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적지 않은 나이로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해 올해 최고득점을 기록한 박옥미씨.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의 뜻을 쉰살이 돼서야 알았어요" 50대의 적지 않은 나이로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올해 최고득점을 기록한 박옥미(50)씨.
박 씨는 이번 시험에서 전과목 평균 95.5점을 받아 통상 10대들이 대물림해온 최고득점자 자리를 차지했다. 총 8개 과목에서 수학을 포함해 5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국어와 과학은 단 1문제씩 틀려 아쉽게 96점씩을 기록했다. 영어는 어릴적부터 취약했기에 고충이 많았지만 그래도 끈질긴 노력을 기울인 결과 7문제만 놓치고 72점을 받아냈다. 박 씨는 이 같은 높은 점수를 올린 비결에 대한 물음에 "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려운 학창시절 학업 중단
부산에서 어린시절을 난 그는 저소득층이 집중된 '달동네'에서 자라면서 학업과는 담을 쌓아야 했다. 아버지는 공사판 노동일과 오징어잡이를 병행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어머니도 가내수공업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터라 인문계고교 진학은 '언감생신'이었다. 학비가 들지않는 실업학교인 부산공예학교(현 부산디자인고)에 진학했지만 미술만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이 학교의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하차한 후 중졸의 학력으로 30여년을 살아왔다.
직업을 갖고 싶어도 고교 졸업장이 필요했고, 애지중지 키워온 2명의 아이가 대학에 진학 한 후 고민을 털어놔도 대학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때마다 마음속에는 늘 책한권 사지못하고, 시력이 나빠 칠판의 글자가 절반도 보이지 않는데 안경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어릴적 형편을 원망했다.
든든한 '지원군' 남편 감사
그러나 지난해 지인이 던진 "이제는 형편이 나아져 안경을 맞췄는데 인생이 얼마나 바뀌었냐"는 질문에 자신을 되돌아 보았고, 그 해 9월부터 고교 졸업장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남편은 박 씨가 꿈 꿀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남편은 수십년만에 다시 펜을 잡은 탓인지 매일밤 머리가 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를 다독여줬고, 처음 치른 모의고사에서 평균 70점을 받아왔을 때도 타박은 커녕 용기를 줬다고. 박 씨는 교과서가 닳도록 외우고 또 외웠다. 어려운 수학문제는 그날밤 꿈속에서 몇번을 되풀기도 했다. 최고 복병이었던 영어는 질문 뿐만 아니라 보기까지 분석해가며 문제의 유형과 출제 경향을 유추했다. 그러자 성적이 오르고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말이 와닿기 시작했다.
"상담심리학 전공하고파"
꿈에 그리던 고교 졸업장을 가슴에 안았지만 정작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 씨는 대학에 들어가 상담심리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자신처럼 목표의식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가지는데 보탬이 되고 싶어서란다. 박 씨는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았다"며 "꿈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갖지 못한다는 진리를 가슴에 안고 제2의 인생을 살고싶다"고 말했다. 글=하주화기자 usjh@ 사진=유은경기자 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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