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힘들지만 끝까지 뛰었습니다.
달린 시간의 아픔보다 완주의 기쁨이 앞섭니다.
저의 단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을의 전설! 춘천을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고통과 육체가 쏟아내는 쾌감을 마음껏 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전략전 미스와 어설픈 과욕이 참사를 빚어내기도 한 하루였습니다.
전날인 25일에 빛바랜 옷에 흥해마라톤이라는 글을 새겼습니다. 좀 더 클럽에 대한 소속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그리고 올해 나를 더 풍성하게 해준 클럽에 애착을 그대로 간직하고 전설의 로드를 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새벽2시 포항 공설운동장 호돌이 탑에서 출발을 합니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하였는데도 벌써 30명의 러너들이 모두 차에 탑승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허겁지겁 승차하여 인사할 겨를도 없이 빈자리에 앉습니다. 리무진 버스라 그런지 꽤 자리고 넓어 숙면을 취하고자 하였으나 오랜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도 긴장되어 잠도 오지 않습니다.
달리고 달려 새벽 5시에 홍천휴게소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습니다. 따근한 국물 아니면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을 예상하였으나 김밥 1줄, 시루떡1조각, 생수병1병이 전부입니다. 바깥 날씨가 싸늘한데도 불구하고 나무벤치에 앉아 죽어라고 입으로 쑤셔 넣습니다. 행여 달릴때 힘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서 말입니다.
07시경에 공지천에 도착을 합니다. 아직도 세상은 어둠에 숨어있고 주위를 쉬이 분간할 수 없습니다. 도착해서야 잠이 오려고 합니다. 걱정스럽습니다. 베어스타운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물과 가지고 간 포도쥬스를 마시고 대소변을 2차례 걸쳐 배출합니다. 몸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차안에서 우리 클럽의 훈짱인 선경이 형님이 발바닥 테이핑을 해 주었습니다. 발바닥은 처음으로 합니다.
20여분을 걸어 대회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이상합니다. 풀코스를 뛰고 다시 이곳으로 걸어와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회장소에는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러너와 대회관계자 가족들이 뒤 엉켜 대회장은 돗데기 시장같습니다. 선호형님과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머리 올리는 정희형과 형수의 인증샷도 하고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바를것 바르고 뿌릴것은 뿌리고 몸을 넉넉하게 풀고 G조 출발장소에 섭니다. 출발까지만해도 20분이나 대기하다가 드디어 배동성이의 손가락 약속과 넘버 5 구호와 동시에 출발합니다. 몸이 가볍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오르막인데 사뿐하게 올라갑니다. 주로에는 인산인해로 앞으로 치고 나갈수 없습니다. 참을 수 없어 인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내 뒤로 F조 E조 사람들이 처지는 꼴을 보고 자못 스릴을 느낌니다. 이러한 기쁨과 스릴이 크나큰 독이 되고 실패의 근원이 되리라는 생각은 나 자신에 대한 그릇된 과욕에 파 묻혀 버리고 이대로 계속 달려갑니다. 세상살이가 그렇습니다. 과욕을 버리고 자제하고 절제하고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오늘 춘천마라톤에서 뼈저리게 체감을 하였습니다.
의암댐 굴다리에서 함성을 지르고 굴곡이 이쁜 의암댐 주변주로와 절정의 운치를 자랑하는 주변 풍광이 몸과 마음을 더 가볍게 합니다. 5KM를 24분에, 10KM를 48분에 달립니다. 많이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신매마을, 박사마을, 서면을 지나 반환지점과 하프지점을 통과합니다. 1시간 47분입니다. 내 능력에 비해 과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25킬로를 지나 28킬로은 춘천댐으로 가는 가파르고 지루한 오르막입니다. 어떠하던 뛰어서 올라갑니다.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이 다가 옵니다. 차라리 걷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뛰어 올라갑니다. 춘천댐 상단에 올라서는 순간, 내게 다리가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순간 힘이 빠지고 머리에 현기증이 납니다. 아차싶었습니다. 잠시 서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세상사 모든일이 그러하듯이 큰 고비가 몇 차례가 찾아옵니다. 그 고비를 굳은 의지와 정신력으로 잘 이겨내고 버텨야만 궁극적으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하고 목격을 하였으니까요 지금 이순간도 그러한 수많은 고비중에 하나일거라는 그리고 별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쇠뇌를 합니다.
30킬로를 지나면서 극한의 고통이 찾아옵니다. 다리에 힘도 없거니와 어깨와 목뒤 근육에 극심한 통증으로 울고 싶어집니다. 결국 모든 존심과 욕심과 열정을 뒤로하고 터벅터벅 걷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실망스럽습니다. 초반의 불필요한 과욕이 이러한 허무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수 는 없습니다. 다시 뛰고 다시 걷고를 반복합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저기 앞서 달려가는 사람들은 신이다. 나도 신이 되고 싶다. 아마도 저 사람들중 초반에 나한테 뒤로 밀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나를 비웃겠는가? 복잡한 상념이 머리를 감싸고 저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여유는 전혀 없습니다. 춘천댐의 호반을 따라 지루하게 달리다 미친 듯한 함성이 들려옵니다. 102보충대 입소장병들이 도로옆에 줄지어 화이팅을 외치고 있습니다. 내 앞에 달리던 각선미가 뛰어난 여인에게는 자기 피붙이 같와 같이 무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번만큼은 뛰어야 하기에 이앙물고 달려갑니다.
어느듯 35킬로미터를 지나고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이제 시간의 개념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골인해야지 하는 마음보다 언제 피니시라인에 들어 갈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회수차량이 보입니다. 저 안에 몸을 던지고 싶습니다. 엠블란스가 요란하게 내 옆 그냥 지나갑니다. 무심합니다.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주위에 나 같은 자가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저들 중에 웃는자도 고통에 힘겨워하는 자도 노래부르는 자도 인도에 큰대자로 뻗은 자도 다리 주무르는 자도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끝을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스레이이 코너에서 온몸을 샤워하고 나니 다시 힘이 납니다. 뜁니다. 20미터도 못가고 다시 섭니다. 사람의 육체가 왜 이리 연약한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뛰고 달리는 것은 인간보다 휠씬 더 우월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국군춘천병원을 지나 강원교육청을 지나고 소양2교를 건넙니다. 이제 3-4킬로 정도 남아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몸 푸는 정도의 거리이나 지구한바뀌 같은 중악감으로 다가옵니다. 1997년 이곳에서 신혼생을 하였습니다. 군인관사에서 세상 부러울 것이 씩씩하게 살았습니다. 소양2교를 산책길을 그때는 절대 손을 놓지 않고 산보를 하였습니다. 소양2교에서 공지천으로 가는 길은 나와 처에게는 산책길이자 먼먼 인생을 설계하는 거대한 행로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오늘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길입니다. 어느놈이 마라톤에 2.195km를 붙여 놓았을까요. 원망이 억수같이 밀려옵니다. 이제는 시계도 보기 싫습니다. 빨리 이 여행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힘을 다하여 뛸 것입니다. 1km의 표시판이 들어옵니다. 다 끝났습니다. 1킬로는 뒤로 뛰어도 되는 거리입니다. 북치던 아주머니가 화이팅을 외칩니다. 골인지점이 보입니다. 뛰어 가고자 하였으나 또 걷습니다. 400미터 남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최소한 마지막은 뛰어야 한다는 일념과 골인지점에는 사진사가 있다는 사실, 우리 종길이가 뛸때는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는 말이 뇌리고 스치고 피시니라인에 들어올때는 두팔을 위로 들어올리고 만세를 부르면서 웃으면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희열을 만끽하면서 마지막 기록측정기를 밟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잔디밭에 주저않았습니다. 물을 끼얹고 하늘을 바라 쳐다 봅니다. 하늘은 말합니다. 고생했어 그래도 넌 최선을 다 한거야, 그것으로 충분해. 그렇습니다. 힘들다는 거, 한계가 눈앞에 보인다는 거 그리고 이를 극복해야한다는 거 그것으로 저는 충분하였습니다. 선호형님, 종두형님, 미라누님과 결국 택시를 타고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춘천닭갈비에 소주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을 먹고 관광버스 춤과 노래까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모두하고 마나님의 품안에서 깊은 잠속에 빠져듭니다.
이제 가을잔치는 끝났습니다. 42.195km 4시간16분01초 당초 목표였던 sub 4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합니다. 초반 오버페이스와 절대적인 장거리 lsd의 연습부족에다가 전략적 달리기의 실패 및 강인한 정신력의 부족 등 총체적이었던 같습니다. 저는 전문선수가 아닙니다. 앞으로 고쳐나가면 됩니다.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 뛰는가? 왜 뛰어야 하는가? 앞으로도 계속 뛸 것인가? 몰입의 경지, 초아의 세계, 무념무상의 천지, 뛴다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요 소통의 방식이요,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이는 절대로 멈추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한 마라톤, 나의 사랑 흥마와 함께 계속 진보할 것입니다.
2014. 10. 27. 육거리 내 사무실에서의 짧은 단상이었습니다.
첫댓글 최변! 완주기 정말 감명깊게 읽었어요.
아마도 내년 서울동아에서는 초반에 뛰는페이스로 끝까지 완주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럼 sub-3.5는 무난하리라
최변!눈물 없이는 보수없는 한편의 드라마옳시다 기 춘마후기 긴긴글을보며 5년전 나의 생각이나네 거가대교 개통기념 풀코스 완주를하고 얼마나 가슴이 벅차던지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감격에 북받혀 눈물이나두만!! 최변! 흥마에 가입하고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잘 적응해주고 연습을 불같이하고 인간관계까지 너무나 잘해주니 진짜로 이사회에 지도자 진정한 법조인의 모습이 이런거구나 ~최변 고맙수 감사하우^^ 나도 1123울산 1130진주는 참가할터이니 그때 우리 동반주되어 함 멋지게 뛰어봄세 끝으로 춘마풀코스 무사완주에 큰 축하를하며~ 최구열 변호사 최고최고!!! 흥해마라톤 클럽 최고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