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후에 각자의 일들을 마무리할 무렵 완도군 공무원노조 집행부에 계신 분들이 오셨습니다. 오늘 만남의 자리에서는 신흥사 법일주지스님, 서정창 도의원님, 이의서 민주노동당 완도군 지역위원회 위원장님, 완도군 군의원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완도군 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완도군청 공무원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할 것 △완도군청 노조홈피에 청내 전산망이 접속될 수 있도록 시정할 것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전남도내에서 강진군과 함께 중징계 공무원이 가장 많았던 곳이 완도군공무원노조였고, 이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곳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완도군청이 군청 및 각 읍면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의 전국공무원노조 완도군지부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시켜서 위와 같은 요구를 갖고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대화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권한을 사용하여 상대를 누르는 행위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떤 분께서 내일 군수님과 군의회 의장님을 만날 때 공무원노조의 문제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례단이 지역에서 만나는 난감한 상황이 이런 것이지요. 순례단은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배우고, 할 수 있는 한 생명평화적인 방법론을 함께 고민하고는 하지만 지역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까닭에 조심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지역에 계산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고, 도법스님 말씀처럼 순례단은 해결사도 아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도법스님은 그분의 요청에 대해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분쟁을 돌이켜보면 이긴 자도 별 수 없고, 진 자도 별 수 없고, 성공한 자도 별 수 없고, 실패한 자도 별 수 없어 보인다.”면서 “생명평화적이지 않은 삶, 황폐화된 삶 속에서 그에 대한 본질적인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에 단지 시시각각 이긴 자가 진 자가 되고, 진 자가 이긴 자가 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의 종교인이나 어르신들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런 분들을 모실 수는 없겠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나온 이야기들을 잠깐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 았았으면 좋겠다. 싸워서 이기면 이긴 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진 자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반목과 갈등, 미움과 다툼, 파괴와 죽임을 일관되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절충과 타협의 능력을 익히지 못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에는 싸우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저 역시 완도군수와 계속 싸우면서 단식까지 하였고, 지금 공무원노동조합의 생각에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어라만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스스로 노동자라고 하고, 대민봉사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을 기득권충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고 사실상 그러하지 않은가. 계속 낮아지는 모습으로 권위적이고 복지부동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정말 주민들이 ‘아, 이렇게 변화하는구나.’하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행위들이 먼저 보여져야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랑과 지지로서 더 근본적인 일들을 추슬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노동조합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는 약자다. 약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국민을 주인으로서 모실 수 있을 때 스스로도 주인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그리고 도덕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깊이 성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모든 일을 주인이 되어 하는 사람에게는 부도덕함도 있을 수 없다. 여러 노조가 있지만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특히 우리 운동의 색깔을 좀더 차원높게 가져가는 역할을 고민했으면 한다. = 전교조의 경우 합법화되기 이전 해직과 탄압으로 일관되던 시기의 대중지지율과 지금의 지지율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이번 일로 분노하고 절망하기 보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 공무원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달려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좀더 힘을 내셨으면 하고, 다만 지금까지 노조운동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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