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천리길은 너나없이 흥겹고 즐거웠다.
뜨거운 가슴을 나누는 친구들과 함께 신식 철구루마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우리 모두는 소풍가는 어린아이들이었다.
흡사 오래 만나지 못한채 흠모의 정만을 키워 온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화려한 기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해양수산연수원장 강신길.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영향력 있는 기관장.
귀신잡는 해병들의 전설적인 인물로 남아있는 진짜 해병.
진보에 밀려 붕괴직전의 한국보수를 끝까지 지켰던 행동가.
이 정부가 그의 깨끗함과 능력을 믿고 중책을 맡긴 인물.
많은 후배들에게 존경과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그가 우리 친구라는데 자부심을 갖게한 큰 인물 강신길.
더 담아내도 부족한 이러한 수식어들속의 신길이는
우리들과 50년 가까이 살을 맞대며 살아온 가까운 벗이니
오늘의 뜨거운 해후는 누구에게도 침해 받지 않는 우리만의
독점적 누림이었다.
신길이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해병대 얼룩무늬 군복의 강신길장군 이미지는 사라지고
어느새 국가의 부름을 받은 무게감 있는 관료로 변해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전 나눈 친구들과의 진한 나눔에서 신길은
부임한지 채 석달도 안되었음에도 특유의 강한 추진력과
몰두력으로 업무를 장악하고 있는듯 했다.
조직을 변모시키기 위해 온몸으로 도전하는 모습과
신선한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조직변화를 시도하는 핵심과제를 마케팅 원리로 접근하고
고착화된 사고의 틀조차 마케팅 깃법으로 변화시키고자
올인하는 모습에서 전혀 다른 강신길을 보는듯 했다.
어느새 신길이는 전역후 겪은 크고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의 방향을 거침없이 틀어쥐고 있는듯 했다.
아...멋진 녀석.
친구를 맞는 신길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었다.
천리길을 달려 온 친구를 맞는 일정은 잘짜여진 씨나리오를
연상케 하는 스케쥴로 우리는 그저 몸만 맡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타임스케쥴에서 10분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와의 만남이 아주 특별하게 준비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갈치시장 횟집 만찬에서 강장군을 따르는 해병전우들 안내.
해수원 버스의 능수능란한 태움과 부담없는 기다림의 배려.
아주 잘생긴 젊은 부하 아무개군의 정중하고도 예의바른 안내.
한국 5대 야경에 으뜸을 차지한다는 부산 광안대교 선상관광.
빼놓을 수 없는 친구들의 명창과 율동파티.
해군호텔에서의 융숭한 잠자리 서비스와 VIP대우.
아침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해장국집에서의 아침식사.
후배들과 적절한 공간배치로의 따뜻한 배려.
모든 일정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한폭의 수채화처럼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싶은 낭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서 아주 흥미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취중대장 장락산인의 몰락과 뉴페이스 조따꺼의 등장이다.
장락산인 이종인의 취중괴벽은 친구들간 익히 아는처지.
취중대장인 장락산인이 혜성과 같이 등장한 무명의 조따꺼에게
넘버원자리를 내주고 힘없이 넘버 투로 가라 앉은 놀랄만한
사태가 발생했다.
장락산인은 초저녁 6시쯤 자갈치 횟집에서 강자가 한산에서
큰트렁크에 담아 싣고 온 한산곡주에 빠진채 인사불성이 되었다.
친구들 모두 걱정어린 시선으로 해면체가 되어 척척 늘어질
그를 연상하고 근심어린 시선을 나누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종인특유의 술버릇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인의 대단한 취중대사를 익히 알고있는 친구들은 피선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21인승 좁은 버스공간안에 종인의 독무대가 펼쳐질 즈음..
"나는 초등핵교 교장 조따꺼여~~알긴 아능겨??"
야릇한 미소를 던지며 갑자기 나타난 자칭 조따꺼의 파워풀한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
좁디좁은 버스안을 꽉 채우며 토해내는 느리지만 거침없는 언변과
무자비하게 휘둘러대는 그의 무예솜씨는 대단했다.
무자비한 헤드록,손바닥으로 뒤통수 때리기,옆구리 옭아매기 등등
장락산인이 숨쉴틈도 주지않고 무차별 공격이 가해졌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않고 "나는 조따꺼여~~"하는 그의 모습이
흡사 먹이사냥에 나선 승냥이 같았다.
장락산인이 취중에 후진기어를 선택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무섭게 달겨드는 조따꺼에게 계속 밀리며 후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얼마후 장락산인은 취중적막을 선택하고 조따꺼 소리만 들렸다.
친구들 모두 뉴스타의 등장에 즐겁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일거에 장락산인을 제압한 조따꺼의 모습이나 수십년을 두고
대장의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장락산인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안도와 호기심으로 가득찬 좁은공간에서 색다른 통쾌감을
동승시킨채 깔깔대며 광안리로 신나게 내달리고 있었다.
"세상 참 오래살다 볼 일이다.."
추교장의 취한듯 아닌듯 내뱉는 한마디에 신길,동수,종인,규환,
대윤,현섭,갑수,일련,영호,온빈,점미,옥주,용기,인금,강자,경자
그리고 후배 형수,행복이.. 우리모두 안도로 칠해진 파안대소를
광안리까지 길게 뿌려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신길이가 아끼는 후배들이 동반했다.
재경동창회장을 5년이나 지내며 초기 재경동문회의 틀을 이루고
신길이를 무척 따르던 4회 이형수동문, 4회 이행복 재경전임부회장.
우리들을 영접하며 애써준 부산 동아대학교 이길원교수(14회)
모두 충고인의 피가 흐르는 동문으로 평생을 함께 해 온 후배들이고,
신길이가 피붙이처럼 아끼는 후배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보낸다.
081218 호갑수
조따꺼가 은밀히 혼자 천당 갈려고 샀다는(그 것도 시집 발간회 바로 그날) "천국행 표"가 "가짜 딱지"라고 했더니 놈이 기회를 노렸었지, 천당은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 것인 줄도 모르고, 다송원 자두 익으면 다송원 모닥불에 동수 여권 집어던지듯 "천국행 가짜 딱지" 모닥불에 태울게야, 놈은 마음이 좀 아플게야 ㅎㅎㅎ
첫댓글 자랑 스럽습니다. 친구들이 자랑스럽고 이렇게 엮어 주신 친구님이 또한 자랑스럽습니다. 한 번 본 글이지만 다시 봐도 좋습니다.
우리가 밀포드 원시림에 취해 있을때, 그대들은 멋진 친구들에 취해 있었구료.우리도 행복했지먄 그대들도 무척행복한 그림이 그려지네요.
가운데 러시안 처럼 모자 쓴 사람이 누구게?
모르게~ ㅎ
조따꺼가 은밀히 혼자 천당 갈려고 샀다는(그 것도 시집 발간회 바로 그날) "천국행 표"가 "가짜 딱지"라고 했더니 놈이 기회를 노렸었지, 천당은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 것인 줄도 모르고, 다송원 자두 익으면 다송원 모닥불에 동수 여권 집어던지듯 "천국행 가짜 딱지" 모닥불에 태울게야, 놈은 마음이 좀 아플게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