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애리수
1932년에 발표된 '황성옛터'는 고려 옛 궁궐터 개성 만월대의 쇠락한 모습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아픔에 빗대 노래한 곡.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아 가엽다 이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끝 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같은 가사에 나라 잃은 민초들이 눈시울을 적신 것으로 유명하다.
이씨가 이 노래를 처음 부른 건 1928년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다. 당시 18세였던 이씨가 구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관객은 술렁였고, 순식간에 그녀는 스타로 떠올랐다. 1932년엔 이 노래로 음반 '황성의 적(荒城의 跡)'을 취입, 5만장이나 팔았다.
화려한 인기를 누렸던 이씨지만 젊은 날은 순탄치 않았다. 1933년, 1935년엔 잇따라 자살을 시도했던 사실이 크게 보도된 적도 있다. 연희전문학교 학생이던 남편 배동필씨를 만나 결혼하려 했으나 집안식구들이 반대하자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후엔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2남7녀를 낳고 산다는 풍문이 전해졌을 뿐이다. 작년 연말에야 이씨가 98세로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진 한 장이 뒤늦게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빈소는 경기도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9시다. 유족으로는 장남 배두영씨 외에 7녀가 있다. (031)787-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