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행을 하다보면 - ♬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 ♬

[허허공공(허협)]

 

 
낙엽 지는 호수에 잔물결., 파문
그 외롭고 적적한 아름다움., 추파. 
잔물결 파문 같은 눈길 = 추파(秋波).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눈길도 추파.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현상 추파.
언제부터인가 남의 환심을 사려 하는 아첨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한 판매전략 또한 추파
 
정치권에서 자파 세력을
끌어당기는 행위도 추파
 
추잡(醜雜)한 눈길
이상한 행동., 추파.

원래 뜻과 전혀 다르게 다분히 부정적인 뜻.. 추파.
<추파>에서 추(秋)가 추할 추(醜)로 변질된 형국.
대부분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말 "추파를 던진다."

바야흐로 추파의 계절., 가을.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 생각나는 그녀.
나는 지금도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그녀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그녀는 한창 행복을 누릴 설흔 셋 나이에
병실에서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내 나이 스물 아홉 총각 시절인., 1978년 2월.

그녀에게 마지막 소원이 있었다면
그달 말일 생일까지 살고 싶은 것뿐. 
당시 꺼져가는 촛불과 같은 하루 하루.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살리려고
온갖 정성을 쏟고 모든 방법을 동원
그러나,  모든 노력도 부질없는 물거품.

결국 그녀는 그해 생일날 눈 내리는 밤에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세 딸을 남기고 운명.
그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 가사처럼 떠나갔다. 

가수 최백호 氏가 부른 노래.
 ♬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 

그 노래는 그녀가 병마와 싸우면서도
삶에 대해 강렬한 애착을 보일 무렵 유행.

그녀가 삶의 희망을 포기하고
마지막 숨을 거둘 무렵까지도
유행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그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는지
나와 함께 그 노래를 부르기를 좋아했다.
 
♬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 
♬낙엽지면., 설움이., 더.,해.,요.♬
♬차라리.,하얀., 겨울에.,떠.,나.,요.♬
 
당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노래 한구절마다 여러차례 쉬었다가 부를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이상적인 여인상.
 
그녀를 처음 만났던 시기는 사춘기 시절.
그녀는 대학생, 나는 감수성 풍부한 고교생.
당시 한 남자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그녀.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도 마냥 좋은 그녀.
그 남자에게 질투를 느낄 만큼 좋은 그녀,
그녀도 그런 나를 싫어하지 않는듯 보였다.
 
"이담에 나도 그녀 같은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면.,"
 
사춘기시절부터 그만큼
내 마음 사로잡았던 그녀.
 

 
갓 대학에 들어가 나는 첫사랑을 겪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내 곁을 떠나갔던 첫사랑.
지천명 끝무렵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
 

 
첫눈 내리던 명동거리에서 그 소녀와 첫 팔짱.
처음 사랑 고백을 한다는 그 소녀의 떨리는 음성
비가 몹시 내리던 날, 어둠 속으로 떠나간., 그 소녀.
 
나 자신의 행복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그 소녀.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 남자 따라 떠난., 그 소녀.
그래서, 차마  붙잡지 못하고 보냈던., 첫사랑 그 소녀.
 

 

 
  
 
첫사랑이 떠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던 나.
첫사랑이 없는 이 세상은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몇 번이나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내가 첫사랑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할때
때론 누나처럼 때론 연인처럼 나를 감싸주던 여인.
그녀와 팔짱 끼고 걷는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노란 은행잎이 비오듯 쏟아지던., 어느 가을날
 

 
집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그녀가 사주던., 군참새
닭똥집 구이에.,그녀와 소주 한잔.,러브샷  "브라보".
내 마음 속 허전한 첫사랑의 상처를 달래주려던 그녀.
 
그녀와 단둘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라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녀는 유부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래도 나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와 함께 마시던 가락국수 국물의 따듯함.
꼬추가루를 듬뿍 뿌려 단무지와 함께 먹는 맛
그녀의 따듯한 마음만큼이나 뱃속까지 훈훈했다.

그후 첫사랑을 잊으려 무던히 애썼던., 군생활.
제대 후 (주) 삼미에 입사해 사회인이 되었던 나.
용평 스키장에서 눈내리던 날 밤에, 아내와 첫만남.
 

 
서로 한눈에 반해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데이트가 거듭될수록 깊이 빠져드는 사랑
하루라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딘., 1977년 2월.
 

 
내가 기나긴 불행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무렵
그리고, 희망 찬 미래를 향해 달려갈 즈음에
그녀는 불행의 늪속으로 조금씩 빠져 들었다.

내가 사랑에 깊이 빠져들수록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던 그녀. 
3.1 빌딩에서 가까운., 성모병원
 
3.1 빌딩은 내가 다니던 회사 사옥.
성모병원은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원.
병원 인근 명동은 아내와의 데이트 장소.
 
그래서, 자주 찾게 된.,그녀의 병실.

내가 그녀를 안아 휠체어에 태우고
그녀가 입원한 병동의 복도로 나가면
그녀는 창밖 겨울 햇볕조차 따가워했다.

병원 복도 창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피부를 스쳐만 지나가도 고통을 호소.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나를 반가워했다.
 
첫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당시.
늘 데이트 결과가 궁굼한 그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기다리던 그녀
그만큼 나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던 그녀.
모처럼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이 보기 좋았던듯
 

 
그무렵 그녀는 뱃속의 아이를 살리려고
병원의 방사선 치료를 거부할., 만큼이나
모성애가 남달리 강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두 딸을 낳고 셋째 아이를 임신
뒤늦게서야 우여곡절 끝에 올렸던 결혼식.
모처럼 행복을 누릴려는 시점에 찾아온 불행.
 
셋째 아이가 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른., 병원
그러나, 안타깝게 뱃속 셋째 아이도 딸이라는.,진단.
그 서운함 느낄 겨를없이 아이를 지워야 한다는., 의사.
 

 
청천벽력같은 진단결과.,췌장암 말기.
그러나, 아이를 지울 수 없다는 그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 권유를 거부.
 
임신한 몸으로 병원에서 투병생활.
출산 후., 더욱 악화된 그녀의 병세.
 
그 핏덩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던 그녀.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가 다 빠져버린.,그녀.
뼈와 가죽만 남을 만큼 하루가 다르게 악화된 병세.
 
이화여대 체육과 테니스 선수였던 그녀.
이웃 연세대학 학생회 총무였던.,그녀 애인.
1960년 4.19 데모 주동자라 쫓겼던.,그녀 애인.
 

 
쫓기고 숨겨주던 그 와중에 싹튼 사랑.
10년 가까이 서로 깊이 사랑했던 연인.
양가에서 두 사람 결혼을 반대했던 탓.
 
1961년 5.16 이후 정권 장악한 군부.
1960년 4.19 주도 학생회 간부 검거령.
 
해병대 장교를 자원할 것인가?
아니면, 감옥생활을 할 것인가?
 
대부분 해병대 장교 후보생을 지원.
그것으로 사면받을 수 있었기 때문.
임관 후 월남전에 투입된., 그 장교들
 

 
청룡부대에 배속된 그는 월남전에 자원 참전
부모님께서 결혼을 허락하지 않자 내린 결정.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쓴., 부모님 전상서.
 
그당시 아들 동기생 중 1/3이 월남전에서 전사
월남전 최일선에 투입된 청룡부대 해병 장교들
큰 부상 없이 무사히 귀환한 해병대 장교는 1/3뿐
 
귀국할 수 있는데도 월남에서 귀국 않는., 아들.
부모님이 결혼승락 할때까지 월남전 최일선 자원.
무수한 전과를 올리고 수많은 훈장을 탈때까지 전투.
 
당장 귀국한다면, 결혼 허락하겠다는 부모님
 
월남전에 아들을 잃을까봐 거짓으로 결혼을 허락.
아들이 귀국하자 또 다시 결혼을 반대하신 부모님.
부모님께 결혼 승락을 받으려 10년간 기다린.,효자.
 
해병대 대위 제대
한국 전력에 취직
 
그때까지 기다려준 그녀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마침내 양가의 반대를 무릎쓰고 
양가 부모님 참석 않는 결혼식 강행.

그러나, 결혼식 전날 밤에 납치된 신랑.
아들 친구들에게 눈물로서 호소한, 어머니.
그 뜻을 어기면 충격으로 쓰러지실지 모를 일.
 
평소 혈압이 높으신 아버님
저혈압으로 몸 약하신 어머니.
행여 충격받고 쓰러지실까 우려.
  
부모님 건강을 염려해 자의반 타의반 당한, 납치.
이 세상에 하나뿐인 어머님이 필사적으로., 반대.
그로인해 신랑이 없는 그날의 결혼식은 무산되었다.
 
신랑이 납치된 결혼식장에 홀로 나가야 했던 그녀
하객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결혼식장에 찾아온 하객들에게 일일히 사과해야 했다.
 
 많은 하객들의 축복을 받아야 할., 결혼식장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안타깝게도 쓰러진 그녀.
그날의 충격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그후 두 사람은 양가의 반대를 무릎쓰고., 동거
두 딸을 낳고 셋째 아이를 임신후 올렸던 결혼식
마침내, 양가의 허락을 받아 올릴 수 있었던 결혼식.

그리고나서, 몇 달이나마 행복한 결혼생활.

그런데, 뱃속 아이가 아들이길 기대했던 그녀
행복에 가득찬 그녀에게 뜻밖에 불행한 진찰 결과
그녀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신이 그녀의 행복을 시샘이라도 한듯
그 진찰결과는 회복 불능., 췌장암 말기.

그녀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서 쓰러지던 날처럼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 몰아쉬며
남편 품속에 안겨 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오열을 삼키며.. 마지막 입맞춤
 
그동안 그녀는 조금씩 싸늘하게 식어갔다.
두 사람 사랑을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은 운명.
그 슬픈 광경을 곁에서 나는 지켜봐야 했었다.

그후 그녀의 남편은 슬프게도
어린 세딸 모두 성숙할 때까지
그녀를 그리워하며 혼자 살았다.
 
설흔 여섯부터
쉬흔 나이까지
 


무엇이 사랑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갈라놓았을까?

그녀는 가슴속에 어떤 한이 맺혔기에
33세 한참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을까?

결혼 전야에 신랑을 납치할 만큼
결혼을 반대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

그 옛날 드넓은 만주 벌판을 장악한 고구려 영토
오늘날, 미국 오대호 한 귀퉁이에 구겨 넣을 영토.
우리나라 영토를 볼품없이 축소한 원흉은 지역감정. 

그 노래를 부르면 지금도 가슴 시리다.
그녀가 죽고 나서도 무척 오랜 세월동안
그녀의 무덤가에는 늘 꽃이 시들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이 그녀 무덤에서 그 노래를 부르며
홀로 남은 슬픔을 달래며 늘 찾았기 때문이었다.
차마 곁에서 눈물 없이 지켜볼 수 없는 깊은 슬픔.
 

뼈에 사무치는 슬픔으로
   가슴아프게 부르던., 노래

 
♬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설움이., 더.,해.,요.
차라리.,하얀., 겨울에.,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 일을 잊으리라.♬
 

 
가문의 장손이자
나에게 형님이자
죽은 그녀의 남편

주위 권유에 따라 지천명 나이에 재혼
젊은 미망인과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한참 일할 나이인 55세에 간암으로 운명.
 
당시 나는 미국으로 달려가
그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미국의 유명한 암 전문 병원을 전전
결국, 뉴욕 뉴저지 친지 집에서.,임종.
 
마지막 숨을 걷우는 임종의 순간에야
목사님의 집도 아래 기독교에 귀의했다.
"주님 세계의 영원한 삶을 믿습니까?" "네."
 
임종의 순간까지도
삶을 포기 않던 형님.
마지막 유언이 된.,"네."
 

 
나는 KAL로 고인의 유해와 함께 귀국.
아산 중앙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룬 후
새문안 교회., 새문안 동산에 안치.
 

 
그후 십년이 지나
형님보다 7년 어린 내가
어느덧 지천명 끝자락.,나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이 나는., 그 노래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설움이 더 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라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하얀 겨울에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