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스님이 투라이거에 대한 비밀을 모두 밝히자 뭇 사람들은
매우 의심스러워했다.
그 동안 투라이거에 대한 일들은 모두 쉬쉬하며 감춰왔는데
어떤 이유로 원호스님은 강호 영웅들과 사파의 잡배들이 들끓는
이곳에서 공개해 버렸는지 그 깊은 뜻을 알 길이 없었다.
“투라이거로 인해서 그 비밀을 알고자 하는 탐욕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살육당하고 있소이다.“
원호스님은 얼마 전 기습을 받고 쓰러져 사경을 헤메고 있는
혜공대사(慧公大使)을 떠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화산파(華山派)의 붕선생도 얼마 전 화산도장에 잠입했던 무리들이
무엇인가 찾다가 발각되어 심야의 칼부림이 있었던 일을 떠 올렸다.
이때 대중 가운데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지례(抱券之禮)로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아미파(峨嵋派) 속가 제자 임당당(林塘塘)이 원호스님께 인사드립니다.”
임당당은 그 동안 아미산에서 수양만 했었고 이번에 강호에 처음
나왔지만 나름대로 지혜롭고 더구나 강호의 새로운 소식을 많이 접했기에
대번에 원호스님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님께서는 비밀을 폭로함으로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만드시고
질서를 잡아 혈겁을 막으려고 하심을 소승 알았기에 감탄했습니다.“
저마다 원호스님의 속내를 몰라 하던 대중은 임당당의 한마디에
무릎을 치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임당당 스님은 이번에 제자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얻었소?”
“사부가 제자 찾기 삼년 걸리고 제자가 사부를 찾아가기 또 삼년 걸린다고
했는데 어찌 금방 인연이 있겠나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고개를 뒤로 돌려 손짓을 하자 한 여자가 손짓에 따라
나오며 인사를 했다.
“소저 아미파(峨嵋派) 속가 제자 임당당(林塘塘)의 제자 주상희가 원호스님께
인사 올립니다.“
주상희는 인천성에서 나름대로 빠른 경공술을 구사해서 여자의 몸으로서는
이룰 수 없는 경공의 경지에 까지 이미 다 달은 인재였다.
비록 무공은 약해서 비무에 함부로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적을 추적하고
도망치고 잠행하고 물건을 빠르게 전달하는 일에는 따를 자가 없었다.
거라운(居羅雲)객잔에서 객실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강호의 일에
관여하는 눈치였는데 사부도 없이 오직 혼자서 뛰어난 경공을 익혔다는
것은 그녀의 천부적인 재질을 나타내는 것이다.
임당당은 그녀의 재질을 첫눈에 알아보고 제자로 맞아 들였던 것이다.
[注 : 주상희는 인천 미스트라이크님의 현신입니다.]
밤은 깊어가지만 투라이거로 인한 피바람을 잡고자 영웅들은 의논을
더욱 깊이 하기를 새벽별이 흐려질 때까지 계속했다.
투라이거에 대한 대책은 이미 강호 영웅들의 합의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강호에는 또 다른 피바람이 일고 있었다.
인란족(引亂族)의 출현이 그것이다.
인란족(引亂族)이란?
구라파국(歐羅派國)이라는 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병기로 신발을
대신해서 신고 달리는데 그 빠르기가 바람 같고 거칠어서 강호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파의 무공과 다름없이 꺼려하는 것이다.
만들어지기는 구라파국에서 만들어졌지만 페르시아의 명교(明敎)의 세력이
대륙으로 들어오는 시기에 슬쩍 같이 들어왔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머리가 큰 사람을 때려죽여 해골을 취하고 여러 가지 약물로 단단
하게 만들어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쓰고 다녀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의복은 바다표범의 가죽을 얇게 무두질해서 몸에 바로 붙이는 바람에 마치
벌거벗고 다니는 듯한 형색이며 어떤 이는 눈에 여러 가지 색깔의 투명한
석경(石鏡)을 끼어서 사람 눈인지 괴물의 눈인지 구분이 안 가게 한 부류도
있다고 한다.
인란족은 떼로 몰려다니면서 방화, 약탈, 살인, 간음을 일삼으며 인란족이
휩쓸고 간 마을은 메뚜기떼로 황폐해진 논밭과 같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을 정도였으며 이들이 나타나면 관군은 오히려 도망치기에 바빴다.
강호의 영웅들이 달려갔을 때 마다 인란족은 항상 벌써 다른 마을을
약탈하러 떠났기 때문에 날로 민생의 희생은 늘어만 갔다.
인란족에게는 그 들만의 비밀스러운 표식이 있어 빠른 주행에서 서로
의사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달리는 중에 양손을 들고 내공을 실어 박수를 칠 경우에는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죽인다는 뜻이므로 무조건 몸을 비껴 숨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어느 때는 인란족 모두가 한손을 높이 들고 달리는데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장거리 질주중에 흩어지는 내공을 바로잡고자 하는 사파의 내공
심법임이 분명하다.
인란족의 지위체제는 바퀴의 숫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보통의 인란족들은 바퀴가 네 개 인데 장로급 이상이면 오륜을 쓴다.
아무튼 무서운 놈들이다.
후세에는 인란족을 가르켜 쫄쫄이 부대 또는 쫄쫄이 오빠들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이렇듯 인란족에 의한 살육이 자행되는 동안에 이번에는 투라이거가
강호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졌다.
투라이스키, 투라이씽씽, 남광트위스트....
투라이거를 흉내낸 모조품이 마치 투라이거 진품인양 세인들을 현혹
시키면서 빠르게 퍼지며 많은 무림인들이 이것으로 수련하다가 다치거나
죽거나 혹은 주화입마로 무공을 잃었다.
강호는 북으로는 금국의 침략과 내부적으로는 인란족과 가짜 투라이거로
인한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홀연히 나타난 한 인물이 있었다.
미소파(美笑派)의 김탐장(金眈壯)
원래 미소파는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고 은거하는 집단이며 정파도 사파도
아닌 중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해서는 강호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注 : 미소파(美笑派)의 김탐장(金眈壯)은 미소레포츠의 김팀장님의
현신입니다.]
미소파가 강호에서 사라진 까닭은 오래전에 강호를 평정하고 무림지존을
꿈꾸다가 스스로 깨닳은 바가 있어 검을 땅에 묻고 은거하신 미소파조사
설장(雪將)의 뜻에 따라 강호와는 인연을 끊고 사라진 것이다.
[注 : 설장(雪將)은 설대구짱님의 현신입니다.]
김탐장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가짜 투라이거를 회수하고 인란족을 보는 족족
쳐 부셨으나 어찌 한 사람의 힘으로 천하를 바로 잡을 수가 있으리오.
과연 이러한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어디 있겠으며
성인군자라고 하더라도 마음이 흔들림은 당연할 것이다.
점점 천하는 혼란스러워지고 피로 얼룩진 대륙은 무림 영웅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