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1월 17일 (음력 12월 10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 12시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
영하 2도가 되는 날씨, 눈이 내릴 듯 잔득 흐려 있는 날씨, 저수지의 바람은 견딜만 하였다.
저수지가 살얼음이 얼었다. 저수지의 살얼음위로 비쳐지는 산 그림자가 동글동글 정답게 보인다.
살얼음 사이를 어부아저씨가 장대로 노를 저으며 왔다 갔다 하며 얼음을 깨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우포늪과 같은 이유로 22척의 어선들만이 고기잡이가 허용되어 있다.
일반인들은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에서의 낚시는 금지되어 있고, 산남저수지에서만 낚시가 허용되어 있다.
은폐벽 사이로 저 멀리 고니들이 보인다. 저곳만 얼지 않았거나, 해가 뜨면서 얼음이 녹았나보다.
노랑부리 저어새들이 보이지 않나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고니와 고방오리들, 청둥오리들이 일급 숙소에서 여정으로 지친, 다음 여행을 위해 휴식을 하고 있었다.
몇 몇 부지런한 친구들은 먹이활동에 부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고니 뒷편으로 조그맣게 하얗게 보이는 친구들이 흰비오리였다.
몸길이가 42cm정도의 우리나라를 찾는 비오리류 중 가장 자고 드문 철새 또는 나그네 새이다.
먹이는 잠수하여 수서곤충, 물고기, 개구리, 갑각류와 우렁이나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강, 하천, 하구, 해안 등에서 3~5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가 관찰된다고 한다.
혹시나 다른 철새들이 보일까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고니 무리들과 뚝 떨어져 한쌍(?)으로 보이는 고니를 만났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혹 다른 사고라도 있었을까?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두 마리 모두 특이한 자세로 휴식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서로의 깃털을 비비대며 작은 사랑의 몸짓들을 나누었다.
고니들은 메자기의 뿌리열매(괴경), 수서곤충이나 물에 사는 작은 동물, 물풀, 식물의 줄기나 잎들을
긴 목을 이용해 깊은 물 속에있는 먹이도 먹을 수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노랑부리 저어새를 만났다.
눈으로 보아도 고니와는 크기가 다른 백로들과 노랑부리 저어새들이었다.
좌우로 저으며 먹이를 먹는 저어새, 부리끝의 노란색으로 인해 노랑이 붙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주남에서 만나는 천연기념물로는 고니와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등이다.
하나 둘 망원렌즈를 부착하는 이웃들이 늘어났다.
부러워서 살짝 엿보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한 번 보고싶다고 말하면서 자세히 보기도 하였다.
너무 좋은 망원렌즈를 가지셨다고 하니, 그 분의 말씀
"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어제는 모두들 대포들을 가져왔던데, 아직 그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네."
언제쯤 나도 망원렌즈를 가질 수 있을지, 괜히 돈 욕심이 났다.
사진작가로 보이는 이 분들 곁에 있으니 도란도란 이야기들 소리가 들렸다.
" 아, 오늘 재미없는 데, 좀 날아주고 움직여 줘야 할 텐데......"
" 그렇다고 억지로 힘을 가하여 날게는 하지 마세요!." 용기내어 한 마디하고 자리를 떠나왔다.
멋진 사진(사진작가들의 표현)을 찍기위하여 철새들이 휴식을 하거나 먹이를 먹을 때
일부러 위협을 가하여 날게 하여 사진들을 찍어댄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무슨 멋진사진이 될까?
하기야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모습들의 사진들! 황홀 그 자체임은 인정할 수 밖에.
그러나 멋진 사진속의 하늘을 나는 구 친구들의 모습들이 스스로 날 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순간 머리가 뜨거워짐을 느낀다.
주남저수지와 반대편 논에는 쇠기러기들이 줄지어 먹이를 먹고 있다.
전깃줄이 항상 눈에 가시였는데, 참새들이 졸졸이 앉아있다.
발 끝으로 느껴지는 전깃줄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아직도 곡식 낟알들이 남은 것인지, 밤사이 우렁각시라도 다녀 간 것인지 알 수 없다.
쇠기러기는 가슴쪽에 불규칙한 검은색 가로 줄무늬가 인상적이다.
이마의 흰색띠, 쇠기러기들은 모두 백군인가 보다.
부리와 다리는 노란색보다는 귤색에 가까워 보인다.
무리지어 날 때는 V 또는 사선형태로 대형을 이루면서 난다.
아침과 저녁에 논이나 간척지 등에서 벼, 보리, 밀 등의 곡식을 먹고 식물의 씨앗이나 보리 싹, 물풀 등을 먹는다.
11시 30분이 넘은 시간 도로에 흩날리는 먼지를 위함인지 트럭이 지나다니면서 길가에 물줄기를 뿜어내었다.
둑을 내려와 무논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논도 얼어 그곳에서는 아무도 볼 수가 없었다.
은폐시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쇠기러기무리들만이 보일 뿐이다.
2년전 쯤으로 기억되는데 우리 아이들과 재두루미를 몇 마리 볼 수 있었다.
재두루미 한 마리를 보면 4년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재미나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 녀석 몇 마리를 세어보더니 자기는 엄청 오래 살겠다고 하여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디쯤 재두루미가 보일 듯도 한데 만날 수 없었다.
하루종일 머물고 싶으나, 시아버님 기제날이다.
살짝 애닳음만 달래고 일상으로 바삐 돌아가야 한다.
12일 주남의 무논에서 만난 고방오리들, 수업을 하던 터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아쉬움~~~
그래서 다시 찾게 되는 설레임, 오늘도 그것을 즐긴다.
주남저수지를 나와 동판저수지 앞에 잠시 멈췄다. 가월마을이다.
달이 뜨면 저수지에 달이 비춰 하나의 달이 두 개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 마을이다.
마을 입구 마음좋은 감나무 주인이 나무마다 감들을 남겨 놓았다.
며칠 전 사 놓은 곶감 생각이 난다. 그 맛있는 맛일것 같은, 먹어볼까, 서리가 될 텐데, 입맛만 다시고 욕심을 접었다.
농가의 창고앞 풀 숲에 참새떼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너무 작아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일까 담았더니 모니터에 보이는 아이들은 참새다.
동판저수지에도 살얼음이 얼었다. 얼음이 얼지 않은 곳에 새들이 보였다.
반대편 장군묘에서는 고니들과 넓적부리 등 많은 새들이 보일텐데~~~
주남저수지, 동판저수지, 산남저수지 무수히 다니면서 언제부터인가 지형들이 한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그리 지형들이 그려지지 않던지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난다.
끄덕끄덕 판족으로 인해 헤엄칠 수 밖에 없는 물닭들과 넓적부리를 만났다.
물닭들은 어린지 이마의 흰색이 선명하지 않았다.
넓적한 부리를 가지고 있는 넓적부리,
먹이를 먹을 때 넓적한 부리 끝을 수면에 대고 작은 먹이를 걸러 먹는 친구
무리지어 무리들이 부리로 빙글빙글 돌며 먹이들을 걸러 나눠먹는 친구
먹이는 물에 떠다니는 작은 동식물 플랑크톤,식물의 씨앗이나 수초, 작은 물고기나 무척추동물 등이다.
검은색 부리에 머리는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
어깨, 앞가슴, 꼬리깃의 순백색의 아름다움을 지닌 친구
배와 옆구리의 짙은 갈색(고동색)
우리말로 바뀐 색깔의 이름부터 익혀야겠다.
물닭 친구들이 식사중이다. 남부지방에서는 텃새이지만, 중부 이북에서는 여름철새이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부리와 앞이마의 흰색이 대조를 이룬다.
눈은 항상 충혈된 듯 빨갛다. ㅎㅎ
발가락은 퍈족이라고 하는 납작한 구조로 잠수에도 편리하다.
위험을 느끼면 잠수하거나, 물 위를 달리듯이 도망가는 모습이 특이한 친구다.
먹이는 물풀이나 식물의 연한 잎, 곤충, 달팽이, 물고기 등을 먹는다.
몸에 찬 기운이 느껴져서 동판저수지를 등 뒤로 돌아서니, 직박구리가 자기도 봐 달라고 소리 높인다.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친구다.
머리는 항상 까치집을 지었다. 그냥 짓궂을 것만 같은 친구 모습 그대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 마음 한 구석 뿌듯함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정말 중독이다. 행복한 중독이라 자처하면서 이 중독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