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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이 주변 많이 다녔는데 이런 카페는 한번도 못봤는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같은 카페 안을 휘휘 둘러보며 멍하니 중얼거리는 내 옆에서 초희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
다. 남자 역시 ‘와’ 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멋있는 데코레이션이 되어있는 카페가 있었더라면 진
즉 소문이 났을텐데, 들어본적도 없다. 더군다나 카페 안에 발을 들이자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커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네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주인이면서도 이 카페 안에 누군가 온 것이 신기하다는듯, 커플 중에서 여자가 우리를 바라보다가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여자 치
고는 목소리가 약간 낮았는데, 굉장히 부드러워서 따뜻한 카페오레를 연상케 했다. 그녀가 발돋움을 해서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남
자에게 뭐라뭐라 속삭이자 남자가 우리를 바라보며 기분좋은 허스키의 음성으로 낮게 웃었다. 보통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
며 웃는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에게선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참견이나 쓸모없는 관심 따위가 느껴지
지 않았기에,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커플은 이런 고급 장소를 가질 수 있다고 상식적으로 생각되지 않아보이게 젊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
반쯤으로 보이는 커플이었는데, 둘 모두 커플룩인지 구릿빛의 피부에 연한 레몬빛의 머리카락을 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남자
는 세련된 눈꽃색의 수트를, 여자는 같은 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나란히 차려입고 있었다. 둘 다 뭔가 정글 고양이같은 맹수를 떠올
리게 하는,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짙은 오렌지색의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는데, 인상이 나쁘다거나 하지 않
고 그저 세련되어 보였다.
카페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도록 잘 꾸며진 카페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꾸며져 있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빨려들어갈 것
만 같은 새까만 색에 조명으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수놓여 있는데다 바닥조차 투명한 유리바닥 아래에 똑같이 꾸며놓았는지, 방
금 우리가 건물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주에 들어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카페보다는 바같다고 생각하다
가, 이런 바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그저 고개를 내저으며 놀랍도록 생생한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네프’가 무슨 뜻이예요?”
역시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남자가 카페 주인들에게 물었다. 남자 주인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즉각 대답했다.
“Never Part From Myself, 혹은 Never Part From You, Never과 From만 따와서 Ne.F, 네프입니다.”
“멀어지지 않아, 라..”
남자가 중얼거리며 다시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정말 우주같네요. 잘 꾸미셨어요.”
“감사합니다.”
천둥소리와 넥타르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 가르릉거리는 재규어만큼 위험 요소와 매력적인 요소의 경계에 완벽히 걸쳐진 허스키
한 목소리로 주인이 웃었다. 그는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자꾸만 나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여자에게 눈짓했다. 여자 역
시 빛나는 오렌지색 눈동자로 우리를 순수한 즐거움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오빠랑 언니는 벌써 찾았네요!”
내 손을 잡기는커녕 남자의 바짓자락에 매달려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오물거리는 입술로 ‘우와우와’라며 감탄사를 아끼지 않
던 초희가 질문이 아닌, 그저 사실을 말한다는 투로 커플에게 말했다.
“네?”
둘이 동시에 대답했는데, 그 목소리들의 조화가 어찌나 잘 맞았는지, 조율 잘된 두 악기의 화음같았다. 마치, 서로를 위해 만들어
진 존재들처럼..
“오빠는 언니를 위한 왕자님이고, 언니는 오빠를 위한 공주님이잖아요. 벌써 찾았네요!”
“하하..얘가 좀 어려서. 그냥 두 분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하는거예요.”
어물쩡 넘기려 초희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끌려 하는데, 여자가 나와 함께 온 남자와 초희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아!’하고 외치더
니 자신의 옆에 서있던 남자에게 뭐라뭐라 다시금 속삭였다. 속삭임을 숨쉬듯 자주하는 커플이구나.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러워보
여 에티켓에 어긋난다거나 하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꼬마 아가씨, 저 오빠 좋아해요?”
여자가 녹아나는 낮은 음성으로 초희에게 물었다.
“그럼요!”
역시나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다. 낯가림이 심한것은 아니지만 아이답지 않게 쉽게 정을 주지는 않는 아이가 어쩐 일인걸까. 오늘
은 정말이지 사인회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일들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요? 그러면 우리 나중에 또 보게 되겠네요.”
다시 이 카페에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일까? 그런것을 할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러나 초희는 무슨 소린지 다 안다
는 듯 귀엽게 생글거릴 뿐이었다.
“저..그럼, 어디 앉을 곳 없나요?”
자꾸만 쓸데없이 발을 쿵쿵 굴러가며 혼자 수상쩍게 놀고있던 남자가 물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우주처럼 보이는 이 곳에서
는 그 커플이 서있는 바(Bar)용 카운터와 흡사하게 생긴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 필
요할 주방이나 하물며 작은 선반따위 역시 보이지 않았다. 3D 영화에서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약간 기묘한 여행.
“초희 목말라요!”
초희가 남자에게 칭얼댔다. 내게도 원하는것을 잘 조르지 않는 녀석이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뭔가 사달라고 조르다니, 상황 수습
을 하기에도 당황스러워서 멍하니 초희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마치 그 남자뿐만이 아니라 초희마저도 오늘 처음 만난 아이같
은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저기 그러면,”
남자가 주문을 하려 하자 카운터 뒤의 여자가 레몬빛 머리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자체적으로 발산되는건지, 어두
운 곳인데도 그녀가 머리를 움직이자 은은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아니예요, 여기는 ‘유프’ 음료만을 전문하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우리 꼬마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샤베트를 만들어드리지요. 혹
시 두 분도 뭔가 마시고 싶은거 계세요?”
“하지만 ‘유프’라는 음료만 판매하신다면서요?”
무슨 카페가 한 음료만 파나 싶어 물어보았다. 여자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손을 꼬옥 잡으며, 우리를 바라봤을때 주고받
던 그 묘한 눈빛을 보냈다.
“아뇨, 여긴 모든 음료가 있어요. 다만, ‘유프’를 전문하기 위해 존재하는 카페일 뿐이죠. 자, 뭔가 마시고 싶은것이나, 소소한 간식
거리라도 계세요?”
머뭇거리는 사이 초희가 쫑알대며 카운터로 다다다 달려갔다.
“음..그럼그럼요! 초희는 샤베트랑 고구마 케잌이요!”
메뉴판도 없는데 조그마한 아이가 또랑또랑 주문하는 것이 귀여웠던지 여자와 남자가 동시에 후후, 하고 웃었다. 첼로와 바이올린
처럼, 한 계열로 보이는 커플.
“네, 그럼 신사분과 숙녀분께서는 뭘 드시겠어요?”
“아, 그럼 아무거나 시켜도 되는건가요?”
남자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커플의 뒤쪽을 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지만, 워낙 어두운데다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한 곳이기
에 숨겨진 벽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 자꾸만 눈을 조금씩 찡그리며 주변을 보는 그였다. 그러고보니 아까도 괜히 바닥을 뚫어
져라 바라보며 발을 쿵쿵 굴러보는 것도, 영화에서 금고 따위를 찾을때 벽이 비어있는지 아닌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손마디로 벽
을 두드려 보는 행위와 꽤나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네, 그럼요. 원하는 것은 아무거나 말씀하세요.”
“신기하네요! 아무거나 시킬수 있다니. 그럼 전 카페오레와 초콜릿 케잌 부탁드릴게요.”
“네, 숙녀분은?”
어이없는 이 상황을 당연시하는 초희와 남자가 더 어이없어서 바라보다가, 입을 멍청히 벌리고 있는게 느껴져서 얼굴을 붉히며 턱
을 닫았다. 당황하며 말을 더듬다가, 결국은 생각나는게 없어서 남자가 뭘 주문하는지 듣지도 못했지만, 시간을 끌면 정말 바보같
아 보일까봐 그냥 그것과 같은것을 달라고 했다.
남자는 다시 한번 발을 바닥에 굴러보고 있었고, 초희는 키가 닿지도 않는 카운터 앞에 서서 가구에 섬세히 조각된 문양들을 손가
락으로 쓸어보기까지 하면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럼, 잠깐만 뒤를 돌아주세요. 5초 세시면 됩니다.”
허스키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당황하는 남자와 나와는 달리 초희는 귀엽게도 두 손으로 눈을 가리기까지하며 폴짝, 뒤돌아섰
다.
“언니도 얼른 뒤돌아야지!”
누가 누구를 키우는건지 원, 초희가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날 훤히 다 볼 수 있다는 듯 얼른 뒤돌으라며 꾸짖었다. 못 이기는척 뒤
로 돌자 남자 역시 바닥을 구르는 행위를 멈추고 함께 뒤돌았다.
“오, 사, 삼, 이, 일, 빵야!”
솜사탕만큼 기대에 잔뜩 부푼 목소리로 초희가 자신만의 희한한 방법으로 초를 세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뒤를 돌았다. 놀랍게도
카운터에는 우리가 주문한 것들이 모두 놓여있었고, 커플은 방금 마법을 부린 마술사들마냥 그들의 옷만큼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
소짓고 있었다.
“아..이게..”
남자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운터로 다가갔다. 음식은 진짜였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놀라운 마법 트릭
인것이다. 어떻게 한건지 물어보기도 전에 주인 남자가 먼저 말을 뗐다.
“그럼, 저희는 잠시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먼저 눈치채신 분이 신사분인것 같으니, 신사분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뵙게 되겠
고, 그리고..꼬마 아가씨는 나중에야 한 번 더 뵙게 될것 같네요. 숙녀분 역시 곧 뵙게 되겠구요. 돈은 내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카
페에 처음 방문해주신 기념으로 저희가 대접해드리지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알 수 없는 말만 잔뜩 내뱉어놓고 자신의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뒤돌아서버리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
다. 우리가 돈이 없어보이기라도 했나..
“처음에는 힘들지만 원래 불행한만큼 행복도 더 커지는 법이랍니다. 비 온 뒤의 땅이 더 단단하고 가장 힘든 겨울 뒤의 봄이 가
장 따듯하듯이, 한번 깨진 심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랑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힘내시고, 안녕히 계세요!”
뭐라 대답해야할지도 몰라 바보들마냥 입을 나란히 떡 벌리고 있는 남자와 나를 두고, 그들은 사라졌다. 정말 숨겨진 문 따위가 있
어서 그것을 열고 들어가 사라졌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와, 마법이다 마법!”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박수까지 치는 초희와는 달리 남자와 나는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초자연적인 일 따위를 겪어서 벙쪘다기보
다는, 한참 뮤지컬이라도 하듯이 자신들이 할 말만 속사포로 주절주절 쏟아놓은채 꽤나 비싸보이는 음식값도 받지 않은채 (보아하
니 장사가 잘되는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라져버린 카페 주인들이 어이가 없어서였다.
“맛있겠다아!”
행복하게 외치며 의자를 등산하듯 낑낑대며 올라타는 초희를 의자 위에 안전하게 올려주고서 뻘쭘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그럼..앉으실래요?”
남자 역시 아까의 일로 아직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듯, 이렇게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색을 잃
지 않고 자신만의 초콜릿빛을 내는 머리를 그제서야 치켜들었다.
“아..예?”
“앉으실거예요?”
“아, 예. 그래야지요.”
육아정보 공유 따위는 서로 잊어버린채 의자에 앉는데, 남자가 그 독특한, 순수할만큼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저기요’가 아니라 설휘연(薛徽緣)이예요. 휘연. 좀 여자 이름 같나요? 에이, 아직까지 이름도 안 물어봐주시고. 하하.”
“아, 죄송해요.”
“에? 농담이었는데. 웃어요, 웃어! 초아님은 너무 심각해요.”
정말 그러고보니 그의 이름도 여지껏 묻지 않았다는게 신기했다. 무관심이었을까, 아니면 초희가 태어나고부터 남자는 거들떠보
지도 않았던, 아니 그럴 시간조차 없었던 습관의 탓이었을까.
“어?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까부터 자꾸 쳐다보시네. 저 닳아요!”
남사스러운 말을 하면서도 휘연은 아이처럼 장난스레 자신의 머리색, 눈동자색과 똑같은 초콜릿빛 케잌을 포크로 한입 찍어 입으
로 가져갔다. 그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다. 그건 초희가 자주 하는 말인데? 아이스크림을 즐겨먹는 초희가 하도 사랑스러워
서 빤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초희가 항상 하는 말이었다. ‘언니,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까부터 자꾸 쳐다봐! 나 닳는데.’
휘연에게서는 초희의 존재가 자꾸만 묻어나왔다.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미소도, 가끔 비치는 말투도, 그리고 지금에서야 안 사실
이지만 동양인에게서는 자연적으로 보기 힘든 초콜릿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도. 그러고보면 초희는 나와 많이 닮았으면서도 정
작 부모님은 그다지 닮지 않았다. 가끔 초희를 데리고 나가면 나를 젊은 미혼모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
었다. 그런데, 왜 이 남자에게서 자꾸만 초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없이 스푼을 카페오레 안에서 빙글빙글 회오리 모양으로 돌리다가, 문득 그에게서 그의 초콜릿빛 색과 같은 향은 향이 난다는
걸 발견했다. 머리카락을 자를때가 조금 지났는지, 약간 길다고 생각될 정도의 머리카락이 그가 움직일때마다 베일처럼 그의 이마
를 어루만지며 살며시 움직이곤 했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카페오레를 입으로 가져갔다.
초희의 아직 작은 자신만의 세상에 변함없이 머무른 이는 나뿐이었다. 초희는 내 동생이었지만, 내 딸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
런 그녀를 사랑에 눈이 멀어 홀로 둔다면 나는 내 부모님과 다를것 없는 사람이 되는것이고, 초희에게 내가 어렸을때부터 허덕여
왔고, 이젠 흠뻑 젖어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장마비라도 쏟아낼만큼 내 몸에 잔뜩 품은 슬픔을 그대로 넘겨버리는 사람이 되는 것
이다.
사랑은 내게 있어 내 또래 여자들이 으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존재였다. 기념일을 챙기고 키스하고 초콜릿을 주고받는 그런 달
달한 빨간색이 아니었다. 금방 불타오르고 곧 다 타버려 재에 눈이 멀고 코가 막혀 숨도 쉬지 못하고 죽기 직전까지 기침하게 만드
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서로를 무조건 감싸줄수 있는 그런 아가페의 존재였다. 초희를 통해 간신히 배운 사
랑.
통상적인 의미의 사랑은 초희의 흑진주빛 눈동자 앞에서는 까맣게 빛을 바랬고, 서로와 함께 은밀한 속삭임을 나눔으로 인해 나누
는 살갗의 향연들은 초희가 즐겨입는 새하얀 원피스 앞에서는 숨을 멈추고 희미하게 바래버렸다.
그러므로 휘연과는 가까이하면..어?
하얀색의 무언가가 저 멀리서 움직였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자취를 감추었다. 눈꽃색. 아까 카페 주인 여자와 남자가 입고 있던 드
레스와 수트의 색이었다. 멀긴 했지만, 그만큼 인상깊은 색은 쉽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 옷의 색
이었다.
그리고, 휘연이 눈을 감고 방금 들이킨 카페오레보다 훨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래가 참 좋네요. 누가 피아노연주를 하나봐요. 제가 여지껏 들어본 음악 중에 단연 최고예요. 무엇과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데,
왜 여태 이 노래가 존재하는걸 몰랐을까요? 이 정도면 유명했을법도 한데, 이상하네요. 혹시 이 노래 제목 아세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피아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헤드폰으로 음악을 자주 들어서 청력이 퇴화해버린건 아닐까 긴장하
며 귀기울여 보았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음악이요? 저는 안 들리는데.”
“예? 안 들리다니요? 이렇게 큰데.”
휘연이 역시 초콜릿빛인 눈썹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안 들리는것을 들린다고 말할순 없잖은가 말이다.
“전 전혀 안 들리는데..피아노도 근처에 없잖아요. 그렇다고 스피커가 있는것도 아니고..”
“어? 그러네요.”
휘연이 그제서야 주위를 휘휘 둘러다보았다. 아까부터 나만 보느라 이 카페 안에는 우주같은 인테리어 외에는 무(無) 상태라는 것
을 잊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는 몸을 이리저리 여러 각도로 오뚝이처럼 몸을 움직여가며 음악의 출처를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가 내쪽으로 몸을 굽혔을때, 휘연의 눈은 번개라도 맞은듯 번쩍 떠졌다. 그가 좀 더 내게 가까이 숙이더니, 아예 얼굴
이 맞닿을 정도의 위치로 몸을 숙였다. 그의 귀는 한껏 나를 향해 있었다.
“뭐하시는거예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부담감을 느끼며 그에게 묻자, 그가 하늘과 바다의 위치가 바뀌는 기적이라도 목격한 사람처럼 행복과 신
비함, 놀라움 등으로 뒤섞여 촛점이 약간 멍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크게 말하면 그 순간의 기적이 자잘한 요
정가루로 흩날려 별의 조각처럼, 원래 자신이 속해있는 하늘로 돌아가버리기라도 할 것 같아 두려워하는것 마냥, 그가 초콜릿
맛 목소리로 내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음악이, 초아님에게서 나오고 있어요.”
첫댓글 오~ 오늘도 역시 .... ㅎㅎ 잘 읽었습니다. ^^ 내일도 열심히 달려보아요~!
준&건 맘님은 4일째 것 벌써 올려두셨던데 ;ㅁ; 저도 달리겠습니다 *ㅁ* 건필하세요!
왠지 판타지같아요~ 묘하고 신비한 느낌~ 분위기 너무 좋은데요? ㅋㅋ 담편도 기대할게요~ ^^
이제 조금 있으면 약간[!] 무서운 부분이 나오기 시작한답니다 ^ㅇ^ 기대해주세요~
신비하네요 ㅎㅎ 두 사람은 운명같은 느낌 ㅎㅎ 건필하세요!
'도를 아십니까?'같은 관계로 시작했던 사이지요. 나중에 어떻게 발전하는지 봐주세요!
아..신기한 분위기 좋아요. 음악이 초아님에게서 나온대요. 으아으아으아. 저 남자 도대체 누구죠?!
아진유씨님 제대로 짚으셨습니다. 저 남자의 정체야말로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라고 할까요 ㅋㅋ 쭉 지켜봐주세요^ㅇ^
재밌네요..신기하기도 하고.. 건필하세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사악한 702님.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댓글을 먹고 호랑이 힘을 내서 오늘 분량도 쓰겠습니다 :)
아아, 이 공간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네프는 신비로운 공간임에 틀림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우리 겸둥이 초희는 적응을 잘 하는 걸까요? 잘 읽고 갑니다~!
super21s님, 제대로 짚으셨네요. 원래는 저 카페 주인들의 이야기가 이번 연참용 장편으로 나오려고 했던 녀석인데, 연참 용치고는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차마 죽일 수 없는 너'로 바꾸었지요. 나중에 속편이랍시고 단편이야기로 카페 '네프'에 대한 이야기를 올릴까 생각 중이랍니다. 아이들은 원래 쉽게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 특성으로 적응하는것으로 처리했습니다 :D super21님의 [엄마. .]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치 짜맞춰진 운명의 바퀴라 해야할까요ㅋ 신비로운 만남들의 연속이군요^^ㅎ장소마저..ㅎ 아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전개 방식이 독특하네요ㅎ 제 3자의 시점에서 딱딱해질수도 있는 전개가 초희가 중간 중간 몇마디 던지는게 부드러운 전개에 신비한 분위기까지 연출해주네요 ㅎ 아놔 ㅜ_ㅜ 초희 납치하고 싶은데요? ㅋㅋ 호랭이 힘 내세요^^
하필이면 하고많은 신비한 일들 중에서도 저 카페 주인 커플과 만난것은 나중에 속편에서 밝혀볼 것을 고려중입니다 :) 초희 귀엽지 않나요? 제가 초아였어도 초희를 많이 사랑해줬을거예요 XD 호래이타고님 댓글이 제 의욕을 샘솟게 한답니다!
글이 너무 부드러워서 읽으면서 웃음이 나요.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복주머니님 ^ㅇ^ 일주일동안 연속 달리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릴리투] 다음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XD
캬~ 마법같은 네프에서 유프를 원샷하고 싶네요~ ^^ 사람한테 음악이 흐른다니! 너무 낭만적이야~~~ ^-^*
'유프' 음료의 뜻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게 된답니다 :) 사람마다 영혼이 모두 다르듯 음악도 다르다는 설정으로 쓰게 됐어요. 제가 따로 쓰고 있는 글의 아이디어를 잠깐 끌어다 썼답니다 :) 댓글 감사드리고, 열심히 쓸게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크으으으으윽~~~~~~~~~~~~~~~~~~ 신비로움이 가득한 이야기네요 ^^ 학교 때문에 다른 분들 글을 볼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야 보기 시작했네요 ^~^ 정말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발록싫어님도 고등학생이신가요?
네!!!!!!!!!!!!!
발록님과 온새미로 님은 고등학생이신데 그정도의 필력을 자랑하시다니- 초콜릿 향이 나는 휘연를 저도 만나보고 싶네요- 초아에게서 음악소리가 난다는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다음편으로!
스토리라인이 진행되면서 나오게 된답니다 :) SINJI님 댓글 감사드려요 ^ㅇ^
와우!! 오늘 정주행 끝내버리겠어요!!! 에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