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족 느는데 자전거회사는 망한다.
수입품이 시장 장악…국내 부품업체 고작 3곳
서울 상암동에 사는 회사원 이현종씨(48)는 ‘자출족’이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2년 전 50만원을 주고 중고 시티바이크를 사서 타고 다닌다. 요즘 그의 목표는 로드바이크에 트레일러를 달고 4대강 코스를 종주하는 것. 또 하나의 목표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14)의 픽시 바이크에 대한 집착을 뜯어 말리는 것이다. 아들이 픽시를 사겠다고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픽시는 기본적으로 브레이크가 없는 심플한 스타일에 알록달록한 색깔로 요즘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이씨가 생각하기에 금쪽같은 아들이 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MTB’ ‘픽시’ 이어 로드 바이크 붐 픽시는 뉴욕 맨해튼에서 자전거 택배 서비스에 이용되는 수단이다. 브레이크 대신 다리 힘으로 정지해야 하는 것이기에 체력과 전문가 수준의 기술이 있어야 탈 수 있다. 국내에선 2010년을 전후해 소개되기 시작해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다는 게 치명적이며, 일반적으로는 단 하나의 기어만 부착한 모델이 널리 팔리고 있다. 말하자면 자전거 분야의 도심형 극한 스포츠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모양과 색깔까지 화려해 ‘간지’를 선망하는 10~20대를 사로잡고 있는데 이씨의 아들도 그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1990년대부터 각광받은 산악자전거(MTB)는 1990년대에 20~30대였던 이들이 선호하는 ‘낡은 아이템’이 돼버리고 그 자리를 픽시가 꿰차고 있는 것.

로드 바이크가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무주 그란폰도 대회.
이씨 가족의 예에서도 보듯 국내 자전거 붐이 예사롭지 않다. 자동차 위주의 교통 체계라 여전히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는 힘들지만 이명박 정부의 ‘치적’이자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히는 4대강 사업이 자전거 붐에 불씨 노릇을 하고 있다. 4대강 길을 따라 로드 레이싱 자전거에 캠핑 장비를 트레일러에 싣고 달리는 종주 붐이 인 것이다. 2000년대 이전의 MTB가 마니아 계층 위주의 자전거 붐이었다면, 2010년을 전후해 뉴욕의 메신저들이 이용하는 픽시 자전거 붐이 아드레날린 분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의 패션으로 각광을 받았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4대강을 따라 라이딩을 즐기는 로드 바이크 붐이 30대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기존의 MTB나 픽시 팬은 물론 새로운 가족 단위 애호 계층과 중·장년층까지 흡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자전거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활동성이 강한 자전거 애호족들은 자전거 동호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전거 동호회만 해도 500개가 넘는다. 회원 수는 많게는 수십만 명에서 적게는 수십 명까지 다양하다. 이들 동호회원 사이에는 그룹 투어를 다니거나 동호회원끼리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들고 자동차처럼 부품 교환을 통해 성능 향상을 꾀하는 튜닝, 물물교환이나 중고 장터 운영 등 다양한 자전거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동호회로는 도싸(corearoadbike.com), 자출사(cafe.naver.com/bikecity),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cafe.naver.com/bikertravelers) 등이 유명하다. 문제는 이렇게 화려하게 피기 시작한 자전거의 국내 산업 기반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내 브랜드가 중국·타이완 공장에서 들여오는 물량까지 더하면 수입품 독점 시장이 바로 자전거 시장이다. 국내 자전거 시장 크기를 가늠하는 신제품 판매 시장을 무역협회나 관세청의 한 해 수입 자전거 통계로 가늠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최대 자전거 제조회사인 삼천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1108억원. 지난해 자전거 수입 대수는 173만4889대. 환율을 감안한 금액으로 2000억원에 달한다(무역협회 자료). 이 수치가 수입 원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자전거 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국내 업체의 몫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들여오는 물량을 포함해도 절반이 안 되는 것이다.
삼천리 자전거의 전기자전거 모델 팬텀 국내 업체는 고사 지경…
생산 생태계 무너져 삼천리의 경우 2004년 충북 옥천공장 문을 닫고 전량 OEM 방식으로 수입하다가 2010년 경기도 의왕공장을 완공하고 전기자전거와 일부 고가 라인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천리 측에서 올해 전기자전거 팬텀이 5000대 정도 팔렸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량 역시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전거산업이 고사 지경에 이른 것은 자전거 생산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데 국내 부품산업이 무너지면서 국내 생산 공장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 1960~80년대 한국은 세계 최대 자전거 생산기지였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전거 부품회사들이 대거 자동차 부품 생산으로 옮겨가면서 주도권을 타이완에 넘겨주고 생산기지는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옮겨갔다. 삼천리도 전기자전거의 모터는 중국에서, 배터리는 삼성SDI에서 공급받아 의왕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공장 폐쇄와 생산기지 이전 흐름은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94년까지만 해도 한 해 10만대 미만이던 수입 자전거 물량이 1995년부터 14만대로 늘어났다. 이후 2001년까지 10만~5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2년부터는 연간 수입 물량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이때쯤부터 국내 업체의 해외 생산이 본격화되고 국내 공장 폐쇄가 이어졌다. 국내 자전거 부품업체 수도 1980년대에 70여 개에서 2003년 14개, 2005년 10개, 2007년 3개로 줄어들었다. 국내 생산을 하는 의미가 없어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붐이 일기 시작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국내 생산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삼천리 쪽에선 “부품망이 부족해 국내 생산이 가능한 품목에 제약이 있지만 전기자전거는 좀 다르다. 2001년부터 개발해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에 대해 사회적 관심은 많지만 실제 매출은 많지 않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기에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자전거 붐이 부품 생산망을 되살리고 국내 자전거산업까지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의 생각 : 자전거 산업은 전망이 밝다고 생각을 합니다.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자동차의 수에 따라서 앞으로 높아진 주차료와 주차할 공간 부족,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전거 출퇴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자전거 산업에서 전기 자전거로 넘어가는 이 시점은 그동안 빼앗긴 자전거 부품 점유율을 다시 찾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