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 회차 미시령 - 한계령 ( 3구간)
산행일시: 2005년 8월 19일 - 21일 날씨:호우주의보, 폭우
나 홀 로
산행구간 : 미시령-황철봉-마등령-나한봉-공룡능선-희운각-소청-중청-대청봉-중청-끝청
-서부능선 갈림길-한계령
산행거리 : 23.73 km
산행시간 : 19일 05시 30분 - 20시 10분 (14시간 40분)
21일 07시 30분 - 13시 00분 ( 5시간 30분)
총20시간 10분
목숨을 건 미시령
요물은 목숨을 건 사랑을 한다.
두달 전 러프에 빠져 또 다시 사랑을 한다.
미시령을 넘으면 열병을 걸리지 않을 것 같고,
부종을 고치며, 마루금에 목을 태우지 않을 것 같다.
오는 밤 그리우며 애태우느니 못 그리는 미시령
오늘 넘어야 살 수 있으리
꼭 그날이 오늘이었는가?
내일도 모레도 비가 온 다고 하는데
꼬옥
오늘 미시령에 목숨을 건 사랑을 해야 했는가?
인천터미널 부랴부랴 이 한몸 버스에 얹져
어두움과 함께 떠난지 4시간 넘어 속초에 닿아 터미널에서 날 밤 새우고
미리 예약한 택시 기사님과 5시 30분 내가 사랑한 미시령에
요물 사랑은 시작되었다.
아주 고요한 새벽 비가 너무도 내린다.
아마도 이 비는 요물이 왔다고 내리는 비 일꺼라.
요물이 미시령에 왔으니!
기사님도 걱정 되는지
"올라 갈수 있겠어요? 한시간 정도 기다려 줄테니 안되면 내려오세요"
"예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면 안된다 하는데 또 왔다.
"자연 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그래서 이 새벽에 사랑을 해야 했다.
사랑하는 방법이 여러가지 라는데 요물은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하지만 무진장 널 사랑한다.
너덜지대에 알바 밑줄을 긋다.
설악의 검은 돌 덩어리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다.
인상이 너무도 험상궂다 못해 의기 양양할 뿐이다.
그렇게도 고귀하고 도도 했는가?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저항 정신과
외로운 기질이 남다른 곳이다.
요물 날아 갈 듯 동풍에 발걸음 옮길수가 없다.
억수로 퍼붓는 빗줄기에 순식간에 젖어버린 수십 만근의 배낭,
줄줄 흘러내리는 옷줄기 빗방울,
한걸음 뛰어 놓기 조차 무거워 질퍽거리는 신발,
운무에 가려져 한치 앞도 가름하기 힘든 시야.
한발짝 한발짝 뛰어놓기 미끄러워
인심 사나운 곳으로 몰아부친
첫 너덜지대 삼각점!
돌고 돌아 또 돌아 보아도 삼각점
아무리 헤매이고 갈지자를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뒤돌아 가 그 넓은 너덜위에 한을 품고
분노가 폭발한 나, 엄청난 알바속에
알바 알바 알바 알바가 이것이로구나!
내 평생 알바라는 단어가 이렇게 뼈에 사무칠 줄이야.
운해님 핸폰 울려보니 연결 불통 멘트소리,
얼마전에 다녀 가셨다는 유가님 생각에 전번 알아
다급히 오가는 목소리가 웬지 심상치 않다.
추워서 참을수가 없다.
손이 부들부들, 온몸이 바들바들,
이빨 부딪치는 소리 와들와들.
금방 빗물에 불통되어 버린 손폰의 두절 .
걸어야 산다, 그리고 이 길을 넘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 보리라,
가 보지 않은 길을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
잡초와 멧돼지가 파 헤쳐 놓은 벌거벗은 길을 따라,
꿈 깨어 지는것 따위는 두려워 하지 않으리라,
벼랑 끝에 서서 이 한 몸 날아간들
아까울까?
온몸을 이 너덜지대에 던지리라.
지나고 또 걸으면서
너덜지나 또 너덜
이 한몸 너덜에 불씨가 되어 숙청 당할것 같고,
너덜과 싸우다 얼굴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
H봉!
생존에 필요한 만큼
위대한 존재인 만큼
보호구역에 같혀 전설처럼 전해지는
네 삶이 보고파 울고 있었는데!
요물이 지금 가장 보고 싶은 0순위에게
엄마가 편지 보낸지 며칠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구나,
12시가 넘으면 혹시나 하고 편지통을 뒤지는 것이 일과가 되는구나,
오늘 비가 이리 억수로 내리는데 그곳에도 오면 어쩌지?
오늘 점심밥은 먹었는지, 지금은 무얼하고 있는지 ?
이왕 받는 훈련 열심해 해 보겠다고 한 네 편지
받고 감동 먹었다.
아마 그곳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곳일 게다.
너무나 보고프고 그립구나.
살고 있는 곳과 너무 달라 참 좋다.
바람꽃, 투구꽃, 참당귀, 참취, 며느리밥풀
꽃향기들이 길 위에 반짝입니다.
빗물에 드러 누워 하늘과 산을 보면서
안개가 자욱히 끼인 안타까운 그 장엄한
기암 괴석들을 보지 못함을 통탄했다.
한 여름의 무더운 열기는 그렇게 구름속에
씻어 가고 있었다.
공룡능선에서
암봉과 침봉들이 솟아 있다.
이끼가 벽화를 그려 놓았다.
하늘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바위 조각이 겹겹이 쌓여 있다.
옆으로 누어 있기도 하고,
세로로 하늘향해 치닫는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 장엄하고 기기묘묘한
암봉에 빠져
안개에 얽히고 얽혀서
휘돌아 감고 있었다.
손폰이 두절되고 사진기 물이 들어가
몇시인지 조차 알 수없이 그냥
희운각을 향해 걷는다.
새벽부터 내리길 웬종일 비가 그칠
기밀 보이지 않는다.
구불거리는 수없는 바윗길을
네발인 짐승이 된지 얼마인지
앞다리 손가락은 이미 돌 덩어리 집기가 겁나고
뒷다리 왼쪽 발가락 하나가 자꾸 쥐가 난다.
계곡물처럼
흘러 내리는 대간길
너무도 힘들고 지쳐서 이제는 모든걸
운명에 걸었다.
희운각 2Km 남은 이정목 부터
어두움과 함께 온 두렵고 무서움
쏟아지는 빗줄기
가스에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가시거리
해드렌턴 불빛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오로지 갈길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래도 가끔씩 비추어 주는 표시기를 보면
맞는구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
희운각에서
처음으로 사람소리 듣는다.
불빛이 들어온다. 너무도 반갑다.
그래도 어떻게 힘든 고난 여기까지 왔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온몸은 생쥐된지 14시간을 넘어서
천근같은 배낭을 메고
오로지 혼자서 어떻게 이몸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진지도 모르고
달려왔다.
산기슭에서 외로운 싸움을 한지
14시간 40분 !
몇몇분이 너무도 놀란다. 희운각 주인장도 놀란다.
부랴부랴 요물 살리랴 안간힘을 쓴다.
따뜻한 차로, 따뜻한 국물로,
산장주인의 웃도리로 모든 수단이 동원되어
훈기가 느껴지는 특별한 숙소로 안내한다.
이제서야 난 살았다.
살아야하는 삶의 용기를 얻었다.
그 이?z날도 비가 내린다.
어제 너무도 힘든 고통으로
덜 말린 옷가지며 베낭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요물은 행운아였다.
뜨거운 밥에 찌게에 간식에
온기가 느껴지는 숙소에서
그렇게 또 하루를 잤다.
저에 대한 사랑 베풀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청봉은?
희운각 산장뒤로 수림에 가린 마루금을 확인하고도
이곳으로 가면 죽음의 계곡이라 했는가?
어쩔수 없이
"대간은 물을 건너면 의미가 없다"는 철사다리 올라
힘겨운 오르막과
길옆 빗물에 아침 인사 나누는
투구꽃, 진분홍 색깔의 며느리밥풀에
눈낄 자꾸 유혹한다.
소청, 중청을 지나 오르는 대청봉 오르막
오늘도 계속되는 빗줄기 속에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에 요물은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면 날아갈듯 하다.
금강초롱꽃을 보면서 확실히 알게된 모싯대의 구별,
국화과에 속하는 하얀꽃, 내 눈을 황홀하게 빛내는 투구꽃의 자태,
유독 설악산 구간에서만 자란다는 눈잣나무의 초록 양탄자,
허리만큼 올라있는 잡목속에 우뚝 솟아 있는 분비나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으나 산양, 하늘다람쥐, 사향노루,
지난해 5월 생각나는 진달래꽃의 올망졸망한 모습들,
대청봉의 표지석은
오늘도 거센 바람과 빗줄기와 싸우며
산님들을 유쾌한 음성으로 받아준다.
대청봉의 초록 하늘금을 보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h계령으로 오면서
끝청갈림길에서 만난 이정목
한계령 7.7Km
이제는 그래도 눌루랄라 편하게 걸을수 있는 흙길,
가끔씩 대청봉을 오르며 인사하는 산님들,
갑자기 "반갑습니다, 천사인줄 알았습니다"
요물을 보면서
"제가 천사가 아니라 힘겹게 오르시는 당신이 천사이십니다"
구상나무인줄 알았던 분비나무를 보면서
가끔씩 에이즈에 걸려 있는 당단풍나무의 애처러움을 보면서,
처음으로 신기한 이름과 모습에 눈낄이 끌렸던
음나무, 거제수나무, 피나무,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참회나무을 되새김하며
가끔은 오르막을 만나지만
그래도 내려오는 길
너무도 좋다.
너 네들이 있어 참 좋다.
한계령 2Km정도를 남겨놓고
처음으로 햇살이 나기 시작한다.
시야가 밝아지고 내 눈동자 따라
비례해 빛난다.
못보았던 펼쳐지는 병풍을!
철계단을 시작하는 발걸음 뛰우려 하는데
내눈 너무도 궁금했다.
앞으로 펼쳐지는 초록금!
내가 지난번 한밤중의 가리봉을
점봉산인줄 알고 올랐던 그능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가리봉능선
왼쪽으로 병풍처럼 뾰족뾰족 솟아나 있는 암봉들의 1157봉 능선!
의구심 많은 요물은 당장이라도 달려 가고프다.
한참을 그 마지막 바위에 앉아 쳐다 보면서
지난 내가 밟았던 가리봉은
이미 옛 추억으로 돌아갔다.
길고 험난하고 폭우속에서 나 혼자 만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 끝났다.
사랑은 꼬옥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일 수도 있음을
알게 했고
그렇게도 목마르게 애태웠던 너덜지대의
굳센 의지와
천지신명의 조화로 이루어진 바위 조각들과
공룡능선의 화려함을 같이 하면서
요물도 이들을 닮아보려 한다.
애써 보려 한다.
노력해 보련다.
"너무도 죄송합니다"
첫번째 너덜 삼각점에서 전화를 걸어
애태웠던 운해님, 유가님.
그리고 나에 친구 백오동과 날다람쥐의
사랑스런 목마른 기다림,
수없는 메세지에 3일 동안을 헤멘
또다른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죄송합니다.
"애미니? 어데갔길래 전화를 안 받노?
핸드폰 꺼져 있고, 집에 전화 안받고?"
"예 어머니세요, 핸드폰 고장나고,
집 전화 못받았습니다. "
"아파서 병원에 있었나?"
"아닙니다. 그냥 전화 안 받았습니다.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약 사서 내일 보내 드릴께요".
"
산에서 너무 오래 있었다고 할 수가
없어 너무도 죄송한 마음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바람꽃
투구꽃
참당귀
병조회풀
참나물 또는 기름나물
?
이 날 경비 10만원 쓰고
핸드폰 먹통되어 40만원짜리 다시사고
카메라 물이 들어가 수선비 14만원 작쌀내고
요물
뒤져라
온
사람들한테 욕 뒤지게 먹고
한 달동안을 운둔생활
육십령에 모였던 산 친구들
송장치우기 작전 세웠다는 말에
요물
미시령사건은 9시 저녁뉴스감
이었습니당
-특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