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SBS에서 "바람의 화원"이란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죠? 울학교 동문이기도 한 문근영(국문학과 2학년)양이 주인공 중 하나인 혜원 신윤복으로 분하여 화가로 열연했던 드라마 말입니다. (이 작품으로 문근영양은 SBS연기대상까지 탔죠^^)
물론 문근영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박신양이 맡았던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 역할에 눈길이 더 갔었습니다.
왜냐하면, 김홍도 선생은 다름아닌 제가 살고 있으면서 또한 꽤 오래간 봉직했던 지자체인 안산시에서 태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이 사실을 알고계신 분이 워낙 적을 것입니다만..)
현재, 무위로 돌아가긴 했으나, 안산에서는 예부터 김홍도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만한 방안 중 하나로서 그의 전기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사실 제가 안산시에서 관광통상과장이란 보직을 맡으면서 그런 시도는 가시화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혼란스러웠던 지방의 정치구도(시장과 시의회의 경합과 반목) 속에서, 셋트장 건립이나 영화제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만 그에 대한 고증과 연구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는데, 저는 그 와중에 아주 흥미로운 김홍도의 일생에 대한 학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일본문학을 섭렵하신 고령의 여류문학가 이영희 교수(포스코인재개발원)께서 설파하신 '단원 김홍도 선생과 일본의 국보급 화가 도슈우사이 샤라쿠(東洲齋寫樂, 생몰미상)의 동일인물설'이 그것인데, 정말 획기적인 학설로서 정설 여부를 차치하고 매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김홍도가 어진화사(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인물)로 활동할 당시, 조선의 국왕 정조가 소원한 관계였던 왜국(일본)에 밀사로서 김홍도를 1794년 특파하였는데, 김홍도는 정조의 밀명을 수행하여 1년여간 일본을 정찰하였음은 물론, 그 와중에도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라는 의미의 '사락(寫樂)', 즉 일본어 발음으로 '샤라쿠'는 필명을 써가며 은밀히 작품활동을 병행했다는 것입니다. (샤라쿠는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그 생애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며, 작품도 일생에 걸쳐 남긴 것이 아니라 1794~1795년의 딱 1년간만 147점의 작품을 남기고 자취도 없이 사라진 인물임)
잠깐 샤라쿠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는 대표적인 '우끼요에(다색목판화, 일식집 가면 잘 볼 수 있는 그림)' 화가로서 높은 예술성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숭상을 받는 작가인데, 그 특유의 기법과 필체로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높아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더불어 세계 3대 인물화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샤라쿠가 우리 조선후기의 신필 김홍도였다니, 정말 언뜻 들어서는 믿기지 않는 얘기겠죠.
하지만, 이영희 교수는 "또 하나의 샤라쿠(원제 : 모우 히또리노 샤라쿠)"라는 단행본 책을 일어로 써서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강의와 국내외 방송출연 등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이 학설에 확신을 갖고 계셨습니다. 보다 확실한 후속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분의 주장을 국가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세계 톱뉴스 감이라 해도 손색이 없으며, 우리나라는 졸지에 세계 3대 인물화가 중 한 사람을 배출하는 쾌거를 얻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역시 일본보다는 문화적으로 한수 위라는 자부심 또한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런 학설을 다소 신변잡기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정말 아까운 문화적 아이템이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만나 Faction이란 새로운 장르를 낳는 것처럼, 이 학설은 설사 허구성이 의심된다고 할지라도 마냥 소수설의 하나로만 치부한다면 정말 아까운 부분이 많으며, 국가적으로도 절대 폄하하거나 은폐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붙임자료는 바로 이교수님이 집필하신 '또 하나의 샤라쿠'라는 책 속에 담긴 주장을 제가 발췌하여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번역/요약 정리한 것이라 하겠으며, 제 개인적으로는 박사과정시 지자체의 문화예술컨텐츠사업의 한 사례로서 이원종 교수님(前 서울시장, 충북지사)의 행정학특강 강의시간에 일부 시간을 할애하여 발표하기도 했었던 것입니다.
원컨대, 격한 진위논쟁에 빠지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 번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90130-단원김홍도(도슈우사이샤라쿠).hwp
첫댓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