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 나이에 다시 사랑에 빠졌다. 네 번째이다.
1) 첫사랑; 20살이 되어서야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인식에 눈 뜨게 되었다. 극도로 나쁜 시력 때문에 나는 혼자서 고민하고 미래를 극도로 암울하게 느꼈고, 허약한 다른 신체 또한 내 하고자 하는 기본 일조차 제대로 해내기 어렵게 했다. 친구 하나가 테니스를 2년 넘게 했는데 자기가 가르쳐 줄테니 같이 하자고 했다. 이것이다 싶어 나무라켓을 구해 시작했다. 스윙폼을 몇가지 가르쳐 주고 백보드로 연습하라고 하고, 친구는 주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게임을 즐겼다. 일주일 지나 연습 점검을 한다고 단식게임을 하자고 해서 했는데 내가 완벽하게 이겼다. 그 후 약 2년동안 테니스장에서 살다 싶이 하여, 골골대던 내가 체중이 약 13kg정도 늘고 키도 약 5cm 컸으며 무었보다도 힘이 넘쳤다. 각종 운동에 재미를 붙여 야구,배구,수영,다이빙 등은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낮에는 운동, 밤에는 역사와 철학책 등을 탐독했다. 세상이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2)두번 째 사랑; 나쁜 시력은 어쩔 수 없어 군입대도 면제 받고 고민하던 차에, 그 즈음 콘택트 렌즈가 개발되어 착용하니 교정시력이 0.3은 나왔다. 그래서 간신히 면접시험이 덜 까다로운 은행에 들어가서 근무하게 되었다. 30대 초반이 되어 그동안 소원했던 테니스에 다시 심취할 기회가 왔다. 면목동이라는 낯선 동네에 근무하는데, 낙이 없었다. 동네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었는데, 구경 가보니 상대를 안해준다. 알아보니 단계를 밟아 올라 오란다. 독학으로 익힌 기술운동은 5년만 안하면 새로 하는 것처럼 한 달은 초보자 같아진다. 처음으로 한 달간 레슨을 받았다. 게으른 코치를 독려해서 열심히 했다. 몇 달이 지나 경희대 선수출신이 복학을 앞두고 잠시 코치로 와서 그와 단식게임을 주로 했다. THIRTY(30; 두점, 테니스는 4점을 선취하면 한 게임을 이기고 6게임을 선취하면 한 세트를 이긴다,여자선수는 3세트,남자 선수는 5세트 경기를 한다)를 잡아주고 해도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그 스코어로는 내가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걸음은 많이 늘었는데, 그 때 사용하던 소위 ‘이판사판’타법은 습관이 되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우물안 개구리같이 동네 사람과만 게임하고 단식을 주로해서, 어쩌다 은행내 시합에 나가면 별 재미를 못봐서 C조만 간신히 우승하여 통과했고, 그 후 B조 시합에 나가면 예선통과도 어려웠다. 시합에 가면 자기 실력 50%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약 2년 동안하다가 한계를 절감하고 다시 테니스를 하지 않았다.
3)세 번째 사랑; 약 5년후 영등포 직원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사는데 가끔씩 테니스장에서 함성이 하루 종일 들려 보니 자체 월례시합을 한단다. 은행 최고수로 성장해서 테니스에 미친 한 사람이 가지고 논다. 그런데 시합때나 아닐 때나 초자를 몹시 구박한다. 아파트 코트니까 나도 하려고 가니, 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못친다고 정색을 하고 말한다. 기분 나빴지만 회에 가입하고, 시합에 나가 그의 15연패를 저지했다. 이후 열정적인 영리한 파트너와 매일 아침 2시간여 운동하고 갈고 닦아 행내에서 B조 우승하고 A조에 진입했다. 같은 지점에서 근무한 행내 2인자가 격려해주고 가르쳐 줘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졌다. 집사람도 배워 같이 하기도 하니 늦게와도 이해를 잘 해 줬다.
A조에서도 몇 번 상위성적을 올리자 은행대외선수로 선발되었다. 그 당시 재무부장관기와 금융단시합 두 종류가 있어, 각 은행마다 5복조로 기량을 겨루곤 했다. 10명의 주전선수 중 5,6위의 실력을 유지했고 절반정도의 승률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때는 기량의 전성기로 전국대회와 구청장배, 시장배에도 선수로 출전하고 다른 테니스장의 고수나 타 기관과도 교류경기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나이 만 40세가 넘어가자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 대외 시합을 나가려면 약 한달 간 매주 토,일요일 이틀에 걸쳐 12시간 이상 훈련과 게임을 했는데 체력이 부친다는 것을 느꼈다. 건강해지고 즐거우려고 하는 일인데, 이에 반한다고 판단한 나는 과감하게 골프로 전향하고 테니스라켓을 들지 않았다.
4) 네 번째 사랑;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은행은 퇴직하고 약 12년간 서울에서 여러 직장을 다녔고 약 3년전부터는 충주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었고 시간의 여유도 생겼다. 나이들면 노년식의 테니스를 즐기고자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라켓을 들고 인근의 교현초등학교 클럽에 가입하여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였다. 약 6개월 동안 했는데 평균 연령 65세의 회원과 어울리기엔 적당하지 않은 차에(새벽 5시에 시작하여 딱 한 게임만하고 모두 간다), 코트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소문하여 예성초등학교에서 야간에 주로 운동하는 영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공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발도 느려져 파트너에게 미안한 경우가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사고가 나서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6개월후 또다시 시작했다. 겨울이 될즈음에 신규 고수들이 새로운 회원으로 들어오고 그중 한 사람이 레슨도 해주고 하여 이론도 재무장하고 열심히 갈고 닦고 있다.체력부족은 개인비법과 헤모힘의 복용 등으로 우수하게 극복하였다. 이 상태로 1년만 버티면 내가 목표했던 수준(전성기 50%)에 다시 도달하고, 그 이후에는 쭈욱 노년식 테니스도 구사할 수 있게 되어 75세까지는 즐길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탄금대로 내 사랑을 만나러 간다. 즐겁다.
5) 맺는 말(테니스예찬) ;
*운동은 정직하다. 가꾼만큼 거둔다. 그런 인생을 배운다.
*오랜 세월같이 할 수 있다. 처음은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가치있다.
*즐거운 가운데 튼튼해진다. 나이들어 운동은 필수다.
*시간과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어 간다.
*가급적 체계적으로 하고, 기본 달리기와 체조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매너가 매우 중요하다. 고수일수록 칭찬하고 격려한다.
*선생이나 동패도 잘 만나야 한다. 누구나 훌륭한 선생이나 동패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야! 테니스 이 정도면 잘치는데 언제 기회가 있겠죠 한번 합시다 그리고 이런 방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더니 진솔한 글 올리셨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