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남자 나는 여사
아침저녁 신선한 바람이 불어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D-day-100. 58세정년퇴직일. 김무송 부장은 한숨을 몰아쉬며 회사 옥상에 올라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한잔을 들고 매연가득한 서울 빌딩숲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28세 입사통지에 한껏부풀었던 대망은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고 퇴직후의 생활
걱정에 한숨을 쉰다. 허망하다. 예상하지 않았던 바는 아니다.
10년전부터 퇴직금 조기정산으로 1억원을 찿아 부동산업자의 조언에 따라 재개발
소문이 무성했던 오송지구에 투자했드니 사기분양에 속아 허공에 날려버리고
이를 만회하려고 다시1억원을 은행대출받아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날마다 신문,
컴퓨터 주식시황에 눈독을 들이고 점심시간에는 햄버거에 우유 한잔으로 끼니를
때우고 가나증권회사 객장에 들려 증권정보지를 정독하고 서점에들려 주식투자
재테크 관련서적들을 꿰듯이 열공했지만 몇번의 시세 차익은 있었지만 2년내
깡통계좌로 돌아섰다. 퇴직금정산을 하면 은행부채 1억반제 부동산 투기로 1억소멸
잔액은 1억여원,이걸로 몇년을 버틸수있을까? 아! 정말 나란 인간은 무능력해.
회사인간으로서는 중간 간부니까 쓸만한지 모르지만 재테크에는 멍청이야!
고향에서 집지킴이를 했던 김일호는 새마을 금고이사장이요,이성기는 군의원이요,
박선호는 제일식당 사장이다. 이젠 어쩐다? 대책이 안서는 사면초가요 진퇴양난이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아내가 구수한 된장찌개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구이
아침상을 차려놓고,여보 가을 날씨가 너무좋아요 우리한번 나들이갑시다.
한강변 드라이브해서 춘천 닭갈비가 먹고 싶어요 그리고 막국수도요.
김부장 가만히 생각해보니 회사일에 매달려 아내에게 소홀했던 지난날이 새삼 후회가
된다. 그럴까? 그래요 길막히기전에 바로 출발해요! 모처럼 부부함께 가을 여행을
나서니 옛정이 새롭다. 출발후 20분쯤 차가 덜컹거리드니 갓길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자가용승용차 년령이 5년째라 재수가 없으려니,분위기 잡쳤네 뭔일이 되는게
하나없어 중얼거리며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려고 차를내려서니 옆길에 카센터간판이
보인다. 아무런 말없이 아내는 길건너 수입차 판매전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다
여보! 정비공에게 곧 출발할수있도록 간편정비를 부탁했드니 1시간내 고쳐준다오.
그래요 그럼우리 외제차구경이나 합시다. 여편네가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괜히 백화점 명품 구경갔다가 엄청난 가격에 마음만 상하고 돌아선거 기억안나?
그래도 시간 때우기 좋고 시승할 절호의 찬스라고 쓰여있네요 공짜커피도 마시고
좋잖아요.김부장 하는수없이 아내를 따라 전시장 문을 들어서니 마음이 스산하다.
친절한 안내양 말쑥하고 세련된 영업사원의 공손한 응대에 한껏 위축된 김부장과
달리 아내 성여사왈 여보 이차 좀봐요. 요즈음은 디젤승용차가 대세랍니다.
오프로드에 강한 남성미가 넘치는GLK 멋있지요? 연비가 보통승용차보다 2배가량되고요
차량수명도 관리만 잘하면 8년은 끄떡없데요. 우리이차한번 시승해봐요 네?
갈수록 태산이군 이걸 어쩌지 나중에 실망감은 어쩌고, 고급찻잔에 커피향이 물씬한
안내양의 상냥한 응대에 그래 한번 타보자고, 내가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기 둘중 하나만
당첨 됐다면 이까짓 벤츠 중급 모델쯤은 눈아래 봤을텐데—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간단한 조작 설명을 듣고는 시승. 아내는 어느새 옆자리한다.
남한강변따라 드라이브코스 낭만이 넘쳐난 듯 아내는 연신 만족한 웃음을 날리며
뒷좌석의 영업사원과 맞장구치며 곧 계약할것처럼, 그런데 현금으로 일시불하면
얼마나 할인 받을수있나요? 네! 이번주말까지 계약하면 5% 가능합니다. 사모님
GLK 220 premium 6100만원. 아 현모양처 내 마누라가 요즈음 잘나가는 수입상가
현숙이와 어울리드니 명품대열에 줄섰는가? 뱁새가 황새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
진다는데, 남편은 내일모래 목이 간당간당 재취업 자리도 물색하지 못했는데--
아 정말 못말려 에이쌍 열불나서 못참아 10년전 아내의 성화에 금연을 했는데
왜 이렇게 담배생각이 간절하지, 아니 가만 저자신만만한 여편네 좀봐 혹시 주택
복권에 당첨된건 아닐까? 설마
마침내 긴장된 분위기의 시승 절차를 끝내고 김부장 얼른 전시매장을 나오려는데
아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여보 오늘 우리 이차로 계약해요. ?? 글쎄 곧퇴직을 해야
하는데 고급승용차가 필요할까? 돈걱정은 마세요 제가 몫돈마련한게 좀있거든요.
이참에 당신차도 고장이 잤은거 같구요.등을 떠다 밀다싶이해 울며겨자먹기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 아내는 선 듯 손가방에서 백만원 수표 3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차량 출고 일자를 체크한다. 잔금정산후 3주내 집앞으로 인도하겠다는 영업사원
응대에 수고했다며 가벼운 목례까지, 에있! 맘대로해 나야 곧 백수인데 될대로 되라지.
신호등을 기다리며 길건너 차량수리센터에 서있는 낡은 자가용을 바라보니
꼭 자기신세처럼 처량해 보인다.그래도 정이든 손때묻은 애마인데 용도 페기되기전에
좋은 주인을 만나 잘굴려갔으면--
정말 대책이 안서네. 앞으로 제대로 가장 노릇을 하려면 딸 아들 시집 장가도
보내야겠고 고정수입없이 퇴직 잔금 1억여원으로 아내와 뭘 먹고 살지
국민연금 월100만원에 주택연금을 신청 하는게 나을까? 아파트를 담보로
2억대출에 퇴직금 1억을 보태서 요즈음 한창 뜨는 맥치킨집을 오픈 하면
설마 부부가 밥굶기야 할려구--
그래 이젠 솔직히 아내에게 털어놓고 내심정과 장래계획을 상의 해야지.
누구하나 이런 골때리는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도울 상대는 역시 아내밖에 없어!
집에도착하자 김부장은 아파트상가에 들려 맥주2병과 소주한병 닭튀김1마리를 사들고
아내와 식탁에 마주앉았다.
여보 당신도 알다싶이 곧내가 정년퇴직으로 백수아니요 당신이 어렵게 모은 돈이지만
덜컥 외제승용차를 사버리면 뒷감당을 어쩌란 말이요 이왕 저지런일 내일 취소하고
우리 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 봅시다.
아내 성여사는 닭튀김을 먹기좋게 찢어놓고 맥주를 2잔 가득 따른후 원샷을눈짓한다.
저역시 우리들 노후문제와 자식들 장래문제를 소홀히 할수있나요.
당신이 돈을 불리려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전화 통화로
퇴근후 혼자 고심하는 모습을보며 잘 알고 있었답니다.
나는요 욕심을 버리고 멀리보고 기다렸죠 시집올 때 조그만 장롱하나 이불한채 생활
도구 몇점이 전부인거 당신알죠 20년전 부모님이차례로 돌아가시고 큰오빠가 유산의
대부분을 물러받았지요 가난한 여동생이 불쌍해 보였던지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던
잡초가 무성한 돌밭 100평을 선심쓰셨지요 당신도 관심두지않든 황페한농토를 처분한돈
500만원.그당시 수원과 기흥 부근에 삼성전자가 들어섰잖아요. 짧은밑천으로 어림
반푼이지요 변두리 잡종지를 찿아보니 마침 내물건이 되려는지 용인 민속촌 부근 허름한
초가한칸에 채마밭이 딸린 집이 매물로 나왔는데 1000만원이라 내가 부은 꼣돈
500만원을 보태서 사놓았지요 10년이 지난후 그부근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1억에서
2억으로 금빛 채색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참고 다음 투자처를 내심 물색했지요
5년이 지나니 4억에 팔라고 부동산 성화에 노후에 전원주택을 지어 우리가 살집터라
했드니 5억에 팔라는 구려, 나는 몰랐지요 그게 아파트부지에 알박이라는 사실을요.
그래도 그게 얼마예요 거금5억 이건 부모님이 내게 물려주신 홍복이니 잘지켜야 겠다
생각하고는 부동산시장에 발품을 팔았드니, 거짓말처럼 서울 제2명문 학원가 목동에
원룸2채가 3억에 나왔드라고요.그것을 내명의로 계약하고보니 보증금5000만원에
월세50만원x2채는 보증금1억원에 월100만원수입이 되드라고요.
자! 이대목에서 우리한잔더 캬~ 세상에서 제일 맛갈나는 이맛 카스맥주.
잔금2억원에 보증금 1억원 합쳐 3억원을 어디다 투자할까 생각 해보니 내친구 성자
남편이 생각나드라구요 증권투자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시골빈집에 낙향하여 자연인
으로 새삶을 개척한다고 우리들이 생활도구를 사들고 찿아갔지요 친구신세 타령을
가만히 들어보니 새겨들을만 하데요. 남편 투자증권 3년 불문율
1) 수시로 갈아타지말라(수수료 수입 증권사 배불리기)
2)큰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밥이 되자말라(적은 밑천으로 욕심은 금물)
3)먼미래 발전가능성에 투자하라
저가 가끔씩 주중에 주부들 공짜여행 가는거 아시죠? 식음료회사 화장품 회사 홍보
목적으로 간편한 중식 음료제공에 샘풀까지 무료제공,덤으로 야외바람쏘이기 행사참가
그회사의 장래성을 보았지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매출이 급증하고 시장이 깊고 넓고
투자부담이 적은 A화장품회사와 B식품회사를 점찍고 1억5000만원씩 투자했지요.
마침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쳐 주가 하락세라 만족할만큼 주식을 매입할 수가 있데요
그런데 우리한국만 금새 금융위기를 극복 하드니 중국의 호황에 한국문화 콘텐츠가
먹혀들어, 한국여성의 미모는 A화장품 날씬한 몸매는 B식품이라는 환상에 매출이
급등하자 덩달아 주가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배당도 솔솔찮았지요
작년 년말에 모두처분하니 7억여원 되드라고요 이걸 눈딱감고 S생명 종신 연금보험에
드니 매월340만원씩 당신월급 만큼 나오드라구요.
여보!이젠 안심하고, 당신 그동안 우리식구 먹여 살리느라고 30년 세월 고생많았소
딸 아들 대학졸업후 제나름대로 직장생활에 열심이고, 자식들을 반듯하게길렀으니
지금부터는 우리들 건강을 챙겨서 자식들에게 짐되지않는게 제일 행복이랍니다.
그래요 정말고맙소 눈물나도록— 하늘에서 천사님을 보내셨네
그렌데 요즈음 딸 아들 시집 장가 보내려면 퇴직금을 다날려도 어렵다든데?
그런 걱정일랑 접어두세요 원룸2채가 있잖아요 우리도 방한칸 전셋집을 전전하며
살아왔는데 젊은이들 부모도움으로 살아간다면 자식들의 능력과 사는 재미를
빼앗는 거라오 최소한 원룸에서 출발해 2룸,3룸 아파트 단독주택으로 도움닫기를
해야 저희들 정이 도탑고 부모의 은혜를 고마워 할꺼예요.
아! 나는 회사 우등생 사회 열등생 이였구나-- 꿈꾸는 은퇴설계, 행복한 노년.
첫댓글 꿈만 같아요. 끝까지 읽어도 꿈이 아니라 더욱 꿈만같아요.^^
마농 . 행복은 언제나 지금 가끼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솟아나지요.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방문이예요.
글을 읽으면서 긴장했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예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주연양.인생은 해피엔딩도 좋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하지요.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