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원각불교사상硏 ‘원각사상’ 주제 천태불교학술대회
②상월원각대조사의 계율관
노동과 수행, 주경야선 종풍 부모, 조상 향한 ‘효’ 강조
구인사 창건 초기 구송 수행 대조사 만년에 관음주송 정착
대한불교천태종은 본산과 지역 사찰의 투명한 운영, 일상화된 사부대중의 수행생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종단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종단의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1911~1974)의 법력과 원력에 기인한다. 혁신적 종단운영의 한 단면으로서 대조사의 계율관은 어떠할까? “계율에 대해서는 몹시 엄격했다”는 것이 대조사를 직접 겪은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하지만 종단중창 초기에 대조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율을 준용할 것인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 대중들로 하여금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토록 하고 도행에 어긋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훈계하여 바로잡아 나갔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조사의 탄신기념일인 1969년 1월 16일, 동안거에 참여하고 있던 1000여 대중들을 대상으로 대조사는 천태종도로서 지켜야 할 10개조의 생활규범을 설하고 대중들이 이를 지킬 것을 선서토록 하였다. 설선당에서 이루어진 이 선서식에서 대조사가 설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생명을 애호하고 자타의 생명가치를 존중한다. 둘째, 남의 권리와 소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셋째, 남녀 간에 윤리를 지키며 정결한 행위를 한다. 넷째, 바르고 실다운 말을 하며 진실한 생활을 한다. 다섯째, 거칠고 사나운 말과 남을 괴롭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섯째, 이간이나 해롭게 하는 말을 여의고 화합의 말을 한다. 일곱째, 깊이 생각하고 살펴보는 말과 사리에 맞는 말을 한다. 여덟째, 간탐심을 내지 않고 근면ㆍ검소한 생활을 한다. 아홉째, 성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여의고 인욕ㆍ관용의 마음을 지닌다. 열째, 미망과 망견을 버리고 인과의 도리를 믿으며 정리(正理)를 어기지 않는다.”
이는 대ㆍ소승 경전을 망라하여 공통적으로 설해지는 십선계(十善戒)를 쉽게 풀이한 내용이다. 대조사는 종단의 사부대중이 지켜야 할 규범으로서 십선계를 준용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 이후 천태종 출가자들은 득도식에서 십선계를 수지하게 되었다. 십선계의 각 조목들과 관련된 대조사의 구체적 훈계를 살펴보자.
승ㆍ속이 함께 십선계를 수지 살생과 관련하여 대조사가 생전에 하신 말씀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생명이라 하는 것은 일체의 재보 가운데 제일”이라 하여 생명을 존중하도록 하였으나 살생은 큰 업이어서 경계해야 할 상황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농사를 짓는 등 생업과 관련해서 피해를 심하게 입히는 뱀이나 쥐 등을 살생하는 것은 큰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도둑질을 하면 반드시 그 몇 배의 과보를 받는다며 경계하였다. 이는 인과법에 따른 자연적 이치이므로 새삼 강조할 일은 아니었으나 특히 구인사 내에 있는 물건이나 음식은 대중의 소유이므로 사사로이 취했을 때 업보가 크다고 말씀하셨다. 신도 가운데는 대중공양으로 나온 음식을 집에 가면서 먹는다고 싸갖고 나왔다가 봉변당한 일을 회고하는 이도 있다. 도박이나 금전놀이를 금하였던 것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즉 이자를 받는 대부업이나 계조직도 도심과 탐심의 발로이므로 금지하였다는 것이다.
사음과 관련해서는 특히 엄한 금지와 함께 이를 범했을 때 제재가 엄격하였다고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모 고참 비구니는 “남자와 여자가 5분만 같이 앉아 있어서도 안 된다. 말을 오래 하는 것도 색심”이라고 남녀 간의 문제를 경계하셨다면서 “내가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도 있어라”고 당부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모 비구니는 대조사를 모시고 단양에 갔다가 어떤 군인이 행선지와 화장품 살 곳을 물어서 이에 답변하니 “남자와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느냐”며 심하게 꾸중 들은 일화도 회고하였다. 또 다른 비구니는 “그때는 남자하고 마주 앉지를 못했다. 검은 것을 가까이 하면 검어지고 흰 것을 가까이 하면 희어지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하면 안 된다 하셨다”고 증언하고 있다.
거짓말과 관련해서 대조사께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신의의 종자를 끊는 것으로서 때 묻고 더러운 곳은 물로 씻으면 깨끗해지지만, 사람이 거짓말을 해서 몸에 붙으면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훈계한 바 있다. “몸에 붙으면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이를 덮기 위해 계속 새로운 거짓말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몸에 붙게 되고 이러한 구업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보로서 작용한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면 덮어두지 말고 드러내어 참회를 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신 것이라 판단된다.
“하여튼 거짓말을 못해요. 거짓말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시고. 정직해야 된다고, 사람은 진실하고 정직해야 성공을 하지 요리조리 거짓말 하는 사람은 장래가 없고 볼 거 없다 하시더라고. 사람은 어디를 가도 남이 믿게끔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어느 법랍 많은 비구니의 회고이다.
대조사께서 잘못을 나무랄 때 말을 무섭게 하여 겁이 났다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말 자체에서 악구(惡口)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와 관련하여 “박절한 말이라도 남을 돕는다면 실다운 말이 되고 애어(愛語)가 되는 것이며 부드러운 말이라도 남을 손해 보게 하는 것은 망어가 되고 박절한 말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1973년 동안거 결제 법문에서 대조사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였다.
“종교라는 것은 거짓을 해선 안 돼. 이 불법이라는 것은 거짓말로 해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어. 어디까지나 실천, 실천주의다. 말을 하면 말과 행동이 꼭 그대로 실천이 되고 이렇게 움직여야 된다. 비록 말은 정심한다 해놓고 마음은 정심하지 않고, 몸은 엉뚱한 데 가서 나쁜 짓 하고 이래선 안 된다. 한번 입에서 떨어진 말이면 전체가 다 그대로 한가지로 움직이도록 이렇게 병행해 나가야 된다….”
십선계 가운데 불탐욕ㆍ불진에ㆍ불사견은 의업에 속한다. 이들 의업은 미세하여 쉽사리 분별되지 않지만 모든 말과 행동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삼업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탐욕과 관련하여 대조사께서 하신 말씀으로 모 비구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지 마라, 또 남이 해준다 해서 좋다고 받지 마라. 내가 그 도리를 못하면 빚이다. 빚은 지기는 쉽지만 갚기는 어렵다. 받을 만한 마음이 되고 그만한 것을 내가 베풀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받지 말라. 도를 닦아서 좋은 이야기라도 한 마디 해 줄 능력이 있으면 받고 그게 없을 때는 받지 말라, 안 그러면 빚진다.”
또한 화를 내면 쌓은 공덕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며 경계하였다. 대조사께서 구인사에 머물며 대각을 성취할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발자국 소리나 웃음소리도 함부로 내지 말고 조용하라고 하면서 특히 화를 내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하였다고 회고한다. 화를 내면 운이 가려져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조사께서 매우 엄격하고 야단을 치기도 하니 진심(瞋心)이 많은 성품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 이에 대해 모 비구는 “(범부들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아서 화를 내는 것은 진심이지만 (깨달은 이가) 이치에, 참 진리에 맞지 않아 중생에게 결국 나쁜 과보가 생길 것을 걱정하여 엄하게 바로잡는 것은 진심이 아니다”고 설명하였다. 오히려 사랑함이 깊고 대자대비가 충만한 분이기 때문에 수도의 길에 벗어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방편을 쓴 것이라는 의미이다. 사견(邪見)이란 팔정도의 첫 번째인 정견의 상대어이다. 인과응보가 있다는 견해와 이번 생이 있듯이 다음 생도 있다고 보는, 즉 모든 중생들이 윤회한다고 보는 것 등이 세간의 정견이다. 정견이 없으면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신·구·의 삼업이 정도와 어긋나게 되므로 특히 중요한 계이다. 경론에서도 “여러 죄 가운데 사견이 가장 중하다”고 하였다.
대조사께서는 “매미가 봄과 가을을 모르므로 여름 계절이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는 것과 같이 사람이 극락정토와 지옥을 믿지 않는다면 현세도 모른다고 할 것”이라 하시고 또한 “인과를 모르고 업보를 모르며 선악을 분별 못하는 사견망식의 무리와 어울리면 안 된다”고도 말씀하였다.
신행생활 중 지켜야 할 규칙 구인사 창건 초기에는 수행과 관련하여 정해놓은 규칙 없이 틈만 나면 앉아서 수행하였다. 수행 방법으로는 주로 각종 주문이나 불보살 명호를 외우는 구송(口誦) 수행이 사용되었다. 천수다라니나 ‘옴 자례 주례 준제 사바하’ 같은 준제진언을 외우기도 하였고 ‘대방광불화엄경’과 같이 경전 제목을 암송하기도 하였다. 초기에는 ‘궁궁강강’, 혹은 ‘궁궁을을강강’을 염송하였다. 이것은 불교가 아니라 다른 종교의 주문이라고 의문을 품자 궁(弓)이 두 개(二) 있으니 ‘불(弗=佛)’이요, 을(乙)이 둘이면 ‘만(卍)’이 되며, 강이란 내릴 강(降)이라고 설명하신 바 있다.
대조사 만년에는 ‘나무 관세음보살’을 주송하다가 ‘관세음보살’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관세음보살이라는 보살의 명호를 주문처럼 외우기 때문에 관음주송이라 부른다. 이 명호를 생활 중이나 참선수행 중에 늘 외우는 것을 중창 천태종의 수행방법으로서 규정하였으므로 관음주송의 생활화는 수행과 관련한 대표적 율의라 할 것이다. 또한 수행의 시간도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하고 낮에는 농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노동을 하도록 하였다. 이른바 ‘주경야선(晝耕夜禪)’을 종단의 가풍으로 확립한 것이다. 재가자의 경우 낮에는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 정진하는 방식이 되었다. 사부대중 모두 생활 속에서 수행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출가자들은 이렇게 매일 밤마다 수행하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재가자들은 이러한 생활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조사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각 한 달씩 안거를 행하도록 하였다.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이러한 안거 전통은 지금도 변치 않고 이어져 2013년 여름의 안거는 제105회를 헤아리게 되었다.
천태종에 입문하는 새 불자들은 반드시 본산인 구인사에서 3일기도를 한다. 3일기도란 들어가는 날과 나오는 날을 제외한 온전한 3일, 즉 4박5일 동안 관음정진을 하는 것을 말한다. 3일은 정진해야 비로소 ‘싹이 난다’ 하여 종도 입문의 법식으로 3일기도를 정한 것이다.
대조사는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지켜야 할 금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씀을 하였다. 음식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육식이나 오신채를 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먹도록 하였다. 하지만 육류의 경우 닭고기와 개고기 등은 금하였고 어류 가운데도 비리거나 수명이 긴 종류들은 먹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세속에서 영물로 불리는 짐승, 역한 냄새가 나는 고기, 모양이 특이한 동물들도 먹으면 좋지 않다고 금하였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정도, 그리고 제수로 쓰이는 어패류 정도가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식을 먹는 것은 계와 직접 관련되기 보다는 수행의 진전과 관련이 있다. 몸에 병이 있거나 구미에 당긴다면 먹기도 하지만 수행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 이러한 음식들은 자연히 싫어지고 몸에서 받지도 않게 된다고 말씀하였기 때문이다.
재가자들의 오계에서 금지되는 술은 대조사께서도 원칙적으로는 마시지 않도록 하였다. 주경야선을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하려면 술을 먹어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노동하는 낮에 농주로서 조금 마시는 정도는 허용하였다. 마시고도 정신이 온전하고 수행에 지장이 없다면 음식일 뿐 술이 아니라고 말씀하였다. 이러한 음식에 대한 금기는 출가자나 재가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다.
복장이나 외모와 관련해서 재가자에게는 특별한 금기가 없으나 출가자들은 대조사께서 제정한 독특한 규율이 있다. 비구의 경우 완전히 삭발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조금 남겨놓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도록 하고, 비구니의 경우 머리를 깎지 않고 뒷머리를 말아 올려 고정시키도록 한 것이다. 출가자는 남녀 모두 머리를 완전히 삭발해 버리는 전통 교단과 다른 모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조사는 “도를 닦는 것은 외형에 있지 않다. 외형을 갖춘다고 수행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새 방식을 따르도록 하였다. 또 칼로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어 배코 치는 것을 보고서는 “매일 그거 할 시간이 어디 있나”고 말하기도 하였다. 비구니들의 두발에 대해서는 “여자가 머리를 깎는 것은 변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속이는 것이 된다”며 외형은 남자와 여자가 전통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되 수행은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하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현대 중국불교 재건의 핵심 인사였던 고 조박초(趙樸初) 중국불교협회 회장은 1992년 천태종을 방문하였을 때 출가자들의 두발 형태를 보고 “도를 깨달은 분이 아니면 이렇게 정할 수 없다”며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한다. 대조사는 또한 효를 중시하였다. “사람의 길에는 육체의 길이 있고 마음의 길이 있다. 육체의 길에서는 부모와 조상을 받들어야 하고 마음의 길에서는 스승을 받들어야 하는데 최고의 스승은 부처님”이라고 말씀하였다. 마음의 도를 닦는 데 있어서 부처님을 받들 듯이 육신의 도리를 다하는 것에 있어서는 부모와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모가 돌아가시면 반드시 매장을 하고 제사를 모시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면 그 유해를 태워버리는 것은 차마 할 일이 아니고 깨끗하게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의 지세나 전통과도 관계가 있는 일이므로 꼭 지키도록 하였다.
대조사는 열반하신 1974년 음력 4월 20일에 모친이 거주하는 강원도 삼척으로 가서 모친의 생신잔치를 베풀었다. 얼마 뒤 입적할 것을 예견한 때문인지 한 달 이상이나 앞당겨서 치른 이 잔치에서 대조사는 조상을 잘 모시는 것과 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세히 말씀하였다고 한다.
상월대조사 계율관의 의의 아함부 경전과 율장에 나타난 계율을 보면 재가자는 살ㆍ도ㆍ음ㆍ망ㆍ주의 오계와 육재일(六齋日)에만 지키는 팔재계(八齋戒)를 수지한다. 출가자의 경우 성인이 되지 않은 남녀가 공통으로 수지하는 사미십계가 있고 성인이 되면 비구는 250계 내외, 비구니는 350계 내외의 구족계를 받는다. 여성의 경우 사미니가 구족계를 받기 전에 지켜야 하는 육법계(六法戒)와 모든 비구니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팔경계(八敬戒)가 별도로 있다. 이처럼 소승불교에서는 재가자와 출가자, 남자와 여자, 그리고 성년과 미성년자가 각기 수지하는 계가 달랐다. 또한 출가자의 경우 내용이 구체적이고 세세하며 계를 어겼을 때 그에 상응하는 처벌 내용과 방법이 율장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승경전에 나타난 계율은 크게 두 가지 계통이 있다. 첫 번째는 〈보살지지경〉 〈보살선계경〉 〈유가사지론〉 등에 나오는 4중(重) 42경계(輕戒)이다. 이는 성문계를 수용하면서 별도로 보살계를 설하고 있고 수계작법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출가보살과 재가보살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승과 소승을 절충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10중(重) 48경계(輕戒)를 설하고 있는 〈범망경〉으로서 수계 대상을 국왕, 왕자, 비구, 비구니 내지 노비에 이르기까지 법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일체 중생으로 넓혀 놓았다. 즉 사부대중이 똑같이 수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실제로 승속남녀가 똑같이 이러한 보살계를 수지한 역사적 사례는 찾기 힘들다.
중국불교에서는 출가자들이 구족계를 받았으나 이는 수계의식을 치르기 위한 상징적 수계였고 실제로는 별도로 실천 규범을 만들었다. 천태대사가 천태산의 대중들을 이끌면서 대소승 계율 가운데 꼭 필요한 것을 간추려 제정한 10조목의 입제법(立制法)은 그 효시라 할 수 있다. 선종에서도 선원청규(禪苑淸規)를 제정하여 수행생활의 궤칙을 삼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선정결사인 수선사(修禪社) 이래 별도로 제정한 청규를 궤범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들은 출가자에 한한 것이었다.
십선은 대소승 경전에서 공히 설해지는 내용이다. 소승경전에서는 업, 업도 등으로 표현하여 계라 하지 않았으나 대승경전에서는 명확하게 계로서 호칭한다. 〈대품반야경〉에서는 5계나 8계는 선법(善法)으로 규정할 뿐이고 오히려 십선을 보살 계바라밀의 내용으로 밝히고 있다. 〈화엄경〉에서도 보살의 10종 청정계로서 십선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십선을 계법으로서 수지하도록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조사가 이를 종단의 수지 계법으로 채택한 것은 불교사적으로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십선계가 갖는 특징은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승속, 남녀의 구별 없이 똑같이 수지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자율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겉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은 의업이 포함되어 있고 계 조목이 간략한 총상계(總相戒)이기 때문에 행위를 할 때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져야하는 것이다. 세 번째, 삼세제불(三世諸佛)이 설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계율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십선계는 변동이 있을 수 없다.
신행생활과 관련된 규범들을 앞의 십선계와 종합해 보면 몇 가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관음주송을 수행법으로 정하고 주경야선을 실천토록 한 것은 생산활동을 영위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방편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인다. 두 번째, 십선계를 채택하여 사부대중이 함께 지키도록 한 것은 승속불이(僧俗不異)의 대중불교가 구현되도록 한 방편이다. 대조사 재세 시에는 재가대중에게도 법호와 도첩을 내렸다. 1967년 2월20일, 종단 등록 후 처음 있었던 득도식(得度式)에서는 득도자 29명 가운데 네 명 이상이 재가신자였다. 이후 대조사에게 도첩을 받은 재가자는 60명에 달한다. 또한 육식을 일부 허용한 것 역시 같은 취지라 보인다. 세 번째, 효와 제사 등을 중시하고 출가자의 두발을 남녀 다르게 한 것은 전통윤리를 중시하였다는 측면에서 애국불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각 나라마다 지형과 기후, 문화와 관습이 다르므로 생활상에서 지킬 율의 역시 그에 맞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결국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대조사는 삼대지표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불교 고유의 십선계를 선택하는 한편 한국의 전통 문화와 관습을 현대 생활에 맞도록 적용하여 계율의 조화를 이루었다. 여기에 관음주송 및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안거 규범을 세운 것은, 수행은 출가자의 전유물이고 재가자는 시주자로서 복을 비는 수동적 입장으로만 머물던 기존 불교를 크게 혁신하여 승속불이(僧俗不二)의 생활불교ㆍ대중불교를 이룩한 대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출가의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72년 하안거 설법에서 대조사는 “공(空) 자리라는 것은 세속을 등져야 되는 것이고 세속 생활을 다 해가며 성불할 수는 없다 이거라…그 자리가 다 될 수는 있지만 완전한 자리는 되지 않는 것이 불법”이라고 설하였다. 사부대중이 함께 생산활동을 영위하면서 같은 계를 지키며 수행하지만 큰 도의 성취를 위해서는 기존 출가자와 같은 청정생활, 전심을 다하는 수행이 필요함을 지적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기표 금강대 교수 |
첫댓글 이재식 법사과 총무님!
십선계!~올려 주셔서고맙습니다!
열심히 숙지하고~마음에 담아
실천하는 제자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