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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랑
제주 오일장은 2일 7일에 열립니다. 상설시장이 열리다가 날이 되면 좀 더 많은 상인들이 나오는 다른 지역의 오일장과는 달리 이곳은 딱 2일과 7일에만 맞추어 열리는 곳입니다. 규모도 대단합니다. 엄청나게 넓은 천막형 건물에 넓다랗게 품목별로 모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냥 다 둘러보려해도 한시간정도가 소요될 듯 한 규모입니다.
제가 간 날은 7일의 일요일이었습니다. 평일에 열려도 사람과 차에 엄청 북적이는데 이렇게 휴일에 겹쳐 열리는 날에는 그 이상의 복잡함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도 제주사람들에게 오일장의 의미는 그냥 편하게 들르는 동네시장의 의미는 아닌듯 합니다. 오일장에만 있는 어떤 공감대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진료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오일장이라면 꼭 받아야 하는 병원진료가 아닌 한 진료일정을 바꾸는 경우도 꽤 많거든요. 하긴, 다녀보니 그런 공감대만큼이나 오일장이 아니고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꽤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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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도 오일장에서 장을 봅니다. 이곳은 가격을 떠나 오일장이 아니면 구경하기가 어려운 물건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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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많이 다루는 선인장 묘목을 파는 집도 있구요, 감귤이나 낑깡묘목을 파는 집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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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지만 열대어나 소형 애완동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오일장뿐인듯 합니다. 육지에는 서울의 청계천을 제외하고는 대형마트들이 이들 시장을 완전히 잠식해버렸지만 제주에서는 오일장에 와야만이 이런 열대어나 애완동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에서 길렀던 열대어기르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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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보세요.. 유자 크기가 거짓말 조금 보태 커다란 모과만 합니다. 껍질도 우툴두툴한 것이 우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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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삭이라는 것도 있답니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자몽과 비슷한 맛이 나는데 맛과 향이 자몽보다 더 다채롭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만 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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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 한라봉, 천혜향은 말할 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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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순대도 보입니다. 1 킬로에 만원입니다. 돼지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맛은 정말 순대의 최고봉입니다.^^ 저걸로 끓인 순대국에 한라산 소주 한잔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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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처음엔 참치인줄 알았지요.. 하지만 상어랍니다. 커다란 상어를 저렇게 얼려 토막내어 팔더군요. 어떻게 먹는 건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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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도 떼지어 누워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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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파는 곳에 갔더니만 굼벵이를 파네요.^^ 김은성 작가의 내어머니 이야기에 보면 출산 후 부기가 빠지지 않는 산모에게 저 굼벵이를 기름에 튀긴뒤 터뜨려 그 액즙을 먹게 했더니 다음날로 부기가 내리더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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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열매도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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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곳에서 홀로 앉아 직접 빗자루를 삼는 할머니도 보이시네요. 마당이 있다면 얼른 가서 하나 사오고 싶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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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옹기도 팝니다. 술독이 필요해서 물어보니 제주화산흙으로 만든 옹기는 붉은 빛깔을 띄기도 하고 질도 좋아서 육지것보다도 가격이 비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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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나 고속도로 휴게소라면 빠지지 않는 길거리 음반가게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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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시간이 다 되어 졸려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녔더니 자기도 신기한지 잠은 안자고 실컷 구경중입니다. 뻥튀기가게가 있어 하나 사서 손에 쥐어주었더니 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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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아다니며 구경겸 장을 보았습니다. 시금치, 무, 냉이, 감자,당근, 마늘, 그리고 민욱이 친구 삼아주려고 애완동물 가게에서 골든 햄스터 두마리를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베란다에서 가꾸어보려고 로즈마리 세주, 애플민트 한주, 그리고 블루베리 묘목이라고 하네요.. 한 주 샀습니다.
사실 오일장이 그리 가격이 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미가 있고 흥정을 할 수도 있고, 마트에서와는 다른 감성이 있어 좋았죠.. 가격도 그렇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사람들은 싼가격만 보고 마트엘 가지만 우리는 거래에 있어 상대에게 그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며 거래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볼수가 있겠죠.. 좁고 싸늘한 한구석에 앉아 파줄기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의 투박하고 검은 거친 손 앞에서 좀 더 싸다는 마트물건을 떠올리는 것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일장같은 전통시장은 우리삶에서 잊혀져가는 가치에 대한 배움터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일일이 올리기가 어려워서요.. 파이로 정리를 했으니 나머지 사진들은 파이로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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