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결혼, costs too much
[생활일지/써바이, 캄보디아]
우리 스탶 중 하나인 samai - 우리는 그를 '사군', 혹은 '사선생'이라 부른다 - 가 결혼날짜를 잡았단다.
비용이 무려 2,000 ~ 3,000 달러 든다고 하소연이다, 아마 월급을 좀더 올려달라는 어필일 게다. 본인 월급의 15,20배 정도 되는 결혼식 비용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네들의 사는 모양새에 비하면 너무나 엄청난 거금이 아닐수 없다. 먹고사는 것도 힘들면서 결혼식만큼은 평생 다시없을 호화판으로 치르는 게 캄보디아 사람들의 풍속이다.
얼마전에도 거래처이자 현지 big guy 의 둘째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거금 100 달러를 봉투에 넣어서...(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00만원 정도?) 초대장이 들어있는 봉투에서 초대장을 빼고 대신에 그 봉투에 돈을 넣어서 가져가는 게 정석이다. 돈 외에도 한국에서 사온 신랑신부 인형 (공항 선물숍에서 판다)을 미리 주문해놓은 아크릴박스에 넣어 정중히 전달하였다.
음식이 차려져 나오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호화진수성찬이었다.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도 이정도 차리려면 돈이 꽤 들 텐데...거기 나왔던 왕새우구이라든가 치킨샐러드, 딤썸 같은건 아마 차리기도 불가능하지않을까 싶다. 테이블마다 놓여져있는 술도 양주 - 물론 십중팔구 가짜겠지만, 맥주가 함께. 연회 사회는 프놈펜에서 불러온 연예인이 보았다. 중간급 코미디언 정도 되는 듯 싶었다, 그 사람 팀 (악단 포함)을 초청하려면 하루 1,000 달러 정도 내야 한단다. ㅠ,ㅠ
예의상 왔던 손님들이 거의 돌아가고 친지들이 남자, 연회장을 둥글게 돌아가면서 압사라댄스 비슷한 춤 - 이름은 모르겠는데, 손가락을 꼬면서 추는 재밌는 춤이다 - 을 추기 시작했다. 신랑이 자꾸만 나한테 테이블에서 나와 춤을 추자고 하여 처신이 곤란했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갖가지 과일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떡을 주나? 하여간 그 과일은 오피스로 들고와서 며칠 잘 먹었다. 생각해보니, 여긴 과일값도 비싸다, 주로 베트남에서 수입...
그 결혼식은 지역 유지의 행사였기에 유난히 호화로왔지만, 일반 결혼식도 성대하게 치러지는 게 사실인 것 같다.
결혼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요 동네에 쁘록 (남자) 마운틴과 스레이 (여자) 마운틴이 있는데, 스레이 마운틴이 살짝 더 높은 모양이다. 전에 운전수였던 보떼이 말에 의하면, 옛날 연애를 하던 여자 신과 남자 신이 내기를 했다고 한다. 산을 동시에 쌓아올려서 더 낮은 산을 쌓은 이가 높은 산을 쌓은 이에게 결혼을 하는 것으로 - 이 부분은 표현이 어렵다, 그는 get married to 라는표현을 썼다. 둘은 산을 쌓았고, 여자 신이 쌓은 산이 좀더 높았다고 한다. 그 후부터 남자가 여자집으로 결혼하게 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전설을 듣고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몇명에게 이야기를 해줘보니 반응이 썰렁하다...나만 재밌나?
어쨌든 캄보디아는 아직도 모계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다. 우리 스탶 사군도 결혼하면 장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단다. 얼마전에 그 장모될 분을 우연히 만나 인사나눈 적이 있는데, HIV 관련 NGO의 책임자로 10년넘게 일하신 분, 사회생활도 하고 바쁜 분이라 모시고 살기 녹록치않을 거 같던데, 우리 순둥이 사군이 잘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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