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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문이 열린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 아이가 들어간다. 주인 아줌머니에게 돈을 구걸한다.
아주머니는 밥까지 먹이고 돈을 주면서 힘들때마다 오라한다.
아이는 고마워 눈물 흘린다.
밥을 먹는데 눈물까지 먹는다.
콧물이 입으로 들어가고 땟국물이 입으로 들어가고 손으로 입가를 훔친다.
아주머니는 휴지를 가져다가 얼굴을 닦아주고 코를 풀라한다.
아이는 너무 낯선 호의에 반신반의한다.
11살짜리 준영이는 엄마없이 누나와 단둘이 산다.
아빠,엄마는 이혼했는데 작년에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로 돌아가시고 둘만 남게 되었다.
14살인 누나는 허드렛일을 도와주면서 야간 중학교에 다닌다.
준영이는 학교 끝난 후에 음식점을 돌며 돈을 구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통을 쳐서 내보낸다. 오늘은 너무 운이 좋은 날이라 준영이는 마치 엄마를 만난 것 만큼이나 반갑다.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사람들이 자기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기억이 별로 없는 준영이는 아주머니가 마치 천사같다.
어제는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아주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준영인 학교 끝나서 놀다가 5시쯤에 가게에 들어갔다.
"왜, 밥먹으러 왔냐?"
"아니요, 저 , ...."
"혼자 온 게냐? 뭐 갈비탕 먹을래?"
"저, 근데 돈이 없어요."
"뭐, 아 이놈아, 그럼 왜 들어왔어. 음식점에서 돈없이 밥을 준다더냐? 빨리 나가라.재수없다.
금방 저녁 장사시간되니까 어서 썩 나가. 재수없게시리."
준영인 뒤도 돌아보지않고 식당문을 나섰다.
아저씨 인상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큰일날뻔 했다 생각하며 준영인 걸어갔다.
다음부터는 인상부터보고 식당에 들어가서 구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영인 그냥 걸었다.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누나한테 놀았다고 혼날 생각을 하니 집에 일찍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가다보니 놀이터가 있었다.
준영인 그네에 앉았다. 앞으로 뒤로 그네를 굴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람이 살랑살랑 콧등을 간질인다.
기분좋은 바람이다.
그네가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준영이 마음도 따라 올라간다.
아까 아저씨한테 혼나고 구박 받았던 설움은 다 잊어버리고 그네 타는것이 즐겁기만 하다.
준영인 그네를 일어나서 발로 세게 굴렸다.
하늘 가까이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나무가지가 손에 잡힐 것 같다.
밤나무에 밤이 토실토실 익어가고 있다.
비둘기 한쌍이 나무가지에 앉아 준영일 보고 있다.
그네를 타던 준영이가 비둘기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난 이준영 이라고 해. "
비둘기들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 그래, 반갑다. 오빠랑 나랑 놀이터에 놀러 온거야. 너는?
" 으응, 나는 그네타러 왔어. 학원갈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비둘기를 유심히 쳐다보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 줄 것 같아 준영이는 묻는다.
"너희들은 어떨 때 슬퍼?"
"먹을 것이 없어서 우리가 찾으로 다녀야할 때가 가장 힘들고 슬퍼."
"아, 그렇구나. 너희들도 엄마,아빠 안계셔?"
"차에 치여 돌아가셨어. 아빠가 차에 깔려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가 범벅이 된 것을 보고 엄마가 놀라 달려갔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여 엄마가 죽었어. 난 그때의 장면을 잊지 못해서 자주 이렇게 놀이터에 와서 슬픔을 달래. 우리 누나와 나 둘만 남았고 그 이후로 우린 먹을 것을 주로 다른 비둘기 가족들과 찾으러 다니는데 엄마,아빠가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 부럽고 우리도 가족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 그렇구나. 우리도 둘인데 너희도 둘이고 우린 뭔가 닮았다."
"아,그러니? 넌 왜 혼자가 된거니?"
"엄마와 아빤 이혼 하셨어. 우린 아빠와 살게 되었는데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 아빠는 술로 세월을 보냈어.그러다가 아빠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됐지. 그리고 머지않아 아빠가 돌아 가셧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
"그럼, 밥은 어떻게 먹고 살아?"
"나도 너희들하고 같아. 지금도 나 먹을거 구하러 갔다가 혼나고 쫓겨났어. 마음이 울적해서 그네를 탔는데 바람도 시원하고 너희들도 만나서 지금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
"우린 뭔가 닮았구나. 나도 힘들때마다 이렇게 나무위에 앉아 누나와 함께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힘든 걸 잊어버리게 돼. 먹을 것을 우리 둘이 구하러 다니다보니 힘이 센 비둘기 가족들에게 빼앗기기도해서 슬펐거든. 지금 여기와서 너 그네 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
준영인 비둘기와 이런 저런 이야길하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져서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 준영이 머리속은 생각들로 복잡하다.
자기만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불쌍하다고 생각햇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생각에서부터 자기가 모르는 세상일들이 많을 것 같은 막연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다 준영인 낮에 자기에게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준 아주머니를 만나 운 생각이 났다.
아빠가 돌아가신 날을 빼놓고는 남앞에서 운 적이 없는 준영이인데 자기가 울었다는 것이 미끼지가 않았다. 지금은 창피하고 쑥스러운 생각까지 들지만 아줌마가 고마운 것은 사실이었다.
힘들때마다 다시 오라고 했지만 다시는 가지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준영인 문을 열었다.
"어, 이제오니? 왜 이렇게 늦었어? 밥은 먹은 거니?"
"응, 누나는 먹었어? 난 고마운 아줌마 만나서 갈비탕 맛있게 먹었는데."
"그래, 정말 잘됐구나. 나는 너 밖에서 기다리느라 이제사 들어왔어."
준영인 안봐도 안다. 누나가 했을 행동들을.
아마도 누나는 대문 밖에서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 오는 사람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내 동무 어디 나고 나만 홀로~~~~'
'나물 캐러 들에 나온 순이는 나물 캐다 말고 꽃을 땁니다.
마른 잔디 속에 앉은뱅이꽃 벌써 무슨 봄이라고 꽃이 피었나
봄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노래를 부르다 부르다 지치면 생각속으로 빠져 들었을 것이다.
엄마,아빠와 단란하게 살았던 때를 생각했을 것이다.
엄마는 취미가 글쓰기셨다. 잘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온종일 쓰기만 하셨다.
우리가 학교 갔다오면 엄마는 맛난 간식 만들어 놓고 계셨다.
엄마와 우린 장난을 잘 쳤다.
누나가 침대에 누워있으면 엄마가 그 위로 드러눕는다. 준영인 그 위로 드러누워 삼단 침대를 만들어 간지럽히고 배찌르고 발로 차며 셋은 하나로 엉겨 깔깔깔 즐겁다.
그리곤 셋이서 산책을 했다.누나와 난 자전거를 타고 엄마는 걸어서 공원으로 갔다.
엄만 유난히 꽃을 좋아 하셨다.
보라빛 쑥부쟁이, 희디힌 아기 별꽃, 노오란 황매화등 엄마는 작고 여린 야생화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산책길 내내 즐거워 하셨다.
나와 누나는 자전거를 타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즐거워하고 엄마가 꽃보라고 우릴 불러 손짓하면 우린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자전거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는 날 기다리다가 지금에야 들어왔나보다.
"준영아, 왜 이렇게 늦었니?"
"으응, 그냥 좀 생각할 일이 있어서 놀이터에 있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누나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그래, 다음부터는 꼭 누나한테 말하고 가고 늦지않았으면 좋겠구나. 세상이 무서운데 너무 늦게 안들어오면 누나는 걱정되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 이제 하늘 아래 너와 나밖에 안남았는데 ....."
준영인 누날 오래 쳐다본다.
하늘 아래 너와 나밖에 안남았다고 말하는 누나의 말이 마음에 남아있어서다.
"왜, 그렇게 말끄러미 쳐다보니?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아니. 난 누나가 하늘 아래 제일 예뻐서..."
"얘는 또 싱거운 농담하네. 그나저나 누나는 밥먹고 할일이 쌓였으니 너도 너 할일 해라."
엄마가 아프고 글쓰기밖에 몰라 누나는 일찍 집안 일을 도왔다.
어렸을 적부터 동생인 준영이도 누나 손이 많이 갔다. 엄마가 업어준 것 보다 누나가 업어준 것이 더 많았을 정도로 누나는 남동생인 준영일 세심히 보살폈다.
누나는 항상 준영이가 해야 할 일을 챙겼다.
영어 단어 하루에 열개씩 외우고 영어듣기 아침 삼십분,저녁 삼십분씩 꼭 시키고 동화책읽고 독후감 쓰게 하고 수학공부 하게했다.
숙제는 꼭 해두어야했고 안했을 경우 누나는 화를 많이 냈다.
하지만 오늘 준영인 할 일을 하나도 못햇는데도 누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밥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부엌으로 나가 설겆이를 한다.
준영인 저녁을 먹지않았는데도 배고프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까 만났던 아줌마와 비둘기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설겆이를 마치고 들어온 누나는 얼굴을 닦으며 누워만 있는준영일 보면서 말한다.
"너, 다른 날과는 다르다. 왜 무슨 일 있었니? 식당 들어가서 많이 혼났니?"
"아니, 아무일 없었어. 오히려 좋은 일이 있었엉. 식당에 들어갔는데 아줌마가 카운터에 앉아 계시다가 날 보더니 밥을 주면서 힘들때마다 오라고 하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그래, 저엉말 그렇게 아름다운 아줌마가 계셨단 말이야. 잘됐구나. 다음에 힘들때 찾아가봐라.
돌아다니다가 돈을 못 얻으면 도움을 받으면 되겟네."
"누나, 그런데 왠지 그 아줌마한테는 가지 말아야할 것 같아. 나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도와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그 아줌마는 너무 힘들잖아. 힘들게 장사해서 우리 같은 아이들 돈주고 밥먹여주고 남는게 뭐가 있겠어? 그 아줌마도 자식이 있을텐데 말이야."
"어쭈구리, 우리 준영이 어른이 다 된 것 같네. 마 네가 아빠가 된 것 같구나.
그래 네 말이 맞아. 자주 가지는 말고 정말 너무 힘들때 가자. 우리 둘이 밥을 굶게 되어 굶어 죽게 될때 말이야. 그러지않으면 가지말자. 그 신세를 갚을 힘이 우리에겐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 누나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아줌마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할 것 같은데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를 모르겟어. 그것이 답답해. 집에 오면 자꾸 딴데로 나가고 싶고 집안은 좁고 음침하고 내 현실이 너무 싫어. 엄마랑 살던 옛날로 다시 가고 싶어. 그때처럼 밖으로 나다니며 산책하면서 살고 싶어. 하지만 ......"
말을 잇지 못하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준영이의 검은 눈동자를 누나는 말갛게 쳐다만 본다.
지금 누나 마음도 같기 때문이다.
누나는 준영일 위로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주어야할 지 모르겠어서 쳐다만 볼 뿐 준영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만 줄뿐이다.
누나는 영일 끌안아 며 누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흘리고 싶지않은데 흐르는 눈물을 누나는 어쩌지못해 그냥 그대로 가만히 동생을 안고만 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누나가 동생을 떼어낸다.
준영일 쳐다본다. 이제는 눈물이 마른 눈으로 동생을 쳐다만 본다.
그리고 손을 꼬옥 잡아준다.
그리고는 말이 없다. 준영이는 누나가 쥐어준 손에 힘을 준다.
누나가 있어 힘이 된다 생각하며 준영인 손을 슬며시 놓는다.
"누나, 나 숙제도 못했어."
"그래,지금 하면 되지 뭐. 일찍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하자. 새벽에 누나 우유 ,신문 배달해야하니 일찍 자야잖아 .그리고 엄마가 말했잖니?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고. 지금 자고 누나가 새벽에 깨어줄께."
둘은 잠자리에 들었다.
요를 깔고 누웠다.
두개의 요를 깔고 누웠다. 누나는 초록색, 준영인 소라색요를 깔고 누웠다.
엄마가 집을 나가시기 전에 두 아이에게 선물한 요다.
그때는 침대를 쓰고 있어서 침대보로 했는데 지금은 요로 사용한다.
조금 얇아서 배기기는 해도 둘은 다른 요를 깔지 않는다.
엄마의 냄새가 배어있고 손때가 묻어있어 언제부터인가 남매는 요로 사용했다.
이불은 누나는 흐린 분홍색, 준영인 여전히 소라색이다.
둘은 말없이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본다.
준영인 낮에 만난 아주머니가 엄마같다 생각한다.
자꾸만 아줌마 얼굴이 그려진다.
동그란 얼굴에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고 기분좋은 웃음을 짓고 자기를 보던 그 눈이 자꾸 생각났다.
내일도 그 아줌마를 찾아가고 싶었다.
아줌마가 주는 밥은 달고도 맛었다.
갈비탕을 먹는데 깍두기도 놔주고 천천히 먹으라며 옆에서 거들어도 주고 마음이 편했다.
아줌마와 있고 싶었다.
아줌마는 준영이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찬찬하게 물어 주셨고 누구보다 깊은 눈으로 들어주셨다.
그런 아줌마가 자꾸 떠올라 준영인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비둘기 남매도 생각났다.
둘이서 먹이를 구하러 다니느라 얼마나 고될까 생각이 되기도 했다.
비둘기남매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다.
준영이는 다시 비둘기남매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말없이 헤어졌으니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몸을 뒤척였다.
누나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자길 보며 칭찬하던 생각을 한다.
"어휴 기특도 하지. 어린 것이 우유 배달을 하다니, 한참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학원 다닐 나이인 것 같은데 착하기도 하지. 쯧쯧쯧....."
사실 그 아줌마 이야길 들으며 누나는 생각햇다. 자긴 하나도 안 착한데 사람들은 우유배달 한다고 착하다고한다. 밥먹을 것이 없으니까 우유배달을 해야해서 하는건데 아무도 없어서 내가 벌지않으면 밥을 굶게 되어서 하는건데 ...
누나는 낮에 동무들과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다.
"휴대폰도 없어. 왠일이니? 그럼 어떻게 문자하니? 문자하면서 수시로 친해지고 만나고 하는데 넌 컴도없고 휴대폰도 없으니 뭘로 친해지니? 넌 그런 것도없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니?"
누나는 그냥 말없이 동무들 이야기만 듣고 말도 못했다.
친구들은 자기 형편을 모른다.
동생과 하루하루 먹고 살기만도 버겁다는 것을 모른다.
누나는 자기도 핸드폰이 있었으면 했다. 컴퓨터도 있었으면 했다.
오늘처럼 동생과 연락이 안되면 핸드폰을 하면 되고 컴퓨터로 친구들과 버디버디나 플래닛하면서 대화나누고 싶다. 동무들 대화는 모두 컴이야기, 핸드폰이야기 천지다.
누나는 휴대폰 ,컴이 없어서 이야기도 못하지만 괜히 자기에 대해 물어볼까봐 주눅이 들어 친구들 옆에 잘 가질 않는다. 그 시간에 자리에 앉아 책을 본다.
메이 아줌마를 읽었다.
휼륭한 아줌마란 생각이 들었다. 고아인 아일 데려다가 어여쁘게 길러 준 이야기다.
메이 아줌마가 자기에게도 있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눈은 글을 쫓아간다.
누나도 커서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써서 자기처럼 불쌍한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누나는 힘들때마다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하지만 오늘은 책도 눈에 들어오지않아 일찍 학교를 나섰다.
버스를 타고 생각에 빠져 있다보니 종점이다.
놀라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오다가 다시 반대쪽 종점이다.
이러길 여러번 하다가 누나도 터덜터덜 집으로 왔는데 준영이가 오지않아 걱정이 되었다.
아주 오래도록 밖에서 기다리고 노래 부르고 엄마,아빠와 살면서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했다.
밤은 깊어 가는데 누나와 남동생의 정신은 점점 더 말똥말똥해진다.
밖에선 사람들 발소리가 들리고 두런두런 말소리도 들린다.
술에 취했는지 발소리가 불규칙적이다.
'모든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게 고생이라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부끄럼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내 삶이 끝난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나 바라는대로 산속에도 저 바다속에도 이렇게 행복할 순 없을꺼야 라라랄...'
술에 취한 아저씨의 노래소리와 휘청거리는 발자국소리에 맞춰 노래도 휘청거린다.
누나는 종중 아빠가 술에 취해 우시던 모습과 베란다에서 외롭게 담배 피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빠는 술에 취해 잘 우셨다.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고 자기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면 울고 아빠는 울면서 자기의 어린시절 말씀을 잘해 주셨다. 벌써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르지만 누나는 그래도 재미있다며 아빠에게 꿍작을 맞춰 드린다.
아빠는 고등학교 2학년때 가출을 하셨단다.
아빠 고향이 삼척인데 친구 세명이서 돈 있는 것 같고 서울역에 갔단다.
돈이 다 떨어지고 갈데가 없어 서울역에서 서성이고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와서 따라 갔단다.
아저씨가 짜장면집을 하고 있어서 배달도 도와드리며 밥을 얻어 먹었다.
"너희들이 갈 곳이 없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될 것같지."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면서 집에 연락해 할머니가 와서 아빠를 데려 갔단다. 서울역에서 종암동까지 배 쫄쫄 굶고 걸어본 뒤로 다시는 가출하지않겠다 생각했단다.
그 뒤로 아빠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갔단다.
아빠는 엄마와 연애한 것이 자기 생애 가장 큰 행복이었단다.
그런데 엄마는 자기 곁을 떠나 버리고 이제 대신 너희들이 남겨졌는데 잘해주지못해 미안하단다.
그런 아빨 누나는 자주 위로해 드렸다. 엄마도 아빨 사랑했으나 엄마는 아빠와 맞지않아서 헤어진거라고 아빨 미워해서 떠난 것이 아니고 우릴 위해 엄마가 떠난거라고 말해드렸다.
아빠는 울다가 담배를 잘 피우셨다.
담배를 많이피우지는 않았으나 술을 먹은 후는 항상 담배를 피우셨다.
12층 베란다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뻐끔 뻐끔 연기를 내 뿜으며 눈은 머언먼 곳에 가있다.
그런 아빨 바라보는 누나는 가슴이 아팠다.
엄마와 아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고 아빠도 안됐고 엄마도 안됐단 생각이 들었다.
단지 지금 우리 곁에 계신 아빠가 더 소중하고 잘해드려야 할 것 같아 누나는 아빨 위해 자신의 용돈을 주기도 했다. 그럼 아빤 쓸쓸한 눈빛을 하시며 괜찮다며 안받거나 고맙다며 받기도 했다.
그런 아빠가 이밤에 왜 이리도 간절히 생각나는지 누나의 눈은 점점 커져만 간다.
아빠가 알코올 중독이 되기전 내가 보살펴드렸어야한다는 자책감까지 들고 누나의 상념은 끝이 없다.
모든 일이 원망스럽고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싶었다.
다시 아빨 만난다면 무조건 잘못했다 빌고 싶었다.
아빠가 버디버디하지말라해도 속이고 했고 친구들과 오랜동안 수다 떨고 와서도 학원갔다고 거짓말 했는데 아빠는 그런 내 말을 다 믿으셨다.
누나는 그런 아빠가 지금 너무나도 그립다.
목소리만 한번 들어도 여한이 없겠다.
"수나야. 누구보다도 착한 내 딸 수나야."라는 목소리만이라도 한번 듣고 싶다.
누나는 베개에 눈물을 적신다. 가슴이 들썩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준영이는 자는지 말이없다. 숨이 고르다.
준영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세상에 단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이다.
핏줄이라고는 준영이 하나밖에 없다.
어떨땐 누나보다도 더 속이 깊고 아는 것이 많다.
준영인 옛날부터 역사와 지리를 좋아하고 탈 것을 좋아했다.
혼자서 지하철 여행을 해서 누나를 깜짝 놀래켜 주기도 했고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누나는 주눅이 들기도 했고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준영이가 밉기도 해서 퍽이나 싸웠다.
준영인 장난꾸러기라서 꼭 누나방에 들어와서 장난을 쳤다.
노크하라고 해도 문 빡 열고 들어오고 누나 침대에 말없이 누워버리고 방방 뛰고 정말 보기 싫은 짓만 골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모두 가져가 맘대로 망가뜨려 버리기도 해서 정말 싫었다.
그러던 준영이가 이젠 누나외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
요즈음 준영인 자기 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거나 늦게 들어 오는 날이 잦다.
누나는 걱정이 되지만 그냥 준영일 믿어주기로 했다.
엄마는 밥먹듯이 말했다.
" 내가 한 생명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어서 비뚤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자길 속여도 믿겠다고 , 자기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단다. 따라서 엄만 속더라도 너희들을 믿겠다. 그러니 엄마의 믿음을 배반하지 말아다오."
난 그런 엄마의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내 동생 준영에게 누나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어야하는 것 같다.
엄마와 같이 살 때는 엄마가 소중한 존재인 줄 몰랐다.
그저 엄마는 우리 위해 모든 걸 해주는 분인 줄 알았다.
아빠와 성격이 안맞아 자주 튀격대긴 했으나 그래도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중일인 누나에게 말했다.
아빠 술드시는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아빠는 유능해서 회사에 나가 돈을 잘 벌어오는데 엄마 만나 아빠 인생이 망쳤다며 헤어지겠다고 말해서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그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엄마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아빠와 우리가 같이 살고 엄마는 가버렸다.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아마도 엄마는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 줄 알았다면 엄만 우리들을 데려 갔을 것이다.
우리와 살때 엄마는 모든 걸 다 주셧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힘들 게 사느 줄을 안다면 엄만 우릴 데리러 올 것이다. 하지만 엄말 찾을 수도 없어서 원망스럽다. 엄마는 자상했지만 무서웠다. 엄마는 따뜻햇지만 차가웠다.
우리가 할 일을 하지않거나 거짓말을 하면 엄마는 가차없이 우릴 팼다.
그때의 엄마는 마녀였다.
엄마는 우릴 패면서 자신도 팼다.
삐쩍 마른 엄마의 다리를 때릴때 난 제발 그만 하라며 울고 매달리면 엄마는 그제서야 두 눈 가득 눈물 머금으며 그만 두셧다.
그러던 엄마라 우리가 고아가 된 걸 아신다면 꼭 우릴 찾아오실 것이다.
그동안만이라도 준영이에게 누나는 버팀목이 되어주어야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되어주어야한다. 하지만 솔직히 힘겹다. 누난 자기만도 지겹고 힘들어서 이런 날은 밤을 꼴딱
샌다.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