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날 때마나 겨울양복을 입고 다니니 그녀가 한마디 한다.
자기를 만날 때는 양복을 입지 않아도 되니 편안한 복장으로 하라고....
나도 그랬다. 더워서 죽는 줄 알았구만....
그녀가 보았을 때 무척 답답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건 뭥미? 아직도 삼국시대 바보온달이 있응미?"
서울에서 네번째 만난 모양이다.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날은 덥고 아직은 공부하는 주제에
주머니 사정은 넉넉치 않아서 건강에도 좋은 건전데이트를 하자며
마냥 걸었다.
종로 가로수길 하며 교보문고하며 보신각하며~
그녀가 갑자기 내가 다니는 학교에 가보고 싶단다.
그류? 그러지유, 모~
학교엘 갔다.
방학 중인데도 대학원엔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많고
내가 여자랑 같이 다니니 나를 아는 대학원생들이 의아해 한다.
"오잉??? 저인간도 여자를 사귈 줄 알어?"
여름이니 날도 덥고 배는 고프고 해서 구내매점에서
시원한 우유랑 햄버거를 사다 같이 먹었다.
우유 하나(100ml)에 50원이던가? 햄버거두 100원이 안된 듯했다.
나무밑 벤치에서 맞선녀와 시원한 여름바람을 쐬며 먹는 햄버거~
맛있었다.
그녀는 맛있었을까? 말이 별로 없다.
무슨 말을 하면 "네~ 네~"
그녀의 어머니 말로는 완벽주의자이고 무엇하나 실수하는 법이 없다던데....
나는 실수투성이이고 하는 짓이 어린애 같고 생각이 유치하고
만일 결혼한다면 맨날 혼나고 사는 거 아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에 또다시 프랑스 문화원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잘 모르겠고 알랭들롱이 나오는 영화였다.
음~ 알랭들롱??
알랭들롱하면 나, 할말이 좀 많다.
우수에 찬, 그러면서 반항적인 눈매~
어린시절의 불우한 생활로 인해 몸에 밴 그 모습
그영화의 재미는? 붸~~~~~~~~~~~~~~~~~~~~~
프랑스문화원을 나오니 어둑하다.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집에 오려면 강남 고속터미널로 가야하는데 중간에서 다른 시내버스를
갈아타야했다.
그러다 보니 막차 탈 시간이 급했다.
지금 같으면,
"어~ 차가 끊겼네? 어떻게 하지? 근처 호텔에서 자고가야 겠는데?"
라고 하던지, 아니면,
날도 더운데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자며 서너잔을 마신 다음에
술에 취해 곯아 떨어진 다음에 나를 책임지라며
모텔이나 뭐, 그런대로 데려가달라고 할텐데,
당시에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손도 잡으면 안되는 줄 알았으니~
그좋은 기회들을 왜 놓쳤는지~
지금은 머리통을 쥐어박고 머리칼을 잡아 뜯어도 소용없는 짓이고
꿩잡아먹은 자리이니 뭐니뭐니해도 있을 때 잘해야 하느니~~
놓친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하여간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막차가 밤 9시 50분까지 있었나 그랬는데
서울에 누님과 형님이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잠은 원래 자던 집에서 자야한다는 고정관념이 박힌 터라
죽기살기로 달려 막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충북 청주였고 그곳에서
20여년을 살았다.
원래 고향은 청주에서 기차타고 4시간을 달려 가면
강원도 못미처, 경상북도 못미처에 있다.
나중에 이실직고 하겠다.)
맞선녀도 내가 차를 놓칠세라 같이 뛰느라고 무척 고생을 했나보다.
말은 하지 않지만, 숨을 헉헉 거렸다.
그렇게 헤어진 그다음날 아침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네가 청주로 내려오면 안되겠냐고~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 서울로 다니느라 돈들지 않아 좋았고
탁한 서울 공기마시느라 숨막히지 않아 좋았다.
그다음날이 일요일인데 오후 한 시에 청주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청주에서 그녀와 어머니를 만나 몇군데를 다녔다.
청주는 별로 다닐만한 곳이 없어 청주박물관, 어린이공원에 갔다가
근처의 원두막에 가서 참외사다 참외까먹고 충북대학교에 나무그늘에서
바람쐬다가 큰형님께 전화연락을 하여 형님댁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큰형님은 본래 성격이 꼼꼼하고 정확하고 말이 별로 없고 생각이 깊다.
공부를 많이 하시지는 않았으나 워낙 성실+근면+정직으로만 사신 분인데
월남전에서 베트콩과 직접 전투를 벌이며 여러번 죽을 고비를 살아넘겼고
같은회사에 40년을 근무했고 회사의 제품을 이란에 판매했을 때
이란에 3년동안 파견근무 나갔고 이란말도 잘하신다.
내가 미국교포와 선을 보았고 몇번 만났다니까 별로 반응이 없으면서
의심도 가고 그랬나 보다.
예전에 한국에서 재벌이었고 미국서도 잘살고 있고
아들이 무슨 유명한 미국대학의 교수이고
맞선녀도 무진장 잘나서 미국서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데
나같은 어리버리하고 모자르고 맹물이고 속없고 가진 것없고
그래서 꼬치에 방울소리만 딸랑딸랑소리나는 동생이랑
선을 보고 몇번 만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맞선녀와 그 어머니에게 이것저것을 꼬치꼬치 물어보고
알아보고 했는데 썩 탐탁한 눈빛은 아니었다.
베트남전쟁터에서, 1979년에 발생한 이란혁명을 겪으며
죽음의 직전까지 갔던 지경에서 살아남은 형님의 눈에
미국교포아가씨의 모습이 썩 맑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모자르고 어리버리하고 얼빵해도
그래도 착한 동생인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아뭏든,
저녁을 먹은 후 시내구경을 하다가 예전 고속버스터미날 근처의
다방에서 차를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
맞선녀의 어머니가 긴장을 하며 한숨을 쉬곤 굳은 얼굴로 말을 꺼낸다.
"우리 딸이랑 결혼하실래요?"
---또 이어질 겁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첫댓글 드라마 작가 하셔도 되겠네요. 중요한 변곡점에서 싹~ 끊다니...잉! 배고픈건 참아도 궁금한건 못참는뎅~꼭 등어리 손 안닿는 부분이 마구 가려운 느낌....책임지시고 빨리 다음회 올리세욧~
시골뻐스님.......아~~ 이렇게 오늘 또 뻐스를 기다리게 하시다니... 분부대로 기다리고 있을께요^^
넘 재밌어요.... 다음편...다음편...언제 올리실건가요....???
빨랑올리세요~~^^
내일 4편 올리실꺼죠??? 네네네???? ㅋㅋ
그당시엔 청주에 박물관 없었는데??? 어린이 공원도 없고 공원이래야 중앙공원 하나였는디요???? 픽션인가봐유^^
에이...진짜...빨리 좀 올려주세요...ㅋ
아....시골뻐스 타기 힘드네요....4편 빨리 출간하시죠...^^
(1)(2)(3)편 연속해서 보니 정말 드라마 보는 것 같네요...픽션이던 뭐든 상관없으니 빨리 좀....언능 안 올리시면 신고할 겁니다^^
이제,매일 매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네요,빨리 올리시죠
셤공부 하는데 자꾸 생각나요..ㅎㅎㅎ
와..저..지금 충북 청주에 사는데요.. 반가운데요..
그래서 꼬치에 방울소리만 딸랑딸랑소리나는 동생이랑
선을 보고 몇번 만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묘사 잼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