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어연구반 학회 소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국연에 대해서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희와 여러분이 많이 친해
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인간의 언어는 언어라고 쓰고, 동물의 그것은 '언어'라고 써서 차별화를 시켰군요. 이게 왠
오만방자한 짓인가 싶으신 분이 혹 계신가요? 아니면... 이게 그 유명한 베이컨의 종족의 우
상????
음... 언어가 과연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것인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
군요. 때로는 동물들도 자기들만의 '언어'로 어디선가 인간을 비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 중에서도 개나 새와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상한 도인(?)들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제법 생각할 만한 문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동물들에게도 언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인간의 언어에 대해 더 깊
이 알 수 있을 수도 있고, 나아가 '언어가 무엇인지'라는 심오한 문제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본 세미나] 이제는 '우리가 세미나해서 샘이나?' 따위의 이상한 언유는 잠시 접어두고, 심
각하고 성실한 국연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언어가 통신의 수단이고, 동물 세계에도 비록 원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통신 방법이 있는
데 무슨 기준으로 인간의 언어와 동물의 '언어'를 구별하는가? 언어에 어떠한 자질이 구비되
어 있어야 하기에 언어는 인간에게만 특유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의 언어를 동물
세계의 통신수단과 대조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는 그 각각의 특징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동물세계의 통신수단을 관찰해 보려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언어와 질적으로 다른가
아니면 양적으로 다를 뿐인가 하는 것을 규명하려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과 의의는 인간의 언어의 기원을 동물세계의 통신수단에서 찾아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서 인류가 원류에서 진화되었다면 인간의 언어도 원숭
이류의 통신수단에서 진화된 것인가? 아니면, 계통의 진화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요소들이
언어 발생에 있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동물의 통신수단을 관찰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어류는 약 10∼15, 조류는 약 15∼25, 그리고 포유동물은 약 20∼
40가지의 신호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언어에는 적어도 수만에서 수십만의 단어가 있
음을 상기해 보면, 동물의 단어 수는 인간의 그것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인간과 동물의 언어의 차이가 신호(단어)의 다소 뿐이라면 그 차이는 양
적인 차이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의 언어의 근본적인 차이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다. 이의 사실 여부를 코오넬 대학의 교수인 찰스 하케트라는 언어학자
가 지적한 언어의 구성자질 몇 가지에 입각해서 관찰해 보자.
(1) 이원성: 인간의 언어에는 소리의 체계와 의미의 체계가 분리·독립되어 있는 반면, 동
물의 신호(예: 위험하다, 배고프다)는 소리와 의미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있어 둘을 구분할 수
가 없다. 인간의 언어에는 소리와 의미가 독립·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소리가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고 다른 소리가 같은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영어에서 RUG
는 '양탄자'를 뜻하고 DRUG는 '의약품'을 뜻한다. 그러나 DRUG의 RUG는 '양탄자'와는 아
무런 관계가 없다.
국어에서 '담배'라는 단어는 '울타리'라는 뜻의 '담'과 '선박'이라는 뜻의 '배'가 합쳐서 된 말
이 아니다. 또 '사람'와 '인간'은 소리는 전혀 다르지만 그 뜻은 같다. 이러한 현상은 소리와
뜻이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동물세계에서 어떤 일련의 소리가 '위험하다'를
뜻한다고 한다면, 이 일련의 소리는 다른 뜻을 가진 신호들과 혼동됨이 없도록 아주 다르게
되어 있어서, 이 소리에 다른 소리를 더해 다른 뜻을 만드는 경우도 없고, 또 그 소리와 전
혀 다른 소리가 같은 뜻을 갖게 되는 경우도 없다.
(2) 창의성: 둘째로 언어는 그 어휘수에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단어를 언제나 만들
어 낼 수 있으며 또 어휘의 다른 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통신 사항에는 제한이 없어
서, 새로운 문장을 언제나 창조해 낼 수 있으나 동물의 통신내용의 목록은 선천적으로 규정
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없던 말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생기는
데, 새로운 물건이 생길 때 이름 붙여지는 새로운 언어들이나('그녀', '나일론', '레이저'...), 통
신언어들도 끊임없이 새로 생긴다. 또한,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도 들어본 적도 없는 말들을
선뜻 하기도 하고 곧 들어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보라색 정원이가 병학이를 타
고 고대에서 이탈리아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와 같은 문장은 실현 가능성 여부야 어떻
든 말할 수도, 듣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밑없는 생산성 또는 창의성이라 하는데
동물의 언어에는 이러한 자질이 없다. 숲속에서만 살다가 동물원에서 살게 된 짐승이 새로
운 사물인 '쇠울타리', '구경꾼' 등에 해당하는 단어를 추가한다거나, '낮잠 자고 싶은 데 애
들이 너무 떠드는구만' 하는 식의 동물어(語)를 상상할 수 없다.
(3) 임의성: 이는 말의 소리와 그 소리가 상징하는 개념 사이의 관계가 필연적이 아님을 뜻
한다. 예를 들면, '말(馬)'이라는 개념은 여러 나라 말에서 다르게 표현된다.
국어: 말 영어: horse 불어: cheval 독일어: Pferd 스페인어: caballo 아랍어: sabap
라틴어: equus
여기엔 아무런 표현방식의 공통점이 없으며, "말"이라는 개념이 어떤 특정한 소리로 표현
되어야 함을 우리는 발견할 수 없다. 화가가 캔버스에 "말"을 그릴 때는, 아무리 추상화라
하더라도 "말"의 모습을 분별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어느 화가가 그린 말이든 거기에는 공
통된 말의 모습이 있지만, "말"의 개념과 이 개념을 표현하는 음성 사이에는 전혀 임의적인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필연적인 관계를 가정해서 든다면, "하나"를 "하나"라고 할 때, "둘"
은 "하나-하나", "셋"은 "하나-하나-하나", "넷"은 "하나-하나-하나-하나" 등으로 표현해야
할텐데 각각의 명칭은 따로 있다.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셋이겠느냐...)
섭씨 0도를 "춥다"고 표현하는 언어에서 영하 5도를 "추웁다", 영하 10도를 "추우웁다", 영
하 20도를 "추우우웁다"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국어 영구반 된 기분이군...띠리리∼) 음성과
개념 사이의 관계가 임의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어느 언어에도 이러한 현상은 찾
아볼 수 없다.
개념과 말소리 사이의 임의적인 관계에 예외가 되는 것으로 의성어가 있다. 동물의 울음소
리를 흉내내는 "멍멍", "꼬끼오", "뻐꾹"등과 사물이나 자연의 소리를 흉내내는 "출렁출렁",
"땡땡"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휘의 숫자는 극히 제한된 소수이며, 또 그러한 소리
들조차 각 나라 말마다 그 상징 방법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개들이 몇 나라 말로 짖는지 다
음 예를 보자.
국어: 멍멍 영어: bow-wow 노어: gav-gav
이 예들에서 우리는 의성어도 소리의 상징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성어와 비슷한 예로 음성상징이라는 것이 있다. 다음에 든 영어의 예를 보면 gl로 시작
하는 많은 단어들이 "빛"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glare 섬광 gleam 미광 glitter 광채 gloss 광택 glisten 번쩍거리다 glimmer 깜박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gl이라는 소리에 '빛'이라는 개념이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라면, 영어 아닌 다른 나라 말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고, 또 영
어 자체내에서도 gl로 시작하는 모든 단어가 '빛'과 관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glass 유리,
glide 미끄러지다, glove 손장갑, glottis 성문, glutton 대식가 등은 아예 관련이 없는 단어이
고, glacial 냉담한, gloomy 암흑의·우울한, glum 음산한 등의 단어는 오히려 의미가 반대
이다. 결국, 소리와 그 뜻의 관계는 임의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교환성: 화자가 수시로 청자도 되고 청자는 화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동일한 통
신자가 message의 송신자도 될 수 있고 수신자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동물세계에
서는 송신자와 수신자의 기능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작새는 수컷만이
꼬리를 부채처럼 펴서 암컷에게 교신할 수 있으며, 닭도 수탉만이 울 수 있듯이 많은 짐승
이나 새의 경우, 수컷과 암컷의 통신이 구분되어 있어 그 기능을 상호 교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5) 전위: 인간의 언어는 "지금"과 "여기"를 떠나 과거와 미래, 또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일어났던 사항들을 서술할 수 있으며, 사실무근의 "거짓말"도 할 수 있으나, 동물세계의 언
어는 현재와 현장에 관한 것을 통신하는 데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 잘 말해주고 있다. "No matter how eloquently
a dog may bark, he cannot tell you that his parents were poor but honest."(개가 아무리
웅변술이 좋다 하더라도, 자기 부모는 가난했지만 정직했노라고 짖어서 말할 수는 없다.)
(6) 문화적 전달: 언어 전달은 문화적이지 유전적이 아니다. 한 어린애가 한국어를 하는 것
은 그 부모가 한국인이거나 한국어를 하기 때문인 것이 아니라, 한국어의 문화권 내에서 언
어를 습득했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라 하더라도
낳은지 얼마 안 되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영어를 배우게 되게 마련이다. 즉 어떤 언어를
습득하게 되느냐 하는 것은 어떤 문화권내에서 언어를 습득하느냐에 달려 있지 부모에게서
어떤 언어를 유전받았느냐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새든 짐승이든 유전적으로 신호의 목록이 이미 결정되어, 아시아 참새나 유럽
참새나 미국의 참새나 그 지저귀는 소리가 같고, 오리가 백조의 틈에서 자랐다고 백조의 소
리를 낼 수는 없다.
위에서 우리는 언어의 구성자질들을 몇 가지 보았는데, 어떤 통화수단이 이러한 자질들을
모두 구비하고 있지 않은 이상 그것이 인간의 언어답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만이 언어의 소유자라는 말은, 동물세계의 통신 방법에서는 위와 같은 자질들을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사실인가? 이 대답을 우리는, 동물세계에서 신통하다 할만큼
가장 발달된 꿀벌의 통신 방법과, 진화론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는 침팬지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쳐 주려던 노력의 결과가 어떠했나 하는 것을 살펴봄으로써 얻어보기로
하자.
이에 앞서 우리는 우선 "그럴듯한" 경우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앵무새가 "난
18살이다..." "넌 뱃살이다..." 등등의 문장을 똑똑히 발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앵무새가
국어를 말할 줄 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장의 뜻을 전혀 모르고, 외운 문장을 기계적
으로 되풀이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뜻도 모르는 헝가리어 문장을 두어개 외워서
발음했다고 해서 헝가리어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또 하나의 그럴 듯한 예는 이른바 '영리한 한스(Hans) 신드롬' 이라는 것이다. 20세기초에
독일 베를린에 폰오스텐이라는 수학교사가 있었는데, 한스라는 자기의 말이 아주 영리해서
셈을 잘한다고 하면서 그 묘기를 유럽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여 주었다. 주인이 "3 더하기
4는?" "10 빼기 5는?"이라고 물으면 한스가 앞발굽으로 답 만큼 땅을 치는 것이었다. 소문
이 자자해지자 과학자들이 이를 조사해 보았더니 말이 덧셈, 뺄셈이 가능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땅을 치다가 정답이 되면 군중들의 표정이나 태도가 조금 바뀌는 것
을 눈치채고 그때 발을 멈춘 것이었다. 그래서 대개는 정답을 맞추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결정적인 단서는 군중이 없이 말의 귀에다 덧뺄셈을 이야기해 주었을 때는 한스는 전혀 정
답이 무엇인지 모르고 계속 땅을 치더라는 것이다. 한스가 영리하긴 영리한 말이었지만, 숫
자를 세고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영리한 개가 "앉아",
"이리와", "악수" 등의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고 복종하는 경우도 '영리한 한스 신드롬'에 불
과하다. 개가 이러한 말의 뜻을 알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받은 대로 맹목적으로 행동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앉아", "이리와", "악수" 대신 "병학", "효진", "송희" 나 "쿵", "짜
작", "쿵짝"이라는 신호로 처음부터 훈련을 시켰다면 이런 말들에 복종했을 것이다. 즉 이렇
게 우연한 사건들은 배제해서 생각해야 한다.
꿀벌의 통신방법은 칼 폰 프리슈라는 노벨상 수상자의 관찰에 의한다. 한 꿀벌이 어디서 꿀
을 발견하면, 벌집에 돌아와서 다른 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데, 방향, 거리 및 꿀의 품질
을 춤을 추어서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 준다는 것이다. 꿀벌의 춤이 지역에 따라 변형은 있
으나 유럽 꿀벌의 경우에는 8자형의 춤을 벌집의 벽을 향하고 춘다. 꿀이 발견된 장소의 방
향은, 태양의 방향과 같은쪽인지 반대쪽인지, 아니면 그 외의 경우인지를 표시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벌집에서 꿀 발견지까지의 거리는 벌춤의 속도, 더
정확히 말해서 일정한 시간 단위당 8자춤의 빈도로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보건대 춤이 빠를수록 거리가 짧고 늦을수록 거리가 멀음을 가리키는데, 약 15
초 안에 열 번 돌면 100미터 가량, 여섯 번 돌면 500미터 가량, 네 번 돌면 1,500미터 정도
를 나타내며, 실험에 의하면 11km 거리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교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번째로, 발견된 꿀의 품질은 춤의 활기성에 의해 전달되어, 춤이 활기를 더 띨수록 꿀의
품질이 더 좋은 것임을 말해 준다고 한다.
폰 프리슈는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꿀벌의 위와 같은 통신방법이 우연적인 것이 아니고
일관성 있는 것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자면, 한 벌에게 벌집에서 2km떨어진 지점에 설탕물
을 맛보게 하고 벌집으로 돌려보낸 뒤 원지점으로부터 설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도, 원지
점 근방에 벌들이 날아와 설탕을 찾는다던가, 같은 방향이지만 원지점보다 가까운 1.2km 거
리에 설탕물을 놓아도 이곳을 지나쳐 버린다던가 하는 등이 그것이다. 한낱 곤충에 지나지
않는 벌이 이러한 통화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탄할 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
다.
특히 빈 벌집에서는 춤을 추지 않으며, 꿀의 발견지와 벌집 사이를 직행하지 않고 우회해
서 날아와도 꿀 소재지의 방향과 거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기특한 일이라고 할 수 있
다. 또 어느 한도 내에서는 방향과 거리가 바뀌어도 이를 충실히 표현할 수 있으니, 벌의 통
신에도 창의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태양과 중력이 같은 기준선으로 동일시되어야 할 논
리적 이유가 없고, 춤의 속도와 거리 사이에도 필연적인 비례 관계가 없는 이상 벌의 "언
어"에도 임의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벌의 "언어"에는 창의성도 임의성도 없음을 알게 된다. 우선
먼 거리일수록 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까, 한바퀴 도는데 더 오래 걸리는 춤일수록
원거리를 나타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는 벌의 "언어"에 전혀 창의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즉 벌을
날아가게 하지 않고 꿀 소재지까지 걷게 했더니, 돌아와서 춤을 추는데 거리를 스물 다섯
배로 오산하더라는 것이며, 벌집 자리에서 수직으로 50m 높이의 나뭇대를 세우고 그 위에
꿀을 얹어 놓고 벌이 맛보게 한 뒤 벌집으로 돌아가게 했더니, 다른 벌들에게 그 위치를 가
르쳐 주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즉, 수평적인 거리는 10km까지 정확하게 춤으로 전달할 수 있음에도, 50m의 수직적 거리
는 교신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빈 벌집에서 키운 벌을 벌이 들끓는 벌집에 옮겨 놓았더니
바로 벌 춤을 추더라는 사실과 연관시켜 볼 때, 벌의 "언어"도 유전적으로 받은 것이지 후
천적으로 습득한 것이 아니며 새로운 환경에서는 (예: 수직의 거리) 그 환경에 맞는 통신을
할 수 있는 창의성도 없음을 알 수가 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가 침팬지, 원숭이, 고릴라 등이기 때문에,
이들의 통화방법이 인간의 언어와 비슷한 데가 없나, 또 인간의 언어의 기원을 이들의 통화
수단에서 엿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에 이들 영장류의 통신 모습이 많이 관찰되었다. 그
러나 이들이 그들의 자연 번식지에서 음성, 몸짓, 후각, 촉각 등으로 "위험", "분노", "위협",
"순종" 등 여러 가지를 교신함이 관찰되었으나, 이러한 "어휘"의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으
며, 대체적으로 그때 그때의 감정의 노출에 지나지 않음이 발견되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
해서 새로운 신호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대개의 신호라는 것들이 판에 박은 듯이 고정된 것
이고 의례적인 것이었으며, "지금·여기"를 떠나 어제나 내일 또는 산너머의 일을 표현하는
법이 없었다.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하여 일부 동물심리학자들은, 원숭이류가 인간다운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활환경과 다르기 때문이며, 그들의 생활조건에서
는 더 이상 복잡한 통신이 필요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인간과 똑같은 생활환
경에서라면 인간다운 언어를 습득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서, 침팬지나 고릴
라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쳐 주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험은 대체로 부부팀이 갓난 침팬지(흔히 암컷)를 마치 자기의 어린아이를 기르듯
집안에서 데리고 기르면서 언어를 가르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한다면, 즉 이러한 환경에서 침팬지가 언어습득에 성공한다면 이는 동
물에게도 인간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증명되는 것이고, 따라서 언어가 유
독 인간의 소유물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인간의 생활환경에 기인한 것이지 어떤 인간특유의
생리학적인 요인에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침팬지 대상 실험은,
1930년대: 구아 1940년대: 비키 1960년대: 와쇼 1970년대: 쌔러, 님 침스키, 코코(고릴라)
구아에겐 말을 시키지는 않았고 말을 알아듣도록만 가르쳤는데 16개월만에 약 100이 되는
어휘를 구별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발성을 처음 배운 것은 비키였는데 겨우 서너
단어를 한다면 할 수 있을 정도였다.(아빠: papa, 엄마: mama, 목말라: cup) 비키를 찍은 영
화를 본 Gardner 부부는, 비키의 손짓이 매우 활발한 것을 착안, 비키의 빈약한 어휘는 침
팬지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두뇌ㅡ이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침팬지의 발성기관이 인
간의 것과 달라, 인간의 언어같은 말소리를 발성할 수 없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가
정하고, 침팬지의 두뇌력을 시험하기 위해, 귀머거리들이 쓰는 미국기호언어(ASL)를 와쇼라
는 침팬지에게 가르쳐 주기로 하였다. 한 살이 조금 넘어서부터 기호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와쇼는 22개월 후에 34 사인을, 네 살 때에는 85 기호를, 다섯 살 때에는 132사인을, 그리고
14살이 되던 1979년에는 약 250개의 기호를 습득하였는데, 기호 둘을 결합할 줄도 알았다고
한다. 침팬지 님 침스키도 약 4년만에 125개의 기호를 배웠고, 두 기호를 연합한 "문장"이
무려 1,300이나 되었다 한다.
언어의 특징 중의 하나가 임의성이므로 침팬지가 완전히 임의적인 기호도 습득할 수 있다
는 것을 증명하려는 실험이 있었다. 하나는 컴퓨터의 건반을 무의미한 기하학적 도안으로
그리고 침팬지가 이 건반을 타자기처럼 쳐서 통신하게 한 실험(래너)이고, 또 하나는 플라스
틱으로 실물과 모양이 다른 기호를 만들어 이 기호를 가지고 통신하게 한 실험이었다(쌔러).
그림을 보면, 쌔러가 습득한 플라스틱 사인들은 모양이나 색에 있어서 실물과 전혀 닮은
데가 없다. 예를 들면, '사과'는 보라색 삼각형, '바나나'는 붉은 색 삼각형, '적색'은 회색, '황
색'은 흑색, '녹색'은 백색이다. 쌔러는 이러한 기호의 의미를 개별적으로 배웠을 뿐만 아니
라, 몇 개의 기호들을 연결해서 "문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a. APPLE AND BANANA DIFFERENT 사과와 바나나는 다르다
b. CHOCOLATE BROWN COLOR 초컬릿은 갈색
뿐만 아니라 훈련사가,
a. IF SARAH PUT RED ON GREEN, MARY GIVE SARAH CHOCOLATE
적색을 녹색 위에 놓으면, 메리가 쌔러에게 초컬릿을 주(겠)다
b. IF SARAH TAKE BANANA, MARY NOT GIVE SARAH CHOCOLATE
쌔러가 바나나를 먹으면 메리가 쌔러에게 초컬릿을 안 주(겠)다
와 같은 문장을 쓰면, 쌔러가 이해하고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주었을 때
SARAH INSERT APPLE DISH BANANA PAIL 쌔러 넣어라 사과 접시 바나나 물통
사과와 접시와 바나나를 모두 다 물통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사과는 접시
에, 바나나는 물통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침팬지가 다음에 보이는 바와 같이 괄
호 속에 있는 단어가 생략된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Premack은 주장하고 있다.
SARAH INSERT APPLE DISH (AND INSERT) BANANA PAIL
'사과는 접시에 (넣고) 바나나는 물통에 넣어라.'
침팬지가 이렇게 생략된 구절까지 염두에 두고 문장을 이해하고 구성할 수 있었다면 이는
실로 놀라운 업적이지만, 이러한 문장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도 없다. "일관성 있게"라는 말은, 어쩌다가 우발적으로가 아니며 또 실수도 거의 없다는 말
이다. 실상 침팬지 실험자들은 그들의 가정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현상만을 보고하는 경향
이 있어서, 어떤 "놀라운 언행"을 침팬지가 보여 주었으면 거기에 얼마만한 일관성이 있었
는지, 그리고 침팬지의 언행에 실수가 있었으면 실수의 성격이 어떠한 것이었으며 어떤 빈
도로 실수를 했는지 등은 자세히 보고가 되어 있지 않다. 쌔러가 생략문을 이해했다고 하
는 것은 관찰자의 해석일 뿐, 우연적으로 들어맞은 행위였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배제
하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기호를 연결하는 것도 Terrace의 관찰에 의하면 88%의 경우 사람(훈련사)을 흉내
내어 되풀이 한 경우이고, 자발적인 경우는 12%에 불과했다고 하니, 침팬지의 '언어'에 인간
의 언어에서와 같은 창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울 때 어른
의 말을 그대로 흉내내는 경우는 아주 적으며, 곧 독창적으로 새로운 문장을 늘 구성하기
때문이다.
인간 아닌 영장류가 인간다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 아직 확답
을 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서 배운 언어를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들에게나, 자기의 새끼들에
게도 가르쳐 주는가의 실험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팬지나 고릴라가
언어를 배웠다면 그들도 인격으로 승화하였으니, 이젠 이들을 동물원의 짐승으로 가둬 둘
수는 없다는 주장은 조금 지나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닫는 인사] 유익한 시간이 되셨나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저희 세미나가 여러분들께 유익함을 드렸는지 모르겠군요. 좋은
시간이 되셨나요? 이제는 언어의 '교환성'을 십분 발휘해 동일한 사람이 청자도 화자도 될
수 있는 시간들을 열어봅시다. 다른 바쁜 일 제껴두고 저희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릴게요... ♡♡♡♡♡∼∼∼ *^^*;;;
국연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