 밤풍경에 새겨진 30대 남녀의 쓸쓸함을 담아라! 단편영화 <터틀넥 스웨터>의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화려한 대학로의 뒷골목에 배어 있는 그런 정서였다. 한국코닥과 <씨네21>이 공동주최한 ‘이스트만 단편영화 사전제작지원’ 당선작인 육상효 감독의 <터틀넥 스웨터>가 지난 7월20일부터 1주일간 촬영을 마쳤다.
구효서의 단편소설 <그녀의 야윈 뺨>을 각색한 이 영화는 과거 연인이었던 남녀가 30대가 되어 대학로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씨네21>에 난 배우모집 공고를 본 상당수 기성배우가 출연욕심을 낸 남녀주인공 역은 여균동의 단편영화 <외투>에 출연했던 윤동환과 <내일로 흐르는 강>으로 낯익은 김예령이 맡았다.
<장미빛 인생> <축제>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서울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슬픈 열대>를 만든 육상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35mm장편영화 못지 않은 기술적 완성도를 이루겠다고 말한다. 단편과 장편 구분이 단지 상영시간의 차이일 뿐임을 입증하겠다는 것. 현재 편집작업중인 <터틀넥 스웨터>는 8월 중순경 시사회를 한 뒤 10월쯤 극장개봉할 계획이다.
(사진/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의 데이트장면. 공원 곳곳에 20여개의 조명을 설치했다. 이날 사용한 조명비용만 300여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이 투입됐다.)
("녹음 어때요? 촬영 어때요? 그럼 오케이"라고 외친 육상효 감독이 스탭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자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사진/단편 '슬픈 열대' 출연을 계기로 육상효 감독과 친분을 맺은 배우 명계남(사진 맨 왼쪽)은 이날 전 스탭에게 저녁을 사 제작비 절감을 크게 기여(?)했다고.)
(사진/영화의 남자주인공은 직업이 연극배우다. 연극장면 촬영을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마로니에공원 한켠에 마련한 임시 노상분장실. 윤동환, 김예령 두배우 모두 무보수로 출연했다.)
(사진/바탕골극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데 성공(?)한 제작진은 약속된 시간을 넘겨 촬영하는 바람에 극장쪽과 마찰을 빚기도.)
씨네21 1998년 08월 18일 제164호
http://www.hani.co.kr/c21/data/L980803/1q5z83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