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버드(Rosebud) - 이상범 목사-
오슨 웰즈가 감독 주연한 미국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1941년에 제작된 수작.
70년 가까운 세월, 다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영화적 기법이 출중했었다는 평론가들의 상찬 말고도, 오늘날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다중이 있다고 하는 것은, 진부한 고전적 인생 스토리가 오히려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크게 성공한 사나이의 죽음은 고독할 수밖에 없었고, 임종에서야 욕망의 실현을 위해 내버렸던
진정 소중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통속적 스토리는 실용주의와 성공제일주의 물결 속에서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고전”이 될 수 있으리라.
1940년, “뉴욕 인콰이어러지”를 비롯해서 수많은 신문들의 발행인이었던
찰스 포스터 케인이 죽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케인의 나이 70세, 굴지의 부호 케인은 말년을 플로리다에 있는 대저택에서 은둔하고 있었다.
많은 정치인과 친분을 맺고 있었고, 미국의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지만,
고독하게 죽음을 맞는 거인은 “장미봉오리(Rosebud)”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뉴욕에 있는 한 출판사가 편집회의를 열고 케인에 관한 책을 내기로 결정한다.
그가 워낙 거물이기 때문에 예간 오리지널한 기사를 쓰지 않고서는 경쟁상대를 능가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이
회의에 참석한 모두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주인공 케인에게 더 없이 소중했을 “장미봉오리”라는 신비한 말의 참 뜻이 무엇인지를 짐작이라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완 기자 톰슨을 중심으로 취재활동이 시작된다.
얼마 후, 케인의 주변 인물을 샅샅이 취재해서 다음과 같은 줄거리의 기사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플라시 백” 수법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
케인 소년은 눈이 많은 고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소년이 썰매를 타고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불러서 가보았더니,
그를 데리러 온 아저씨들을 따라 뉴욕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썰매를 움켜 안고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러나 결국 소년은 썰매를 버리고 뉴욕으로 간다.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은 출세를 거듭하면서 큰 부자가 된다.
1900년 케인은 대통령의 질녀 에밀리 노튼과 결혼하고 아들 찰스 주니어가 태어난다.
그러나 그는 미모의 여가수 수잔 알렉산더와 사랑에 빠진다.
대선에 나선 케인은 그의 부정한 애정 행각이 들통나면서 낙선한다.
아내와 이혼하는데, 1918년에는 이혼한 아내 에밀리가 그의 아들과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케인은 수잔과 결혼하고 그녀를 가수로 데뷔 시켜 보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녀에게 계속 노래를 부르라고 종용하지만 그녀의 자살 소동으로 그만 둔다.
1929년, 가장 중요한 신문사가 문을 닫는다. 1932년 수잔도 그를 떠나고 그는 극도로 난폭해진다.
아무도 케인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이가 없다. 결국 홀로 숨을 거두게 된다.
돈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삶을 파멸시키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만약 내가 부자가 되지 못했더라면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두 번째 부인 수잔은 기자 탐슨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모든 것이 다 케인의 생각이었어요. 그를 떠나야겠다는 내 생각을 빼고는."
케인의 곁을 떠난 다른 모든 사람들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케인은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지배했지만 “로즈버드”를 이해할 만큼 가까운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번도 했던 그였지만,
시골에서 자랄 때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시민 케인의 마음은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좋은 친구들은 그의 곁을 떠났다. 그의 권력과 돈을 바라보는 독수리들은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이상과 같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 톰슨은 끝까지 “장미봉오리”가 무슨 뜻인지 알아내지 못 한다.
이제 쓸모없게 된 케인의 물건들이 불 속에서 타고 있다.
카메라에는 비치는 썰매. 소년 케인이 즐겨 타던 썰매였다.
그 썰매에는 "Rosebud"라는 로고가 새겨 있었다.
“로즈버드”라는 커피점이 있어 들른 적이 있다.
주인에게 “로즈버드”라는 가게 이름이 영화 <시민케인>에 유래 하느냐고 물었지만, 아는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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