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필요한 기억을 너무 오래 가져 가는 경향이 있다.
중학교 시절 가조 중학교에 누군가가 제법 큰 걸 기증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없다. (풍금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조회 시간에 교장샘이 박태준이란 독지가가 우리 학교에 이런걸 기증했다고 공고하는 소릴 들었다.
지금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나는 들은 듯 하다.
이 고장 출신도 아닌 사람이 이 산골학교에 까지 저런걸 기증하려면 가는 곳곳마다 기증을 하였을 것인데, 왜 저런 행동을 하며, 저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대권을 넘보기 위해 한때 방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다가 정치로 가는 것 보다 제철소 성공에 더 비중을 둔 모양이다. 박태준씨는 정치 바람에 휘말려 일본에서 장기 체류하다 돌아 온 적이 있다. 당시는 거고 선배인 유상부 회장이 포철을 맏고 있었다. 유상부 회장은 부친이 가조 어딘가에서 대장간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누군가가 그 소문의 진위를 유상부 회장에게 확인 하러 갔던 모양이다. 유 회장은 자기의 과거를 밝히기를 꺼려해서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단 소문이다. 그러니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거고 선배인 것은 확실하다.
박회장 재임시 유상부는 박회장의 큰 심임을 받아서 차기 회장으로 취임했던 모양이다. 그런대 일단 회장이 된 다음은 자기 임무 수행에 더 비중을 두어 공사 구별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점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전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만약 포철에 와서 내 이름을 들먹이며 거래를 터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깃군이니 상종하지 말라"
고 공언했다 한다. 실제로 청탁하러 갔던 선배로 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유 회장과 박태준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치적 연금 상태가 풀려 귀국하던 날, 유 회장의 공식적 환영을 받은 다음, 공항 응접실에서 박회장은 포철맨들은 옆방으로 다시 모이라는 지시를 내려 따로 모임을 가지고 유 회장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실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얘기다. 아마도 어떤 인사 청탁을 유 회장이 거절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상부 선배는 포철회장이란 막강한 지위를 가졌으면서도 그 임무를 끝으로 정계나 재계로 진출하지 못하고 만 모양이다. 너무 강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남는다.
성공한 사람이 별로 없는 우리 동문 중에 유 회장은 잠시 등불 같은 존재였으나,
개인적 인연을 중시하지 않고 임무에만 충실하였다고 보이는데,
쉽지 않은 결단이 아니었을까! 인생 백년임을 진작에 간파하고,
멸사봉공한 정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만 한다.
첫댓글 50여년이 지난 이제야 감이 잡힌다. 당시 가조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박차갑, 포항 간절곶 사람이었다.가조 중학교 교장을 지낸 후, 간절곶 교장선생님으로 게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박태준 씨로 부터 기증을 받아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