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천은 오래 전부터 도시개발과 함께 생명력을 잃고 도시의 대형 하수도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대전천의 둔치는 하상도로와 주차장으로 메워졌고, 어린 시절 멱감던 추억이 서려있는 목척교 부근은 완전히 복개되어 예전의 정답던 풍경을 찾아 볼 수 없다. 대전천은 더 이상 흐르는 강물이 아니다. 간신히 고여있는 물에 불과한 하천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이 이럴진대, 대전시는 효동 문창교 아래부터 옥계동 옥계교까지 왕복 5.4km에 22억원을 들여 하상도로를 연장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명분은 산내동 지역 주민과 금산을 오가는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계획은 몇 년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하지 못하다가, 2001년부터 하천생태계에 다소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도심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우선 하상도로를 연장하고 후에 이를 다시 뜯어내겠다며 하상도로 건설 계획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하상도로 연장건설 계획은 여전히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고, 또한 사전환경성 검토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 부당함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충남 녹색연합은 지난 3월 13일에 '대전시민들에게 전하는 글'이란 성명을 발표하여 반대의 입장을 확실히 표했다. 대전천 하상도로 연장건설에 대해 '이제 그만'이라고 단호히 말하였다.
"하상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7가지 이유"
첫째, 우리나라 최악의 하천 말살 정책이다.
하상도로가 연장 건설되면, 대전천은 죽음의 하천이 된다. 지금의 대전천을 보라! 악취 때문에 사람이 접근 할 수도 없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도시의 거대한 하수구 대전천을 말이다. 관리에 책임이 있는 대전시는 즉각 대전시민에게 사과하고 하상도로 연장건설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향후 대전천에 건설되어있는 모든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제거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전시장은 하천 관리 책임자로써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 하상도로 주변의 사는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다.
하상도로 출입구 주변은 빈번한 차량의 통행으로 교통사고가 많고, 소음과 매연으로 오염되어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 과속을 일삼는 자동차 때문에 이 지역의 어린이와 노인들은 한시도 맘놓고 다닐 수 가 없다.
대전천이 산책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놀 수 있는 하천이길 원하는가? 아니면 소음과 매연에 찌들고 교통사고 위협이 늘상 존재하는 곳이길 원하는가? 대전시민과 지역주민들은 멀리 내다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원에 있는 수원천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원래 하천모습으로 복원되었는데 처음에는 반대했던 지역주민들이 복원후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주거환경개선으로 집 값이 오르고 훨씬 쾌적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천 하상도로는 하천 생태계의 치명적인 파괴를 불러왔다. 도로건설은 대전천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생명들을 쫓아내고 죽음의 하천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전천의 생태계 파괴와 오염은 유등천과 갑천 또한 위협하고 있다. 3개의 하천은 서로 잇닿아있어 대전천 하상도로에서 발생되는 타이어 분진과 콘크리크 분진이 유등천과 갑천에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구리나 뱀 등의 이동경로를 막고 메뚜기 등 곤충류와 백로 등의 조류의 서식환경을 파괴한다.
넷째, 대전천 하상도로 연장건설로 교통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대전시는 대전천 하상도로가 구도심과 신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도시 교통소통의 큰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급증하는 자가용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해 지체구간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상도로가 연장건설 되어도 원활한 소통기능을 담당하기는 힘들다. 하루에 100대씩 늘어나는 자동차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대전시는 녹지를 훼손하여 도로를 증설하고 하천마저 도로건설의 수단으로 삼아 도로건설을 강행하고 있지만 원활한 교통소통은 불가능한 꿈일 뿐이다. 선진국도 모두 실패한 자가용 수용 중심의 교통정책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대전시는 예산을 공공교통영역에 투자하여 시내버스 노선을 체계화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정책을 도입하여 대전의 교통을 지속가능한 교통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대전천 하상도로는 구도심 활성화 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래 대전은 대전천을 따라 발전하였다. 그 발전의 대가로 대전천은 이제 하천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죽어가고 있다. 생명력 없는 대전천의 모습과 함께 대전천 주변의 구도심 또한 활기를 잃어버리고 있다. 대전시가 내놓은 구도심 활성화 계획을 보면 문화동의 군부대 이전 부지와 한밭대학교 이전 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가오동, 낭월동, 용운동 등을 재개발하여 계속 아파트를 짓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을 계속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도로가 좁은 구도심에 이렇게 자가용을 계속 불러들이는 정책은 교통대란과 환경악화를 야기할 뿐이다. 구도심이 활성화되려면, 공공교통을 체계화하고 자가용 통행을 억제하여 차없는 거리를 조성해야한다. 또한 공원을 만들고 하천을 복원하여 걷기 좋고, 일하기 좋고, 쉬기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목적통행을 공공교통으로 전환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통과통행을 통제하여 여유가 생긴 도로를 시내버스 전용도로, 자전거 도로, 인도확장 등 쳬계적으로 활용하고 대전천을 복원하여 친수공간을 확보한다면 구도심은 전통과 환경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미래도시로 탈바꿈 할 것이다.
여섯째, 하상도로는 도시환경을 악화시킨다.
대전시의 여름철 온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그것은 자가용과 에어컨의 사용 급증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전은 도시 온도를 줄일 수 있는 자연환경이 원래 부족한데다 기존에 있는 자연환경 마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온도를 잡아먹는 것은 녹지공간과 도심 하천이다. 하지만 대전은 도심 안에 녹지공간이 거의 없다. 큰 가로수들도 도로정비를 하면서 대부분 베어 버렸고 대전천은 콘크리트로 덮혀 오히려 열을 더 내고 있으며 물도 여름이 되면 거의 말라 온도조절기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여름철 온도 상승과 악취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온도 상승과 함께 대기오염 등 도시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하상도로는 그걸 부채질하고 있다.
일곱째, 다른 도시들은 하천정책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하여 국내외 큰 도시들이 근대적 하천관리정책을 탈피하고 환경친화적인 하천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국에서 교통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시는 최근 청개천 복개구간을 뜯어내겠다고 발표를 했다. 수원시는 수원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였고 서울시는 양재천을 이미 생태하천으로 복원하였다. 청주시도 97년 하상도로 연장건설 계획을 취소하였고, 외국의 사례는 더더욱 많다. 그러나 대전시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하천관리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01년에는 환경부로부터 받은 오염하천정화비용을 하천정비비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당하였다. 갑천에는 대대적인 골재채취가 자행되고 있으며 준설 또한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전시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여 하천을 경제 수단화하려는 정책을 버려야한다.
대전시는 하천에 하천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철회하고 대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천에서 멱을 감고 새들을 구경하고 물고기를 잡으며 가족이 함께 나와 즐길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시는 21세기 환경의 시대에 걸맞는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하천정책을 환경적으로 전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